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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이렇게나 달이 밝으니 ── 진심으로 죽일 거야.」 「크크큭... 크하하핫! 좋다. 흑염의 공포 속에 발버둥 치며 미래영겁 불타올라라!」 당주의 방. 레밀리아 스칼렛과 자신의 흑역사로 인해 스스로 흑역사처럼 행동하고자 한 상태가 안 좋은 악마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가 서로의 결정 대사를 뽐내고 있었다. 둘 사이엔 미묘한 동질감이 형성 되어 있었고 그럴싸한 허세를 들어내고 있었지만 루키드만 중2병일뿐이다. 왜냐면 레밀리아는 단순한 허세가 아닌 정말로 강대한 힘을 지닌 흡혈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밀리아는 루키드의 허세를 단지 유치한 자기 자랑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도 배워야 할 진정한 카리스마적 표현이라고 생각했으며 지금 자신의 방에 그를 데려와 허세 배틀이 한창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요즘 자신의 이미지가 갈수록 카리스마 당주에서 어리광쟁이 꼬맹이가 되어가는 게 불만이었었기에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고 오로지 허세로만 똘똘 뭉쳐있는 루키드에게 한 수 배우고자 그를 불러들인 후, 가르침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음.. 대사는 아주 멋지군. 하지만 연출이 부족해.」 루키드의 지적이 들어왔다. 감히 자신의 결정 대사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다니, 평소였다면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판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별개로 여긴 레밀리아가 그의 지적을 겸연히 받아들이며 되물었다. 「그럼, 등 뒤로 박쥐 떼라도 내 보내야 할까?」 「그건 별로 어울리지 않아. 그래, 달빛이 쏟아지는 창가를 바라보며 와인 잔을 기울이는 게 어때?」 「그.. 그거야!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고 말이지.」 「그리고 낮에도 쓸 만한 대사도 있어야 되지 않겠나?」 「나는 흡혈귀라 밤에만 활동하니까 별로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너는 낮에도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낮에 쓸 결정 대사 만들어 내도록.」 「너, 의외로 이런 쪽으로 스파르타네.」 그렇다. 마계에서 루키드를 능가할 허세를 지닌 악마는 존재 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그 만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엄한 것이며 또한 철저했다. 스스로를 강한 척 허세를 떨며 살아 온 그에겐 결정 대사 같은 건 아주 흔한 레퍼토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관두고 있지만 몸에 새겨진 허세의 습관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소환했던 인간들에게 보여준 위대한 대악마로서의 위용의 영향이었으며 자신을 위장하는데 힘을 쏟아온 결과인 것이다. 홍마관의 당주로 문지기를 비롯한 시간을 다루는 종자에 대마법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 등. 강자들이 자신을 지켜주고 있으며 자기 자신 역시 강대한 존재로 알려져 있는 레밀리아 스칼렛은 실은 약해 빠진 루키드의 자기 위장용 허세를 배울 필요는 없겠지만 그녀는 욕심쟁이다. 홍무이변 이후로 풀어진 자신의 행동을 질책하며 완벽한 카리스마적 존재로 남아야 된다는 욕심이 흡혈귀의 고귀한 자존심을 눌려가며 저 한심한 악마의 스파르타 허세 교육을 받게 만든 것이다. 낮에도 쓸 결정 대사를 만드는데 든 시간은 두 시간 정도. 참 쓸데없이 길었다. 그도 그럴게 루키드가 너무 엄했기 때문이었다. ‘단어 선정이 안 좋아.’라던가 ‘임팩트가 약해.’ 같은 이유로 기각에 기각을 거쳐 겨우 탄생한 낮전용 결정 대사는 ─ 「낮의 피조물이여, 밤의 주민이 너희의 영역을 침탈하는 걸로 보이는가? 허나, 그것은 원래부터 나의 영역이었다. 후후후.. 저 오만한 태양을 떨어뜨리고 싶군.」 「굿잡, 꽤나 그럴싸하잖아. 끝에 웃을 때 말이야 눈에 안광을 붉히고 송곳니를 좀 더 드려내는 편이 좋겠어.」 루키드는 레밀리아의 결정 대사를 만족스러워 하며 박수를 쳤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이 몸의 고용주는 네 종자를 도우라고 했으니 이만 그 계집의 가사를 도우러 가겠다.」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흘리면서 당주의 방을 나가는 루키드.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욱하는 감정이 솟아오른 레밀리아가 ‘으으으’ 거리며 선반위에 비치된 장식물을 집어 들고는 냅다 방문을 향해 던졌다. 「저 자식... 좀 띄워줬더니 끝도 없이 기어오르고 말이야...」 아무리 자신의 자존심을 삼켜가며 그에게 배움을 갈구했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프라이드 높기로 유명한 흡혈귀가 아닌가? 그 흡혈귀 중에서도 격이 높은 진조라 불리는 레밀리아는 이를 갈면서 저 하급 악마자식을 언젠가 자기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SIDE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난 진짜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방금 전 까지 내가 한 행동들은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저 흡혈귀 당주가 나에게 허세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해도 그렇지 그 흡혈귀에게 취한 나의 태도는 그야말로 오만 방자가 아닌가?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해 버렸다. 나 자신이 정말로 혼돈의 대마왕이 된 양 말이야. 정말 우스운 일이지 않은가? 그녀. 레밀리아 스칼렛은 나 따위는 올려다보지 못할 정도의 강한 존재인데 되도 않는 혼돈의 대마왕을 연기하다니. 이게 다 그 저주받은 흑역사 덩어리 때문이다. 당주의 방을 나오자마자 ‘쿵’하고 문 쪽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와서 간담이 서늘해 진다. 행여 내가 너무 건방을 떨어서 날 진심으로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무서워진 나머지 울고 싶어지지만 지금은 심약해 질 틈도 없다. 어서 메이드장에게 가서 가사를 돕지 않으면 안된다. 어차피 이곳에서의 나의 가치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빌어먹을 흑역사와의 비극적인 대면 이후로 나에겐 이상한 스위치가 생긴 모양이다. 그게 뭐냐고 한다면 이렇다. 「어머, 대마왕님. 안녕하세요.」 「크크크... 요정 따위가 이 몸을 친근하게 부르지 말거라!」 요정 메이드들이 나에게 ‘대마왕’같은 흑역사 키워드를 말해오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반응을 해서 대마왕 모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건 아마도 그 잔혹했던 흑역사의 대면 이래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무의식중에 방어 기재로 작동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이 무의식중에 작동되는 방어 기재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대마왕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다른 쪽의 스위치를 작동 시키는 키워드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사랑하는 데몬 편』에 관련된 키워드를 들으면 거기에 걸맞은 캐릭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서로 일하는 소악마 년이 나를 보며 실실 쪼개면서 이런 말을 했을 때였다. 「당신은 상냥한 악마로군요. 로맨티스트 데몬 씨.」 「오~, 아름다운 마드모아젤. 그대의 영롱한 눈동자에 내 마음은 밤하늘에 수놓은 별똥별처럼 정열 적으로 불타서 재가 된다오!」 뮤지컬 배우 마냥 음율 까지 넣고 과장된 동작으로 소악마에게 프로포즈하고 있는 내 자신을 깨달았을 땐 그야말로 죽고 싶은 기분 밖에 들지 않았다. 안 그래도 흑역사 때문에 괴로운데 자신도 모르게 행하게 되는 이상 행동으로 이중 삼중으로 창피를 겪은 나는 언제라도 이곳에서 도망쳐 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파츄리의 사역마로서 생활하게 된 이상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면, 내가 말도 없이 홍마관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 마다 메이드장이 순간이동으로 내 앞에 나타나서는 파츄리에게 끌고 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히 고통 받는 중이다. 이건, 너무나 끔찍하다고... 그거냐?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라는 그거? 홍콩행 게이바도 아니고 뭐냔 말이야! 나는 파츄리에게 몇 번이나 계약 취소해 달라고 부탁해봤지만 메이드장이 만족스러워 한다는 이유로 나를 강제로 이곳에다 붙잡아 놓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 이럴 줄 알았다면 마리사와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정말 미안하다!! 벌써부터 그 왈가닥 금발 소녀가 그리워 질 줄이야. 이 홍마관의 녀석들은 요괴나 요정, 인간 할 것도 없이 전부 질이 나쁜 것 같다. 내가 괴로워 할 줄 알면서도 볼 때 마다 내 흑역사를 찔러오니까 말이다. 요정 메이드들은 겉으로 일하는 척 하면서 농땡이나 치기 때문에 실제로 일하는 것은 메이드장인 이자요이 사쿠야와 나 뿐 이었다. 내가 없을 때는 혼자서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에 세탁 그리고 식사 까지 말이다. 내가 그녀의 가사 일을 돕기 전에는 요리 담당은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맛있는 진수성찬이 저 메이드장의 작품이었다니. 상당히 놀랐다. 얼핏 보면 당주 아가씨만 생각하는 레밀리아 빠순이로 보이지만 이 관에서 가장 제대로 된 인간이 이자요이 사쿠야 였다. 내가 옆에서 가사를 거들며 지켜 본 결과. 정말로 완벽한 퍼펙트 메이드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배운 요리들로 인해 나의 요리 스킬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말이지. 재료만 있다면 그간에 배운 요리들을 응용해서 내 오리지널 요리를 만들고 싶은 기분이다. 그렇게 레밀리아에게 허세를 가르치고 메이드장의 가사를 돕는 동시에 요리를 배우며 소악마와 요정들의 놀림을 받는 생활을 반복하던 중 도서관을 무단 침입한 녀석이 있었다. 「또, 책을 훔치려 왔군요. 흑백!」 소악마가 침입자를 맞아 대치하고 있었는데 그 침입자는 다름 아닌 나의 전 주인. 키리사메 마리사 였다. 오랜만에 봐서인지 매우 반갑기 그지없는 얼굴이었지만 나도 자존심이 있으니 내색을 하지 않고 냉담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고 나의 시선을 알아차린 마리사가 나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왔다. 「오우, 루키.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있었어?」 나는 그 잘 있었냐는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무거워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고 마리사는 그걸 이상하게 여겼는지 누구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책만 읽고 있는 파츄리에게 물었다. 「저 녀석, 좀 과묵해 진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 「응, 자신의 흑역사를 마주해서 저런 거야.」 마리사의 물음에 바로 답한 파츄리는 배려심도 없이 나의 흑역사의 존재를 마리사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나란 악마는 세심함이나 배려도 필요 없는 그저 부려먹을 종자에 이건가? 저러다 마리사 마저 나의 흑역사를 알게 되면 어쩌자는 거냐고! 나는 억울한 얼굴로 파츄리를 노려봤지만 그런 나를 관심도 없다는 식으로 무시하고는 자기 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요정들이나 소악마가 그걸로 자주 놀려먹고 있는 중이라 그에게는 잘 지낸다고 할 수 없지.」 「그런 거냐? 나한테 수치스러운 말이나 내뱉고 떠난 주제에... 꼴좋다.」 그렇게 나를 보며 고소하다는 듯이 말하는 마리사지만 그 표정은 조롱이 아닌 동정의 눈이었다. 차라리 비웃었으면 나았을 텐데 왜 동정하는 눈으로 나를 보는 걸까? 저 눈이 마음에 안 든 나는 마리사의 시선을 피해 도서관을 벗어나 위층으로 향했다. 마침, 메이드장을 도와야 할 시간이니 말이다. 매일 평소와 같이 향하는 주방. 점심 식사를 맞이해 요리를 준비하고 있을 터인 메이드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장난만 치는 요정 메이드들이 그곳에서 식재료를 나르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발견하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마음이 아파오는 이명을 서슴없이 입에 담았다. 「앗, 대마왕님! 이 고기들은 지금 조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어디에 놓을까요?」 그 대마왕이라는 키워드에 반응하여 나는 혼돈의 대마왕을 연기하게 될 거라 예상했지만 이상하게도 스위치는 올라가지 않고 분노만 끓어오르는 것이었다. 드디어 내 속의 잘못된 방어 기재가 작동을 멈춘 모양이다. 이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그전에 저 악의 없이 나를 대마왕이라고 부르는 요정에게 두 번 다시 그 따위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혼을 내줘야겠다. 「고기를 조리하기 전에 요정을 조리해 보고 싶은데?」 「에?」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요정 메이드. 미안하지만 넌 나의 화풀이 상대가 되 줘야겠어. 나의 흑염의 업화로.. 아니 특기 마법인 칼날 바람으로 메이드 복을 찢어 버릴 테다. 각오해라 이 못된 장난꾸러기 요정아! 나의 분노를 담은 날카로운 바람이 요정 메이드를 덮쳤다. 어차피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요정이라 나는 사양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많은 칼날 바람을 생성해 요정에게 쏘았는데 그 덕에 부방은 엉망진창이요 요정은 갈기갈기 찢겨져 속살을 드려내고 있는 몸을 껴안고는 ‘엉엉’울며 주저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그 동안 쌓인 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그걸 저 요정에게 분풀이 삼아 풀어낸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직 화가 다 풀린 게 아니라서 내 앞에 울고 있는 요정을 쫒아낸 다음 엉망이 된 주방을 정리했다. 아직, 메이드장의 허락을 받지 않았지만 주방 정리 다음에 내 욕망이 닿는 대로 요리를 하였고 그렇게 탄생한 나의 오리지널 요리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등 뒤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뒤 돌아보니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가 얼음과도 같이 차가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화풀이로 요정을 공격하고 내 멋대로 요리해 버리다니. 이건 변명 할 것도 없이 죽겠구나... 저 은제 나이프가 내 정수리에 꽂히려나? 문지기가 게으름 피운다는 이유로 머리에 나이프가 꽂혀진 광경을 몇 번 본적이 있는데 나는 요괴가 아니라 그런 불사성 따윈 없어요. 정말로 머리에 나이프가 꽂힌다면 그 자리에서 죽으니 봐달라고요! 그렇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려대고 있는데 메이드장이 나를 지나쳐서 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음식을 손으로 조금 떼어 먹고는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그 물음에 나는 아무 말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가 싶더니 살짝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음.. 맛있어!」 의외였다. 나는 꼼짝없이 자기 허락 없이 조리해 버린 나를 혼 내킬 거라 생각했었는데 맛있다는 칭찬이라니. 그래, 나의 요리 스킬은 저 완벽한 솜씨를 지닌 메이드장에게도 통했던 거야. 이거 자신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저 맛있다면서 싱긋이 미소를 짓는 반응에 나는 어느새 긴장이 풀어져 칠칠치 못한 얼굴을 하고는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말했다. 「이 정도면 오성 호텔 주방장 해도 될 것 같지 않나요? 하하핫.」 「........」 내가 잘못 말한 것일까?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간 메이드장이 나의 자화자찬에 입을 꾹 다물고 무서운 시선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거 왠지 심상치 않다. 나쁜 예감이 들어서 다시 긴장감이 엄습해 오고 있어. 저 눈초리.. 분명 문지기의 몸에 나이프를 박아 넣었던 그 눈이다. 젠장... 기껏 내 요리를 칭찬해 놓고는 혼내겠다는 거야? 이 나쁜 메이드 년아!! 「요리를 잘 한건 별개로 내 허락도 없이 재료에 손을 대다니. 벌 받을 각오는?」 메이드장의 눈이 번뜩하고 빛이 났다. 그리고 손에 들린 그것은.... 안돼! 난 인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몸이라고! 나이프에 찔리면 평범하게 죽어!! 제발 부탁이야!!! 「아아아악 ─ !」 나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나의 엉덩이 한 쪽에 나이프가 깊숙이 박혀버렸다. 저 잔인한 메이드장은 내가 요괴급으로 튼튼한 줄 알고 있겠지만 날붙이에 베이면 평범하게 죽는 약한 악마라는 걸 좀 알아 줬으면 한다. 후에 나이프로 인한 엉덩이의 상처 때문에 한동안 절뚝거리며 걸어 다니는데 저 망할 메이드장이 아직도 그러냐며 내가 엄살이라도 피고 있는 줄 알더라. 내가 만약 재생력 개 쩌는 요괴라고 하더라도 나이프로 찌르는 행위는 진짜 너무한 처사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허구한 날 메이드장으로부터 나이프에 찔리는 문지기. 홍 메이링 씨는 정말로 불쌍한 요괴야. 불사성을 지녔다고 해도 아픔을 모르는 건 아니잖아. 악마냐? 아니 악마는 나지만, 나 보다 훨씬 더 악마 같다. 그나마 가장 제대로 되었다고 봤던 메이드장이 저렇다니. 홍마관이 악마의 관이라고 불리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인간인 메이드장 부터가 악마 같으니 말이다. 나는 메이드장 때문에 생긴 엉덩이의 상처로 인해 걷을 때 마다 통증이 일었고 그 동안에 쌓였던 조롱에 대한 분노가 점점 임계치를 향해 다다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요정이나 소악마가 쓸데없는 소리로 나를 놀리고 들면 태연스럽게 맞장구치며 넘기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시퍼런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나의 분노가 임계치를 넘어 폭발하게 된 일이 일어났는데 불행하게도 그 분노가 향한 상대는 홍마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대상인 레밀리아 스칼렛. 이곳의 당주였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죽음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과 같은 일이었고 정말로 죽음의 문턱을 넘길 뻔 했다. 그 사건은 바로 당주의 방에서 레밀리아에게 허세를 가르치던 때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와 같이 대마왕 모드로 어떻게 하면 더 위엄 있게 보이는 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을 때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고 경청하던 레밀리아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요즘 들어 진짜 이 짓거리를 배우는 게 과연 카리스마에 도움이 되는 건지 의문이 들어.」 그 말은 카리스마를 되찾겠다는 빌미로 흑역사 연기를 시킨 주제에 이젠 질렸다는 그런 뜻이었다. 한번 시작 했으면 끝을 보지 못할망정 왜 불만 인거야? 그럼 창피함을 무릎 쓰고 중2병처럼 행동하는 나는 뭐가 되냔 말이다. 이대로는 내 자신이 정말 초라해 질뿐이다. 어차피 이딴 허세가 없더라도 살아가는 데엔 아무런 불편함도 없을 레밀리아가 보기엔 나는 그저 비웃으며 조롱하면 그만인 광대일 뿐이겠지. 그런데 나는 자존심도 없고 아무 불만도 없는 인형이 아니다. 나는 그 간에 쌓여왔던 분노가 슬슬 흘려 나오기 시작했다. 「뭐가 불만이야? 그동안 나한테 배운 것은 쓸모없다는 거야?」 「아아.. 그렇게 되겠네. 참 하찮은 짓이었어.」 레밀리아는 빠르게 흥미를 가짐과 동시에 오늘로서 그 흥미가 식어버렸는지 나에게 배워왔던 것들을 전부 하찮은 것이라 치부해버린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욱하는 감정에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하찮다니! 난 네가 시킨 데로 가르친 것 뿐 인데. 이런 식으로 모욕을 주는 거야!」 「어이, 말조심해.. 그동안 내가 뭐 때문에 네 놈의 건방진 행동을 용납 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레밀리아의 눈에 살기가 일었다. 방 안에는 짙은 요력이 차올랐고 레밀리아는 싸늘하게 식은 차디찬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네 그 하찮은 짓거리를 배운다고 나름 스승 대접을 해줬었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야. 그러니 더 이상 나에게 건방진 태도를 보인다면 정말로 죽여 버린다.」 그것은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심장을 죄여오는 강렬한 공포가 레밀리아가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 들려한다고 알려주고 있었고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낫이 내 목에 걸쳐져 있는 기분이 든 것이다. 나는 이때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어야 했다. 감히 배짱을 부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에 열이 뻗친 나는 레밀리아의 위협에 주눅 들지 않고 대적해 버린 것이다. 「내 중2병이 자신의 허세에 도움이 될 거라고 멋대로 판단해 놓고 또 멋대로 하찮다고 말하다니. 이래서야 누가 카리스마 당주로 보겠어? 그냥 제멋대로인 꼬맹이로 밖에 안보이잖아!」 「너... 너너.. 정말 죽여 버릴 거야!」 「정말 날 죽일 거야? 스펠 카드 룰은 어따 갖다버린 거야? 적어도 환상향의 규칙은 지켜야지. 정 내가 밉다면 스펠 카드 룰로 붙자고.」 「스펠 카드 룰? 카하하핫... 네 놈한테는 사치야!」 순간, 내 눈 앞에서 레밀리아의 모습이 사라지는 가 싶더니 내 품속에 파고든 그녀의 손이 나의 멱살을 잡아채고는 그대로 나와 같이 창문을 깨고 관의 밖으로 나와 버렸다. 나는 레밀리아의 손에 멱살이 들린 채로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고 아직 한 낮이라 태양 빛에 노출된 레밀리아의 몸에서 하얀 김이 솟아올랐다. 「칫.」 태양 빛에 약한 자신의 몸이 불만인지 미간을 찡그리며 혀를 찬 레밀리아가 나의 멱살을 잡은 채로 그늘이 져 있는 저택의 뒷마당으로 날았다. 그리고는 높은 곳에서 나를 땅에다 집어 던졌는데 이대로 땅바닥에 쳐박히면 전신 골절 정도로 끝날게 아니라서 땅에 꽂히기 직전. 나는 온 정신을 집중시켜 땅바닥을 향해 마법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충격을 완화 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땅에 던졌던 레밀리아의 힘이 어찌나 셌던지 나의 마법으로는 무사 착지는커녕 그대로 땅에다 쳐 박혀서 온 몸의 뼈가 죄다 부려져 나가는 것 만 같았다. 그 극심한 통증에 뜨겁게 피가 쏠렸던 나의 머리는 차갑게 식어서 냉정을 되찾음과 동시에 이건 정말로 야단났다는 것을 뒤늦게 서야 깨달은 것이다. 지금의 레밀리아는 스펠 카드 룰 같은 건 무시한 채 나를 진짜로 죽이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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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을 상실한 것에 대한 대가는 가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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