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를 따라 들어간 집의 내부는 전통적인 일본가옥과 현대식이 반반 섞인 형태였다. 밖에서 봤을때도 느꼈지만, 고풍적이면서도 불편함이 없어보이는 집이다. 사실, 야쿠모 유카리라는 현자의 영향력을 생각해 볼 때 너무 소탈한게 아닐 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집이었다.
적어도 히에다노가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실용성으로 볼 땐 당연히 이쪽이지만, 그래도 그 유카리라면 뭔가 요란한 집에 살 줄 알았는데.
예를 들어 바비 인형이 어울리는 듯한 민망할 정도의 공주님 성이라던가 아니면 유카링 랜드라고 대문짝만 하게 써져 있는 꿈의 동산 같은... 음..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지나친 것 같다. 단순히 내가 본 유카리의 이면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텐데 전체라 판단해버리니 엄청난 거주지를 떠올리고 말았어.
그래도 자기가 거주하는 방은 엄청난 꼴일 게 분명해! 나이에 맞지 않는 팬시나 인형들이 득실하다거나 아니지. 오타쿠 용품들이 가득할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야쿠모 유카리의 방 전경을 상상하며 표정에 드려나지 않게금 주의하고 있을 때 살랑거리는 구미호의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만 가지고도 폭신폭신 행복해 질 것만 같은 감촉의 꼬리가 무려 아홉개! 히야 ─ , 요괴의 산을 경비하던 그 백랑소녀의 꼬리도 만지고 싶지만, 이건 이거대로 엄청나다.. 진짜 딱 한 번만 만져.. 아니, 파묻혀서 행복의 미소를 짓고 싶다고!
구미호쨔응~ 꼬리.. 그 꼬리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 하는 말이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막고 있자, 그 대신 꿀꺽 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새어나와버렸다.
손님방으로 앞장서서 안내하던 구미호가 순간 멈쳐서더니 째릿하고 나를 무섭게 노려봤다. 내가 자신의 꼬리를 가지고 망측한 상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건지도 모른다. 어쩌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나는 머쓱한 얼굴로 구미호의 비위 맞춰주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까.
「굉장히 아름다운 꼬리네요. 손질을 잘 하신 모양이에요.」
그래. 꼬리를 최대한 칭찬해 보자.
바보같이 들릴 지는 몰라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물며 꼬리에 자신 있어 하는 요수의 기분 쯤이야. 나에겐 식은 죽 먹기.
하아. 하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구미호는 무서운 눈초리를 거둬들이고는 복도에 옆에 붙은 장지문을 열었다.
「그럼. 테루님이 오실 때 까지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요.」
「아.. 그럼, 사양 않고.」
나는 기분 좋게 방안으로 들어섰다. 과연, 손님방이라 그런지 썰렁할 정도로 비어있었지만, 깨끗하게 손질되 있는게 마음이 편해져 온다. 말하자면 마리사의 집 정반대라는 느낌?
그래도 마냥 할 일 없이 앉아있기도 뭐하니.
「실례되지 않다면 기다리는 동안에 저도 뭔가 도울 일 없을까요?」
「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멍하니 기다리려니 심심해서 말이죠.」
나는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구미호에게 무언가 할 일을 요청했다. 손님이니까 가만히 손 놓고 있는 편이 좋긴 한데. 그래서야 좀이 쑤신다. 특히 내 가사의 혼이 용납치 않아!
구미호는 뜻 밖의 얘기라 생각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사무적인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부인이 최소 네명 이상이니까 살림살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가 손을 거드는 것으로 엄청 구원 받겠지. 흐흐 좋아, 나의 가사 실력에 놀라거라! 떨거라! 그리고 경외해라! 후하하하하하 ─ !
「저기, 루키드님.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니요...」
시무룩. 방금 까지 중2병이 도져 '후하하하하 ─ !'를 입밖으로 내뱉어버린 나는 뒤늦게 그걸 깨달고는 줄을 만치 창피함이 밀려왔다. 어떡해! 우와아아아아... 왜 하필 마음속의 웃음소리가 입밖으로 나와버린 거냐고!!!
제기랄. 죽어! 나 죽어!
이런 모습 보여버렸으니 나 이제 장가 못가 ㅠㅠ
「채..책임져 주세요.」
「죄송합니다. 전 이미 남편이 있는 몸이라..」
으아아아아아. 오늘의 나 왜 이래?
「죄송합니다. 방금 한 말은 잊어 주시길.」
「......」
구미호가 마치 '뭐야. 이 ㅁㅊㄴ은?'이라고 말 해 오는 얼굴로 쏘아보고 있었다. 이건 상당히 아프다. 당장, 마음이 툭하고 꺾일 것 같다. 그러나 홍마관에서의 중2아웃으로 인한 죽고싶을 만치의 창피함을 당해왔던 나이기에 이정도로는 끄떡 없다.
「크흠.. 다시 한 번, 말하죠. 가사 일 정도는 얼마든지 도울 수 있습니다.」
좋았어. 괜찮은 느낌으로 얼버무렸어.
이제 상대가 흔쾌히 승낙하는 것으로 나는 이 극심한 쪽팔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쳐다보는 구미호의 눈은 여전히 싸늘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돕고 싶으시다면.. 」
눈에 깃든 싸늘함을 지우고는 온화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아이들 돌보는 쪽으로 부탁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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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돌보는 건 자신 없는데.
갓난 애기들이니 우는 것만 달래주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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