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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구락부가 활동을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즉, 나와 렌코가 만난 날도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우정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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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폐허로 가볼까 해."
항상 카페에서 모이는 비봉구락부는 언제나 렌코의 갑작스런 한 마디로 활동이 시작한다.
물론 그 모습을 본 메리는 늘 한결같은 웃음을 지으며 되묻는다.
"그 폐허는 뭐하는 곳인데?"
그러면 렌코는 항상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다시 말한다.
"당연히 심령 스폿이지!"
흔히 있는 일.
아니, 항상 있는 일이었다.
렌코는 인터넷을 통해 심령 스폿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걸 비봉구락부원에게 전하여 그 곳으로 인도(?)하는 역할이었다.
물론 메리는 그런 렌코의 모습을 보며 미소지을 뿐.
이렇다할 반론은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순순히 따라가는 건 아니었다.
그 장소가 얼마나 먼지, 얼마나 위험한지, 등등을 캐묻는 정도는 한다.
물론 그건 카페에서 렌코가 사는 음식의 값으로 대강 추측할 수 있다.
가격이 높을수록 위험하거나 멀고, 가격이 낮을수록 안전하거나 가깝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걸까.
사실 이런 건 아무 필요도 없지만.
오늘은 치즈케이크와 홍차 한 잔.
아무래도 그리 먼 곳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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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음식값은 그럭저럭 싸게 치루었다. 물론 렌코가 내주었다. 아아, 사랑스런 렌코. 말만 해준다면 이 정도는 내가 내주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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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구락부는 렌코의 뒤를 쫓아 어떤 폐허에 도착했다.
전철을 타고 약 20분 거리.
추측대로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메리는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너무 지저분해 보이는데."
"이런 곳이라도 거침없이 들어가야 비봉구락부 아니겠어?"
"-하긴."
메리에게 씩 하고 웃어보이는 렌코.
메리는 그런 렌코를 보며 미소지었다.
평소와 같았다.
평소와 같은
비봉구락부였다.
□
렌코, 사랑스런 렌코. 나를 향해 웃어주지 않을래? 나도 널 이렇게나 바라보고 있었는데.
◇
"이 곳은 옛날에 한 여자가 살았다던 모양이야."
"■■이라도 했대?"
"아니. ■■은 아니고, 실종."
"실종?"
"응. 뭐라더라, 헤어 디자이너였다고 했는데."
"헤어 디자이너라. 유명했어?"
"그리 유명하진 않았던 모양이야. 여긴 도심도 아닌걸. 다만 친한 손님은 꽤나 많았다나봐."
"친한 손님?"
"친한 손님이 많아서 그들과 자주 이야기도 나누고 했다는데 그 헤어 디자이너에겐 꽤 이상한 소문이 돌았거든. 검은 단발 머리 여자를 좋아해서 스토킹도 했던 전과가 있다던가."
"하하, 그거 렌코도 포함되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겠네. 뭐,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내 앞에 나타나줬으면 좋겠는걸."
"…단순히 실종된 사람이니까 나타나봤자 그리 큰일은 아닐걸."
"하긴, 귀신도 아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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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코, 사랑스런 렌코. 넌 나만의 것이야. 너는 내가 반드시-
◆
그 날의 비봉구락부의 수확은 제로였다.
폐허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이렇다할 심령현상도 겪지 못했다.
"심령 스폿이라더니, 이번에도 허탕인가."
"어쩔 수 없지. 늘 맞는 곳을 찾는 것도 아닌걸."
"…렌코가 맞는 곳을 찾았던 기억은 없는데."
"……하하."
렌코는 멋쩍게 웃어넘겼다.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할까."
"그러게. 그리 시간이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꽤 어두워졌어."
"응. 꽤 늦었네."
메리가 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자, 얼른 돌아가자."
렌코가 재촉했다.
비봉구락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
괜찮아. 이번엔 정답이었어. 심령현상은 아니지만. 내가 바로
◇
"아-,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곳일 줄 알았더니."
"다음에 좋은 곳을 찾으면 되는 거지."
"좀 더 잘 알아보면 될까."
"그거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인터넷으로 하는 조사는 결국 한계가 있을걸?"
"그래서 이렇게 우리가 찾아가는 거지만…"
"아-이 이야기는 그만. 괜히 복잡해진다."
"그래, 얼른 들어가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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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코, 사랑스런 렌코. 모처럼 내 집에 찾아왔었는데도 그걸 몰랐구나. 너를 환영해주지도 못 했구나. 아아. 렌코- 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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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
며칠 뒤, 비봉구락부는 해산되었다.
렌코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저번 그 폐허에 다녀온 이후로
렌코도.
□□□도.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연락이 두절된채, 두 사람 다 사라지고 만 것이다.
렌코의 집에 찾아가봐도 누군가 들어온 없었다.
그러고보면 □□□의 집도 모르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니, 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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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구락부가 활동을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즉, 나와 렌코가 만난 날도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우정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었다.
"그렇지, 렌코?"
나는 널 계속 지켜봐왔어.
아아, 렌코. 사랑스러운 렌코. 나는 널 사랑해. 너의 이 아름다운 흑발을.
검은빛 오팔과도 같은 이 머리를.
사랑해. 앞으로도, 내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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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비봉구락부가 2명이라고 착각하게 된거지!?(블리치풍)
네! 이번에도 얀데레물!
얘기의 갈피가 안 잡히신다구요?
중간중간 애매한 빈칸에 드래그 해보면 바로 감이 오실거에요.
물론 여기까지 읽기도 전에 드래그해본 사람도 있을 거 같지만.
제 3의 인물을 넣고 서술 트릭을 넣는다는 거, 굉장히 어렵네요.
처음에는 저런 빈칸에 흰 글씨 넣는 트릭을 쓰지 않고 평범하게 진행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얘기의 핀트가 어긋나길래 결국 포기.
이런 형식의 이상한 글이 되어버렸지만...
즐감하셨길 바라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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