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나는 갑자기 어디론가 워프당했고, 그곳이 마법의 숲이었다. 그리고, 마리사의 집은 내 손을 타지 않은 상태였고, 마리사 역시 날 처음 보는 듯하다. 이 정보들을 조합해서 도출해 내는 사실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내가 과거의 환상향으로 시간여행을 해버린 것과 또 하나는.. 내가 모르는 환상향이라는 결과에 이른다.
마리사로 부터 불신자 취급 받은데 이어 마스터 스파크를 정통으로 맞은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상당히 애를 먹었다. 마리사는 날 소환한 기억이 없다면서 내가 하는 말을 절대 믿으려 들지 않았지만, 무리하게 믿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설명해 지금은 휴전 상태. 즉, 당장 쫒겨나는 처지는 아니나 그렇다고 집에 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거.
나도 그렇지만, 마리사도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보이기에 그 동안에 이 나의 신경을 갉아먹는 잡동사니의 산 부터 어떻게 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시간을 들여 느긋이 정리하겠다는 말이다. 그에대해 마리사 본인으로 부터 허락을 받아 놨으니 간만에 솜씨를 발휘해 보자.
*
방문을 비롯한 창문을 연다. 밀폐된 공간에 쌓여있던 먼지와 미새물질 들을 내보내기 위해서다. 그 다음 열러진 창문 반대편, 문이 열러진 곳으로 부터 바람을 쐬게 해서 충분히 환기 시킨다. 먼지를 털어내는 건 그 다음. 천장에 쌓여있는 먼지부터 시작해 잡동사니에 눌러붙은 먼지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꼼꼼히 털어낸다. 털어지지 않는 건 걸레로 빡빡 문질려서 없앤다. 그런 다음 바닥에 쌓인 것들을 싸그리 모은 다음에 한 번에 버린다. 엉망으로 쌓여있는 지저분한 잡동사니들을 하나하나 그 크기와 재질, 용도별로 분류한 뒤. 잉여 공간이 생기지 않게끔 쌓는다. 갈무리는 압축 마법으로!
스스로가 생각해도 매우 전문적인 손놀림에 그걸 지켜보던 마리사가 입을 열고 감탄을 하고 있다. 후후후. 네가 소환한 사역마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아.
이 유능한 나를 보며 어떤 감상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최소한 변태 소릴 들이면서 마스파를 맞을 일은 없어 보인다. 나는 좀 더 기합을 넣고 나머지 것들을 정리해갔다.
이미 전에 정리를 해본 적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집안의 청소와 잡동사니 정리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끝이났다. 적어도 반나절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거실과 응접실, 그리고 숨겨진 방이 나오게 만드는데 불과 두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사람이 사는 곳이라 봐줄만 하군.
나는 마지막 작업을 끝내고서 집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마리사에게로 가서 아까는 하지 못했던 소개를 했다.
「나는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넌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일지 몰라도 난 널 알고있어.」
「으음..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너는 그러니까...」
「응?」
잠깐 뜸을 들이던 마리사가 아! 하고 뭔가 떠올렸다는 듯 손뻑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가사의 요정인거구나!」
「어딜 봐서!」
이 내가 어딜봐서 요정이라는 거냐? 그것도 가사의 요정이라니!
「아니야? 그럼 청소의 요정.」
「요정에게서 좀 멀어지자. 난 요정이 아니라 악마고.. 그것도 네가 소환한 사역마라고.」
「그러니까 난 널 소환한 기억 따윈 없다고.」
이 세계가 내가 알고있던 세계가 아니라는 걸 알게된 지금. 마리사가 나를 아는 것이 무리인 것은 안다. 하지만, 최소한 요정이 아니라 악마라고 인식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중요한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것은 언제 원래 세계로 돌아 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최소한 그 동안 머물 장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마리사의 사역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 그녀 집에서 머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을 한 나는 그녀에게 지금 처해진 사정에 대해 차근하게 설명했다.
*
「그런 거라면 하쿠레이 신사에 가는 편이 빠를거라고 보는데?」
마리사는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그렇게 말했다.
지극히 현명한 얘기다. 환상향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하쿠레이 신사에서 해결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그 게으르고 철면피인 무녀가 어떻게 해 줄 거라고는 기대가 되지 않는데?」
그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는 게으르다. 진짜로. 거기다 어째서인지 나를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은데다 자칫 잘못하다간 문답무용으로 퇴치 당할 수가 있다. 내가 요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간도 아니니까.
그런데 마리사는 나의 지적에 동감하지 않을 망정 혀를 칫칫 차는 것이었다. 그녀는 뭘 모르는 구나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도움을 구하는 건 레이무가 아니야. 유카리라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남편이러나?」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아니, 그 보다 남편이 있었어!?」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 요괴현자에게 남편이있다니!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잠깐 숨이 멈추고 말았다.
잠시간 공간이 얼어붙은 것을 느끼며 멈추었던 숨을 다시 내쉬러다 켁켁. 거리는 기침 소리가 입박으로 튀어나왔다.
「남편도 있는 여자가... 주책을.. 커억..」
「주책이라니 무슨 소리야? 엄청난 조강지처라니까.」
「조강지처.. 하하..」
여기까지 들어놓고 직접 두눈으로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안될 거 같다.
만나기 어려운 인물로 알고 있지만, 이쪽 환상향은 내가 있던 환상향과 다르니 어쩌면 쉽게 만날 수 있을지도.
아.. 너무 놀란 나머지. 항문의 상처가 조금 벌어진 기분이 든다.. 아... 으으으.. 내 똥꼬.. 아파.. 존나 아파!
---------------------------------
가사의 요정이 아니라 가사의 악마...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