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 죽림에서 나가봤지?
카구야는 생각했다.
기억하려했지만 기억은 희미한 달에서의 기억을 상기시켜줄뿐이다.
자욱한 대나무 숲이 기억속에서 계속될 뿐이다.
저 죽림속을 헤매이다가 모코우를 만나게 된다.
그럴때마다 죽거나 죽이거나.
죽었던 날은 대나무가 불타고 남은 재와 죽은 낙엽들이 몸에 쌓이고 영원정으로 돌아온다.
죽인 날은 대나무가 불타고 자기를 죽이려 했던 원수의 시체에 눈길도 주지 않고 영원정으로 돌아온다.
저곳에서 헤매이면 그런 일의 반복만 벌어졌다.
카구야는 걸어서 이곳을 나가보고 싶었다. 끝까지 헤매이면 언젠가 이 죽림을 벗어나겠지.
날아서 갈 수도 있으나 카구야는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중간에 만나는 방해꾼은 후지와라노 모코우.
카구야는 최근에 모코우와 조우했던 일을 떠올려본다.
그 날은 죽었던 날이었다.
어딘가 머뭇거렸을 지도 모른다.
모코우와 조금 더 말을 해보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망설임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한발 늦게 땐 모양일테지.
카구야는 죽림을 바라본다.
나를 죽이는 화염이 기다릴지 아니면 새롭게 외출하는 날이 될지.
카구야는 바람과 춤추는 죽림과 함께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