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던 어느 날.
그녀는 내 눈 앞에서 죽고 말았다.
◆
가을.
가을의 신의 힘이 한창 강해지고, 그녀들의 힘으로 오곡이 풍요로워지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어 하늘이 높은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쓸쓸해지고 온갖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은 쓸모 없는 잡생각에 불과했지만.
오늘도 한가로이 호수를 헤엄치는 도중 친구의 부름을 들었다.
로쿠로쿠비.
이름은 세키반키라고 한다.
우리가 날뛰게 된 지난 이변, 퇴치당한 사이에 친해질 수 있을까 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로 친해지게 된 경우.
종족이 같은 것도 아니고, 이렇다할 정도로 닮은 것도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잘 맞아 서로 친해지게 되었다.
세키반키는 나를 불러 인간 마을에서 얻어온 술을 건넸다.
맛이 썩 좋은 술이었다.
그렇게 서로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인다.
술과 함께할 안주조차 없지만 서로의 그간의 얘기를 나누며 이야깃거리를 안주로 삼는다.
평화로운 한 때였다.
◆
"여, 인어."
"오늘은 술을 가져왔어."
"요 며칠간 인간 마을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는데-"
"응, 그랬지. 응."
"하하, 그랬어? 여전히 덜렁거리는걸."
"응. 오늘도 즐거웠어."
"그래, 그럼 다음에 볼까."
◆
겨울.
겨울의 신은 없지만, 겨울에 관련된 요괴와 요정의 힘이 특히나 강해지는 계절이다.
얼음을 사용하는 이들은 여기저기 있지만 특히나 거슬리는 건 호수 주변에 사는 요정이다.
호수 안에서 활동하는 내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바깥에서 시끄럽게 하는 건 조금 골치 아프다.
뭔가를 얼려 호수로 던지는 소리가 귀에 닿을 때마다 신경 쓰인다.
왜 이렇게 초조한 걸까.
최근에 세키반키를 만나지 못해서일까.
내 유일한 친구.
내가 마음을 튼 유일한 벗.
왜 나를 만나러 와주지 않는거니.
◆
""
""
""
◆
다시 겨울.
1년이 지난 건 아니다.
단순히 시간이 약간 흘렀을 뿐.
오늘도 바깥에서 요정들이 시끄럽다.
슬슬 한계가 가깝다.
언제쯤이면 조용히 해줄까.
아아, 내 유일한 벗이여. 너는 언제 다시 나를 찾아와줄까.
제발 나를 만나러 와줘.
◆
"응. 괜찮아. 오늘 하루 정도야."
"며칠째냐구? 글쎄, 제대로 센 적도 없으니 모르겠는걸."
"애초에 매일 만나러 간다는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응. 요즘은 너와 함께 있는 게 더 즐거운 걸."
"앞으로도 내 곁에 있어줘."
"카게로."
◆
계속해서 겨울.
오늘로 한계다.
요정들을.
혼내주러 간다.
◆
"오늘은 뭐하고 놀까?"
"안개호수? 그러지 뭐. 물 주변으로만 안 가면 될 일이니까."
"물 주변은 왜 안 되냐구? 당연하잖아."
"거긴 히메가 있는걸."
◆
계속해서 겨울.
요정들은 호수에서 멀어졌다.
탄막으로 혼낸 것이 조금은 들은걸까.
호수는 조용하다.
호수는 조용해졌다.
호수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세키반키.
너는 왜 나를
■■■■ ■■ ■■.
◆
"오늘은 어떡할래?"
"낚시?"
"하지만…낚시라 해도 말이지…"
"…그러지 뭐, 히메를 꼭 만나리라는 법도 없으니."
"가자, 호수로."
◆
아직도 겨울.
얼마나 지났을까.
세키반키를 만난지.
세키반키와 술잔을 나눈지.
세키반키와 이야길 한 지.
세키반키를 본 지.
세키반키.
세키반키.
세키반키세키반키.
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
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
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
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
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
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
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
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
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세키반키
◆
"음, 아직 추운걸,"
"낚싯대는 가져왔어?"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큰 것이 낚이면 좋겠는걸."
◆
겨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조용해진 호수.
너무 조용한 호수가 익숙해질 무렵.
귓가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호수에 빠지는 소리였다.
한창 신경이 곤두선 내게 그 소리는 정말 큰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간다.
찾아가서.
화풀이를 할 뿐이다.
◆
"음…역시 겨울이라 별로 없나."
"빙어 낚시 같은 거라도 해볼걸."
"…음?"
"엇, 카게로! 입질이 왔어!"
"이거 엄청난걸!"
◆
겨울.
왜?
대체 왜?
내가 아니라
왜 그 늑대야?
왜 나를 버리고.
그 늑대를?
세키반키.
왜 너는
찾아오지 않는 거야.
아아, 그래.
너는.
그 년에게 홀린거야.
◆
"…어, 카…게로…?"
◆
겨울.
꼴 좋다, 늑대년.
늑대년의 머리를 탄막으로 날려버렸다.
낚싯줄을 당기니 대어인 줄 알고 좋아했겠지.
멍청한 늑대년.
너 같은 건 세키반키에게 어울리지 않아.
세키반키에게 어울리는 건
자, 그럼…
반키, 거기 있어줘.
지금 네 얼굴을 보러 갈게.
◆
"…히메?"
"이거…네가 한 짓이야?
"대체 무슨 짓을…!"
◆
겨울.
왜?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나는 네가 좋아서 한 일인데.
너를 위해 한 일인데.
너를 위한 일이었는데 너는 기뻐해주지 않는 거야?
그럼 나는
지금까지 대체
뭘 위해.
누굴 위해.
여기서 널 기다렸던 거야?
반키.
세키반키.
아아, 나의 벗.
내 유일한 친구여.
너는 정말로, 나를 버렸구나.
◆
"…히메…이게…무슨…"
◆
차디찬 겨울.
안개호수.
과거, 붉은 안개의 영향으로 붉게 비쳤다는 이 호수는.
평범한 안개가 드리워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빛을 받아 붉은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호수는 핏빛으로 물들어
호수를
내 몸을 붉게 적셔간다.
세키반키.
앞으로-
◆
"…………"
사자무언(死者無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언제까지고-겨울.
세키반키.
앞으로
영원히 함께야.
계속-계속-
--------------------------------------------------------------------------------------------------------------------
얀데레 결말은 나이스 보트라고 배웠습니다.
방송하면서 쓴 글.
쓰다가 목표로 한 팬아트가 바뀐 경우라 노선 전환이 좀 컸습니다.
자꾸 쓰면서 노선 바꾸는 버릇 좀 고쳐야하는데...
그럼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이만 총총.
P.S 원래 쓰던 그림↓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