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에서 떨어진 늑대는
사냥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죽어갈 뿐이다.
◆
천리안은 참으로 요긴한 물건이다.
아무리 멀리 있는 것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살짝 집중하면 원하는 것은 뭐든 볼 수 있는 눈.
내가 가진 능력은 그런 좋은 능력이지만
난 그 좋은 능력을 진지 경비와 사냥에만 쓰인다.
일족이 내게 내린 규칙.
능력을 함부로 쓰지 말 것.
우리 일족을 위한 지켜지지 않는 규칙이다.
나는 백랑 텐구.
내 이름은 이누바시리 모미지다.
◆
진지를 순찰하던 도중, 문득 천리안을 써보았다.
들키지 않도록 살짝.
어딜 볼까 하고 정한 건 아니지만 막연히 눈을 굴리다보니 한 마리의 늑대가 눈에 띄었다.
늑대는 무리에서 적응하기 힘든지 계속 뒤처지기만 했다.
사냥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사냥을 끝낸 후에도 가장 나중에 사냥감에 입을 댔다.
딱 보기에도 주변 늑대들에게도 괄시당한다.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듯 그 늑대 자신도 자주 풀이 죽는다.
무심코 그 모습을 응원한다.
-아냐, 너도 뭔가 할 수 있어.
-너는 다른 늑대와는 다른 무언가를 가졌을 거라고.
그렇게 응원하는 도중 자신이 순찰중이었다는 걸 깨닫고 정신을 차린다.
하마터면 능력을 함부로 사용했다 하여 문책받을 뻔 했다.
◆
숙소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천리안을 발동시킨다.
그리고 산 여기저기를 훑으며 그 늑대를 찾는다.
이윽고 그 늑대를 찾았을 때, 늑대는 여전히 뒤처지는 듯 했지만 아직까지 큰 위험은 없는 듯 했다.
오늘은 이 늑대가 잘 때까지 나도 잠들지 못했다.
◆
"임무입니까?"
"탈주한 텐구를 붙잡아 오는 일이네."
"이 자는-"
높으신 분이 건넨 서류를 훑는다.
표적이 된 텐구는 주변에서 안 좋은 뜻으로 유명한 텐구였다.
임무 수행 능력이 그리 높지 않아 주변 텐구들에게 무시당하고 따돌림 받던 텐구였다.
-문득, 어제 본 그 늑대가 머릿속을 스쳤다.
"괜찮은가?"
"-아, 네."
"그 텐구는 우리의 보물을 들고 달아났네. 사로잡을 수 있다면 사로잡는 게 좋겠지만 그렇게 못 하게 된다면-"
"......"
"죽여도 좋네."
◆
그 날, 바로 임무로 들어갔다.
수색은 나 혼자.
평소의 임무 수행 능력을 높이 산 걸까.
단순히 천리안 능력을 높이 한 걸까.
천리안을 이용해 산 전체를 수색한다.
그리고 마침내, 표적을 찾았다.
다리를 다쳤는지 그리 빠른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등에 맨 짐.
저게 훔쳐 달아났다는 보물인 모양이다.
천리안을 해제하고, 그녀가 있는 방향을 향해 뛰어나갔다.
◆
"-역시 당신이 오셨군요, 이누바시리 선배."
다리를 다친 그녀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달린 나는 순식간에 그녀를 추월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다리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엉망진창이다.
"얌전히 잡혀줬으면 좋겠어. 더 이상 다치긴 싫을 거 아냐?"
"...얌전히...라."
키득, 하고 웃는 그녀.
"-뭐가 우습지?"
"...아뇨, 그냥 웃겨서요. 저 같은 열등생 텐구를 선배처럼 우수한데다 천리안을 가진 분이 쫓아올 줄은 몰랐거든요."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거 아세요, 선배?"
"...?"
"무리에서 떨어진 늑대는 곧 죽게 돼요."
갑작스런 화제에 나는 잠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저는 항상 다른 이들보다 열등했죠. 검술은 검술대로. 능력은 능력대로. 다른 건 다른 것대로. 누구보다도 약하고 약했어요."
그녀는 분하다는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제가 뭔가를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고개를 푹 숙이더니 그녀는 말을 쏟아내었다.
"이런 나라도 일족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거다, 이런 나라도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거다, 이런 나라도 나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거다! 그렇게 믿어왔다구요!"
"-그럼 지금은 그렇게 믿지 않는다는 거야?"
"믿지 않는게 아니에요."
말을 쏟아낸 그녀는 나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게 된거지."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칼을 뽑아-
스스로의 목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저 자신을 위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
보물을 회수해간 나는 경과를 보고했다.
높으신 분은 어쩔 수 없지, 라면서 보물만을 가진채 돌아갔다.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오늘은 순찰도 없으니 푹 쉬는 편이 좋을 거 같다.
◆
"-늑대의 대량 발생으로 수를 줄이기 위한 사냥을="
"-새끼들은 잡지 말고 다 큰 녀석들로만-"
"-요즘은 저희가 사는 곳까지 와서-"
우리 진지에서 늑대를 사냥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최근에 늑대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며 텐구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되자 사냥을 하기로 나선 것이다.
갑자기, 가슴 한 켠이 아파왔다.
◆
그리고 우린 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순조롭게 늑대를 사냥하고, 사냥했다.
그렇게 꽤 많은 양의 늑대를 사냥하자
"앞으로 한 무리 정도만 잡을까요?
그 말에 나를 제외한 텐구들이 동조했다.
지금 보기에도 꽤 잡은 거 같았지만, 그들은 아직 부족했던 모양이다.
"이누바시리, 그 눈으로 봐주겠어요?"
"-네."
할 수 없이 천리안을 사용한다.
가장 가까운 곳부터.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온 한 무리의 늑대.
그 즉시 천리안을 해제하고 늑대들이 있는 방향을 말했다.
◆
그리고 내가 찾은 늑대 무리들은-내가 전에 눈으로 보았단, 약한 늑대가 있는 무리였다.
우리는 늑대들을 뒤쫓았다.
늑대들은 빠른 속도로 뛰었지만 텐구들은 그보다도 빨랐다.
게다가 그 늑대는 어떠하랴.
다리가 불편했는지는 몰라도 평소보다도 더 뒤처진 그 늑대는 뭔가 결심했는지 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리가 느리기에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동료를 구하려 한 것일까.
하지만 그의 희생이 무력하게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건 나뿐이었다.
다들 더 큰 무리의 늑대를 쫓았다.
쫓고 쫓았다.
나만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만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보내줄까?
아니면 죽일까?
어느 쪽이든 나는 선택할 수 없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얼마 전에 죽은 텐구.
내 눈 앞에서 ■■한 그 텐구가 이 늑대와 겹쳐보였다.
다른 이들보다 열등하다 생각하여 노력했지만 그조차 부질없다고 느꼈을 그녀를 생각하니 이 늑대조차 가엽게 여겨졌다.
나는 과연 그녀를 이해했을까.
나는 과연 이 늑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심 끝에 나는-
쓰다보니 쓰고 싶던 결말과, 주제를 크게 벗어나게 되어 중간에 끊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역시 전 좀 더 어둡게 써야 하는듯 -_-;;
진짜로 졸려와서 이만 자러가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즐동게!
오랜만의 창작활동 참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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