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사토미미 미코 - 上(2)
언젠부턴가 그것은사람들의 볼거리가 되어있었다. 종교가들의 신앙을 얻기위한 단순한 싸움, 쓸데없이 크게 부풀려선 종교전쟁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할 일 있는 사람들이나 종교전쟁을 보며 누군가를 응원한다.─혹은 누군가에게 돈을 건다─ 그것만으로 삶의 의미를 가지게 된 사람이 있다.
그만큼 종교전쟁은 볼만했다. 이기는 게 다인 단순한 다툼. 그러나 그 단순한 다툼도 종교가들에 의해서 화려하고, 긴장감 넘치고, 항상 예상을 벗어나는 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극에 달하는 대결이 지금 막 시작하려했다.
도교의 대표자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그리고 불교의 대표자인 히지리 뱌쿠란. 둘은 각각의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항상 여유로움이 넘치던 표정 대신 살짝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히지리를 쳐다보았다. 히지리는 만면에 웃음을 띄고 미코의 시선을 받아넘겼다. 미코는 손에 들고 있는 보검을 히지리에게 겨누었다. 망토는 펄럭였고, 사람들은 환호했으며, 미코는 입을 열었다.
"그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 것도 여기까지입니다, 히지리."
"어머, 과연 그럴까요? 저번에도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 말이죠? 누구였더라……."
"……."
미코는 아무 말 없이 히지리를 쳐다보았다. 미코는 히지라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 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히지리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 그렇죠! 소가노 양이었지요?"
히지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미코는 침착하게 보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군가에겐 전재산이 걸린, 누군가에겐 단순한 볼거리일 뿐인, 그리고 누군가에겐 복수전인 단순한 다툼이 시작되었다.
미코가 보검을 거두며 휘날린 망토가 펄럭거리며 미코의 몸을 가렸다. 그리고 망토가 펄럭거리며 떨어졌을 때,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단순한 쇼맨쉽이지만, 쇼맨쉽이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하지만 그건 속임수, 마술과도 같다. 미코는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나 히지리의 앞에 나타났다. 히지리조차 미코가 자신의 앞에 나타날 때까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검이 역광을 발하며 칼집에서 뽑아져나왔다. 히지리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미코의 순간이동 못지 않게 히지리의 반사신경 역시 뛰어났다. 인지한 순간 그녀의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경이로운 반사신경은 미코의 보검이 허공을 가르게 만들었다. 눈부신 잔광이 보검의 궤적을 뒤따랐다. 하지만 검광은 그대로 빛을 발하며 탄막이 되어 2차적으로 히지리를 노렸다. 빈틈이 없는 연속 공격이었다.
검광과 탄막이 코 앞에 들이닥칠 기세였지만 히지리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본격적인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건 단지, 전초전도 일뿐이다. 그리고 히지리는 다시 움직였다.
*
퍽!
호쾌한 소리와 함께 히지리의 주먹이 미코의 복부에 박혔다. 탄막의 틈을 뚫고 들어간 이후의 정권. 미코는 상상 이상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들 동시에 받았다. 누군가의 발소리, 숨소리, 목소리로부터 그 다음 행동, 즉 미래를 예상할 수 있고, 그 소리를 최대한 억제해서 소리를 감춘다 하더라도─사실 이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바람소리로부터 누군가의 움직임을 추측할 수 있는 게 바로 성덕태자,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다. 하지만 히지리는 그걸 가볍게 비웃으며 미코의 예상을 벗어난 동작으로 미코의 허를 찔렀다.
이것이 바로 종교전쟁의 묘미! 항상 예상을 빗겨나간다!
하지만 미코는 자신에게도 그것이 적용될 줄은 예상도 못했다. 위액이 역류하며 미코의 목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미코가 그걸 내뱉을 새도 없이 히지리의 돌려차기가 미코의 얼굴에 적중했다. 미코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신음소리가 나오기 직전 히지리의 팔꿈치가 미코의 성대를 노렸다. 그것이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정신을 차려보니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그녀는 이상한 방 안에, 이상한─허나 보기 좋은─ 옷을 입은 채 사슬로 묶여있었다. 그리고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히지리가 그 예의 '동방조교전'을 들고 들어왔다. 한동안 미코는 이를 갈며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히지리는 신경도 쓰지않고 책에만 집중했다. 어느정도 읽었을까, 히지리는 책을 덮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미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미코의 손목과 발목을 묶은 사슬을 풀기 시작했다. 미코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회였다.
사슬을 어느정도 풀어가자 히지리는 한 손으로 미코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푹신푹신한 머리카락. 부엉이귀를 닮은 머리칼을 히지리의 고운 손이 쓸어넘겼다. 미코는 여전히 표독적인 얼굴로 히지리를 쳐다보았다. 이건 무슨 장난이지?
"히지ㄹ……."
퍽!
미코가 그녀의 이름을 모두 내뱉기도 전에 사슬을 모두 풀어버린 히지리의 손이 미코의 복부에 다시 박혔다. 미코는 고통에 얼굴에 일그러뜨렸고, 신음을 내뱉었다.
미코가 고통에 힘겨워하는 사이 히지리는 풀어버린 사슬을 미코의 목에 휘감았다. 사슬이 한때 성덕태자라고 불렸던 인물에 마치 개목걸이처럼 휘감겼다. 히지리는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또박또박, 그리고 친절히 미코에게 말했다.
"어머, 주인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무례하네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이제부터 착실히 교육시켜드릴게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아니. 토요사토미미 미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단 한 권의 책─동방조교전─ 때문에 벌어진 이야기다.
-----------------------------------------
상편 끝!
중편 예고.
타락한 주지승은 태자님에게 굴복 각인, 쾌락 각인, 고통 각인 등 다양한 각인을 새기게 되고
태자님을 따르던 두 신하들을 이걸 알게 되는데...
그리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깡패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믿거나 말거나
(IP보기클릭).***.***
왜 미코 누나를 괴롭혀요 ㅠㅠ
(IP보기클릭).***.***
왜 미코 누나를 괴롭혀요 ㅠㅠ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