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이이이이~잉
날아온 포격으로 인해 생겨난 이명이 내 귀를 괴롭히고 있었다. 머리카락과 귀의 털이 타들어가고 살갖이 익는 냄새가 내 코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붉은색의 섬광탄이 우리의 매복을 쓸모 없는 행위로 만들고 있었다.
"ㄷ.... ㄷㅈ...."
소리가 들린다. 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장! 살아있는 ㄱ..."
푸욱
00467 녀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왕당파의 총탄이 머리를 꿰뚫었다. 내 얼굴에 튄 녀석의 피와 뇌수를 닦아내고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00887은 포격에 직격당해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00914는 화염방시기를 키고 이리저리 연료를 뿌려대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왕당파 달토끼들을 막아보려 하다가 가스통에 탄환을 맞고그대로 폭발해버렸다. 00475은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총검으로 돌격해오는 왕당파 달토끼를 난도질 하고 있었고 00475의 친구인 00174는 녀석의 등을 맞대고 총을 거꾸로 쥐고 방망이마냥 휘두르고 있었다.
"죽어! 죽어! ㅆ발 난 여기서 안 죽어! 살아서 승진도 하고! 돌아가신 부모님 묘자리도 구해드리고! ㅆ발 이렇게 죽진 않을거라아아아아아아악!!!!!"
왕당파 전차의 화염방사기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화염이 녀석들을 덮쳤다. 녀석들은 절규하면서 고통에 몸을 뒤틀며 바닥을 구르다가 죽었다. 00475 녀석은 이제 장례 치를 돈도 없어서 자기 집 구석에서 썩고 있는 자기 부모 시신도 수습 못하게 되었다. ㅆ발. 난 녀석의 총을 집고는 달려오는 왕당파를 향해 그대로 투창같이 내던져 녀석의 왼눈을 꿰뚫었다.
이렇게 된건 다 내 탓이다. 그들이 나를 통해서 우리에게 부당한 명령, 죽으라는 명령의 완곡한 표현을 보였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반항하지 못하고 날 믿어준 녀석들에겐 한마디 못한 나의 잘못이다. 명령을 받아들여선 안됐었다. 그 자리에서 그딴 명령을 내린 그 병ㅅ새끼들을 죽여버렸어야 했다.
그래도 나와 녀석들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모든것을 다해서 싸웠다. 탄환이 다 떨어진 총을 버리고 적의 무기를 주워서 쏴댔고 박격포를 갈겨대다가 박격포가 박살나자 포탄을 들어서 바닥에 찍고 던졌고 탄환이 다 떨어진 총의 개머리판마저 부서지자 바닥에 널린 돌을 집어서 던져대고 적병을 때려눕히고 죽을때까지 두들겨 패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끝까지 나와 함께 싸우던 00024가 쓰러지고 왕당파들의 개머리판에 내 머리를 후려맞고 의식이 흐려져가면서 난 한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러려고 여기 온게 아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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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포 포로 심문 영상 #9-
"이름이 뭐지?"
"..."
"오늘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건가?"
"..."
"잘 들어. 군부는 애초에 너흴 죽일 생각으로 그곳에 보냈던거야. 그리고 도시에 있던 너네 패거리들도 패배자의 가족이란 이유로 잡아다 죽였다고. 이러고도 녀석들에게 충성하는건가?"
"..."
"소득이 없는건가. 됐어. 녀석을 다시 감방에 가둬. 대체 어떤식으로 세뇌를 했길..."
"...어야했어..."
"뭐라고 했지?"
"그 새끼들. 그 자리에서 죽였어야 했어."
"그 녀석들이라니. 군부를 말하는건가?"
"그런데 난 못했어. 그래서 다 죽은거야."
"그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말 할 생각 있으면 처음부터 하라고. 그래, 우선 이름부터 말해봐."
"나와 녀석들에게 이름은 없었다. 번호와 별명만 있었을뿐."
"군부 녀석들은 그런식으로 달토끼들을 다루는건가... 그렇다면 번호는?"
"...01000. 내 동료들은 날 레이센(零千)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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