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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 !」 틈새 너머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캇파 토벌을 위해 산을 오르던 병사들이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앞쪽 대열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뒤를 따르던 병사들이 주춤 거리며 주위를 둘려보며 경계를 취했다. 그들은 앞 대열이 너무 급작스레 쓰러진 바람에 어떤 공격에 당했는지 조차 파악이 안 되는 눈치였다. 이 상황을 틈새의 눈을 통해 지켜보던 유카리는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는 것처럼 무표정했다. 그리고 틈새를 통해 같이 지켜보고 있던 기예유와 스이카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이 상황을 예견이나 하고 있었다는 듯 아무 말 않았다. 말은 않고 있지만, 이 상황에 저마다 느끼는 바 있을 것이다. 기예유의 경우엔 이랬다. 이 토벌전은 인간들에게 있어 매우 불리하다고. 제 아무리 대군이라 해도 전장이 된 산은 캇파들의 진지이며, 캇파들에게 있어 산 구석구석이 자기 집 앞마당 마냥 훤할 것이다. 그에 비해 토벌대들에겐 생소한 곳이며 또 아침부터 계속된 행군으로 상당히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짧은 휴식만 가진 채 바로 토벌을 강행하다니. 기예유의 눈에는 토벌대가 너무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영주가 그리 명했던가. 대륙이라면 기본 중의 기본인 병법도 이 섬나라에서는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그 만큼 토벌대들은 무모했으며, 적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병사 몇이 쓰러져 있는 앞 대열의 병사의 몸을 살피더니 몸에 박혀있던 암기를 찾아냈다. 그 암기는 매우 날카롭게 벼려진 작달만한 촉이었는데 그걸 본 병사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캇파가 이 암기를 던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 산의 지형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이 드려나지 않도록 암기를 던진 게 틀림없었다. 암기를 발견한 병사들은 뒤 쪽의 병사들에게 조심하라고 소리쳤다. 캇파들이 근처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긴장을 놓지 말 라고 주의를 준 뒤, 조심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슈욱! 퓻! 병사의 가슴팍에 암기가 박혀들었다. 크아앗! 비명과 함께 쓰러진 병사 앞엔 멀찍이 여러 명의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는 철로 된 네모난 병기를 들고 있었고 머리는 하늘처럼 파랬다. 그 특징적인 머리색 때문에 인영의 정체가 캇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병사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뒤 쫒아오자, 몸을 돌려 산 안쪽으로 달아났다. 쯧. 틈새를 통해 지켜보던 기예유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바보 같이 저런 뻔하디 뻔 한 유인에 걸려들다니. 보나마나 캇파를 뒤 쫒는 병사들은 필시 함정에 걸려들고 말 것이다. 대체 이 토벌대의 지휘관은 뭘 하고 있단 말인가. 토벌대는 제대로 된 군대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본은 돼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어중이떠중이 집합들인 모양이었다. 이 대로면 그녀가 원했던 결과가 아닌 캇파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유카리는 초초해 하기는커녕, 여유 있는 얼굴로 묵묵히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게 신경 쓰인 기예유는 그녀가 토벌대 말고도 숨겨놓은 수가 있을 거라 추측했다. '인간들은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는 거군.' 그녀 입장에서는 당연했겠지. 자신의 능력으로 캇파들을 조사하고 인간들을 조사했을 그녀가 전력의 차와 지리적 이점 등에 대해서 몰랐을 리 없었다. 아무리 인간들의 수가 많다고 해도 이 차이를 줄이기란 턱 없이 부족했을 거다. 캇파들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병기마저 가졌으니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다. 차도살인 방식을 쓰는 그녀이기에 이 부분에 있어 더욱 더 신중을 기했을 거다. 기예유는 앞으로 벌어질 토벌의 양상을 예상하며 시선을 틈새 너머에 집중했다. 「으아아앗 ─ !!」 기예유의 예상대로였다. 캇파를 뒤 쫒던 병사들이 보기 좋게 함정에 걸려든 것이었다. 발목 정도 밖에 안 오는 얕은 개울을 건너다 갑자기 덮쳐오는 거대한 강물에 속절없이 휩쓸려 버린 병사들은 한 순간에 물귀신 신세를 면치 못했다. 병사들을 집어삼킨 맹렬한 수마는 캇파들이 미리 설치 해 둔 댐과 함께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한 수공이었다. 그 수공으로 인해 캇파의 뒤를 쫒던 병사들의 대부분이 범람한 물에 떠내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기예유는 캇파들의 치밀함에 자그마하게 감탄했다. 과거 수나라를 망하게 했던 살수대첩. 그것이 지금 이 자리에 비교적 작은 규모로 재현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캇파에 비해 토벌대들은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이렇듯 양 진영은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방금 전의 수공으로 선두 대열의 대부분을 소실해 버린 토벌대는 사기 저하로 인해 혼란에 빠져버렸다. 저것이 정녕 요괴란 말인가? 캇파는 자신들이 알던 요괴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지혜롭다는 인간들 보다 더 지혜로운 요괴라니. 믿기지 않았으며 또한 너무 두렵기 짝이 없었다. 요괴에 대항하는 인간의 무기인 지혜가 되러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는데 어찌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둔탁한 둔기에 뒤통수를 쌔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토벌대들을 휩쓸었다. 「겁먹지 마라! 우리들에겐 퇴마사들이 있다!!」 캇파들이 전술을 이용하는 모습에 역력한 사기저하를 보이자, 그들을 지휘하던 장수가 고함을 내질렸다. 이대로 사기가 저하 된 채로는 토벌을 강행 할 수 없다. 이번 토벌의 결과로 자신의 출세가 결정 지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로서는 절대로 패해선 안 되는 중요한 전투였다. 지휘관은 따각따각. 말을 탄 채로 선두 대열로 나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놈들의 본진은 이 앞. 완만한 능선 아래에 있다! 험준하지 않으니 우리 군세를 막기 힘들 것이다!!」 캇파들의 본진. 그것은 퇴마사의 식신이 전해 준 정보였다. 사사산은 언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평탄한 능선을 하고 있었기에 본진의 캇파들은 대규모 토벌대들의 군세를 맞아 방어전을 펼치기 매우 불리해 보였다. 그 정보를 토대로 캇파들의 본진을 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지휘관은 아까의 함정에 겁먹을 이유 따윈 없었다. 방비에 힘쓴다 해도 이쪽은 대군이다. 수로 따지면 캇파들은 토벌대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선두 진영이 수공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어도 그걸로 전황이 바뀔 리 없었다. 지휘관은 병사들의 전의를 북돋기 위해 자신이 솔선수범하여 앞장서 나가기로 했다. 「나를 따르라 ─ !!」 비록, 출세를 중시하는 전형적 관료라고 하나, 그는 용맹한 사내였다. 그가 선두를 지휘하며 앞장서는 모습에 사기를 잃었던 병사들도 하나 둘 씩 전의를 불태우며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의 용맹은 물결치듯 모두에게 제대로 전해져갔다. 그리하여 멈추었던 행군이 재개 되었다. 이 대군의 전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그 수만 해도 약, 사 천. 이 대군이라 할 만한 토벌대의 군세는 누구도 막기 힘들어 보였다. 이 대군의 진격을 틈새 넘어 보는 스이카는 자신을 토벌하려 왔던 수많은 인간들을 떠올렸다. 분명, 악명으로 인해 꽤나 많은 수의 토벌군들이 자신의 목을 노리려 왔으나 저 정도로 많은 수는 보지 못했다. 그야 자신과 같은 대요괴는 수만 앞세운 군세 보다 명망 높은 퇴마사 한 명이 더 참전하는 것이 유리하니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하지만, 묘한 데서 자존심이 상하는 스이카였다. 토벌대의 진군 속도는 점차 속도를 높여갔다. 적의 본진이 바로 코앞이라 판단하고 단번에 칠 요량이었다. 우르르 하는 병사들의 발소리가 산 전체를 뒤덮었고, 산은 병사들의 모습으로 매워져 갔다. 발소리와 함께 산을 뒤덮는 그 모습을 벌이었다. 하늘 높은 곳에 있는 틈새를 통해 본 토벌대의 진격은 침입자를 배제하기 위해 요격에 나선 벌떼로만 보였다. 이 벌떼들은 산 전체를 빼곡하게 메워 가며 캇파들의 본진에 한 층 더 가까워져 갔다. 캇파의 진지가 눈앞에 그 모습을 드려내자, 토벌대의 발 굴림 소리가 더욱 커졌고, 진군 속도도 점차 빨라졌다. 와아- 하는 함성이 들린다. 캇파들의 본진을 공격하는데 앞서 전의를 다지는 함성이었다. 사기가 한 층 높아진 병사들은 곧 있을 캇파들의 요격에 대비하며 일단, 진군을 멈추어 전열을 재정비 했다. 멈추어 선 토벌대 앞에 드려난 캇파들의 본진은 거대한 암벽을 등에 지고 그 앞을 허술해 보이는 목책이 둘려 싸고 있었다. 겁을 집어먹었는지 목책 밖으로는 모습을 드려낸 캇파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토벌대 병사들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어지자, 그들 앞으로 지휘관이 걸어 나왔다. 전열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대충 둘려본 그는 눈앞에 보이는 캇파들의 본거지를 쏘아보며 검집으로 부터 칼을 빼내어 머리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잠시 행동을 멈추어 선 그의 주변으로 무거운 긴장감이 흘렸다. 그의 칼끝이 땅에 떨어지면 곧 바로 전열의 병사들이 돌격을 시작 할 것이고 궁병들이 적의 본진에 화살비를 뿌릴 것이다. 지휘관 바로 뒤에 위치한 병사들은 그의 검신을 숨죽여 지켜보면서 타들어가는 입술로 침을 삼켰다. 칼을 내려 공격을 지시하기 전까지의 공기는 무거웠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긴장된 가운데 병장기를 든 손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배어나왔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영원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이 흘렸고, '전군, 돌격!' 하는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그의 검신이 땅에 떨구어졌다. 「와아아 ─ !!」 함성이 폭발했다. 전열의 병사들이 적진을 향해 돌격하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려댔다. 그 끊임없는 함성은 공포를 잊기 위한 필사의 외침이었고,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 전열이 돌격하는 동안에 후열로 부터 무수한 화살들이 쏘아 올려졌다.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화살들은 커다란 호를 그리며 캇파들의 진지 아래로 장대비처럼 쏟아 내렸다. 방비를 위해 세워졌던 목책은 어마한 수의 병사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워 둔 빗자루가 쓰러지듯 힘없이 주저내리며 부셔져 갔다. 그런데도 캇파들이 대응해 오지 않는다. 혹시, 인간들의 군세에 겁을 먹고 다들 도망가 버린 걸까?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목숨을 보전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그 편이 당연히 좋았다. 그런 희망사항을 가슴에 품고, 캇파들의 진지 안으로 돌진해 들어온 병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발밑에서 부터 솟아오르는 날카로운 창이었다. 「으아악!」 피가 솟아오른다. 다리를, 허리를, 배를, 사타구니를 뚫은 기다란 송곳들이 진지 안에 발을 들였던 병사들을 선혈로 물 들였다. 아래로 부터 박혀 들어간 쇠꼬챙이들이 가슴이나 목, 입안으로 부터 뚫고 나와 있는 광경은 너무나도 처참했고 잔혹했다. 캇파들의 본진은 한 순간에 거대한 함정이 되어 안으로 밀고 들어온 이들을 쇠꼬챙이에 꿰여 죽게 만들었으며 아직 함정에 걸려들지 않은 병사들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도주한 병사들 역시 살아남지 못했다. 먼 곳에서 쏘아진 암기에 등을 허용하여 피를 흘리며 쓰려져갔다. 돌진했던 전열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자 그들을 지휘했던 지휘관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아 어쩔 줄 몰라 하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아직 토벌대의 수는 많다. 캇파들의 함정에 빠져 죽은 병사는 고작 십분의 일도 안 된다. 한 번 드려난 함정을 다시 써 먹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지휘관은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하며 토벌대들을 닦달 했다. 지휘관의 검신이 재차 땅을 향해 호를 그리자, 전 대열이 진지를 향해 진격해 나갔다. 캇파들은 자신들의 함정 주변에 숨어 역습을 가할 기회를 노릴 것이다. 그걸 역으로 이용해 일망타진하고자 한 그는 궁병들과 퇴마사들을 전열의 중간에 위치하도록 지시했다. 전열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적의 본진에 가까워질수록 그 대열을 변화시켜 가며 궁병과 퇴마사들을 중간에 보호하는 형태를 취했고, 무너진 목책 넘어 쇠꼬챙이에 꿰여진 채 시체가 되어버린 병사의 참혹함이 지휘관의 눈앞에 드려날 때 즈음. 예상대로 본진 안, 굴속에 숨어있던 캇파들이 그 모습을 일제히 드려내며 습격해왔다. 슈슉! 캇파들의 손에 들린 네모난 쇳덩이로 부터 암기가 발사되어 나갔다. 그 암기에 전열 바깥을 둘려 싸고 있던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려져간다. 토벌대에겐 이건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암기를 손이 아닌 특이한 도구를 통해 쏘아낸다니. 거기다 쏘아낸 이후 당연히 보여야 할 틈이 보이질 않으니 대응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공포를 가져오기 충분했다. 적어도 이 시대의 일본인들에겐 너무도 요사한 무기가 아닐 수 없었다. 슈슈슉! 슈슈슉! 캇파가 든 요사한 무기로 부터 암기가 연달아 발사 됐다. 도대체 저 무기는 얼마나 많은 암기를 품고 있 길래 밑도 끝도 없이 쏘아져 나가는 것일까? 병사들은 몸에 암기가 박혀 죽어가면서도 캇파들의 무기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나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렇게 토벌대들은 상상도 못했던 무기로 인해 예상치 못한 피해가 계속 늘어만 갔다. 궁병과 퇴마사들을 둘려 싸고 있는 병사들은 대다수가 징병된 자로 처음부터 전력 외에 시간 벌이 용도였지 만서도 이러다간 시간 벌이도 안 될 판이었다. 지휘간은 자신의 이해를 뛰어넘는 무기를 쓰는 캇파들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며 진땀을 흘렸다. 이 이상 피해가 늘지 않으려면 퇴마사들의 술법이 일 분 일 초라도 빨리 시전 되어야 한다. 궁병들이 화살로 응수하고 있지만, 그걸 로는 캇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기 어려웠다. 아직 인가? 진언을 외우고 있는 퇴마사 진영을 바라보는 지휘관의 얼굴은 시험 결과를 앞 둔 문관들처럼 초초한 기색이 역력했다. 캇파들이 쏘아내는 암기에 의해 바깥 대열의 병사들의 수가 줄어 들 수록 그의 초조함은 심해져만 갔다. 토벌에 성공하더라도 병사를 너무 많이 잃어 되러 질타를 받게 되지나 않을까. 그가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다른 퇴마사들 보다 먼저 진언을 마치고 술법을 부리는 퇴마사가 있었다. 한 눈에도 음양사로 보이는 흰 도복을 입은 술사. 냉철하고 도도해 보이는 얼굴은 다른 퇴마사들과 격을 달리하는 존재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넣은 부적 한 장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자, 쿠릉! 벼락이 치는 소리와 함께 한 마리의 뇌조가 되어 허공을 내달렸다. 부적으로 뇌조를 소환한 술사는 양손으로 수인을 만들어 진언을 읊조리며 집중했다. 「저자의 이름이 뭐였더라..?」 지휘관은 다른 퇴마사에 비해 유독 탁월해 보이는 술사를 눈여겨보며 옆에 있던 직속 부하에게 물었다. 「에.. 저 많은 퇴마사들을 전부 파악하고 있지 않은 관계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자는 다른 자에 비해 특출 나 보이는 군요.」 「뭐.. 됐다. 다른 퇴마사들도 조금은 저 자를 본 받았으면 좋겠군.」 부하는 술사의 이름을 알지 못했고, 이에 지휘관은 아직도 입을 웅얼웅얼 거리며 진언만 외고 있는 퇴마사들에게 불만의 시선을 던지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웅얼거리는 놈들은 그나마 낫지 어떤 놈은 퇴마사인 주제에 주문을 외지 않고 가만히 있는 자도 있으니 말이다. 저런 놈을 대체 왜 고용한 걸까? 술법도 못 부리는 주제에 퇴마사라고 자청하고 다닌 거라면 당장이라도 머리통을 깨 부셔 버리고 싶었다. 치지이이이─ 뇌조가 불꽃이 튀는 소리를 내며 지휘관의 머리 위를 지나 캇파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온 몸에 뇌전을 휘감은 새는 부적에 불어 넣은 술사의 영력이 술식과 결합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로 정확히는 술사의 의지 그 자체였다. 뇌조는 술자의 의지가 깃들어 먼 거리에서도 영격 조작이 가능하나 그 동안 본체라 할 수 있는 술자 자신은 무방비해 진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두텁게 둘려 싼 병사(고기 방패)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터라 이 약점은 상당 부분 보안 받는다. 술자 자신도 이 점을 이해하기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술법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파지지직! 털썩. 뇌조에 닿아 감전이 된 캇파가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죽은 캇파는 입고 있는 옷과 함께 온 몸이 새빨갛게 익어 있었고 퀘퀘한 탄내를 풍겼다. 캇파 하나를 절명 시킨 뇌조는 곧 바로 다음 캇파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파지직! 털썩. 파지지직!! 털썩. 캇파들은 자신에게 날라드는 뇌조에 저항 못하고 속절없이 쓰려져갔다. 뇌조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캇파들을 향해 끊임없이 날아 들었다. 닿기만 해도 전격에 의해 온 몸이 타 죽게 만드는 저 뇌조는 캇파들에게 있어서 천적과도 같았다. 차라리 불로 된 화조였다면 입으로 물 줄기를 뿜어내서 막아 냈을 텐데 이 뇌조에 물을 뿜었다간 되러 감전되기 쉬워지니 막아 낼 도리가 없었다. 이렇듯 뇌의 술법은 캇파들에게 있어 상성이 매우 나쁜 속성이었다. 저항하기 힘든 뇌조를 상대로 캇파들이 쓰려져가는 모습에 병사들은 환호성을 내질렸다. 그들의 눈엔 저 뇌조야 말로 자신들의 구세주이며 이 지옥과도 같은 전장에서 살아 돌아 갈수 있게 해주는 실 날 같은 희망이었다. 만약, 살아 돌아 갈수만 있다면 저 뇌조를 소환한 퇴마사를 찾아가 땅에 머리를 박고 큰 절을 올리며 그 은혜에 감사라도 표하고 싶었다. 그들에겐 목숨의 은인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뇌조는 하나. 제 아무리 캇파들을 빠르게 죽여 나간다곤 하나 그 이상으로 캇파들 손에 죽는 토벌대의 수가 비교 안 될 만큼 많았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암기들의 틈에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기본적으로 캇파들의 육체는 요괴답게 인간을 초월한다. 코앞까지 다가온 병사들을 들고 있던 암기 사출 무기로 때려잡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 중에서 인간들 손에 죽는 캇파도 있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정직하게 날아오는 화살들도 한 눈 팔지 않으면 맞아주질 않는다. 캇파들의 동체시력은 그 육체의 강함 이상으로 뛰어났다. 「에잇, 아직도냐!」 이마에 핏대 까지 솟아 오른 지휘관은 양 팔을 부르르떨며 이를 빠드득하고 갈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뇌조를 소환한 퇴마사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중 염불 외듯이 웅얼대고 있다니. 퇴마사인지 뭔지 하는 나부랭이들은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믿을 놈 하나 없었다. 술법을 펼치는데 원래 이렇게 나 시간이 걸린단 말이던가? 자신의 병사들에게 보호 받지 못했다면 당장 요괴 손에 죽어 나자빠졌을 놈들이 뭔 놈의 요괴퇴치사라 불리는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아니, 요괴들이 길어 빠진 술법을 완성하는데 기다려 주기라도 하나? 그러는 사이 화살을 쏘던 궁병들도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활시위를 당기다 피를 뿜으며 쓰려진 궁병의 가슴팍에 암기가 박혀있었는데 멀찍이서 암기만 쏘아대던 캇파들이 점차 토벌대의 진영 안으로 달려들기 시작 한 것이었다. 이대로는 궁병 뿐만 아니라 무능한 퇴마사들 까지 피해 입게 생겼다. 그렇게 된다면 제대로 술법 한 번 펼쳐보지도 못 한 채 죽은 꼴이 되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소하긴 했지만, 결코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었다. 지휘관은 캇파들이 이 이상 진영 내에 파고들지 못하도록 병사들을 밀집시키기로 했다. 큰 목소리로 외치는 지휘관의 명령은 그를 보필하는 장수들을 통해 전군에게 전달되었다. 캇파들에게 응전하던 전열의 병사들은 발길을 돌려 퇴마사를 중심으로 전열을 밀집 시켜갔고, 궁병들의 견제 사격만이 간간이 이어졌다. 그렇게 어떠한 자도 뚫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빽빽하게 밀집된 형태가 된 토벌대의 진영은 더 이상 궁병과 퇴마사들에게 피해를 입힐 캇파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암벽과도 같았다. 거기에, 방패 역이던 병사들도 살아남기 위한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먼저 쓰려진 병사의 시체를 방패삼아 자신의 앞을 가린 것이다. 캇파들이 백병전을 시도해 오지 않고 먼 거리서 암기만 발사하고 있는 것에 착안을 둔 하나의 대처 방법이었다. 이 방법으로 인해 아까까지 빠르게 그 수가 줄어가던 전열 병사들의 생존율은 눈에 띄게 향상 되었다. 즉, 고기방패가 진짜 고기방패를 쓴 것이었다. 모양새는 꽤 요상하기 짝이 없었으나, 이걸로 병사들의 피해는 크게 줄었다. 지휘관은 그것에 만족하며 안심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웅얼대는 퇴마사들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저, 시발 새끼들이!」 빌어먹을 식량만 축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퇴마사들이라고 생각하며 거침없는 육두문자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구사 하려는 술법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아직도.. 아직도! 주둥이를 나불나불 거리며 진언을 외고 있단 말인가. 절간의 중들이 외는 독송경도 저 지랄 맞은 진언 보단 짧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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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1 - 꽃향기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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