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째
니아브가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한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동행한다면 30분도 안걸릴 거린데...
'아무래도 불안해. 마을 안이라고는 하지만...!'
나의 불찰이었다. 함부러 그녀를 내보내는것이 아니었다...
나는 재빨리 나갈 준비를 하고 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녀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네...? 니아브가요...?"
성아였다.
가장 친했던 그녀또한 니아브의 행적을 알수가 없었다.
"아니요...신사에는 들르지 않았는데요..."
"그런가...알겠다."
"저...!"
성아가 나를 불러 세웠다.
"저도 같이 찾을수 있게 해주세요...가장 친한 친구예요. 반드시 지키고 싶어요!"
친구...인건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모코우를 떠올렸다.
"...알겠다. 말린다 한들 들을 네가 아니겠지..."
나와 성아는 이윽고 마을사람들을 모아 니아브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만약 보게된다면 나나 하쿠레이 신사로 가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리고 성아와 나는 마을을 뒤지던중 누군가의 말을 들었다.
"아? 그 언니요? 아까 어떤 백발의 남자 요괴가 데려가던데?"
요괴!
요괴라니...마을에서 대담하게 납치를 벌일 셈인가?
"어디로 갔는지 알수 있겠니?"
"동쪽 문으로 나가는거같았어요. 그쪽은 숲인데..."
"그렇구나. 고맙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성아와 함께 동쪽 문으로 향했다.
마을 동쪽문은 숲으로 향하는 길이 나있었다.
그곳은 여러 요괴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도 하며 가끔은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런 장소였다.
하지만 대부분 요괴가 그렇듯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부류는 극히 드물다.
아마 이번에 니아브를 데려간 놈도 그런 부류일 것이다.
녀석을 발견한다면...반드시 찢어 죽이리라.
"하아...하아...선생님!"
"힘든가...그러면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다. 나 혼자서라도 충분해"
"아뇨. 레이무를 불러올게요!"
성아는 그 말을 끝으로 마을로 향했다.
"제 시간에 도착할수 있기를..."
나 또한 걸음을 재촉하여 니아브의 흔적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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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날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니아브의 흔적 또한 찾기가 힘들어졌다.
"젠장...! 날이 저물기 전에...그렇지 않으면...!"
"꺄아아아아아!!!"
비명소리...
성아의 목소리?!
무슨일이지? 나는 재빨리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나뭇가지를 헤치고, 바위를 넘어 비명이 들린곳으로 향했을때 나는 비릿한 피비린내를 느낄수 있었다.
'설마...'
불안한 느낌을 머리속에서 지울수 없었다.
"안돼...니아브...!"
신이 있다면...그녀가 믿는 신이 있다면 정말로 간절히 빌고싶었다.
불행으로 가득찬 그녀 인생에 제발 행운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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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내가 도착한 곳은 어느 동굴.
그곳에는 성아와 레이무가 있었다.
성아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서...선생님...!"
성아의 손에 들린 옷가지는 니아브의 것이였다.
"그 옷은...!"
"니아브의 옷이야 케이네"
레이무가 말했다.
"선생님! 니아브가 위험해요! 제발...도와주세요!!"
나는 머리를 무언가로 두들겨 맞은것처럼 멍했다.
하지만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니아브의 찢어진 옷가지를 자세히 보았다.
핏자국이 없다.
그렇다는건 본격적으로 죽이지는 않을거라는건가...
'하지만 아까 그 피비린내는...'
다른 희생자의 피냄새인가?
혼잡한 머리속을 정리할수가 없었다.
결론은 하나다. 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것뿐.
"성아. 따라올거니?"
"네...무슨일이 있더라도 갈거예요...그러니 제발...!"
성아가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할수 없지. 따라오렴..."
나와 성아. 그리고 레이무는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안은 축축하고 습했다.
마치 사람의 입 안으로 들어온것처럼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점점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것만 같다는 불안한 생각을 지워버릴수 없었다.
"잠깐."
레이무가 말했다.
"뭐야 레이무? 뭘 발견한거야?"
레이무가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지 레이무? 어서 말해봐!"
"내가 착각한건지 모르게지만..."
레이무가 덜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피비린내가 나..."
으드득...빠드득...
레이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쪽이야!!"
레이무가 소리가 난곳을 향해 불빛을 비추며 말했다.
그곳에는...한 요괴가
흰 머리를 한 요괴가
누군가로 추정되는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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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서당 선생 나으리. 이제오시나??"
반갑다는듯이 흰 머리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뭐야 이거...설마...저..."
성아가 충격으로 말을 더듬었다.
"응? 이거? 아아. 마을에 있던 한 여자앤데. 데려와서 조금 즐겼지."
져석은 뜯다 남은 팔을 휘저으며 말했다.
"근데 그녀석이 있는 힘껏 저항하길래...홧김에 죽여버렸어. 몰을 물어서 확...! 크크...근데 원래는 즐기려다 풀어줄 생각이었는데 죽어버려서 당황하던참에..."
"아...안돼..."
"좋은 먹잇감이겠거니 하고 그냥 먹고있던중이었는데?"
흰 머리는 근처에 떨어져있던 머리통을 우리쪽으로 굴리며 말했다.
굴러온 머리통은 우리의 발치에 멈춰 얼굴을 보였다.
"...!"
"히...히익...!"
너무나도 간절히 바래고 바랬지만.
신은 나의 소원따위는 들어줄 여력조차 없었나보다.
"니..."
"안돼에에에에에에에!!!"
성아가 울부짖었다.
"어째서야!! 어째서어!!!"
"어째서냐고? 대답해주지!"
요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말할 필요 없어."
침묵을 유지하던 레이무가 입을 열었다.
"내가...직접 죽여버릴거야...!"
"아니...레이무."
나는 레이무를 가로막았다.
"뭐야...너도 방해할 셈인가!"
레이무가 불제봉을 나에게 겨누며 말했다.
"아니...이 아이는 나의 딸이나 다름없는 아이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분노를 주체할수 없었다.
"그러니...내가 하게 해줘...!"
"쿡..크하하하하하하!! 바보같은 소리!! 너같은 인간이! 이 몸을 상대하겠다고?! 어처구니 없는소리말아라 멍청한 자식!!"
흰 머리가 자지러지게 웃다가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인간...?"
나는 반문했다.
녀석은 아무래도 나에대해서 모르는 모양이다.
반인. 반요.
백택의 저주를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해서...
"그래! 인간!! 너도 이꼴 나기 싫으면 어서 꺼지는게 좋을걸!!"
"곧 죽을 녀석이 나불나불...잘도 지껄이는군..."
"...하?"
녀석이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듯이 말했다.
녀석은 나에대해서 모른다.
내가 반요라는것도. 백택의 저주를 품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오늘이 만월이라는 사실도.
"해는 저물었다."
끓어오르는 피를 몸 이곳저곳으로 흘려보냈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 하지만 나는 느낄수 있었다.
수백 수천의 눈이 나의 몸을 뒤덮고 나를 인간에서 요괴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만월이 되서야 나는 요괴가 된다.
"뭐...뭐야...고작 뿔 돋아나고 고리가 생긴거로 나를 이길거같냐아...?"
"너는...어리석다. 너무나도 어리석어서...동정심마저 생길 지경이야..."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 녀석의 앞으로 향했다.
내가 발걸음을 내딛을때마다 백택의 독기가 돌 틈에 스며들어 돌바닥이 검게 그슬렸다.
"큿...!"
요괴녀석이 당황하더니 재빨리 성아를 붙잡았다.
"오...오지마!! 한걸음이라도 가까히 다가온다면...!"
니아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모든것은 나의 잘못이다.
하지만 이걸로 너의 원수를 갚을수 있다면...
부디..나를 용서해주길 바란다...
"끄...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녀석의 잘려나간 팔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녀석은 고통을 못이겨 땅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세이코!!"
"레..레이무...니아브가..니아브가...흐윽.."
"그래...이제 괜찮아...괜찮을거야..."
나는 고통과 공포가 한데 어우러져 지어진 표정을 바라보았다.
"나의 제자를 건드린것은 나를 건드린것과 같아.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때는..."
나의 몸에서 검은 형상이 피어올랐다.
"후회해도 늦어!!"
"흐...흐아아아아아아아악!!!"
내 몸에서 피아나온 백택의 형상은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 삼켰다.
그리고 다시금 나의 몸으로 들어가버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성아는 니아브의 시체를 그러모으며 울고있었다.
간신히 찾은 친구를 잃은 그녀의 울음은 그 누구보다 슬프고 애처롭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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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성아, 그리고 레이무는 마을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마을사람들은 모두 니아브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했다.
나와 성아에게 위로의 말또한 건네주었다.
"...요괴에게 사람이 죽는것은 여기서는 흔한 일이다. 너 또한 그렇게 될뻔하지 않았던가"
나는 성아를 위로하려 했으나 역시 그나이대 애들에게 있어서 친구의 죽음이라는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선생님...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아니 믿을수 없어요...어제까지만 해도 활짝 웃던 앤데...갑자기 그런식으로 떠나버리는건...반칙...이잖아요..."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아이를 안아주어 좀더 눈물을 흘리게 하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며칠뒤 니아브의 장례가 하쿠레이 신사에서 치뤄졌다.
시체의 훼손도가 심해 어쩔수 없이 불교식 화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사에서 장례를 치루는건 상관없지만...화장을 하는건 명련사에서 해줬으면해. 그쪽도 그렇게 생각할거고..."
나는 혼쾌히 수락했다.
장례가 끝나고 요괴의 산 위에서 니아브의 재를 뿌릴때 성아가 내 옆에서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역사를 먹을수 있죠? 그렇죠?"
나는 아무말 없이 재를 뿌렸다.
"그러면 제발. 이 역사를 먹어치워주세요. 제발 우리 모두이 기억속에서...이 끔찍했던 일을..."
"역사는 먹어치운다고 잊혀지는것이 아니야. 머지않아 다시 기억해내고 괴로워하게 되지. 그렇기에 나는 이 능력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선생님..."
성아가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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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가 끝나고도 침울한 분위기는 몇주간 이어졌다.
성아 또한 기운을 차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말을 걸어도 예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기는 힘들어보였다.
"...내가 이 일을 해도 되겠는가 레이무"
"나는 상관 없지만...성아나 마을사람들이나 이번에는 그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거같네"
"그럴지도 모르지...워낙에 활달한 아이였으니..."
"네 마음대로해. 나는 별 간섭 하지 않을거야."
"그런가...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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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이 되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만월이다.
그 아이를 만난것도, 그 아이가 죽은것도 만월이다.
그러면...이 만월때 그 아이를 잊어버리는것도 허락될까?
나는 조용히 니아브의 역사를 지웠다.
이로써 내일이면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 아이를 기억하지 못하리라.
나는 정말로 이렇게 해도 좋은걸까...
"개인적인 고민이 심한 모양이네 선생"
"유카리..."
틈새속에서 비집어 나온 틈새요괴는 태연히 말했다.
"생과 사는 늘 있는 법이라구. 그런데 너무 풀죽어 있는게 아니야?"
"네가..."
나는 유카리의 멱살을 붙잡았다.
"네가 그 아이를 여기로 불러왔기 때문에...!"
"유카리님...!"
란이 재빨리 막으려고 했으나 유카리의 제지로 포기하고 말았다.
"바보같은 소리. 나는 오히려 그녀를 살려준거라고"
"살려줘...?"
"그래. 그 아이는 그당시 거기서 죽을 운명이였어. 사신또한 출발했었고."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를 도운거지? 함부로 저승에 간섭했다간 불이익이 생길텐데"
"일종의 변덕이지. 그 사신은 내가 잘 꼬드꼈고. 하지만 그 염마님께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몰라"
유카리가 부채로 입을 가린채 키득거렸다.
"그 아이는 마을에서 쫒겨난뒤 얼어죽어. 하지만 내가 환상향으로 그녀를 보냈기 때문에 오히려 목숨이 연장된거야. 그래봤자 몇개월이었지만..."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뭐. 요괴의 유흥이라 쳐두자고"
"역겨운 자식..."
유카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이내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어쨋거나 이번 일은 생각보다 새드 엔딩이었을지도 모르겠네...다음번에는 좀더 해피엔딩을 향하여 나아가보자구..."
이 말을 끝으로 유카리는 틈새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도 방의 촛불을 껐다.
그 아이가 보는 세상처럼 온 사방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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