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추적추적 쇼우의 몸을 적셔가며 내렸다.
이토록 암울하고 어두운 날은 경험하기 힘들것이다.
'평생을 후회속에 빠져 살도록해...'
자신에게서 떠나며 나즈가 했던 말이 머리속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
만약 자신이 좀더 이성을 유지했었더라면...만약 지신이 좀더 통제를 할수 있었다면 아까 그 상황에서 나즈가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풀이 죽어 축 쳐진채로 마당에 걸터 앉아 비가 내리는걸 보고만 있었다.
만약 죽어버린다면. 그러면 이 절의 모두가 다시 용서를 받을수 있을까?
쇼우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칠무렵 머리위로 폭신폭신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수건이었다.
곧 누군가 뒤에서 살짝 앉는 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머리에 뭍은 물기를 털어내주었다.
"그렇게 비 맞고 있으면 감기걸려요 쇼우"
온화하고 포근한 목소리.
히지리였다.
"히지리...제게 오지 마세요. 저는 이럴 자격이 없다는걸 아시잖아요"
"..."
"제발...이 이상 저를 괴롭게 하지 말아주세요..."
쇼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이상 당신을 괴롭힌다는 의미가 뭐죠?"
쇼우가 벌덕 일어나며 말했다.
"그만 하세요! 저는...아시잖아요. 저는 이럴 자격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도 사람이면 화를 내고...분노하고 그런것이 당연한것이 아닙니까?"
"쇼우! 너 말이..."
"그만하세요 이치린."
히지리가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던 이치린을 제지했다.
"저는...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어째서 당신은 저를 평상시때처럼..."
히지리는 말 없이 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빗속에 서있는 쇼우에게 다가가 쇼우를 끌어 안았다.
"더이상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지 말아주세요...부탁이예요..."
"히지리...어째서 저에게..."
"당신은 누가 뭐라고 하던간에 명련사의 일원인걸요"
히지리가 쇼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히지...리..."
쇼우가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죄송합니다...죄송해요...흐윽...죄...송..합니..."
히지리는 쇼우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요. 이제 괜찮아..."
빗속에서 두 인요는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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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쇼우는 히지리에게 말했다.
"보탑을 찾아오겠어요. 그리고 마을사람들에게 사과하겠어요"
"괜찮으시겠어요?"
히지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제가 자초한 일인걸요."
"그렇게 이야기 하신다면...부디 몸 조심하세요..."
"고마워요 히지리..."
둘은 짤막한 인사를 마치고 하나는 절로, 하나는 인간의 마을로 향했다.
머지않아 인간마을에 들어온 쇼우는 아까전과는 다른 싸늘한 눈빛을 받으며 마을로 들어왔다.
주변에서 자신에 대하여 수근거리는 소리. 대놓고 욕을 하는 부류. 또는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을 내려치기 위해 칼을 번뜩이며 치켜보는 눈빛.
아까와는 매우 달랐다. 모든것이 경게투성이다.
사람들이 많은 상가부근. 쇼우는 그 가운데에 서서 크게 외쳤다.
"모두들 들어주세요!!"
쇼우위 외침에 상가 일대는 금세 조용해졌다.
모두가 쇼우를 바라보았다.
"아까일은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쇼우는 이 말과 함께 머리를 땅에 박았다.
잠시동안 긴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침묵은 머지않아 깨졌다.
"사과만 한다고 모든게 용서될거라 생각하냐! 요괴자식!!"
"꺼져! 여긴 네놈같은 난폭한 요괴새끼가 올 장소가 아니란 말이야!!"
사람들의 폭언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쇼우는 고개를 들어 재차 외쳤다.
"제가 마을의 사람을 공격한것은 매우 잘못한 일입니다!! 순간 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여 감정적으로 대처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시끄러워! 장사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지란 말이야!!"
계란 하나가 날아와 쇼우의 머리에 맞아 부숴졌다.
"제발...용서해주세요..."
하지만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사람들은 쇼우에게 달려들어 발길질을 하며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죽어! 죽으라고 요괴자식!"
"내가 네놈 앞에서 기도를 했다는거 자체가 인생의 수치야!"
"종교라는걸 애당초 믿는게 아니였어! 네놈때문에 나까지 미치광이 취급 받을뻔했잖아!!"
고성과 폭언, 그리고 발질길과 주먹질, 각종 오물이 쇼우를 공격해왔다. 하지만 쇼우는 그저 엎드린채 꿋꿋이 버티며 계속 죄송하다는 말을 해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쇼우의 의식이 아득해져 그저 무의식으로만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기 시작했을때. 마을사람들은 쇼우를 마을 바깥까지 멀리 내다 버린 뒤였다.
진짜 호랑이와 같은 위엄을 풍기던 머리는 흙과 계란등에 뒤덮혀 더렵혀졌고 아름답던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간신히 몸을 가릴 정도였다.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정신이 혼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것만 인식할뿐.
나무등걸에 기대어 무의식적으로 계속 죄송합니다라고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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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린은 마음이 심란했다.
물론 자신의 주인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일어난 일이지만 주인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데에는 원인이 있을거라 짐작했다.
본디 아무 일이 있지 않고서야 맹하고 온화한 주인이니까.
"바보같으니라고...감정을 주체하지 못한건 그쪽이 아니라 내가 아니였던가..."
마을에서 나즈린의 존재를 아는자는 매우 드물다.
제대로 정체를 드러낸 적도 없을뿐더러 나즈린은 쇼우나 히지리의 명령을 따라 재보를 찾는 일에 열중해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부대끼는것보다는 혼자서 일하는것이 더 편했던 이유도 있었다.
"일단 그 사건의 원인을 찾아야해"
사건의 전말을 아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있던 구역에서 일어난 소동이라 사건의 전말을 물어보기만 하면 그 구역의 대부분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즈린이 입수한 정보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호랑이요괴(쇼우)가 장을 집어던져 한 사내의 팔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는것
또 다른 하나는 날라리 패거리들이 쇼우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붙혀왔다는것.
마을에서 모은 정보를 토대로(자신이 쇼우의 성격을 잘 앎과 동시에 객관적으로 보았다는 가정하에)내린 결론은 후자가 이번 일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바보같은 주인...그런 일이 있다면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으면 좋았을것을..."
명련사로 돌아가면 풀이 죽어있을 주인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미안하다는 뜻으로 보탑을 찾아준다면 쇼우도 기뻐하지 않을까?
이런생각을 하며 마을 밖을 빠져나왔을 무렵 나무등걸에 한 여인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데에도 거지가 있나? 위험한 장소인데...'
나즈린이 여인의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갔을때 나즈린은 경악을 할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주인인 토라마루 쇼우가 반시체가 되어 정신을 잃어버린체 쓰러져있었기 때문이다.
"주...주인?"
나즈린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물었다.
"죄...죄송합니다..."
"주인!! 나다! 나즈다!! 못알아 보겠는가!!"
"죄송...합...니..."
"빌어먹을..."
급한 일이 생겨버렸다.
보탑을 찾아 주인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는것보다는 명련사로 돌아가 히지리에게 쇼우를 데려다 주는것이 더 급한 일이다.
"저...정신 차려라 주인...! 정신 차리는거다!! 죽으면 안돼!!"
쇼우는 대답대신 피를 울컥 토해냈다.
마음이 급해진 나즈린은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댔다.
"심장이 약하게...! 안돼!!"
나즈린이 쇼우를 붙잡으며 말했다.
"정신차려 주인!! 죽지말라고!!"
"죄송...합니다..."
"정신 차리라고!! 토라마루 쇼우!!!"
나즈린이 크게 외쳤다.
"죽으면 안된다고...죽지마!!!"
두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것도 무시한채 토라마루의 멱살을 붙잡으며 외쳤다.
"나즈린!!"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니 히지리와 이치린이 오고있는것이 보였다.
"히지리...쇼우가...주인이...!"
"말 하지 마세요. 다 알고있습니다. 불안한 느낌이 든다 했더니 결국..."
"우리를 위해서 마을로 갔다가 모진 꼴을 당했다...어떻해!! 주인 죽으면 안돼!!!"
나즈가 흐느끼며 말했다.
히지리는 그런 나즈린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거예요. 그녀는 우리 절의 일원인걸요.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거예요"
히지리가 마인경권을 꺼내며 주문을 외웠다.
"나즈. 갑시다"
"으...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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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났다.
나즈린은 의식을 잃은 쇼우의 곁을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밤새 보살폈다.
"나즈린. 이제 그만 쉬어. 나머지는 우리가 해줄테니까"
이치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니다. 이치린...나때문에 주인이 이렇게 되었다. 내가 보살펴야한다"
"나즈린..."
이치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즈린의 모습은 초쵀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정신차리는거다..."
나즈린이 물수건으로 쇼우의 얼굴을 닦았을때 쇼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주...주인? 주인!! 정신이 드는가?!"
"뭐? 나즈? 쇼우가 정신을? 언니!! 언니이!!"
이치린이 급히 히지리를 부르러 달려갔다.
쇼우가 천천히 눈을 뜨며 주변을 살폈다.
"여..여기는..."
"정신이 드는가?"
"나..나즈?"
나즈린이 쇼우의 품 안에 뛰어들며 울먹였다.
"정말로 죽는줄 알았단 말이다!! 바보 주인.."
"미...미안해요 나즈린..."
쇼우가 품 안에 뛰어든 나즈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흠흠...!"
나즈린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진짜 나즈린이네요"
"그럼 나말고 다른 나즈린이 있다는 말인가 주인?"
"그렇네요..."
나즈린이 쇼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주인...내가 오해를 했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미안하다 주인..."
"아니요. 제대로 처사를 하지못한 제 잘못이죠.."
쇼우가 멋쩍게 말했다.
"아참...미안해요 나즈린. 보탑...결국 못찾았어요..."
"보탑말인가..."
나즈린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배게맡에 놓여있는 자그마한 보탑을 쇼우에게 주었다.
"이건 내 조그만 사과의 의미다 주인. 앞으로 더 열심히 주인을 모실거다"
"나즈린...고마워요"
쇼우가 나즈린을 힘껏 껴안았다.
"주...주인! 숨막힌다!! 주인...!"
"아...죄송해요...!"
쇼우가 팔에 힘을 풀며 말했다.
"근데 어쩌죠...이제 그 날에 있던 일때문에 절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텐데..."
"아, 그건 걱정마라 주인. 히지리가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가서 사건의 전말을 전부 이야기 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오해가 풀렸을것이다."
"아아...그거 다행이네요..."
쇼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그쪽녀석들이 깡패 패거리인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주인의 모습을 보고 불교에 입문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즈가 웃으며 말했다.
"주인. 잘해주었다."
나즈린이 일어서서 쇼우의 머리를 토닥토닥 두들겼다.
아마 며칠뒤면 모든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쇼우는 다시 본존불로 서서 사람들의 기도를 받아주며 그 기도가 이루어지길 비사문천에게 빌겠지(비사문천이 그 기도를 받아줄지는 미지수지만)
그리고 히지리는 언제나 법도를 설파하겠지.
그래. 며칠만 기다리면 다시 모든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참. 그 날라리 3인방은 어떻게 되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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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일주일 전으로 흘러간다.
쇼우가 명련사로 실려가고 나즈린은 아무도 모르게 인간 마을로 다시 돌아갔다.
자신의 동료들을 알게모르게 숨겨 데리고.
날라리 3인방은 쉽게 찾을수 있었다.
마을 외진곳의 골목길에서 돈이나 ㅁㅁ 있었으니까.
"아앙? 이 꼬마 요괴는 뭐야?"
어깨에 붕대를 두른 사내가 다가왔다.
"귀여운데? 너. 내 몸종이나 하지 않을래? 정말 귀여운 아인데?"
주변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나즈린의 머리에 손을 대려는 순간 한줄기 섬광이 사내의 팔을 스치더니 이내 왼팔은 자신의 몸과 영영 이별을 하게 되었다.
"끄아아아아아아!!"
"뭐야! 이번엔 또 뭐냐고!!"
"또야? 이번에도 저 놈이 다친거야?!"
"튀어!! 튀라고!!"
3인방은 전속력을 도망쳤지만 이내 막다른 길에 몰리고 말았다.
나즈린은 그 뒤를 천천히 따랐다.
"히이익!! 살려줘!!"
"제발!! 이제 나쁜짓 안할게!!"
"요괴나 인간한테도 시비 안걸고 착하게 살테니까 제발!!"
나즈린의 귀에 그들의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내 동료들이 배가 고프다는데"
"배...배가 고파? 먹을걸 원하는거야? 그럼 줄게!! 뭐든 사주고 말고!!"
"아아. 사주면 나야 고맙지"
나즈린이 잘려나간 사내의 왼팔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수백 수천의 쥐들이 몰려들어 왼팔을 순식간에 뼈조각으로 만들었다.
사내들이 겁에 지린 표정으로 수천마리의 쥐떼들을 바라보았다.
수천쌍의 붉은 눈동자가 한곳을 향했다.
"근데 있지. 내 동료들은 피맛을 봐버려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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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길어.
너무 길어.
사실 상중하로 나누려고 했는데 분량이 너무 애매해서 그냥 상,하 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1시간 20분짜리 음악듣기 시작할때 작업을 시작했는데 다 끝나갈때 완성하네요.
그러니 제발 처음부터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세요...제발...
이렇게 해놓고서 댓글 안달리면 얼마나 서러운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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