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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리리-. 고요 속에 풀벌레 소리만이 들리는 깊은 여름밤. 성을 빠져 나온 기예유는 수많은 민가의 지붕 위를 날아다니며, 발길을 재촉했다. 제자가 자신이 성에 잠입해 있던 그 미지근한 시간 사이에 혹여,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서였다. 서두르는 기예유의 모습은 확연했다. 도시의 어둑한 거리와 상반되게 유난히 밝은 달빛이 그의 몸을 비추고 있었으나 이 늦은 밤중에 그를 볼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천행보를 이용해 아주 급하게 제자가 있는 주점 앞에 당도한 그는 도시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건물 안으로 부터 소란스런 소음이 새어나오는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다투고 있는 소리와 흡사했기에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며, 건물을 향해 한 발자국 씩 걸어갔다. 그리고 가까이서 둘려본 바 소동이 한 창이었다. 기예유는 박살이 나 있는 창문과 그 아래로 너저분하게 쓰려져 있는 병사.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문 밖으로 병사 하나가 튕겨져 나오는 광경을 보고는 절로 기함이 토해져 나왔다. 내 그렇게도 조심하라 일렀거늘. 그 단 새 참지 못해 소동을 일으키다니... 에허~, 제자의 경솔함에 한숨을 푹 내쉰 기예유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천천히 건물 내부로 들어섰는데, 엉망이 되 있는 주점 안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쯧쯧. 예상은 했지만, 눈으로 확인해 보니 더 더욱 기가 찼다. 군데군데 부셔진 기물 하며 엉망진창으로 쓰려져 있는 병사들. 그리고 병장기를 들고 단 한명의 소녀와 대치중인 수많은 병사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주변 상황을 훑어보며 혀를 차고 있을 때, 자신의 기척을 알아차린 건지 병사들 뿐 만 아니라 퇴마사로 보이는 인간마저 때려눕히던 스이카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소득은 있었나요?」 자신과의 약조를 어겨놓고 당당히 인삿말을 건네는 제자가 어찌나 얄 미워 보이던지. 기예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가만히 침음성만 흘렸다. 정말이지 못 말리는 제자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주춤. 기예유의 주변으로 부터 주점 내 병사들의 반경이 넓어졌다. 자신들을 때려눕히던 소녀의 지인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경계를 하며 물러선 것이었다. 기예유는 그런 병사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훑어보고는 말썽쟁이 제자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기예유가 걸을 때 마다 그의 앞을 막아서던 병사들이 물길이 갈라지듯 양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만들어 냈다. 스이카를 둘려 싸고 있던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기예유가 가까워 오자 서슴없이 자리를 비키며 스승과 제자. 둘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제자를 불과 몇 발자국 앞에 둔 기예유는 조용히 숨을 들이켜 삼키고는. 「이 고얀년아! 내 그리도 소동을 일으키지 말라 당부했는데!!」 분노를 담아 주점이 떠나갈 정도의 고함을 내질렸다. 그 엄청난 박력에 아까까지 웅성웅성 거리며 소란 떨던 병사들이 일제히 입을 꾹 다물어 침묵을 유지했고, 천연덕스럽게 능청 떨던 스이카도 웃음기를 지운 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기예유는 자신의 당부를 어기고 제멋대로 굴은 스이카를 분노를 담은 시선으로 차갑게 내려다 봤고, 스이카는 그런 스승을 곤란하다는 얼굴로 시선을 회피하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끄러미 올려다 봤다. 「스승님, 이건 제가 약조를 어겼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자기방어였습니다요.」 「자기방어라고? 병사들을 주점 밖으로 던져 버리는 게 어딜 봐서 자기방어라는 거냐.」 「제가 힘이 보통 쌔야지요. 그냥 툭 쳤는데 날아가는 걸 어떡합니까?」 「그래서 내가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느냐!」 끄응.. 스이카의 입에서 신음이 흘려 나왔다. 딱히, 난동 부리고 싶었던 게 아닌데. 스이카는 스이카 나름대로 억울한 감이 있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로 했다. 「네. 그 말대로 저는 얌전히 술이나 마시고 있었다고요. 그런데 저 병사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오는 게 아닙니까?」 자기변호를 하는 스이카의 얼굴은 좀 체 보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늘 어딘가 머리가 느슨한 것 럼 헤실 대며 엉뚱한 말만 내뱉던 제자가 저리 심란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정말로 억울했던 게 아닐까? 하고 기예유는 제자가 하는 변명을 잠자코 들어 주기로 했다. 스이카는 스승이 자신의 본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 안심하고는 사태가 지금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 「여기 술 한 병 더!」 소동이 일어나기 반 시 전. 스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신명나게 술을 들이 킨 스이카는 헤벌쭉 하게 풀려진 얼굴로 술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 앞에는 이미 비워버린 술병들이 너저분하게 쌓여있었는데, 충분히 만취 했음에도 더 마시려드는 그녀에게 주인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더는 안 된다는 말로 거절 했으나. 버럭! 탁자를 쾅 치며, 닥치고 술을 달라고 윽박지르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마지못해 술병을 건네주었다. 스이카는 그 술병을 받자마자 바로 나발을 불었다. 그리고는 깔끔하게 비운 뒤, 쾅 하며 빈 술병을 탁자에다 올려놓고 또 달라며 아우성 쳤다. 도대체 술을 얼마나 좋아하기에 저다지도 마셔 대냔 말이다. 소녀가 앉은 자리는 탁자는 물론이고, 발아래에도 빈 술병들로 잔뜩 쌓여있었다. 소녀가 비워버린 술병은 이걸로 50병은 족히 될 것이다. 술병을 건네주자마자 바로 비워버리는 소녀의 모습에 주인장은 질 겁을 하면서 사색이 된 얼굴로 혀들 내둘렸다. 이렇듯 술고래도 울고 갈 스이카의 주량에 놀란 것은 주인장뿐만 아니었다. 주변에 앉아있던 병사들도 자신들 보다 곱절은 더 마셔대는 스이카를 믿기지 않는 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입만 쩝쩝 다셔댔다. 여자. 그것도 혼기도 안 찬 소녀가 이 늦은 밤중에 겁도 없이 혼자 주점을 드나든 것도 모질라 밑도 끝도 없이 술을 들이 키고 있다니. 그 보다... '저거 인간은 맞는 거야?'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잘 마시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소녀의 정체는 천하의 애주가. 슈텐이라는 오니지만. 그걸 알 도리가 없는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세를 초월한 소녀의 주량에 혀를 둘려댔다. 그런 이유로 소녀가 술을 들이키면 들이킬수록, 병사들의 이목은 소녀에게로 집중되었다. 스이카는 그런 병사들의 시선을 조금 의식을 했는지. '꺼억~' 추잡한 트림을 내뱉고는 반쯤 감긴 졸린 눈으로 그들을 슬그머니 쳐다보고는, 씨익- 하고 입가를 찢어 올렸다. 그것은 하수를 보는 고수의 시선이었고, 또한 비웃음이었다. 술만 퍼마시던 소녀가 갑작스레 그런 웃음을 지어보이자, 점내가 술렁였다. 몇몇 병사들은 당황해 하는 한편, 또 몇몇은 약이 올라 분개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 보다 한 참이나 술이 약한 자들에게 보내는 조롱. 비아 냥. 병사들에게 하여금 그렇게 보일 소지는 충분 했고, 또 그리 판단되어도 당연했다. 저벅저벅. 스이카의 웃음을 도발로 받아들인 병사 하나가 다가오더니 그녀의 반대편에 앉고는 다소 위협적인 어조로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거. 여자 주제에 술에 강한가 본데. 남자를 우습게 보는 태도는 영 아니올시다.」 스이카는 병사가 불만을 내비치며 자신의 행동을 탓하고 들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병사의 얼굴을 멍청히 쳐다보다 피식.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리고는 이내 크하하하 하고 크게 웃어재꼈다. 만취해서 헤벌쭉한 얼굴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그야말로 비웃음이었고, 크게 벌려진 입안으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적나라하게 드려나 있었지만,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단지, 저 소녀가 보란 듯이 비웃으며 자기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사실에 신경 썼다. 언성은 높았지만, 그나마 자기 나름대로 신사적으로 얘기했던 병사는 눈앞의 소녀가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걸로 받아들이고는 부들부들 떨며 얼굴을 붉혔다. 붉혀진 얼굴은 어찌나 뻘겋던지,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 내가 아주 우스워 보이나 본데. 주량 대결이나 한 번 해볼까?」 「크흐흐.. 좋지.」 병사가 역정을 내며 승부를 걸자, 스이카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좋은 게 떠올렸다는 듯 하얀 이를 한 것 드려내며 즐거운 듯이 말했다. 「기왕 하는 김에 이기는 쪽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걸로 하자.」 「좋아. 내가 이기면 여기 술값 네가 다 계산하는 거다. 낄낄.」 「으음.. 그래? 그럼 나는...」 스이카가 도중에 말을 끓고 눈빛을 바꾸었다. 그 눈빛은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을 생각하고 있는 듯 보여 방금 낄낄거렸던 병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치켜든 스이카가 소름끼치는 소원을 내걸었다. 「네가 여자가 되는 걸로 하지.」 「하?」 자기가 이기면 나더러 여자가 되라고? 병사는 소녀의 소원이 너무 터무니없어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남자가 여자로 된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불가능 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소녀는 자신의 소원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해왔다. 「내가 이기면, 넌 여자가 되는거야. 싫어도 그렇게 만들어 줄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무슨 수로 날 여자로 만들겠다는 거냐?」 「간단해. 그걸 확인하고 싶다면 나한테 지면 될 거 아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어차피 자기가 이길 가능성이 없으니 그리 말하는 거겠지. 그도 그럴게 소녀는 당장이라도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 보였으니 말이다. 병사는 속으로 소녀를 비웃으며 쾌재를 불렸다. 저 년 확실히 한계인 모양이구나. 그러게 좀 작작 쳐 마실 것이지. 병사는 어리석은 소녀에게 흥! 하며 콧방귀를 크게 뀌며 말했다. 「네년은 어차피 져도 술값을 지불할 생각이 없겠지. 그럴 돈이 없으니까.」 「아니, 난 질 생각 따윈 전혀 없는데.」 「허세는 그만부려, 지고나서 적당히 핑계 댈 생각이잖아.」 허세라고? 스이카는 병사가 한 그 한마디에 째릿하고 살기를 담은 시선으로 노려봤다. 「크크크.. 감히 나 더러 허세 부린다고 했냐? 그래, 알았어. 허세인지 아닌지 눈으로 확인해봐.」 스이카의 눈은 먹이를 앞 둔 포식자의 눈 그 자체였다. 윽. 하며 작게 외마디 비명을 질려버린 병사는 알 수없는 공포에 제압당해 그대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그저 술에 취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소녀일 뿐인데.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나 겁을 집어먹어 버린 건지 이성적으로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오로지 생존 본능만이 저 소녀로 부터 달아나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병사의 얼굴은 식은땀이 줄줄 흘려 내리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기세 좋게 말하던 병사가 어디서 쥐라도 잡아먹은 것처럼, 용태가 이상해지자. 주변으로 부터 쑥덕거림이 들려왔다.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이카는 잔뜩 굳어진 채 식은 땀을 흘리는 병사의 얼굴을 보고는 푸우- 하고 길게 숨을 내 쉬었다. 내가 너무 겁을 줬나? 허세란 말에 욱해서 살기를 내비친 것을 조금 후회하며 주인장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내기를 위한 술을 준비해 달라는 신호였다. 눈치를 살피던 주인장은 신호를 알아 듣고 커다란 독을 엉기적대며 들고 왔다. 독 안에는 알싸한 향이 독하게 풍겨대는 술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독을 스이카와 대치한 병사 근처에 가져다 놓은 주인장은 박 그릇에 술을 가득 담아 각각 스이카와 병사 앞에 내려놓았다. 박 그릇 안의 술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 한 잔으로 못 버티고 쓰러질 정도의 양이었다. 술이 가득 담긴 박 그릇이 자기 앞에 놓여 지자, 먼저 그것을 들고 망설임 없이 마신 것은 스이카였다. 그에 자극을 받은 병사도 따라서 주저 없이 들이켰다. 크하 ──! 스이카의 칼칼한 신음이 울려 펴졌고, 곧 이어 크으으하며 병사가 인상을 잔득 찌푸리며 술의 독함을 견뎌냈다. 둘은 한 잔 가지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병사가 한 쪽 입가를 올리며 말했다. 「이 정도는 가뿐하지.」 여유를 부리며 강한 척 했지만, 사실 그 한 잔으로 상당히 위험한 상태였다. 시야는 자꾸만 흩어지지,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만큼 정신은 혼미해져만 갔다. 그래도. 여기서 쓰러지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저 소녀 보다 오래 견뎌야한다. 「하하핫. 그래? 그럼 얼른 한 잔 더 마시자!」 「..으응...」 뭐, 벌써 한 잔 더 마시자는 거야? 지금도 힘든데. 쉬지 않고 재촉하는 소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곤란해 했지만, 여기서 주저했다간 패배 선언이나 다름없었기에 마다 못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수긍 했다. 주인장이 비워버린 박 그릇에 다시 독의 술로 채워 놓자, 역시나. 아까 와 같이 주저 없이 들이키는 소녀. 병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몫을 내려다 봤다. 자신 없는데.. 그렇게 망설이며 주저하고 있자, 먼저 술을 비운 소녀가 따갑게 쏘아보며 무언의 재촉을 해왔다. '에라이 시팔.. 죽기야 하겠어!'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라는 심정으로 병사는 눈을 감고 박 그릇 안의 술을 단숨에 비워냈다. 그리고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깨끗이 비워낸 박 그릇을 탁자에 내리치며 입가에 흘려 내리는 술 줄기를 소매로 훔쳤다. 「제법인데?」 스이카로부터 솔직한 칭찬이 흘려 나왔다. 슈텐이 술로 칭찬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주량을 드물 게 인정해 줬다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녔지만, 여기선 단지 소녀가 어울리지 않은 소리를 내뱉는 걸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병사는 한계가 왔는지 눈꺼풀을 끔뻑끔뻑 거리며 머리를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주변의 구경꾼들은 그 모습에 이미 승부가 났음을 확신하며, 놀란 눈으로 소녀의 모습을 머릿속에 각인 시켰다. 앞으로도 저런 술꾼을 또 만날 수나 있을까? 지금 이 자리에 술과 관련된 신화가 새로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딱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스이카는 오니다. 자기가 내뱉은 약속은 어떻게 해서라도 지키는 그런 종족인 관계로 자신이 승부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이 내 건 소원을 철저하게 이행하기로 했다. 병사를 여자로 만들어버리기로.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자리에서 엉덩이를 땐다. 머리를 푹 숙인 채 인사불성이 된 병사에게로 다가간 스이카는 팔을 뻗어 서슴없이 그의 쌍방울을 움켜잡고는 그대로 힘을 주어. 으득! 「끄아아아아아악 ─── !」 남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깨부수어버렸다. 「자, 이걸로 넌 더 이상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크하하핫 ─ !」 소녀가 병사의 알을 깨부수는 광경은 같은 남자 입장에서 너무나 잔혹했기에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경악했다. 어찌 남자의 그 소중한 것을 저리도 간단히 깨부순단 말인가. 소녀는 지옥에서 올라온 오니와도 같았다. 오니 맞지만. 그 뒤로 성불구자가 되어버린 병사는 그대로 혼절해 버렸고, 그의 고통과 상실감을 공감한 다른 병사가 스이카를 책망하며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그에 약속을 지킨 게 뭐가 나쁘냐며 화가 난 스이카가 길길이 날뛰며 병사들을 하나 둘 씩 때려눕히기 시작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인데. 서로 합의하에 승부를 해서 약속대로 병사를 여자로 만들어 버린 게 왜 비난받을 행동인 것인지 스이카는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즉, 스이카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 회상은 그걸로 끝이 나고, 가만히 제자의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들었던 기예유는 숨을 길게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이렇게 일렀다. 「그래도 고자로 만들어 놓는 건 너무했잖느냐.」 남자에게 있어 목숨과도 마찬가지인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셔버리다니. 여자인 제자는 그게 대수롭지 않아 보였나 보다. 아무리 잔학무도한 살인귀라도 목숨을 빼앗을지언정 성불구자로 만드는 악취미는 없다. 거기다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라는 애매한 소원을 걸어놓고 고자형을 내린 건 누가 봐도 제자 잘못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아무 잘못 없다며 길길이 날뛰었으니, 제자를 대신해 사과라도 해야 하나 싶지 만서도 그걸 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기예유는 예고도 없이 스이카를 자신의 허리춤에다 들쳐 매고, 그대로 천행보를 써서 신속히 주점을 빠져나왔다. 영락없이 도망치는 행색이었지만,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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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1 - 꽃향기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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