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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방의 영주가 요괴토벌을 위해 인근 고을의 남자들을 징병했다는 말인가?」 「네. 병장기만 들수 있다면 어리건 늙었건 관계없이요.」 주점에 들어서자마자 그곳의 주인장으로 마을의 남자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들은 기예유는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요괴토벌을 위해서 라곤 하나 이 정도로 대규모의 징병을 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백귀야행이 상대라도 그 규모가 지나쳤다. 이렇게 인근 고을의 남자들을 전부 끌어 모으다니. 그 영주란 놈은 백귀야행이 아니라 나라를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일 셈인가? 잔에 담긴 술을 마시며 훑어본 주인장은 아직 팔팔해 보이는 남자지만 운 좋게 징병에 끌려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나 더 물어보고 싶은데.」 「네. 알고 있는 건 다 말씀드리죠.」 「그 요괴토벌이란 거 말인데.. 도대체 어떤 무리이기에 무리한 징병까지 하는 건가?」 「그건.. 저도 잘... 자세한 이유는 불문이라 징병된 자들도 모를 겁니다.」 그런가? 주인장의 얼굴을 보니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일반 시민에게는 비밀로 붙여진 일 인거겠지. 그렇다면 그 만큼 영주가 감추고 싶어 하는 일일 지도 모른다. 기예유는 그것에 흥미가 생겨 그 비밀에 대해 조사해 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좋은 여흥거리가 생길 지도 모르겠구나.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주인장으로 부터 시선을 다른 쪽으로 옮긴다. 「푸케케케-! 술 맛 쥑여주네~. 좀 더 가져오라고!」 흥청망청 입안에 술을 들이다 부우면서 추잡스레 껄껄대는 제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아까 지었던 미소가 금세 지워져 정색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찌 저리 추할수가 있지? 과거 대륙을 호령하며 수많은 술꾼들을 봐왔지만, 제자만큼 추잡하게 술을 마시는 녀석은 보지 못했던 기예유였다. 휴~, 기예유는 한숨을 내쉬고서 주인장에게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내 제자년 때문에 이 집 술이 곧 동날 듯싶으니, 미리 대금을 지불해 드리리다.」 그러면서 품속에서 꺼낸 것은 엽전이 아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귀금속으로 이루어진 온갖 장신구들. 한 눈에 봐도 매우 귀해 보이는 것들이었다. 「저.. 저기... 이 귀한 것을 대금으로 주시려는 겁니까?」 「내가 가진 게 이거뿐이라서. 모자른가?」 「아니요. 오히려 과분한 걸요?」 주인장은 겉으론 부담된다며 거부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렸다. 저 귀한 거 하나만 있어도 노다지인거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 장신의 사내는 노다지를 하나 만이 아니라 세 개 씩이나 건네주었다. 「저.. 손님..」 「왜? 부족한가?」 「아니요! 충분 합니다요!!」 세상에 만상에 이게 왠 횡재냐. 주인장은 떨리는 손을 주체 못했고, 심지어 다리도 후덜덜 거렸다. 자신에게 이런 횡재를 안겨준 저 손님은 사실 오복신의 화신이 아닐까? 그건 그렇고 아까 손님이 자기 제자가 이곳의 술을 전부 다 마실 거라 했는데. 그것도 참 믿기지 않았다. 「스승님. 오늘 정말 통 크게 쏘시네요? 정말 여기 술 다 마셔도 됩니까?」 「마시지 말라고 해도 다 마실 거 아니냐?」 「아하하. 당연히 그래야죠! 제가 누굽니까? 천하의 슈텐 아닙니까.」 자신에게 횡재를 안겨준 장신의 손님과 대화중인 그의 제자는 어떻게 봐도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술맛을 알기엔 아직 이른 나이로 보이는 소녀가 진정 여기 술을 다 마신다고? 농담도 그런 농담이 없었다. 하지만. 「주인장. 여기 빨리 술 갖고 오라고!」 소녀는 어느새 탁자 위에 있던 술을 다 마시고는 주인장 더러 술을 가져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네.. 대령하고말고요.」 주인장은 양손에 각각 술병을 들고서 소녀가 앉아있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빈 술병들을 치우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저기.. 정말로 여기 술 들을 다 마실 생각은?」 「응?」 스이카는 주인장이 못 믿겠다는 눈치로 그리 물어오자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대금은 충분히 주었을 텐데? 막상 자신이 다 마시겠다고 하니 아까운 가? 그렇게 생각하며 카캇! 입 밖으로 술이 섞인 침을 튀겨가며 웃었다. 「이보쇼. 내가 여기 술을 다 마시는 조건으로 귀중품을 받지 않았슈? 근데 왜 또 뭐가 아쉬워서 그러는가?」 「그게 아니라.. 저희 술이 독한데다가 그 양도 많으니 진짜로 다 마실 생각이냐 물어 본 것입니다요.」 「당연히 다 마시지. 설마? 내가 술 마시다 뒈질까봐 겁나요?」 「이제 막 어린 티를 벗은 소녀가 그렇게 마셔대다 보면 큰일 납니다요!」 푸헤헷! 스이카의 입에서 실소가 세어 나왔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평범한 소녀로 밖에 안 보이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는 구나. 맘 같으면 둔갑을 풀어 뿔이라도 보여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소동을 일으킨다며 스승이 화내니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제자 걱정은 하지 마시구려. 저렇게 보여도 천하에 비할 자가 없는 술꾼이니.」 「아.. 네에..」 기예유는 제자 걱정을 하는 주인장을 말로 안심시키고는 자신의 잔에다 술을 따랐다. 스승이 조용히 한 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제자는 주인장이 들고 온 술병을 나발로 불어대며 입 안에다 콸콸콸 털어 넣었다. 기예유 한 잔에 스이카 한 병. 그렇게 두 번 반복하니 주인장이 가져온 술은 동이나 버렸고, 더 가져오라는 스이카의 눈짓에 주인장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술을 가져왔다. 스이카는 주인장이 가져온 술을 받자마자 그대로 입안에 털어놨다. '헉!' 입을 떡 벌리고 놀라는 주인장의 반응에 씨익 하며 웃음을 지어보이는 것도 잠시. 금세 비워버린 술병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다른 술병을 집어 들더니 그것도 입에다 대고 나발을 불었다. 그렇게 기예유의 말대로, 정말로 제자인 스이카가 주점의 술들을 전부 다 마셔버렸다. 「만족 했느냐?」 「흐흐하핫.. 이걸로 당분간 술이 고플 것 같진 않겠네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자신의 뺨을 찰싹! 하고 때리는 주인장을 뒤로 한 채 장신의 손님과 그의 제자라는 소녀가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주점을 나섰다. * 주점을 나선 기예유의 행선지는 영주가 있는 도시로 정해졌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천행보를 사용하면 도착하는데 반 시도 안 걸리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어 천천히 걸어 가기로 했다. 식당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운 기예유와 스이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을을 나왔다. 그리고 이 지방의 영주가 다스리는 도시. 고베에 도착한 기예유와 스이카는 무장을 한 병사들이 지키고 서있는 엄중한 문을 지나다 제지당했다. 「이봐, 거기 둘.」 기예유와 스이카가 도시의 정문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넘어가 하늘에 별들이 수놓아 있는 컴컴한 밤중이었고, 요괴들이 활개 치는 시대라 이 늦은 시간에 도시에 들어서려는 이인조가 매우 수상하게 보였다. 병사는 자기보다 머리가 두 개 정도 더 얹어있는 듯이 키가 큰 사내를 의심의 눈초리로 노려보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요괴들이란 간혹 인간으로 둔갑해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병사가 의심을 하며 자신을 막아서자, 기예유는 그 병사의 눈을 지긋히 내려다 보았다. 「저희들은 이곳의 영주가 퇴마사들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퇴마사 일행이요.」 대충 둘려댄 얘기였지만, 병사의 눈이 기예유와 마주치자. 「.... 알았다. 그럼 지나가.」 병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손쉽게 통과시키며 입장을 허용했다. 기예유와 스이카가 문을 지나 도시 안으로 들어서자, 그 둘을 통과 시켰던 병사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의아해했다. 방금, 자신이 무슨 소릴 했던 건지. 마치 귀신에 홀린 것만 같았다. 정문에서 멀어져 시내로 들어서는 기예유 바로 뒤에 걷던 스이카가 키득대며 웃었다. 「저 병사, 남색가인가 봐요. 스승님을 굉장히 뜨거운 눈초리로 쳐다보던데.」 「또 이상한 소릴 하는구나. 최면을 걸었을 뿐이지, 뭔 남색이냐?」 「그렇네요. 그건 그렇고 병사를 보던 스승님 눈빛도 예사롭지가...」 퍽! 기예유의 주먹이 스이카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아이고 머리야!」 갑자기 가해진 충격에 스이카는 정수리를 마구 문지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기예유는 그런 제자를 영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행여 엉뚱한 착각은 하지 말라는 의미의 말을 내뱉었다. 「스승은 절대 남색가가 아니다. 평범하게 여자가 좋으니라.」 「정말요?」 그런데도 여전히 스승을 남색가로 의심하는 제자. 기예유는 한 대 더 쥐어박고 싶은 욕망을 참아가며 말했다. 「그래. 색을 밝히진 않지만, 여자가 좋으니라.」 「흐음~」 스승이 저리도 단호하게 부정하니. 스이카로서는 오히려 더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머리를 갸웃거린 스이카는 으음~ 이번엔 반대편으로 갸웃 거렸다. 그리고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 「그렇게도 아니라고 하시는 걸 보니.. 아까 병사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마주쳤을 때?」 「섰었군요.」 쿠앙! 도철을 소환한 건 아니지만, 전력을 실은 기예유의 주먹에 의해 스이카는 땅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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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1 - 꽃향기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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