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타노오로치가 삼귀자 스사노오의 손에 죽었다. 전국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던 재앙은 대지에 피와 함께 저주를 흩뿌렸으며 그 저주를 양식 삼아 하나의 오니가 태어났다. 재앙의 씨앗으로 태어난 오니는 인간의 손에 길러졌고, 또 인간의 손에 쫒겨나 공포의 존재가 되었다. 이부키산(伊吹山)을 거처 삼아 인간에게 또, 요괴들에게도 경외를 받는 오니의 이름은 산의 이름을 딴 이부키동자. 술을 많이 마신다 하여 슈텐(酒顚)이라고도 불렸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모여드는 향기라는 뜻을 지닌 스이카(萃香). 오니의 스승이 지어주었고, 본인 또한 가장 맘에 들어 하는 이름이었다. 오니는 갈색의 긴 장발에 관자놀이에서 뻗어 나온 커다란 뿔을 지닌 소녀의 모습이었다. * 간무 천황이 헤이안쿄로 천도하고 열었던 헤이안 시대. 언제 부터인지는 몰라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지냈던 이부키 산을 내려온 소녀 모습의 오니. 스이카가 스승과 함께 전국을 떠돌았다. 나란히 걷고 있는 스승과 제자. 이 둘의 모습은 흡사 조부와 손녀 사이 같았다. 하지만, 둘의 생김새를 자세히 본다면 평범한 인간들은 분명 기겁할 것이다. 머리에 거대한 뿔을 달고 있는 손녀 쪽은 어떻게 봐도 공포의 화신인 오니였고, 조부 쪽 역시 범상치 않았다. 스이카 만큼은 아니지만, 소의 뿔을 달고 있고 7척에 가까운 거구였으니 말이다. 모습만 보면 스승도 스이카와 같은 오니로 보이겠지만 아니다. 그는 기예유(技豫流)라는 이름의 대륙에서 온 요괴선인으로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지닌 현자이기도 했다. 그가 자신이 살던 대륙을 떠나 이곳 극동의 섬나라에 오게 된 까닭은 앞으로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대단히 중요한 인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인물은 스이카는 아니었다. 자신이 만나려던 인물을 찾아다니던 중에 우연히 제자로 삼았을 뿐이고, 아직 시기적으로 그 인물과의 만남은 일렀던 것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만나는 날이 오겠지. 기예유는 앞날을 점지하는 혜안으로 다가올 만남을 기다리기로 했다. 제자로 삼은 오니는 자신이 찾던 인물만큼은 아니었지만, 강한 운명이 느껴졌다. 이것도 인연이라 여긴 기예유는 오니의 억지를 들어주어 제자로 삼았는데, 과거 대재앙이라 불리던 야마타노오로치의 피를 이은 요괴답게 출중한 재능을 보였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 아니 셋을 깨치는 오니는 백년이 걸려도 부족할 요술의 극의를 불과 수년 안에 익히는 천재였으며 의욕도 넘쳐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제자였다. 그러나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는 요술도 있었으니. 오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몸을 변화시키는 술법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이는 요수와 오니간의 어쩔 수 없는 차이 탓이리라. 이 때문인지 스이카는 오니답게 무언가를 부수는 쪽의 요술이 특기가 되었다. 제자인 오니는 바람을 부르고 땅을 울리며 천둥을 떨어뜨리는 요술로 대륙의 대요괴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헌데, 그 요술 실력과는 별개로 태어날 적부터 가지고 있던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무언가를 모으는 능력이었다. 기예유는 오니가 이 능력을 사용하여 꽃향기를 모으는 것을 보고 스이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물론, 오니에게는 산의 명칭을 딴 이부키와 절제 없는 술버릇으로 생긴 슈텐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기예유는 오니를 스이카라고만 불렸다. 기예유와 스이카가 이부키산을 내려와 방랑길에 오른 것은 스승이 자신의 요술을 제자에게 전부 전수해 주고 난 뒤였다. 그렇게 수년이 흐르고, 진한 풀냄새와 찌르르 벌레 소리가 시끄러운 계절에 어느 언덕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스승과 제자. 근엄한 얼굴의 기예유가 스이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스이카야, 조금 쉬었다가 가자.」 힘들어하는 기색은 없었지만, 걸음을 멈추었다. 기예유는 언덕에 만개해 있는 들꽃들을 둘려보며 적당한 자리를 찾아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무작정 걷는 것 보다 이렇게 쉬엄쉬엄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게 좋은 거지. 살랑바람이 불어와 기예유의 땀을 식히며 지나갔다. 향긋한 꽃 냄새도 함께 묻어와서인지 코를 간지럽히는 게 좋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술을 마시며 풍류를 읊는다면 그야말로 신선노름이 따로 없겠구나. 기예유는 그 즐거움을 떠올리며 목구멍 깊숙한 안으로부터 쉬어빠진 신음소리를 흘렸다. 「흐.. 으으으으음 ─」 「아이고 스승님,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셨구나.」 스이카가 슬픈 얼굴을 연기하며 스승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쳐다봤다. 「걱정마라, 천년이고 만년이고 건재 할 몸이다.」 「근데 왜 다 죽어가는 노인네처럼 굽니까?」 「내가 언제?」 「아까, 흐으으음~ 하고 병자 똥 싸는 소리를 내지 않았어?」 「허허.. 이놈이 또!」 똥 싸는 시늉까지 내면서 스승을 놀리려 드는 제자를 보며 기예유는 혀를 차며 질색했다. 저 제자년은 스승에 대한 예의범절은 어디다 엿 바꿔 먹었는지 몰라도 틈만 나면 저런 식으로 자신을 놀리려 드니 말이다. 원래 오니란 족속들은 하나같이 예의 없고 제멋대로지만, 스이카는 특히나 더 심했다. 성격부터가 지나친 낙천가라 아무리 무슨 소리를 해도 다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해 버리고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까불어 댄다. 평범한 사제관계 까지는 안 바라도 제자인 이상 스승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은 지켜야 하는 데 그런 건 일절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물론, 이부키산에 머물던 시절 때 저 불량한 태도를 교정시키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해 봤지만 전부 소용이 없었다. 안 죽을 만치 패본 적도 있고, 파문 시키겠다며 으름장도 놓아 봤다. 그런데도 저 불경한 제자년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기예유는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저 오니만큼 지독한 녀석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에 이르려서는 제자의 태도를 더 이상 어찌해 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기예유 자신은 부처가 아니기에 계속 놀림을 받게 되면 화가 나는 건 당연지사.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실력 행사에 나설 거지만. 「모처럼 좋은 기분 망치려 하지 말거라.」 지금은 그 만큼 화난 게 아니라 말로만 타이를 뿐이었다. 「알겠수다.」 스이카가 수긍하며 옆에 앉았다. 언덕 들판에 나란히 앉아있는 그들에게 산들바람이 불어와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살랑이게 만들었다. 이제 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스이카의 황발은 아름답게 넘실댔고, 스승 기예유의 백발 역시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미색을 자랑했다. 가만히 먼 치를 바라보며 앉아있던 기예유의 눈이 끔뻑였다. 눈에 벌레라도 들어갔는지 몇 번 깜빡이더니, 으음. 목을 다듬는다. 「스이카야. 꽃향기를 좀 맡고 싶구나.」 「갑자기 혼기 찬 아녀자 같은 얘기를 하시네요? 조개라도 생겼디유?」 「어허, 잔 말 말고, 네 능력으로 향기 좀 모으라고.」 「네에~, 불초 제자보다 훨씬 더 소녀 같으신 스승을 위해 능력을 써 드리리다.」 기운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스이카가 양 팔을 벌려 심호흡을 했다. 능력이 개방되자, 꽃향기가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스승이 자신을 스이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거였지. 짧은 감상을 하며 쳐다본 스승의 얼굴은 진한 들꽃의 향기로 한 것 누그러져 있었다. 그건 정말로 소녀 같은 감성이 아닐 수가 없었던 지라 스이카는 입가를 씰룩이며 눈을 반호로 만들었다. 그런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 「스승님, 그런 떡대로 맡을 냄새는 꽃향기가 아니라 아녀자들 거기구만요.」 소녀라면 절대로 내뱉을 수 없는 저급한 얘기로 까불어댔다. |
|
본문
[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1 - 꽃향기 (1) [1]
추천 2 조회 114 댓글수 1
ID | 구분 | 제목 | 글쓴이 | 추천 | 조회 | 날짜 |
---|---|---|---|---|---|---|
118 | 전체공지 | 업데이트 내역 / 버튜버 방송 일정 | 8[RULIWEB] | 2023.08.08 | ||
1517359 | 공지 | 동방 프로젝트 게시판 공지사항 (62) | 법관。 | 52 | 80333 | 2014.04.29 |
2554276 | 영상 | 이로유 | 1 | 82 | 2024.05.18 | |
2554275 | 스샷 | 이로유 | 3 | 104 | 2024.05.16 | |
2554274 | 음악 | 루리웹-2121185533 | 4 | 244 | 2024.05.07 | |
2554273 | 잡담 | 잔돈 | 4 | 226 | 2024.05.05 | |
2554272 | 잡담 | 비봉구락부 | 5 | 390 | 2024.05.04 | |
2554271 | 잡담 | 양파 파쇄기 | 4 | 350 | 2024.04.18 | |
2554270 | 정보 | 하늬도지 | 4 | 499 | 2024.04.09 | |
2554269 | 정보 | 하늬도지 | 6 | 1139 | 2024.04.08 | |
2554268 | 잡담 | seawi9966 | 4 | 441 | 2024.03.31 | |
2554267 | 잡담 | seawi9966 | 6 | 1487 | 2024.03.19 | |
2554266 | 잡담 | 이로유 | 3 | 488 | 2024.02.28 | |
2554265 | 잡담 | 이로유 | 3 | 522 | 2024.02.28 | |
2554264 | 잡담 | DisParaMaru | 2 | 511 | 2024.02.23 | |
2554263 | 잡담 | 이로유 | 2 | 508 | 2024.02.22 | |
2554262 | 잡담 | 이로유 | 4 | 705 | 2024.02.18 | |
2554261 | 잡담 | 이로유 | 5 | 852 | 2024.02.17 | |
2554260 | 동인지 | 수생 | 6 | 1529 | 2024.02.13 | |
2554259 | 웹코믹 | 八云紫 | 8 | 1757 | 2024.02.08 | |
2554258 | 잡담 | 156 | 7 | 735 | 2024.02.06 | |
2554257 | 동인지 | 수생 | 8 | 1025 | 2024.02.02 | |
2554256 | 잡담 | 군필레이무 | 3 | 392 | 2024.02.01 | |
2554255 | 정보 | 맥그리버 | 3 | 509 | 2024.01.31 | |
2554254 | 잡담 | 맥그리버 | 7 | 1026 | 2024.01.26 | |
2554253 | 잡담 | 빠 킹 | 6 | 1109 | 2024.01.26 | |
2554252 | 잡담 | DisParaMaru | 3 | 398 | 2024.01.21 | |
2554251 | 동인지 | 수생 | 3 | 483 | 2024.01.18 | |
2554250 | 잡담 | 요우무볼짤 | 5 | 794 | 2024.01.12 | |
2554249 | 동인지 | 수생 | 4 | 470 | 2024.01.12 |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