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신.
풍작이라고 불리는 신과 단풍이라고 불리는 신.
풍작이라는 신은 말 그대로 작물의 풍작. 즉, 인간들이 풍작을 기원하는 염원과 성의를 받아 풍작을 약속하고, 그 해 가을에 인간들에게 약속한 풍요를 반드시 내려주며, 작물의수확을 도와주기도한다.
단풍이라는 신은 주로 가을이 왔다는것과 가을이 저물어간다는것을 알리는, 그 나름대로의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서 하고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풍작이라고 불리는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로써 소소하고 작은, 어찌보면 별 것아닌듯한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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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은 나에게 바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인간들의 바램을 들어준다.
내 능력은 소소하고 작은 그런 보잘것 없는 능력이지만, 그저 자그마한 마을정도에 미치는 힘이지만 나는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었다.
가을의 기운을받아 알록달록한 옷을입은 나뭇잎들과 탐스럽게익어가는 형형색색의 달콤한과일들, 통통한 알곡을 주렁주렁매달고 한껏 고개를숙이는 황금빛 곡식들과 자신들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결실에 기뻐하는 인간들의 미소… 나는 그런 소소함속에서 뭍어나오는 행복들을위하여, 그런 행복들이 꺼지지않게 하기위하여 노력하고 한편으론 가을과 풍작을 담당하고 있다는것에 감사하며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느끼곤했다.
그리고 그 어느날의 가을. 우리 자매는 전과 같지않게 '힘이 약해졌다.' 라는것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약속한 풍요를 지키지 않은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전보다 더욱많은 풍요를 인간들에게 선물했고, 인간들은 그 어느때보다 기뻐하였다.
하지만 이 알수없는 불길함은 무엇일까? 이 알수없는 찝찝함은 무엇일까? 어딘가 마음 한켠이 텅 빈듯한… 이 기분은 무엇인걸까? 우리 자매는 그 기분나쁘고 찐득한 불길함을안고 인간들의 배웅을받으며 그 다음 풍작을 약속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해가 지난 가을날. 찐득한 그것은 더더욱 커져있었고 우리 자매들은 지나간 가을날보다 힘이 더욱 더 약해져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지키기로한 약속을 어길수는없었기에, 힘을내어 저번보다 더욱 더 커다란 풍요를 선물해주었다.
인간들은 언제나처럼 풍요를 축하하며 우리 자매를 떠받들며 감사의말을 전했지만 어딘가 텅빈 그런마음만이 우리에게 전해져왔다.
그리고 겨울에게 자리를 양보할날이 얼마남지 않았을무렵, 우리는 그것을 듣고야말았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버리고야 말았다.
진흙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그 끈적한 그 불길함의 실체. 인간의 오만.
[것봐, 그깟 신따위의 힘보다 우리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낸 풍요가 더욱 더 크고 아름답잖아?]
[그래, 맞아. 이젠 신들의 힘따위는 필요없어. 더이상 무언가를 바라거나 바치지않아도 우리가 잘 일궈나가면 되는거다.]
[이제 신따위는 필요없다.] [신따위의 힘같은게 없어도 우리들끼리 잘 해나갈수있다.] [저 오만하고 재수없는 신들을 몰아내자.]
배신감. 처음으로 느껴보는 격한감정. 우울함과 무기력.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들의 힘을 대부분 앗아가버렸고, 방금까지도 넘쳐날듯하던 풍요들은 공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곡식들은 말라붙어 떨어지고, 나뭇가지가 휠 정도로 익은 과일들은 그자리에서 곧바로 썩어버렸다.
가을의 포근함은 어느샌가 날카로운 바람이되어 인간들을 덮치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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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울부짖는다. 신님이시어 저희들을 구해주소서.
인간의 바램을들어도 더이상 힘이나거나 하진않는다. 오히려 바램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에겐 두려움이되어 찾아왔다.
이제는 싫다. 더이상은 싫다. 인간들은 이제 우리를 필요로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없어도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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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의 가을이지났다.
땅에는 생기가 사라졌고 마을은 거의 폐허가되었고 우리는 그런 마을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지친 인간들은 더이상 바라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앉아서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거나, 우리들을 향한 분노와 설움등을 토해내기도하였다.
[괜찮은거야?]
누군가 우리에게 말을걸었다. 모습을 숨기고있어서 보일리는 없겠지만 우리도 곧 사라질테니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저기, 저기말야. 어디 안좋은거야?]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힘없는시선을 조금씩 아래로 가져갔다. 그리고 시선이 닿은곳엔 마르다못해 뼈만남아 앙상해진 작은 소녀가 눈을빛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것이보였다.
[어디 아파?]
소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하다가 이내 활짝웃으며 말했다.
[배가고픈거구나? 뭐야, 그런거라면 진작 말하지. 잠깐만 기다려봐.]
소녀는 그렇게말하며 품속에서 말라버린 작은 고구마를꺼내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움… 나한텐 이거밖에없지만, 그래도 먹으면 좀 괜찮아질거야!]
… 따뜻함.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 작은 소녀의 마음이 우리에게 변화를 일으킨것일까? 항상 차갑고 추웠던마음이 조금씩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녹아든마음은 깊은곳에서부터 흘러넘쳐 눈물방울이되어 눈가에 맺혔고, 맺힌 눈물은 볼을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힘이 조금씩 돌아오는것을 느꼈다.
'고마워.'
간신히 입을열어 소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소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묘한 일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이것저것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던것같다.
그렇게 힘이 돌아온 우리들은 매마른땅에 생명을 불어넣고, 말랐던 곡식들과 나무들을 되살리고 그 작은 마을의 가을을 다시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다시 환호했다.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인간들을 바라보며 미안하고 부끄러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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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그 때의일을 잊지못하고있다.
아니, 어쩌면 그때의 그 일이 우리 가을자매를 한층 성장하게 하기위한 시련이었을것이다. 그리고 그 소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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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잉여 가을신을 주제로 써봤습니다.
쓰다보니 뭔가 중간부터 핀트가 어긋나고 이상하게 빠져버린듯하지만 나름 쓰면서 재미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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