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단순한 인형이었다.
평범하게 장식장의 한 켠에서 지나가는 시간과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런 평범한 인형이었다.
봄이오면 창밖에는 부끄럽다는듯 솟아오른 꽃봉오리가 시간을 타고 흘러가 화려한 꽃을피우고, 새는 봄을 노래하며 나비와 벌들은 그 노래에 맞추어 춤춘다.
계속 흘러가는 시간에 화려함을 잃은 꽃들이 하나 둘 시들어 떨어지면 파릇한 녹색의 나뭇잎이 그 자리를 대신해 여름의 풍경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매미는 그 여름을 노래한다.
가을의 시간이 오면 녹색의 나뭇잎들은 점점 울긋불긋 물들어가고 여름을 노래하던 매미들은 무대를 떠나고, 텅 빈 새로운 가을의 벌레들이 올라와 잔잔하고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한다.
가을이 지나가고 하얀 겨울의 시간이 왔을땐 모든것이 고요했다. 창밖에 화려했던 나무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하이얀 눈송이를 엮어 자신을 꾸미고, 작은 생명들은 먼 발치에서 고요한 풍경을 감상하며 봄의 시간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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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행복했다.
움직이지 못하여도, 이 장식장의 한 켠에서 지나가는 시간과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런 나날들이 나에게는 무척 행복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 행복이 깨지는것은 무척이나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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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다시 돌아온 봄, 나는 장식장에서 꺼내어졌다. 그리고 꺼내어진 나는 손에 들린채로 항상 바라보기만 했던 창밖의세계로 나가게되었다.
평소와는다른 이상한 분위기에 오래된 틈새가 삐걱거렸지만, 그저 바라보기만했던 창밖의세계에 나가게 된 그 기쁨에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버렸던 듯 하다.
창밖의 세계는 내가 갇혀있던 세계에서 바라보던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눈앞을 날아서 지나가는 나비들과 주변을 맴돌며 노래하는 새들, 그리고 처음으로 느낀 따스한 봄의 숨결들은 아직도 기억하고있다.
한껏 봄을 느끼고있던 도중, 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인형이니까 아픔같은건 느끼진 않았지만 바닥에 닿았을때의 그 충격은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높고 파란하늘,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 그리고 내 주변에 샐수없이 많이 피어있었던, 작은 방울을 닮은 하얀색의 꽃.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풍경이며, 다시 눈을뜨게된 지금, 제일먼저 바라보고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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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쓰는 자작
메디슨을 주제로 잡고 써봤는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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