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역의 종점. 환상향에 존재하는 단 두 개뿐인 역 중 하나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인요는 정해져 있었다. 역의 철로를 따라 이어진 곳은 지저의 종점이고 여기서 타는 열차는 당연하게도 지저까지 직행으로 운행된다. 어떻게 보면 환상향의 보편적 문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장소로 왜 이런 역이 세워졌고 열차가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들어보자면, 최근 지저의 관리자인 코메이지 사토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온천 때문이다.
그 온천은 고명지 협회장 사토리가 자신의 애완동물인 오쿠를 활용한 장사로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수완가인지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똑똑하기로 유명한 영물인 까마귀 치고는 뇌의 주름이 다리미질 당한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초절 바보. 레이우지 우츠호. 통칭 오쿠라 불리는 초4 로리의 애완동물이 산의 신으로부터 그/아/아/앗! 한 짓을 당해 닭다리가 2+1로 세 개나 되는 야타가라스의 힘을 손에 넣어 전국의 중2병들에겐 꿈과도 같은 각★성 이란 걸 하게 된다.
그렇게 진정한 모습으로 각★성을 한 오쿠는 김씨 일가가 지배하는 어느 거지국가의 염원을 자유자제로 다루게 되었다. 그 염원은 이름하야 뉴클리어!! 즉, 핵의 힘이다. 지금은 저세상에 가있는 뽀글머리 독재자를 스텐드 삼아 핵까마귀로서 진화에 성공한 오쿠는 그 힘을 이용해 환상향을 정복하고자 할 지능이 없었으니, 그저 이용해먹기 좋은 장기말로 이 모든 게 그를 그/아/아/앗! 하게 만든 신의 계획대로였다.
신의 허수아비가 된 오쿠는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며 폐기물 없는 안전한 핵에너지로 이용되었고, 바야흐로 환상향은 에너지 혁명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모두가 누리는 게 아닌 산의 신과 텐구들 정도가 독점하는 현실이고, 그 외에 지저의 마을 정도가 혜택을 볼 뿐. 에너지로 인한 급격한 발전은 기대해보기 어렵지 않을까?
오쿠의 뉴클리어 파월~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에너지로만 이용되지 않았다. 이 놀라운 울트라 캡숑 파워는 지저의 지하수도 펄펄 끓어오르게 만들었으니, 이를 최대한 활용해 보고자 했던 게 사토리의 혜안이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게 지금의 지저 온천. 지저의 관리자에서 온천 ceo자리로 직책을 변경한 사토리가 온천의 명칭을 자신의 이름을 딴 ‘두근두근 사토리의 대온천’으로 짓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지 불과 한 달.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지저 암반수가 항암작용은 물론이고 미용에 탁월하며 정력에도 갑이라는 소문이 펴지기 시작하자 지저 마을은 물론이고, 지저 넘어 지상에 까지 온천을 찾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다.
예상을 초월한 반응에 대표이사 사토리는 쾌재를 부르며 온천의 확충과 더불어 온천을 찾는 지상의 손님들을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모시기 위해, 지상에서 지저로 직통으로 이어지는 레일을 깔아 종점만 존재하는 역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지저에 있는 역은 여관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지저 시장 역. 지상에 있는 역은 인간 마을 입구로부터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야마다 집 앞 역. 설치된 곳이 정말로 야마다라는 성씨의 한 노인네의 집 앞이었다. 그 야마다란 노인네는 본의 아니게 역세권의 영향을 받아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돈방석에 앉게 되었는데. 이러한 행운이 화제를 불러일으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언제가 찌라시 일보를 발간하는 어느 까마귀 기자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역이 설치되기 전 날에 테위가 싼 똥을 발견했는데, 그 토끼의 똥이 인간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모양인가 봐요.」
그 인터뷰의 내용이 마을의 인간들에게 전해지자마자, 죽림은 테위를 찾기 위한 인간들의 행렬로 끊임없이 북적였다고 한다. 그들 중엔 향림당에서 고가의 돈을 주고 구입한 관장약을 지닌 인간도 있었다는데 만약, 테위가 그런 인간에게 잡히기라도 한다면 검열삭제의 스캇물을 찍게 될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또 어떤 인간은 직접 영원정까지 찾아가 혹시 모를 테위의 똥을 얻기 위해 토끼전용 뒷간에 잠입하는 잠입액션물을 찍었으나 아직까지 성공한 이는 없었다고 한다.
허나, 뒤늦게 역세권 행운으로 부동산 부자가 된 야마다의 말이 근거 없는 헛소리에 불과한 걸로 밝혀졌지만, 아직도 그런 유언비어에 실 날 같은 일획천금의 행운을 노리는 사람이 많았으니. 미혹의 죽림을 제집 드나들 듯 다니는 등 여전한 행보를 보였다. 배탈 난 듯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것 마냥 시도 때도 없이 죽림을 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그곳에 거처를 짓고 눌러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러니 테위 입장에서는 자신의 응가를 노리는 인간들 때문에 외출을 금한 채 달나라 공주처럼 니트 선언을 할 판. 대체 언제 쯤 되어야 맘 놓고 나돌아 다닐 수 있을까? 이 지랄 같은 신드롬이 사그라지기 까지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려야할지 가늠조차 안 되는 판국이다.
힘내라 테위! 만에 하나 죽림 죽돌이 인간에게 잡힌다면 그날로 관장 풀코스는 각오해야 할 거야. 이게 다 실없는 소리로 유언비어를 퍼트린 야마다 노인과 그의 집을 역세권으로 만든 ㈜사토리의 두근두근 대온천 ceo 코메이지 사토리를 탓해라.
여하튼, 그런 유래(?)를 자랑하는 야마다 집 앞 역에 신 하나와 캇파 하나가 정차중인 열차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빨간색의 기다란 리본에 드레스가 인상적인 카기야마 히나와 초록색 모자에 여성용 캇파복을 입은 카와시로 니토리가 먼저 선착해 있는 이들을 둘려보고는 빈자리를 찾아 착석을 했다.
이 둘 보다 먼저 열차에 타고 있던 인물들은 요괴대현자 야쿠모 유카리와 그의 식신인 란, 유부녀 모에 사선 카쿠 세이가와 그의 강시인 미야코 요시카. 그리고 고구마 냄새를 풍기는 가을 자매 신 아키 시즈하와 미노리코였다.
히나를 비롯해 열차에 탄 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오늘 하루 1박 2일로 예정된 온천 투어 여행의 손님들이었다. 다들 ㈜사토리의 두근두근 대온천에서 발급되는 1박 2일 온천 티켓을 가지고 있었는데 입수 경로에 관해서는 각자 제각기라고 알아두자. 디테일 하게 설명 하자면 히나와 니토리는 마을의 경품 추천 당첨으로, 야쿠모 할망과 여시는 티켓이 남아돈다. 태진아가 좋아하는 사선과 썩은 뇌는 누군가로부터 훔친 것. 가을 자매 신은.. 땅에 떨어진 티켓을 우연히 주웠는데 아마도 레즈 텐구 커플이 실수로 떨어뜨린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래도 이들이 공교롭게도 한자리에 모인 것은 우연이리라.
히나와 니토리를 끝으로 더 이상 탈 손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열차의 문이 푸식-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 열차는 도쿄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로, 유카리가 공짜 티켓을 조건 삼아 ㈜사토리의 두근두근 대온천社에 진상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유카리는 「훌쩍 폐역하차 여행 스펠」을 당분간 쓸 수 없게 되었다는데 대체 할 만 한 열차 뿌아아앙─! 스펠은 아주아주 많으니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최근 방영중인 전대물 컨셉에 따라 무지개 가래떡 열차 스펠을 개발했는데 그것은 매우 크고 우람하며 또한 아름답다고 한다.
열차의 문이 닫히고 운행을 시작하기 전, 차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객실로 걸어 들어왔다. 붉은 와인색 머리를 양 갈래 땋은 화차 고양이가 자신의 벨벳 드레스 양 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손님들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건넨다. 카엔뵤 린이란 이름의 이 화차 고양이는 원래 시체를 운반할 수레를 끌고 다니던 시체 애호가였으나 주인 겸 사장인 사토리가 역을 설치한 이후, 지금은 열차를 운행하는 차장이 되어있다.
통칭 오린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네코미미와 인간 귀 총 4개의 귀가 존재하는 화차 고양이는 차장 일 때문에 시체를 수거함에 있어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실은 정 반대였다. 오히려 시체 수거에 대해 상당한 수고를 덜게 되었다고.
수레는 많아야 두 세 개의 시신을 실지만, 이 열차는 손님이 타는 객실 말고도 별도의 시신 보관석이 존재한다. 따라서 한 번에 지저로 실어 나르는 시신의 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러니 차장 일에 아무런 불만 없이 기쁜 마음으로 임하는 오린이었다.
“저희 사토리의 두근두근 대온천이 운행하는 열차에 타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치마의 양 끝을 내려놓으며 직립자세를 취하는 오린. 무심해 보이는 얼굴에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본 열차는 사고가 없는 한 약 한 시간 후, 지저 시장 역에 도착합니다.”
오린은 자기 할 말을 마치고 나서 운행을 위해 차장실로 돌아갔다. 곧 이어, 덜컹 덜컹 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열차. 객실의 손님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온천욕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있었다.
열차가 점차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고 있을 때, 히나 옆에 앉아있던 니토리가 집게손으로 코를 짚으며 말했다.
“휴이-, 어디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지 않아?”
불만스런 니토리의 시선은 맞은 편 요시카에게 향해져있었고, 히나도 맞장구치며 말했다.
“킁킁.. 확실히 시체 냄새가 진동하는 군요.”
“그지? 아무래도 저 강시가 냄새의 원인 같아.”
“그렇게 단정 짓는 이유는?”
“뻔하잖아. 강시란 그저 움직이는 시체일 뿐이니까.”
“아니, 우리 요시카가 뭐가 어쨌다고 그러는 거예요!”
요시카 옆 좌석에 앉아있던 강시 주인이 언성을 높이며 반발해왔다. 히나와 니토리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자니 자신의 귀여운 요시카에 대해 냄새난다느니 시체일 뿐이라느니 하는 소리에 참지 못한 것이었다. 아니, 주인으로서 결코 넘어갈 수 없는 발언을 한 저 청록색이 용서 안 된다.
니토리를 노려보는 세이가의 입가가 주름이 잡힐 듯 말 듯 부르르 떨렸다.
“요시카는 내가 매일 손질해 주고 있어서 냄새 따윈 안 나요. 그리고 시체도 아니에요!”
그렇게 역정을 낸 세이가는 요시카를 손질 하던 때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 아하하하. 냥냥~ 간지러워!
─ 어머, 요시카도 차암~, 자꾸 움직이면 씻기기 힘들어.
─ 그치만... 간지러운 건 못 참겠어.
─ 얘!
─ 아하하하 아하하하핫!
─ 어휴~, 못 말린다니까.
회상속의 세이가와 요시카는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왜곡 되어 있었다. 두 눈은 별을 통 채로 박아 넣은 듯 은하수가 넘실거렸고 콧날은 또 왜 이리 오뚝한지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베어질 것만 같다. 그런 순정만화의 모습으로 하하호호 거리는 광경은 얘네가 원래 이런 관계일리 없을 텐데 뻔뻔한 주작질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주작이면 어떠한가. 세이가는 스스로의 기억을 왜곡하면서 까지 요시카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훌륭한 강시로서. 고기 방패로서. 그리고 그냥 귀여워서.
초점 없는 동공이 귀엽다. 반쯤 헤~벌린 입이 귀엽다. 살짝 꺾인 목이 귀엽다.
이런 애를 냄새난다. 시체다. 놀리다니 어찌 참을 수 있겠나.
세이가는 요시카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다 끌어안으며 툴툴거렸다.
“우리 요시카 상처 받으면 어쩌려고 험담을...”
그 모습에 어쩐지 미안해진 니토리가 “미안해, 내가 좀 심한 말을 했어.” 하고 사과를 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만 ‘킁킁’ 대며 냄새를 맡는데 집중하고 있는 히나.
“이거 심하네요. 완전 부패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시체냄새가 심하다고 토로해왔다. 그건 니토리도 격하게 공감하는 바. 허나 냄새의 근원이라 판단했던 요시카에게 방금 사과를 했던 터라 바로 맞장구치진 못하고 입만 우물거리며 나오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히나의 발언에 심기가 좋지 못한 세이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그들 사이에 긴장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주인의 가슴팍에 머리가 묻혀있던 요시카가 무언가 알았다는 듯 말문을 연다.
“세-가-, 썩은 내. 내 냄새 아냐. 저~기에서 나오고 있어~”
응? 하고 요시카를 내려 보는 세이가.
“저~기에서~ 나오고 있어~~”
요시카는 세이가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벌떡 일으킨 몸으로 차장실 반대편을 향해 몸을 돌려 냄새의 진원지가 저쪽임을 알렸다.
“강시가 한 말대로 냄새는 저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확신하는 히나. 냄새는 강시가 아닌 객실 넘어 있는 다른 열차 칸에서 난다. 그렇게 판단했으니 남은 건 확인해 보는 일 뿐.
덜컹. 열차가 크게 흔들렸고 중심을 잡지 못한 요시카가 넘어졌다. 그걸 신호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히나와 니토리 그리고 세이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냄새의 진원지를 확인하기 위해 객실 뒤쪽 칸으로 향한 그들이 목격한 것은 너무나도 예측한 대로의 광경이었다. 산을 이루고 있는 십 여구의 시신. 부패한 냄새와 왱왱 거리는 파리 떼. 니토리의 입에서 “맙소사”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거 서비스가 개판이군요. 당장 클레임을 걸어야 하겠네요.”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에 히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도대체 열차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모냥인건지. 따지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거기에 다들 동감하지만, ‘어머, 멋져!’ 세이가만이 좀 다른 감상이었다.
불쾌감에 씩씩거리는 니토리가 차장을 부르기 위해 몸을 돌리는 그 순간이었다. 허공에서 유카리 전용의 양 끝이 리본으로 장식 돼 있는 틈새가 열리더니 그 안으로부터 차장이 툭하고 떨어졌다.
“후냐앙!”
이 벨벳 드레스의 화차 고양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려보다가 니토리들 뒤로부터 걸어오고 있는 유카리를 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니토리들의 시선도 자기들 앞으로 걸어 나오는 유카리에게 고정된다.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는 고양이에게 유카리가 말했다.
“손님들에게 시체 냄새를 맡게 하다니. 얼마나 무례한 걸까?”
웃는 얼굴인데 눈에는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이 화차 고양이는 제 버릇 못 버리고 손님 보다 제 욕망만 우선시하는구나. 유카리는 저 몹쓸 고양이에게 어떤 벌을 줘야 할까 하고 고민을 한다.
무서운 유카리의 질책에 오린은 몸 둘 줄 몰라 하며 용서 빌기를.
“죄..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시신을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카리의 눈은 더욱 무섭게 회 번뜩이며 날카로워 진다.
“지금 당장 치우는 거야 내 능력이면 어렵지 않아. 내가 묻는 건, 왜 객실 바로 옆 칸에 시신을 방치해 두고 있었냐는 거야.”
“그.. 그건.... 원래 이 칸은 작열 지옥터로 운반할 시신을 쌓아두는 곳이라... ”
“흐응..?”
“자.. 잘못했습니다!”
유카리의 눈이 찌푸려지자, 두세 번 쌔게 바닥에다 머리를 찧는 오린.
“그래.. 원래 네가 해야 할 일이 그거라는 걸 잘 알아. 그런데 왜 시신을 쌓아두는 곳이 손님이 있는 객실 바로 옆 칸이냐고 묻고 있잖아! 최소한 썩은 내가 풍기지 않도록 했어야지.”
유카리가 그렇게 재차 묻어오자, 오린은 진땀을 흘리면서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치만.. 이 열차는 차장실, 객실, 시체보관실 뿐인걸요.....”
이건 트집이다. 처음부터 이 열차에 시체를 보관할 공간은 여기 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저렇게 같은 질문으로 재차 물어오는 것은 갈굼일 뿐이었다. 오린은 자신은 그저 화차 고양이로서 제 임무를 완수하고 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클레임을 걸어오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오린의 생각. 손님들의 생각은 달랐다.
손님들이 보기엔 그것은 단지 핑계에 불과했다. 저 화차 고양이는 고약하게도 자기 입장만 생각했지, 손님들 입장은 개뿔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거다. 안 그래도 소문난 온천욕에 대해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특히, 세이가로서는 저 시체 무더기 때문에 엄한 요시카만 오해 받은 셈이니 더 더욱 기분 나쁠 만 했다.
“시체를 운반하려거든 손님이 없을 때 하면 되었을 텐데.”
세이가가 정론을 꺼내들었다. 이 열차는 하루에 딱 네 번 정규 운행하고 있지만, 손님을 태우지 않는 운행에 대해서라면 몇 번을 왕복해도 자유였으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오린은 그저 입을 다문 채 바닥만 내려다 볼 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그래도 시체 수집이라니, 좋은 취미네요.”
덧붙인 말에는 오린에 취미에 공감하는 세이가의 미학이 엿보인다.
그때, 후훗 하고 웃음을 흘리는 유카리.
오린에게 줄 벌이 정해진 것이었다. 요사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내뱉은 말.
“그래, 우리 란의 스트레스도 풀릴 겸. 그게 좋겠어.”
그 말에 반응하듯 오린 앞으로 그녀의 식신이 걸어 나온다. 야쿠모 란. 이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는 주인의 의중을 파악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입 꼬리가 째질 듯 올라가 있었다.
“본부대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란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과연, 유카리가 정한 벌이 무엇인지.
란의 저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결된 중단편, 사선과 요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오린의 운명은?
다음회에 계속....
====================
다음 회 부터 본격적으로 약 빨음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