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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의 안개호수는 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정말이지 고요한 호수 위에 유유히 떠다니는 안개들은 밤이건 낮이건 늘 신비하고 고요한 느낌을 준다. 가끔씩 근처에 있는 홍마관에서 뿜어내는 불빛이 반사되어 내는 장관은 정말로 웅장하고 도도해보이기도 한다.
가끔씩 이 근처 숲에서 살고 있는 요정들이 호수에서 놀다가 행방불명 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소식을 들은 요정들은 처음에는 경각심을 가졌지만, 알게 모르게 사라져 가는 요정들처럼 그들의 기억속에서도 서서히 경각심이라는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좋아. 오늘도 안개 호수에서 놀아보자!"
"좋아!"
"저기...치르노. 위험하지 않을까? 안그래도 요즘 친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괜찮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아이 잘못이야!"
얼음의 요정 치르노는 리더가 되어 다른 3명의 요정, 요괴들과 함께 장난을 치거나 이곳저곳을 놀라더니고 있었다. 물론 요정이나 어린 요괴들이 그렇다 싶이 큰 마찰 없이 애들 놀이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최근 부쩍 늘어난 안개호수의 안개속을 돌아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처음 술래는 누가 할까?"
"그러게? 누가 하지?"
네명의 아이들은 천천히 고민을 하다가 이윽고 나뭇가지를 집어들었다.
"가장 긴쪽을 뽑은 사람이 술래야! 나머지는 술래즞 찾아다니면 되는거고!"
"그런건가-치르노 똑똑하네"
"그야 나는 최강에 천재니까!"
치르노가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다들 나뭇가지를 집었지?"
치르노가 나뭇가지를 보이며 말했다.
"내건...기네. 내가 제일 기네?"
치르노가 말했다.
"길다 길어. 이래서야 우리가 치르노를 찾으러 다닐수밖에 없게 됬네"
"그러게...좋아! 어서 안개속에 숨어 치르노! 우리가 찾아다닐게"
치르노는 빙긋 웃으며 안개속으로 들어갔다.
"좋아. 그러면 30까지 세고 찾아보자!"
한편 안개 속에서 치르노는 자긴의 기척을 숨기며 호수의 중심까지 들어갔다.
"아무리 안개가 짙어도 밖에 있으면 쉽게 찾을테니 헤메기 쉬운 중앙에서 애들을 놀려주자!"
확실히 가득이나 짙은 안개가 가면 갈수록 짙어지는 바람에 점점 시야를 분간하기가 힘들어졌다. 치르노도 자신이 제대로 중앙을 향해 가는지 모를정도로 짙은 안개였다. 또한 자신이 중앙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조차 할 수 없었다. 딱히 랜드마크랄까 표식이 있는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흠. 이쯤이면 정 중앙에 와있겠지!"
치르노가 중얼거렸다.
"이정도로 짙은 안개...확실해 중앙이야"
치르노가 만족을 띤 웃음을 지으며 의기양양해하는 사이에 물 밑에서 무언가 스믈스믈 기어올라왔다.
"에? 이거 뭐야?"
어느새 다리를 휘감고 있는 끈적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한 치르노는 그것을 떼어내려 했으나 미끌거리고 끈적거려서 쉽게 떼어지지 않는데다가 기분까지 이상하게 나빠졌다.
"에이. 귀찮아. 물도 묻어있겠다. 그냥 얼어라"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를 감고 있던 무언가가 얼어붙어 무너져내렸다.
"나에게 함부로 덤비면 뼈도 못추린다고"
치르노가 조각조각 부숴져 떨어지는 얼음조각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근데...호수 물 밑이 저렇게 검고 어두웠던가?"
한편...
"좋아. 이제 찾아볼까?"
"바보 루미아. 거기서 50까지 세버리면 어떻게"
"미안 미안. 너무 집중하다보니 놀이라는걸 잊고 숫자만 세고 있었어"
"정말이지 바보구나..."
"에헤헤..."
세 아이들이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며 안개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러명이서 몰려다니는건 비효율적이니까 흩어지자"
"비효율이 뭐더라?"
"...찾기 쉽게 흩어지자고"
"에에 그런건가? 좋아!"
아이들은 일제히 흩어져 치르노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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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치르노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기분나쁜 촉수를 얼려 물 밑으로 밀어넣기가 무섭게 수 십 수 백의 촉수들이 치르노를 덮쳐버렸기 때문이다.
"뭐...뭐야 이거...꿈틀꿈틀...기분나빠..."
몸 이곳저곳을 감싸올라오는 촉수들을 기분나쁘다는듯 풀어보려 했지만 손 발이 자유롭지 않아 마음대로 되지 못했다.
"조금 힘든 모양이네?"
"누...누구?"
촉수들의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한 소녀의 모습이 나왔다.
"안녕? 나는 이곳에서 사는 요괴야."
"뭐야...너같은 요괴 들어도 본적도 없다고"
치르노가 인상을 찌푸리며 촉수를 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야 나는 얼마전에 태어났는걸? 이 강으로 요력이 흘러들어와 내가 탄생한거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하...이름도 없는 요괴라니. 완전 피래미잖아? 나한테는 상대가 안된다구"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알지"
요괴가 뾰족한 촉수 다발을 치르노 몸 곳곳에 찔러넣었다.
"아앗...뭐야 이거?"
"아프지? 조금은 아플거야"
"으으...어서 이거 풀어. 나는 빨리 애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야"
치르노가 버둥거리며 말했다.
"헤헤. 친구들이라...부럽네"
요괴가 웃으며 말했다.
"있지 있지. 나는 이제 막 태어나서 친구가 없는데. 그래서 친구들을 만들려고 이녀석 저녀석 다 불러왔는데 모두 금방 지쳐 자더라고."
요괴가 치르노의 몸을 묶고 있는 촉수를 힘껏 조이며 말했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버티려나?"
"크윽...!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친구가 되어줘"
요괴가 치르노의 몸에 찔러넣은 바늘을 이용해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흐앗...? 뭔가 들어...읏...! 히...힘이..."
"헤헤. 날 만난 친구들은 다들 울거나 화를 내더라고. 근데 이거 먹으면 화도 안내고 다 웃어. 그러다가 같이 내 집으로 놀러가곤 해"
"아아...안돼...친구들이..."
치르노가 힘없이 늘어진 몸으로 애써 버둥거려보았지만 아까보다는 눈에 띄게 몸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헤헤.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요괴가 치르노를 물 밑으로 데려갔다.
"아앗...! 아...안대...들어가면...나 죽어...죽는다구...!"
"죽어? 죽는게 뭐야?"
요괴가 죽음이 뭐냐는 질문에 치르노의 말문이 막혔다. 애당초 그런걸 설명해줄수 있는 머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말이 안나온걸 수도 있지만 기가 차는 이유도 있었다.
치르노의 발이 물 속으로 들어가자 치르노가 움찔거리며 놀랐다.
"히야아..! 싫어!! 싫어!! 죽고싶지 않아!! 루미아!! 다이짱!! 살려줘어어!!!"
"소용없어. 여기서 아무리 외쳐봤자 안개때문에 소리가 금방 묻히는걸?"
가슴께까지 담궈진 치르노를 바라보며 요괴가 말했다.
"내 친구들을 소개할게"
이윽고 촉수하나를 들어올려 불어터진 요괴의 시체를 끄집어올렸다.
"뭐...뭐야 이거?!"
"내 친구."
시체의 모습은 참으로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물에 불어 흘러내리는듯 썩어들어가는 피부는 이미 푸르게 변질 되어 썩은 내를 풍기고 있었다. 생물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훼손이 심했다.
"우욱...우웨에에엑..."
코를 찌르는듯 역겹게 풍겨오는 시체 썩는 냄새와 역겨운 시체. 이 둘의 조합은 치르노가 구토를 하기에 매우 충분했다.
"헤헤. 마음에 드는거같아서 다행이야. 자. 그러면 더 많은 친구를 만나러 가야지"
"햐아아앗...! 싫어! 제발...! 용서해주세요...죽고싶지 않아..."
"친구들이...너를 기다리고 있어"
"다이...우욱..!"
치르노는 대요정을 부르려고 했지만 해석하게도 입안에 들어온 물때문에 금방 말문은 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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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르노~"
"치르노~~우리가 졌어. 어서 나와"
"아마 안개때문에 들리지 않는거같아."
"그러겠지? 그러면 역시 안개 속을 샅샅이 뒤져봐야 하나?"
"다시 찾는건가-"
세 아이들은 다시 안개속으로 들어갔다.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친구를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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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상하다...머리속에서는 백합물이었는데...
왜 이렇게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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