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요괴의 산에 있는 텐구들은 할일 없이 장기를 두거나, 다른 텐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가끔씩 신문을 쓰는등 할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어쩌다가 한번씩 있는 마을의 명절에 모습을 나타내거나 하면 그때서야 재미있는 일이 생기거나 하지 딱히 이 곳에서 즐길만한 껀덕지를 구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환상향 최속의 기자 아야도 마찬가지였다. 주운 날씨에 코타츠에 틀어박혀 차를 홀짝이던 그녀는 서둘러 기삿거리를 찾고자 했으나 딱히 사건이나 이변도 없겠다 당분간은 집에서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따뜻하니 좋잖아. 원래 새는 추위에 민감하다구'
창밖은 김이 뿌옇게 서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었다.
탕탕탕.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네네. 있으니 어서 들어오세요 안은 따뜻합니다."
매번 찾아오는 텐구는 별반 다를게 없지만 그래도 간만에 찾아오는 손님은 기대되기 마련이다. 무료한 시간을 간단히 보낼수 있으니.
"아야씨. 오늘도 집안에서 나오시질 않네요"
"어머. 모미지 아니야."
아야는 늘어진 얼굴로 코타츠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예요."
"딱히 사건도 없잖아. 제설작업이라면 며칠전에 끝냈고...딱히 할일이 있길 원하는건 아니지만 일이 있을대가 좋았다구..."
아야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차라도 가져다 줄까? 따뜻하게 데워서"
아야가 코타즈 안에서 나오며 말했다.
짧은 츄리닝 핫팬츠에 스타킹. 그리고 러닝셔츠. 확실히 겨울에는 맞지 않는 옷이다.
"아야씨...그거 상당히 추워보이는데요?"
"집안은 따뜻하잖아. 집 안까지 꽁꽁싸매고 있을 필요는 없다구"
아야가 물을 데우며 말했다. 머지않아 포트 안의 물이 보글거리며 끓기 시작했다.
"아뜨뜨...자...일단 몸이라도 녹이고 있어"
"아...고맙습니다"
모미지가 두 손으로 차를 받아 호호 불며 마시기 시작했다. 아야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왜그러세요?"
"아니야. 그냥 차마시는거 보고있었어"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부담되서 차라도 체할거같다고요..."
'미안 미안. 하던거 마저 해"
아야는 책상에 앉아 마저 해야하는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펜을 던져버리고 코타츠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우으으...역시 기삿거리가 없으니..."
아야가 코타츠 안으로 밍기적거리며 들어갔다. 모미지는 뭘 하려는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야가 모미지가 앉아있는 방향으로 튀어나와 가슴을 움켜쥐었다.
"모미지를 모미모미-"
"하지마세요"
"명령을 내려야하는쪽은 이쪽 아닌가? 넌 개잖아. 주객이 전도됬다고"
"개가 아니고 늑대입니다."
"개과인건 마찬가지잖아."
모미지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야가 계속 가슴을 주물럭거렸지만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장난의 일환일거 금방 끝날테지. 아니나 다를까 얼마정도 주물럭 거리던 아야는 다시 코타츠 안으로 들어가더니 머리만 쏙 내밀고 창을 바라보았다.
김이 뿌옇게 서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바라보며 아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저기...아야씨"
"왜요"
"혹시 폐가 되자 않는다면 저와 함꼐 어디 가시지 않을래요?"
"먼뎁니까? 먼데면 추워서 싫어요"
"아니예요! 이 산 안에 있는곳이예요"
"캇파의 댐입니까. 거긴 삻어요. 물안개가 피면 추워지거든요"
"일단 따라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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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보지 말아주실래요? 누구와는 달리 절벽가슴이라서요"
아야가 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말했다.
"어차피 같은 여자라서 끌릴것도 없잖아요"
"그래도 개한테는 발정기라는게...우컥!"
날카롭게 날아온 춉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야야...아프다고요..."
'맞을 짓을 하니까 맞은겁니다. 불만은 품지 말아주실래요?"
"네..."
아야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었다.
"아야씨답네요. 텐구 복장이라니"
"어쩔수 없는걸요. 날이 추워서 빨래를 하고 옷을 널면 옷가지가 전부 얼어버리는걸요? 그나마 많이 받은 옷이 이거니 이거라도..."
아야가 말을 하다말고 부들부들 떨었다.
"으으...역시 이 옷은 통풍이 너무 잘돼..."
아야는 벗었던 스타킹을 다시 신고 목도리까지 꽁꽁 둘러맸다.
"얼굴이 가려질정도로 추운겁니까"
"한번 저처럼 입어보세요. 추운지 안추운지 쉽게 알 수 있을걸요"
아야는 문을 열며 말했다.
"부디 먼데가 아니길 빕니다"
"그렇게 멀지 않아요. 길어야 10분정도에 떨어져 있는 계곡이예요. 아 참...올때 카메라 곡 챙겨오세요"
"네? 카메라요?"
"네"
아야는 말없이 날아오르는 모미지를 보며 재빨리 카메라를 챙기고 자신도 바람에 몸을 맡겼다.
"간만에 하늘을 나니 좋네요. 생각보다 그리 춥지만은 않은거같고요"
"그쵸? 자주 움직이세요. 방 안에만 있으면 안된다고요"
모미지가 말했다.
"다 왔어요. 이쯤입니다."
모미지가 땅으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가깝네...'
아야도 내려왔다.
그리고 펼쳐진 풍경은...
"우와아..."
"어때요? 대단하죠?"
고드름이 기묘한 방향으로 여기저기 얼어 마치 보라빛 수정을 보게 하는 광경이었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선 스스로 빛을 발하는 얼음조각도 있었다.
"겨울철만 되면 이곳은 이런 종류의 얼음과 고드름으로 가득해져요. 일종의 수정 계곡이랄까요?"
"일회용이 아니라는겁니까? 대단하네요...자연이라는건..."
아야는 말없이 수정들을 바라보았다. 매우 아름답고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얼음들이 비추는 빛에 의해 자신마저 빛의 일부가 된거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림같네요. 하얀 도화지 위에 아름답게 수놓은 그림이요"
"그쵸. 저도 가끔씩 그런 느낌을 받아요"
아야는 넋을 잃고 수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올라서 말했다.
"근데 아까 카메라는 왜 챙겨오라고 한거죠?"
"에...이걸 찍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흠...모미지다운 생각이네요. 마음에 드는 의견이긴하지만 기각할게요"
"어째서죠?"
"아무리 자연경관이 아름다워도 인간들에게 보여져서는 안되요. 그들은 자주 망치거든요. 이런 모습을. 그러면서 합리화를 하잖아요? 다른사람도 하는데 왜 나만...이런 식으로"
"그런거군요..."
"하지만 우리가 안알려주어도 결국은 언젠가 그들이 찾아낼거예요...인간은 늘 무언가를 찾아 헤메는 종족이니까요"
아야는 수정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쯤해서 돌아가죠? 충분히 눈요기는 되었으니까요."
"사진...진짜로 안찍으셔도 되요?"
"네. 눈에 담아둔 풍경은 사진보다 아름다운 법이랍니다"
아야가 앞장서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아니면 먼저 갑니다!"
"자...잠시만요!!"
모미지는 얼음 조각 하나를 챙기며 말했다.
"이래뵈도 겨울철에는 녹지 않는 얼음이니까 하나쯤은 챙겨둬도 나쁘진 않겠죠?"
"...그건 아마 산신님께서 정하실거같은데..."
모미지는 아쉬운듯 얼음조각을 바라보다가 결국은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도 예쁘니..."
"전 몰라요..."
아야는 한숨쉬며 말했다.
이윽고 집에 돌아왔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흘렀네요"
"그러게요. 벌써 해가 지네요"
두 사람은 석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봐요.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네...그러네요. 석양은 어느 계절에 봐도 아름다운거같아요. 마치..."
아야가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아니예요. 오늘은 이쯤 해두죠. 피곤하실텐데 푹 쉬세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아야가 모미지에게 다가왔다.
"아니...뭐. 저도 혼자 보긴 아까운 풍경이라..."
"..."
아야가 모미지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건 답례선물...후후..."
아야의 얼굴이 석양빛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붉게 물들어있었다. 하지만 모미지가 보기엔 그 얼굴이 몇배는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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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잊혀진 트윈테일 까마귀.
그녀는 오늘도 방 안에만 있습니다.
"잊혀진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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