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앨리스에게 줄 화이트데이 쿠키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던 마리사는 오랜만에 하쿠레이 신사를 찾았지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레이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뭐, 상관없나.”
가볍게 여기는 마리사.
신사에서 밖에 맛볼 수 없는 ⑨표 녹차를 마시고 싶었는데. 오늘은 쿠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을에 반호텐 코코아나 사려가기로 정한 마리사는 빗자루에 올라타고, 신사를 떠났다.
그렇게 마을로 향하던 도중, 마리사의 눈에 익숙한 홍백의 모습이 아래에서 포착되었다. 특징적인 무녀복이라 한 눈에 레이무라고 알아봤지만, 체격이 달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아무튼. 레이무로 보이는 홍백을 주시하기로 하는 마리사.
홍백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었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노란색 모자를 쓴 요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홍백 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요괴는 홍백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갔으나 가까이 온 요괴를 불제봉으로 사정없이 내리쳐 기절 시키는 홍백. 이어 기절한 요괴를 옆구리에 끼고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마리사는 홍백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해 몰래 미행을 했다.
미행 끝에 도착한 곳은 어느 허름한 폐가. 창문은 전부 판자로 막혀있었고 정문을 제외하곤 출입이 제한된 저택이었다. 홍백은 요괴와 함께 그 폐가 안으로 들어갔다.
요괴를 납치해서 뭘 할 속셈인 거야? 마리사는 이해하기 힘든 레이무의 행동에 머릿속이 복잡해 졌지만, 그래도 저 행동엔 이유가 있는 거라고 판단해본다.
‘요즘엔, 요괴를 퇴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런 식으로 가둬놓나 보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가던 길을 서두르는 마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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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아프다고! 아아아아악!!”
“반항하면 두 배로 때릴 거다!”
폐가 안에는 옷이 벗겨져 하얀색 브리프 팬티만 입고 있는 히데오가 무녀의 불제봉에 맞아 아픔을 호소했고 무녀는 그런 히데오를 더욱 괴롭혀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인가 불제봉을 맞았는지 히데오의 몸엔 빨간색 회초리 자국이 선명했다.
무녀의 이런 행동을 보아 지금 빙의중인 신은 상당한 새디스트다. 입 밖으로 내뱉는 어투는 깡패처럼 거친데다 폭력에 괴로워하는 요괴를 보며 즐거워하는 악질이었다.
“너 몸을 보니 잘 안 씻는 모양인데. 이 아저씨가 씻어 줄 테니까 따라와.”
“싫어 싫어 싫어!”
히데오는 폭력을 쓴 주제에 손수 씻겨주겠다는 무녀를 피해 달아났다. 하지만, 폐쇄된 폐가 안.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무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리글, 도와줘!”
녹색 머리 쇼타에게 도움을 청하며 폐가 안을 뛰어 다니는 히데오. 하필, 도움을 청하는 상대로 리글을 지목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누가 되었건 그를 도와줄 요괴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무녀를 피해 돌아다니던 히데오는 얼마 가지 못해 잡히고 말았다. 무녀에게 머리 끄댕이를 잡힌 히데오는 바닥을 질질 끌며 끌려갔고 자신을 피해 달아난 그에게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
“감히 날 피해 달아나려고 하다니. 어디 박진 있게 맞아봐라!”
또 다시 불제봉을 회초리처럼 휘두르는 무녀. 전력을 다한 휘두름이 발동되기 직전, 파공음과 함께 폐가 벽을 뚫고 눈부신 빛의 덩어리가 쇄도해 들어왔다.
어마한 에너지를 품은 열량 덩어리가 폐가 한 부분을 휩쓸고 지나가자 뚫려진 벽 너머로 빛을 한 몸에 받은 인영이 서 있었다.
“역시, 신경이 쓰여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ZE.”
그 인영의 정체는 팔괘로를 앞으로 내밀고 있는 키리사메 마리사였다. 아무래도 신경이 계속 쓰였던 마리사는 반호텐 코코아를 사려가는 길을 조금 늦추기로 하고 수상한 홍백의 행동을 저지하기로 했다. 자신이 아는 레이무라면 요괴를 납치해서 괴롭히는 짓 따윈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조금 달라진 레이무의 행동은 자신이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마리사다.
난데없이 들어온 방해에 무녀는 짜증이 올라왔다.
대체 저 인간은 뭔데, 간섭을 해오냔 말이다.
“거기, 인간 아가씨. 너도 이 요괴랑 같이 아저씨한테 학대 당해보고 싶은 거야?”
“오옷..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넌 레이무가 아닌 거구나!”
마리사도 어렴풋이 예상을 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확실해졌다. 저 홍백은 레이무가 아니다. 행동도 말투도 그리고 듬직해진 체격도.. 어디하나 레이무와 같은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무녀는 카아악하고 가래를 모았다가 바닥에다 퉤엣- 하고 뱉었다.
“원래 신앙을 주는 인간에겐 손대는 게 아니지만, 이번만은 다르지.”
손에든 불제봉에 신력이 담긴다. 푸른빛을 감겨 점차 모습이 변해가더니 길쭉한 죽도 형태로 바뀌었다.
“흐아아, 간다!”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마리사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죽도가 된 불제봉을 휘두르는 찰나.
마리사의 몸이 빗자루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았다.
“위험해.... 위험해....”
아슬 하게 무녀의 불제봉을 회피하긴 했지만, 공격이 너무 빨랐다. 설마,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자신의 눈으로 따라잡지 못할 줄이야. 오랜 탄막전으로 단련된 동체시력은 자랑거리였건만.
방금의 공격으로 저 무녀가 근접전에 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리사는 자신의 스펠로 커다란 구멍이 난 벽을 향해 날았다.
곧바로 무녀가 뒤 쫒아왔지만, 무사히 폐가 밖으로 나온 마리사가 고도를 높이며 탄막을 쏘았다. 별모양 탄막들이 아래로부터 상승중인 무녀에게 쇄도했고 무녀는 그 탄막들을 죽도 불제봉으로 남김없이 쳐내며 마리사를 쫒았다.
탄막으로 끊임없이 견제를 하는데도 점점 따라잡고 있는 무녀에 마리사는 속으로 질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직 자신에겐 남은 수단이 많았고, 저 무녀에게 패한다는 결과는 결코 없을 거니까.
“어이, 이 무녀 코스프레 변태야! 나 잡아봐라~!”
빗자루에 탄 채 엉덩이를 팡팡하고 있는 저 마리사가 어찌나 얄 미워 보였는지, 무녀는 이를 뿌득 갈며 속도를 높였다. 저 인간 계집애. 잡으면 2X다. 잡으면 2X야!
무녀는 자신의 품속에서 두 개의 작은 음양옥을 꺼냈다. 그 두 개의 음양옥은 무녀의 몸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며 점차 모양을 바꾸어가더니 심지에 불이 붙은 빨간 양초가 되었다.
“뜨거운 맛 좀 봐라!”
음양옥이 변해서 된 빨간 양초에서 촛농이 발사 되었다. 그것도 기관총을 쏘는 듯 연발로 무수하게.
“흐아아아~~ 뜨거.. 뜨겁다고!!”
탄막이라고 하기 엔 너무나 실체적이며 빠른 촛농이 마리사의 엉덩이에 닿았다. 분명 엉덩이를 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드로워즈를 제대로 입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살갗이 타 들어가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 옷 너머 맨살에 직접 닿는 감각을 주는 촛농이 마리사의 등과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노리며 쇄도한다. 이 촛농을 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날면 그 만큼 무녀가 가까워지고 그렇다고 직진으로 날아가기엔 촛농을 피할 길이 없다.
“젠장... 이거 장난이 아니야!”
위기에 봉착한 마리사는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저 무녀에게 잡혀서 고문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범해질 각오까지 해야 한다. 그런 끔찍한 미래를 떠올리자 아껴 두었던 비장의 수를 끄집어내기로 한다.
미니 팔괘로를 빗자루 밑에 장착하여 그 화력을 속도에 더하는 스펠. 흔히 일컬어지는 스타더스트 레발리에가 아니다. 그 보다 한층 더 출력을 강화한 버전.
빗자루 밑에 미니 팔괘로를 장착한 마리사가 스펠을 선언하며 외쳤다.
“마부- 파이널 스타더스트 레발리에!”
선언과 함께 팔괘로로부터 엄청난 빛의 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파이널 마스터 스파크와 같았고 그 반동으로 인해 빗자루는 순식간에 음속에 가까운 가속을 한다. 이 어마어마한 속도를 그 위에 타고 있는 마리사가 견뎌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자신의 최고 속도를 갱신한 마리사는 얼굴을 압박해오는 바람에 의해 안면의 피부들이 부들부들 떨렸고 입술도 뒤집혀 새빨간 잇몸들이 여지없이 드려나 있었다.
“우그그그... 헤헷... 어떠냐... 이거라면....”
이 순간만큼은 그 텐구 기자도 뛰어넘었을 거다. 그렇게 확신한 마리사는 승리를 자축하며 앞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그·러·나 !
“그래 - ”
바람에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 옆으로 태연한 얼굴로 자신의 빗자루에 편승한 무녀가 있었다. 언제 자신의 빗자루를 잡고 있었던 거지? 오늘은 정말이지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불가한 일들뿐이라는 생각에 마리사는 더 이상 사고하지 않기로 했다. 이건 악몽이야. 그래, 분명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정신줄을 놓아버린 마리사는 빗자루를 제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 아래 수풀 속으로 불시착 해버리고 만다.
─ 우지끈. 우당탕탕!
몸을 굴려가며 나뭇가지들과 부딪힌 마리사는 온 몸에 생채기를 입고 신음했다. 다행히 정신을 잃진 않았지만, 무녀로부터 달아날 수단도 잃어버리고 만 마리사는 이젠 다 끝이라고 체념을 하면서도 저항을 그만두지 못했다.
자신을 향해 한 발짝 두 발짝 걸어오는 저 무녀를 조금이라도 더 피하기 위해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 발을 끄는 마리사.
무녀의 모습은 아까 와는 또 틀려져 있었다.
“날뛰지 마... 널 좋아했어.”
거무튀튀해진 피부색이 된 무녀가 섬뜩한 소리를 해온다. 아무래도 진짜로 위험한 상황에 봉착한 게 아닐까 싶은 마리사가 “싫어!”를 외치며 흙바닥에 놓여 진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부질없는 저항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무녀는 최후의 저항을 하며 몸서리치는 마리사의 코앞까지 다가오더니 촉촉한 수건으로 그녀의 코와 입을 막았다.
수건에는 강력한 최음제가 묻어있었고 그 최음 성분에 의해 마리사의 경계심은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마리사가 얌전해 진 것을 확인한 무녀는 꺼림칙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옷자락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데....
“거기 까지 입니다!”
정조의 위기에 처한 마리사 머리 위로부터 무녀의 행각을 저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녀는 이번엔 또 무슨 방해가 들어온 건지 신경질적으로 목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그곳 엔 환상향을 떠나 머나 먼 m-47 성운으로 가버렸던 또 하나의 무녀. 코치야 사나에가 『절대로 용서 못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카나코님, 부탁드립니다.”
사나에가 환상향으로 돌아 온 것은 불과 십여 분 전, 그녀의 고향별에선 타 행성에 대해 함부로 간섭하는 것을 일체 금지하고 있었기에 관광 삼아 오는 것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사나에는 한 시라도 빨리 카나코님을 돕기 위해 그 모든 심사를 무시 한 채 무작정 환상향으로 돌아왔으니, 나중에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였다.
몇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이라 이곳으로 오기 위해 워프존이 필요했는데 그것 역시 무단으로 이용한 사나에. 경비를 서던 성인에게 적발 될 때 마다 그녀는 필살 춉과 래리어트킥으로 경비를 순살 시키기는 것을 반복, 무사히 환상향으로 돌아 올수 있었다.
환상향으로 돌아온 직후, 사나에는 가장 먼저 카나코를 찾았다. 그리고 카나코로부터 접신 방법을 전해들은 사나에는 다음으로 무녀를 찾아 다녔는데 현인신이기도 한 그녀는 신력과 더불어 사이한 기운을 감지하여 곧바로 무녀가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접신 중인 무녀라면 신의 신성한 기운을 품고 있어야 할 것인데 어찌해서 요괴보다도 사이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마리사를 덮치려고 했던 무녀를 보며 어딘가의 액신과도 같은 기운을 느끼는 사나에.
“타락한 신은 이 내가 단죄하겠노라!”
사나에의 몸에 카나코가 접신했는지 그녀의 몸 주위로 광풍이 솟아오르며 강한 모래 바람이 일었다. 그 광풍 속에서 접신중인 사나에가 달라진 모습으로 무녀를 노려본다.
붉은 계통이 된 무녀복. 어깨엔 온바시라 캐논이 장착되어있고 가슴엔 승리의 V자가 장식되어 있다. 이마엔 짚단 동아줄로 된 U 모양의 뿔이 장착되어 어딘가의 드릴을 잘 다루는 로봇의 뿔 같아 보인다. 대체 이게 무슨 센스냐?
우리는 사나에가 심각한 메카물 덕후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카나코도 오랜 세월 사나에와 지내다보니 그런 덕후 취향에 물들어 버렸음은 당연했다. 이 겉모습에서부터 ‘나 메카물 짱짱 좋아해요. 특히 슈퍼로봇!’을 외치는 사나에 + 카나코가 결정적인 포즈를 취하며 외쳤다.
“체인 – 지, 온바시라 파이터 V!! 이 자리에 악한 신을 단죄하려 지금 등장!”
메카물 덕후인 줄로 만 알았는데. 전대물도 상당히 심취해 있는 모양이다.
“이게 뭐야? 이 무녀 말고도 접신 가능한 녀석이 있었단 말이야?”
“그렇다. 이 것이야 말로 진정한 접신. 네 놈의 강제 빙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검지로 무녀를 가리키며 호통을 치는 사나에. 아니 온바시라 파이터 V.
이윽고 “슈왓!‘을 외치며 거대화를 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전장 40 미터를 넘는 거구가 된 온바시라 파이트 V를 올려다보며 무녀는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봐, 그건 반칙이라고!”
무녀가 비겁하다며 손가락질을 하건 말건 간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거대한 체격 차에 전의를 상실해 버린 무녀를 한 손으로 낚아 챈 온바시라 파이터 V는 그 커다란 얼굴로 무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후훗, 현인신과 천진신이 퓨전 한 이 온바시라 파이터 V는 최강이라 구요.”
그 말대로 지금 저 거대한 온바시라 파이터 V는 그 누구도 적수가 없을 최강의 형태였다. 아마 사기 템과 무한 접신 능력을 지닌 달 자매가 온다 하더라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당신네 신들이 폭주한 원인은 이 무녀에게 깃든 사이한 기운 때문이군.”
온바시라 파이터 V는 손에 쥔 무녀를 저 멀리 힘껏 던졌다. 그리고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무녀를 조준하여 어깨에 장착된 온바시라 캐논을 일점사로 쏘아 댔다.
─ 펑 펑 펑 펑!!
정화의 기운을 담은 성스러운 캐논포가 무녀에게 적중한다. 그것도 한 발이 아니라 4발 연속으로.
“키에에에엑!”
캐논포를 맞은 무녀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무녀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검은 색의 사이한 기운을 담은 연기들. 바로 액이었다. 이 액의 출처는 지금은 착해(?)진 히나이리라.
홍백이 탈색되어 어떠한 색도 섞이지 않은 순백이 되어버린 무녀가 비실거리며 땅으로 추락한다. 이대로 땅에 내려 꽂혀 진다면 신이 나가고 평범한 몸이 된 무녀에게 위험할 지도 모를 노릇.
거대화를 풀고 원래의 사이즈로 돌아온 온바시라 파이터 V가 땅에 박기 직전의 무녀를 재빠르게 날아가 받아든다. 영혼까지 정화 되 기절을 한 무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고 있는 온바시라 파이터 V는 주위에 안전한 장소를 물색하고는 그곳에다가 공주님을 뉘었다.
“자, 그럼. 본진에 쳐들어 가 볼까?”
무녀를 정화하긴 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액에 감염되어 아직도 미친 짓을 자행하고자 하는 신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들의 본거지인 하쿠레이 본전에 쳐들어가 일망타진 할 것이다.
한편, 하쿠레이 신사 본전에서는 뜻밖의 사태에 비상이 걸려있었다. 자신들과 뜻을 달리했던 풍신이 우주멀리 떠나갔던 그 경악할 현인신을 불러 들였을 줄이야. 그것도 접신을 통해 더 강대해져 있다. 이곳에 모여 있는 신들이 전부 힘을 합쳐 대항한다고 해도 당해낼 수 없는 강함. 그 강함이 이쪽으로 향해 온다.
이대로 본진을 버리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도망가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머잖아 저 접신 중인 현인신에게 일망타진 당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한 채 현인신의 단죄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들의 기분 좋음(기모찌)은 아직 이다!”
이렇게 된 거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신들 중 하나가 그렇게 외치자, 다른 신들도 따라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기모찌”
“기모찌!”
“기모찌이이!!”
“기모찌”
“김오치!”
“아.. 이꾸!”
“기모찌 ─ !!”
하나로 단결된 신들을 본전을 나와 곧 찾아올 현인신을 맞이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려, 현인신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는 신들에게 정화의 온바시라 캐논포가 무차별 적으로 쏟아졌다. 다들 자신을 피해 삼삼오오 도망을 쳤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저렇게 한 번에 일망타진 할 수 있게끔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니. 온바시라 파이터 V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의 양 어깨에 달려진 온바시라 캐논포가 불꽃을 내뿜으며 정화의 폭격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그 자비심 없는 폭격에 현인신에 대항하는 신들이 하나 둘 씩 최후를 맞이했고, 그 광경은 슬로우 비디오처럼 흐르며 구슬픈 노래 가락이 어울리지 않게 들려온다.
폭격의 충격으로 흙과 돌이 튀며 그 사이로 신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 산화하는 신.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을 치다 산화하는 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카리스마 가드를 시전 하는 신.
이 모든 신들이 전부 정화 될 때 까지 걸린 시간은 아주 짧았다. 아마 몇 분도 안 걸렸을 거다. 그런데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본 이가 있었다면,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이 흐른 걸로 느꼈을 것이다. 그 만큼, 폭격속의 신들은 처절했다.
모든 상황을 종결 짓고 접신을 끝낸 사나에가 다시 원래의 청색 무녀로 돌아왔다. 이로서 이 어이없는 촌극은 막을 내리게 되었고, m-47 성운의 법률을 위반하게 된 사나에는 그대로 환상향에 유배되는 것으로 카나코와 스와코의 곁에 다시 머물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저지른 위법에 비해 너무 관대한 처분이 아니냐 싶지만 사나에의 친부모는 m-47 성운의 높은 권력자 이며 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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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현인신의 개입으로 자신의 계획이 도중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지만, 그래도 실패는 아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어느 산자락. 야쿠모 유카리는 자신의 반쪽짜리 성공을 자축하며 사이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유카리, 네 계획대로 레이무의 그릇이 예전에 비해 엄청 커졌다는 걸 확인했어. 하지만, 이걸로 괜찮은 거야? 요괴들 쪽의 피해도 상당하고 말이야. 신들도 정화된 후유증으로 다들 백치가 되어 버렸어.”
“대업을 위해서는 희생도 감안해야 하는 거야.”
“마치 폭군의 발상이나 따로 없네. 그러니까 네가 미움 받는 거야.”
“상관없어. 나를 이해해 주는 자라면 여기 있는 너와 백옥루의 유유코면 충분해.”
스이카는 이런 유카리를 당최 이해 안간 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부키효의 술을 들이켰다. 저번의 2차 월면 전쟁으로 도개자의 굴욕을 맛본 유카리가 그때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제 3차 월면 전쟁을 계획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말린다고 그만 둘 유카리가 아니겠지.
“이거 어쩌면, 가능하겠는데? 후후후..”
한심하게 쳐다보는 스이카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유카리는 웃었다.
유카리에게 있어 어떠한 신도 접신이 가능하게 된 하쿠레이 레이무는 강력한 패이긴 하나 그 보다 더 좋은 비장 수가 생긴 것이다. 계획이 도중 중단됨에 따라 아직 불완전한 레이무는 카나코와 같은 고위신과의 접신은 불가능하다지만, 존재 자체가 치트급인 무녀가 하나 있지 않은가. 우주 스케일의 깡패. 자신이 일전에 봤던 tv시리즈와 같은 존재라면 청색의 치트 무녀를 이길 존재란 지구에서도 달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가지, 그 치트 무녀를 어떻게 구슬리느냐가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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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이 종결된 직후, 수많은 신들 몸에 들려 붙었던 액들이 정화로 떨어져 나와 본래의 주인에게로 돌아오게 되었다. 무녀에게 당해 망신창이인 요괴들을 상대로 사랑을 전파하던 히나는 강렬한 약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는 다시 원래의 히나로 되돌아왔다.
원래의 성격을 되찾은 히나는 자신의 액이 빙의를 시도했던 무녀에게 빼앗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양 주먹을 불끈 쥐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 그동안 내가 얼마나 창피한 짓을 하고 다닌 겁니까!!”
그것은 히나에게 있어 처음으로 겪은 굴욕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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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빙의된 무녀에게 범해질 뻔 했던 마리사가 최음 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살 녹아내리는 얼굴로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특히나 가랑이 쪽이 간질간질 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아흐응... 거기가 간질간질 거려어어엇 ─ !”
지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마을로 가서 반호텐 코코아를 사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손이 자꾸 밑으로.. 그리고 있는지 없는지 구분도 안가는 안쓰러운 자신의 가슴을 주물럭대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
“절대로 안 돼! 버섯은 입으로 먹는 거지 아래로 먹는 게 아니야아아!”
머릿속이 음란 마귀로 가득 찬 마리사가 아무도 없는 숲에서 최음 효과가 끝날 때 까지 안타까운 손놀림을 멈추지 못했다.
<빙의되는 무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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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음몽 스페셜.
그리고 사나에 최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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