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련사에서 쿄코라는 나의 최종병기를 끌고 요괴의 산으로 온 나는 요괴의 산의 입구 부분이라 할수있는 높다란 폭포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주변 경관을 둘려보고 있었다.
하타테는 모리야 신사에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바위에 앉아서 경치나 구경하는 나를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있다. 목적지는 모리야 신사가 맞으나 그 전에 먼저 찾아야할 인물이 있는데 이구역의 경비를 맡고있는 모미지라는 백랑 텐구다.
사실상 쿄코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은 그 모미지라는 멍멍이를 길들이기 위해서고 그 푹신푹신해 보이는 꼬리를 만지기 위해서란 거지.
그런데 이렇게 마냥 기다리고 있어봐야 쉽사리 찾아올것 같진 않아보인다. 나는 산의 신에게 이미 보증을 얻은 몸이고 하타테는 같은 텐구니까 일부러 입산을 막으려 올것 같진 않았다. 쿄코가 있긴 하지만 나와 하타테가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찾아올 이유가 없을거야.
취재를 서두르자고 말을 꺼내놓고 폭포감상이나 하고있는 나에게 불만을 느꼈는지 나에게 심드렁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언제까지 여기서 쉬고 있을거야? 이제 곧 점심시간인데 빨리 모리야 신사에 가서 취재하고 밥을 먹어야 할거 아냐?"
그래야겠지. 나도 배가 고파온다고. 그러니까 하타테가 좀 도와줬으면 했다.
"모미지라는 텐구 경비병 알고있냐?"
"응, 나하고 말이 통하던 애라 잘 알고있는데 왜?"
"그 애를 좀 불려오지 않을래?"
"모미지를 취재하기라도 하려고?"
"취재도 하고 친분을 쌓고싶어서 말야."
"백랑 텐구같은거 취재해봤자 별 기사도 안돼. 대체 무슨 생각이야?"
"어허~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거니까 잔말 말고 불려주라면 불려줘."
"그러시겠지요. 알았으니까 거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하타테는 하는 수 없다는 얼굴로 날개를 펼치고 순식간에 날아갔다.
아야도 그렇지만 까마귀 텐구들은 정말로 빠르네. 저렇게 빠르고 신속하니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을 발행하는 것이겠지.
이 대회를 임하는 하타테는 어느새 리더로 자리잡고있는 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고분고분하게 잘 따르는 모습이다. 정말로 나를 신용하고 있는게 느껴진다. 아니면 대회에서 우승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아야에게 이기기 위해 나의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는 것일테지.
기다리는 동안 쿄코쨩이랑 놀아줄까 생각을 하고있을때 어느새 볼일을 보고 왔는지 내 앞에 하타테가 나타났다.
참 빠르다. 그단새 모미지를 부르고 온거야?
"너, 엄청 빠르네. 아야랑 비슷한 속도인거 아냐?"
"그거 빈말이라도 하지말아줘. 아야가 본심으로 날면 누구도 못 따라가니까."
하타테는 그렇게 새침하게 말하면서도 얼굴이 살짝 붉은거 보니까 내 칭찬이 기쁘긴 한 모양이다.
그리고 중요한 모미지는 하타테가 오고 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드려냈다. 여전히 나를 보며 경계하는 눈초리였지만 쿄코쨩을 이용하면 금새 풀어질거다.
모미지는 나와 쿄코쨩을 보며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용무로 저를 부르신 겁니까?"
여전히 귀염성이라고 눈꼽만치도 없는 말투다. 그런 모미지에게 나의 능력으로 보다 귀엽게 만들어 줄거야~ ☆
나는 '크흠'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모미지를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모미지쨩은 산의 경비를 서느랴 많이 힘들지? 내가 그런 모미지쨩에게 몸도 마음도 풀어지게 만들고 싶어서 부른거야~"
"나에게 작업이라고 거는 거냐?"
모미지는 나에게 갸르릉 거리며 날을 세웠다. 그리고는 하타테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히메카이도님 어째서 저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저자를 상대하기 싫습니다."
모미지는 다시 자신의 근무지로 돌아갈 기세가 만만이었다.
"저기 루키드. 모미지가 저렇게나 싫어하는데 대체 뭘 하려는거야?"
하타테는 모미지의 질색하고있는 모습에 나에게 따지듯 물었다.
적당히 좀 눈치를 채라. 내가 뭐하려고 여기까지 쿄코를 데리고 왔겠냐? 당연히 이럴러고 데리고 온거라구!
능력으로 쿄코쨩과 모미지의 감정을 연결한 나는 쿄코쨩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미지에게 말을 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긴장을 하고 있어서야 근육이 많이 뭉칠텐데. 릴렉스한 기분이 되어 보라니까."
숙련된 손놀림으로 쿄코쨩의 머리를 쓰다듬다 '이리온~'하고 내 양 허벅지 위에 눞혀서 배를 주물렸다.
그 모습에 기가 차다는 얼굴로 보고있던 하타테가 모미지 쪽을 돌아보자 입을 떡 벌린채 굳어져 버렸다.
그 날카롭던 모미지가 땅에 두손을 짚고는 몸을 못 가누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마치 주인을 맞이한 개처럼 꼬리까지 살랑이고 있었다.
평소에 산의 경비임무로 한치의 누그러짐 없이 생활해온 것이 강제적 평온함과 행복감에 저항할 틈도 없이 마음을 허용해 버린 모습이다.
자신도 나의 능력에 당해봤으니 하타테도 알거다. 이게 얼마나 흉악하고 대단한 능력임을. 그리고 그 능력 때문에 모미지가 저렇게 까지 풀어져 버린것을 말야.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모미지의 모습을 보고있는 하타테에게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하타테, 뭐하고 있어? 어서 폰으로 찍으라고."
"저..저걸 말야?"
"너는 저 애가 저런 모습을 보인적이 흔했다는거야?"
"아..아니.. 나도 저런 모미지는 처음이야."
"제목은 '철벽의 백랑 텐구 모미지, 살살 녹다'라고 지으면 되겠지?"
"... 너 정말 악질인거 같아."
"아야를 이기고 싶지 않은거야? 아야는 대회라고 이보다 민망한 도촬 사진을 찍고 다닐텐데?"
"그렇다고 나 까지 아야처럼 될 생각은 없어!"
하타테는 어째 아야의 방식에 대해 혐오하고 있는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있는 방식이 아야와 비슷한 것이라 판단한 건지 거부를 해오는데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짧은건지 알려줘야 할것 같네.
"비록 오늘만큼은 아야같이 비겁한 짓을 한다고 해도 일단 이기는게 중요해. 그 다음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대로 기사를 쓰면 되는거야."
"그..그래도... 모미지는 얼마안되는 나의 친한 텐구란 말야. 아무리 대회라도 상처를 줄수는 없어."
저렇게 까지 완고하게 거절을 하니 이제 더이상 방법이 없었다. 모미지를 기사 소재로 써먹는건 더는 불가능 할것 같아 하타테의 말대로 그만 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전에─
"모미지쨩의 꼬리를 만져봐야지!"
나는 모미지에게 다가가서 연신 살랑거리며 흔들어대고 있는 꼬리에 손을 갖다댔다. 그리고 약간 빳빳한거 같으면서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털의 감촉을 느끼면서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 치유된다. 역시 모미지쨩의 꼬리는 기분이 좋구나. 평소에 딱딱하게 구는 백랑 텐구의 꼬리를 이렇게 마음껏 만질수 있다니. 내가 다 행복해지러고 그러네~ 정말로 감격이다!
냄새도 맡아보자~ 킁카킁카~ 스-하 스-하.. 진한 개 냄새가 풍기는것 같네.
"우와..저질.."
하타테의 비난이 들려왔지만 나는 상관없다는 듯이 모미지의 꼬리를 만져댔는데 꼬리가 갑자기 나의 손을 피해버렸다.
'응?'하고 모미지의 얼굴을 쳐다보니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온 모미지가 나에게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크르르'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이런 수모를 주다니... 백랑 텐구를 깔보지마!"
아.. 쿄코쨩을 쓰다듬는걸 잊었구나. 모미지쨩의 꼬리가 너무 기분좋아서 무심고 쿄코쨩을 잊고있었다. 실수지만 금방 만회할수 있어!
나는 다시 쿄코쨩에게 손을 옮겨서 등과 꼬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이제 그만해."
「퍼억-!」
쿄코쨩을 쓰다듬으며 모미지를 입꼬리를 올리며 바라보던 나의 안면에 높다란 텐구의 게다가 작렬했다.
보다못한 하타테가 나에게 응징을 가해온 것이었다.
텐구의 강력한 각력이 실린 킥에 코피를 뿜으며 그대로 ko되버린 나는 혼미해진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머리를 들어보았다.
모미지는 언제 사라진건지 보이지 않았고 쿄코쨩이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있었다.
아마도 아주 잠깐이지만 기절을 했었나보다. 대체 얼마나 쎄게 찬거야! 너무하잖아!!
하지만 하타테 입장에서는 그럴만 했을 것이다. 자신의 친한 부하를 그렇게 희롱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너무 아프다고. 코뼈가 부려졌으면 어떡해?
"아야.. 하타테 너, 내 얼굴에게 발길질을 한 건 너무하지 않아?"
"너무한건 너겠지. 모미지가 얼마나 수치스러워 했는지 알아?"
"기분좋아지는건 수치스러운게 아니야."
"그건 네 생각이겠지."
뭐 됐어, 메인 이벤트는 어디까지나 모리야 신사고 예쁜 외모로 인기를 끌고있는 사나에를 취재하는 거니까 말이다.
스와코나 카나코는 몰라도 사나에라면 쿄코쨩을 귀여워 해줄것 같다. 더불어 능력으로 기분좋게 만들면 좋은 사진을 찍을수 있을지 모르지.
나는 코에서 흘려나온 피를 닦아내고 코가 성한지 손으로 만져보았다. 다행히 골절되서 휘어진것 같진 않았다.
"아무튼, 모미지 건은 내가 잘못이야. 그러니까 이제 그런건 그만 생각하고 모리야 신사로 가자."
하타테가 아직 나를 따르게 하기 위해서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한 나는 점심이 다된 시각이라 서둘러 모리야 신사로 향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리야 신사로 향하던 중, 쿄코의 얼굴에 지나치게 생기가 도는가 싶더니
"야──호───!!!"
하고 산 봉우리를 향해 여지없이 우렁찬 고성을 질려댔다.
쿄코의 고성이 확성기에 대고 내지른 소리처럼 산 전체에 울려펴졌고 산림에 숨어있던 새들이 일제히 푸드득 거리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이거 위험해."
하타테가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나 역시도 이정도 사자후라면 산에 경비를 서고 있는 텐구들이 죄다 몰려올것 같았다. 이대로 텐구들에게 붙잡혀 버린다면 상당히 귀찮아질게 뻔하다.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 모리야 신사에 전속으로 날아가는 수 밖에.
하지만 쿄코쨩의 들뜬 기분을 어쩌지 못하고 입을 막는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야──호─── !!!"
또다시 큰소리로 산을 울리게 한 쿄코쨩. 더이상 얘를 데리고 있었다간 텐구들에게 둘려 쌓여버리겠다.
"쿄코쨩, 너는 그만 명련사로 돌아가지 않을래?"
"좀 더 외쳐보고 싶은데. 안돼?"
"여기에 주인들이 시끄러운걸 싫어하니까 절로 돌아가라고. 여기있으면 계속 소리치고 싶어지잖아?"
"응, 알았어."
이대로 최종병기를 돌려보내는건 아쉽지만 어쩔수없다. 연신 소리를 질려대는 쿄코쨩을 데리고 있으면 머잖아 소리의 근거를 찾아 몰려오는 텐구들에게 질책을 받을게 뻔했다.
쿄코쨩이 방향을 틀어 산을 내려가는걸 확인하고 나서 나와 하타테는 곧 몰려올 텐구들을 피해 모리야 신사로 날았다.
그리고 산의 아래쪽에서 울려퍼지는 쿄코의 '야호─'소리가 에코를 더해 들려온다.
"본능이니 어쩔수 없는가보네."
원래 저런 요괴니 나무랄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방금 외침으로 텐구들의 시선을 산 아래로 쏠리게 했을테니 문제없이 모리야 신사에 도착할수 있을거다.
◆
모리야 신사의 입구에 도착한 나와 하타테는 토리이를 지나자 마자 앞을 막아서고 있는 스와코로 인해 발이 묶여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오는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막아서고 있는 스와코는 불만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고있었다.
나 때문에 요괴들의 신앙을 잃을뻔 한 원한 때문인지 몰라도 나에게 불만이 많겠지만 자업자득이 아닌가? 먼저 나에게 심한짓을 한게 누군데.
하타테는 화가 나있는 스와코가 무서운지 잔뜩 움츠러든 상태였다. 얼굴에서 부터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물끄럼히 스와코를 쳐다볼 뿐이었다.
"신님께서 어인일로 저를 맞이하고 있습니까?"
"어인일이라니. 너 내가 화난게 안 보이냐?"
솔직히 로리가 화내봤자 그저 귀엽게만 보일 뿐이예요. 눈썹을 치켜올리고 볼을 부풀려 봤자 외관상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이는데 사탕이 있다면 주고 싶을 정도라고.
그래도 명색이 신이니까 진짜로 화나면 무섭겠지만 내 눈엔 그저 나에게 불만을 토로하려 온 꼬맹이로 밖에 안보인다.
"내가 너 때문에 카나코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알고있어? 사나에도 나 한테 야단을 치더란 말이야."
자기가 나한테 한 짓은 생각못하고 내 탓으로만 돌리는거 보라구. 저러니 꼬맹이인거야 스와코는.
이대로 저 로리신한테 주구장창 볼멘소리를 들어주기가 싫은 나는 스와코의 비위를 맞췄서 아부라도 떨어보기로 했다.
"그거 참 안되셨네요. 그래도 모리야 신사의 진짜 주인은 스와코님인데. 카나코님은 물론이고 사나에도 스와코님에게 나무란것은 스와코님이 체통을 지켜서 신앙을 모으기를 바래서라고 생각합니다만."
"뭐얏? 네가 뭘 안다고 그런말을 내뱉는거냐. 네 때문에 내 입지가 얼마나 좁아졌는데!"
스와코의 목소리에 노기가 띄었지만 나는 쫄지않았다, 하타테는 잔뜩 화가나 있는 스와코가 무서운지 내 등뒤에 숨어있다.
"어서 스와코님에게 사죄하고 딴데로 가자.."
하타테가 뒤에서 작게 말했지만 어림도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밥이라도 한 그릇 얻어 먹어야 할거 아냐? 저 로리신은 카나코님 때문에 나를 함부러 해코지 하지 않을테니 겁먹을 필요가 없어.
그러니까 당당하게 맞서도 되는거지.
"스와코님. 모리야 신사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당연히 나지."
"그런데 왜 입지가 줄어든다고 불만인가요?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해서 반대로 카나코님을 쫒아내면 그만일텐데."
"그게 말이라고 하냐? 카나코는 있지... 아주 옛날에 나를 이기고 신사를 차지한적이 있단 말야."
"그래도 신사의 이름이 모리야 잖습니까? 그럼 아직 주인이 스와코님일텐데 왜 과거의 일 가지고 아직도 카나코님을 무서워 하는겁니까?"
"내가 카나코를 무서워해? 아냐!"
스와코는 양 팔을 높이 들어올리며 노발대발했다. 성질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폭발한 아이 처럼 미간을 잔뜩 찌푸린 스와코의 모습에 하타테는 머리를 내 등뒤로 숨겨버렸다.
나는 뒤의 하타테에게 '걱정마.'라고 한뒤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스와코님이 카나코님을 무서워 할 이유가 없죠. 동등한 관계시잖아요. 그리고 겉으로는 카나코님을 앞세워 신앙을 모으더라도 실질적인 신은 스와코님이니 말입니다."
"그래, 내가 실세야!"
"그런 스와코님이 쫄리면 어떡합니까? 당연히 입지가 줄어든게 아니라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신거 뿐이죠."
"네가 보기엔 그런거냐?"
"그럼요. 비록 저한테 악독한 짓을 한 스와코님이지만 산에서 가장 위대한 신은 단연 스와코님입니다."
"네녀석, 입발린 소리 진짜 잘하는구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얼굴은 여전히 화가난 표정이지만 나는 스와코가 누그러지고 있다는것을 알수있었다.
"그런주제에 캇파들의 미래 수요 바자에서 나에게 그런 창피를 줬겠다?"
미안, 취소다. 스와코는 전혀 누그러지지않았다.
평범한 아부로는 소용이 없는걸까? 겉모습이 어리다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신 답게 만만치 않은 상대로구나. 그래도 포기할수 없어.
"제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겠습니까? 스와코님도 그때 자신이 심했었다고 말 하셨지 않았나요?"
"그랬지."
"저도 한 낮 악마나부랭이라 그런 일을 겪고도 태연할수 없는것이고 스와코님은 신이니 그런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신이라도 실수는 있는법이고 그 실수를 만회할 거룩한 모습을 보이는것 또한 신이지 않겠습니까?"
"신이니까 내가 너한테 한 실수를 만회하라는거냐?"
"아니죠. 이미 만회할 필요도 없이 바자회에서 창피를 보셨고 카나코님이나 사나에의 쓴소리도 들었으니 이제 저와 스와코님 서로 앙금 없이 지내자는 겁니다."
"뭔가 이상한데? 그걸로 서로 없던 일로 하자 이말이야?"
"몇 천년을 살아가는 신이 그런 일을 일일이 가슴에 담아둬서야 불편해질 뿐입니다.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신의 넓은 아량을 말하는 겁니다."
"어휴.. 입은 아주 청산유수네."
스와코는 질렸다는 듯이 나를 째려보고는 고개를 훽 돌렸다. 이쯤이면 사나에에 대한 질문을 꺼내도 되지 않을까? 아직도 나를 못마땅해 하지만 강제로 쫒아내지 않는 걸 보면 나의 입발린 소리가 마냥 싫지 않은게 분명해.
"사나에는 지금 신사에 있나요?"
"아니, 점심을 먹고나서 바로 나갔어."
"그렇군요."
한 발 늦은 모양이다. 점심 전에 왔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캇파들의 바자 이후, 신앙에 악영향을 끼치게 했던 기사를 본 적 있으시죠?"
"그래, 너 때문이잖아!"
"사실 그 신문을 쓴 기자가 나쁜겁니다. 샤메이마루 아야라는 텐구 기자인데 지금 제 뒤에 숨은 텐구와 라이벌이라고 할수 있죠."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거야?"
"이번에 텐구들의 신문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저는 이 텐구 기자를 도와서 날조 기사나 쓰는 붕붕마루 기자를 이겨 그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중이죠."
그말에 스와코는 내 등뒤에 찰싹 붙어있는 하타테에게로 눈을 돌렸다.
"나에 대해 아주 악질적인 기사를 썼던 기자를 눌려주기 위해서라고?"
"네~ 그 기자년이 아주 도찰과 날조를 밥먹듯이 해대는 통에 환상향의 인요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답니다. 그래서 스와코님도 취재에 협조를 해줘서 그 기자를 이기는데 도움을 주신다면 제 필히 모리야 신사에 대해 좋은 기사를 실어드리겠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야~?"
팔짱을 끼고 고민을 하는 스와코. 내 등에 붙어있던 하타테가 내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고는 스와코의 용태를 살폈다.
나는 그런 하타테에게 이제 괜찮다고 스와코님에게 제대로 모습을 보이라고 속삭여 말했고 하타테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의 등에서 떨어졌다.
스와코는 나에게 떨어져 옆에서 다소곳이 서있는 하타테를 훑어보고는 그녀를 향해 말을 건냈다.
"거기 텐구 아가씨, 저 악마녀석의 말이 사실이야?"
"..네, 저는 아야의 방식이 맘에 들지않아서 대회에 참가한거예요."
"하하하,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런거라면 내 특별히 너를 봐서 취재에 응해주지."
나에 대한 불만은 이제 없는건지 해맑은 미소를 짓고있는 스와코를 보며 나는 한숨을 쉬며 씨익 웃으면서 사나에의 과거나 첫사랑 또는 최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스와코는 하타테가 맘에 들었는지 몰라도 나의 질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나에가 바깥세계에서 학교생활을 할때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등 남자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관심을 가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으며 이과계열이었다며 메카물에 특히나 심취했었다는 정보도 얻을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서 요괴 사냥에 지나치게 자신이 붙는 바람에 태양의 밭에 출몰한다는 악명 높은 꽃요괴에게 도전하려 갔다가 엉망진창이 되서 돌아온 얘기까지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유카 씨에게 겁도없이.. 스펠카드 룰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네요."
"그러게. 그 이후로 내가 사나에를 따끔하게 혼내줬으니까 말야. 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말라고."
스와코의 말대로 사나에는 너무 겁이없었다. 보통의 쫄다구 요괴 정도는 손을 움켜쥐는 것 만으로 고깃덩이로 만드는 요괴인데 사지 멀쩡히 돌아온게 용하다.
유카가 잔인한 요괴이긴 했지만 매너없는 놈들 한정이고 최소한의 예의를 가진 상대에게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니 사나에가 매너없이 굴진 않은것 같다.
하타테는 스와코를 더이상 무서워 하지 않는듯 나와 스와코의 대화를 열심히 수첩에다 옮겨적는 모습이었고 나는 이만 슬슬 인터뷰를 마치도록 결정했다.
"이제 슬슬 취재를 마치도록 합시다."
"그래. 더 듣고 싶은건 없고?"
"네, 이정도면 충분히 들었다고 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뭐냐?"
"점심식사가 아직이라 배고픈데. 좀 얻어먹을수 있을까요?"
"이런 뻔뻔한 놈 같으니라구. 알았어. 얼른 들어와."
나는 취재를 마치고 신사에서 밥을 얻어먹었다. 하타테도 마찬가지로 얻어먹었으나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에게 밥을 얻어먹다니. 보통 반응으로는 그럴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일체 신경쓰지않고 밥을 개걸스럽게 먹어치워 두 공기나 비웠다.
"이제 마법의 숲에 가보자."
모리야 신사를 나온 나는 하타테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누구를 취재하려고?"
나를 보며 의아해하는 하타테. 다음 취재 대상은 다름아닌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칠색의 인형사로 불리는 그녀를 취재하려고."
"앨리스라면.. 마을에서 인형극으로 유명한 그녀 말야?"
"그래. 하지만 이번 취재는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폭로하는거니까 준비 단단히 해둬."
"진실된 모습이라니..."
"일단 가보면 알게된다니까."
나는 모리야 신사의 다음장소로 앨리스의 집으로 향했다.
앨리스의 진실된 모습. 그것은 다름아닌 내 앞에서 보여주는 그 싸이코적인 진성레즈의 모습인것이다. 네 이년. 하타테의 기사에 너의 그 싸이코같은 면모를 만천하에 낱낱이 드려나게 해줄것이다!
기다려라. ㅁㅁ아. 크하하하하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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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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