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이제 몇 화 안 남았네요.
마지막 에피소드인 입니다.
연재가 계속 되었다면 이런 식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뤘을 거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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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을 노려라
흑역사 하니까 그것이 절대로 알려져선 안될 인물이 한명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샤메이마루 아야라는 이름의 텐구기자. 비록 그가 발행하는 신문인 붕붕마루는 온갖 도찰사진들과 소설이나 다름없는 과장된 날조 덕에 신빙성을 잃었다 하더라도 놀이거리가 부족한 환상향에서 그런 신문이라도 좋은 가십거리가 되기도 한다. 당연히 내용이 엉터리 이지만 누군가의 호박씨를 까기위한 소재거리로 이용되는건 당연한 얘기다.
아직 나의 그 루쨩이 텐구기자에게 들켜서 환상향 전역에 알려지지 않았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거지. 이제 나를 보면 루쨩 부터 떠올리는 레밀리아나 유카리가 있지만 이쪽에서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런 놀림거리에 주눅들 만큼 약한 멘탈은 아니라고.
근데 내가 이런 생각을 주절주절 늘여놓고 있는 이유는 오늘 아침 부터 마을에 장이라도 보려가는 길에 목격한 그 텐구기자 때문이다.
사진기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안개의 호수 쪽으로 훽하고 날아가는걸 보고 또 무슨 특종거리를 찾고 있는가 싶어 호기심에 따라갔더니 어느새 홍마관의 높다란 담벼락 근처에서 자신과 비슷한 텐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걸 보았다.
아야와 말다툼을 하고있는 또 한명의 텐구.
길다란 트윈테일에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있는 여성으로 번화가에서 쇼핑을 즐기거나 네일아트에 관심을 가질법한 외모의 텐구였다.
멀리고 보고있었기에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야가 자리를 떠나 날아간 뒤로 혼자 남은 여성 텐구가 여전히 담벼락을 놓고 나무 가지위에 망설이듯이 서있는걸 보고 다가가서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다가오는것을 들킨다면 놀라서 도망쳐버릴까봐 눈치 못채게 살금살금 그 여성 텐구의 바로 뒤까지 접근한 나는 귀에 숨이라도 불어넣듯이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거기서 뭐하고 있는 중이예요?"
"꺅-!"
갑작스런 나의 인사에 깜짝 놀란 여성 텐구는 짧게 비명을 지르면서 몸에 경기를 일으켰고 그순간 나뭇가지를 밟고있던 발이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 질번한 그녀를 나는 재빨리 팔목을 잡아 낙하를 저지했다.
나에게 팔목을 잡힌 여성 텐구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자세를 고쳐잡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더이상 떨어질 염려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나는 마법의 숲에 사는 마법사의 사역마인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악마야."
"저..저저...저는.. 히메카이도.. 하타테."
떨리는 음색으로 소극적으로 자신을 밝힌 여성 텐구의 이름은 히메카이도 하타테. 아무래도 나를 어려워 하는 눈치다. 아까전에 아야와 무슨 얘기로 실랑이를 하던데 좀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아까, 그 신문쟁이랑 무슨 얘기를 나누던것 같던데 말해주지 않겠어?"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있던 하타테는 나의 물음에 입만 우물거리다가 힘겹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열린 텐구들의 신문대회에서 저도 참여하기로 했거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하타테는 나를 어려워하는 건지 단순히 자신감 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듣는 입장에서 답답했다. 조금만 더 큰 목소리로 얘기해 주지 않을려나? 능력으로 기억을 연결해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쉽게 알수 있지만 반대로 내 쪽의 기억도 공유되니 그러지도 못하겠다.
나는 하타테가 자신감을 가져서 얘기하도록 격려하도 해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 대회에서 참여하기로 한 히메카이도는 당연히 우승을 노리겠네?"
"... 제가 우승 따위.. 농담이겠죠."
"아냐, 스스로를 그렇게 낮추지 말라고. 결과야 어떻든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겠어?"
"맞는 말인데.. 절대로 무리에요."
"결과는 신경쓰지 말라구. 뭣하면 내가 도와줄테니까 좀 자신있게 행동해."
하타테는 나의 격려에도 전혀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건 성격자체가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어떻게 저런 자세로 신문대회에 참여했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자신 없다면서 대회에 참여하는건 무슨 이유야?"
그렇게 묻자. 고개를 숙여 나의 시선을 피하던 하타테가 결의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텐구들의 신문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참여하게 된 거예요. 그중에서도 특히 샤메이마루 아야의 신문은 너무 엉터리라서 이번 대회에 붕붕마루를 이기기 위해 처음으로 직접 취재를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익숙하지 않으니 조금 망설이는 것 뿐이라고요."
아까와는 틀리게 자신이 흘려넘치는 말이다.
"아야를 이기고 싶다라... 처음으로 직접 취재를 해보는거라면 신문 만드는게 처음이라는 거지?"
"아니요. 화과자염보라는 신문을 발행하는데 그게... 염사로 만든 신문이라 인기가 없을 뿐이예요. 그래서 이번엔 염사에 의존하지 않기로..."
"또 목소리가 기어드간다. 내가 어려워?"
"... 네... 이렇게 먼데까지 다닌적이 거의 없어서 텐구 이외의 인요는 대하기 어려워서 그게 문제예요."
하타테는 텐구들 이외의 존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못한것이다. 그러니 나를 보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것이고 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정도로 어려운 상대가 있는 홍마관에 감히 발을 들이지도 못하고 있는 거다.
이대로라면 제대로된 취재는 불가능할게 틀림없다. 타도 붕붕마루는 커녕 신문을 발행해낼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하타테를 보고있자니 없던 오지랖을 떨고싶어졌다. 내가 도움을 줘서 우승까지 시켜보이면 어떨까? 가능하지는 일단 해보지 않으면 모를일이다.
"그럼, 직접적인 취재는 내가 담당할거니까 너는 옆에서 찍어서 기사를 작성하면 되지않아?"
그렇게 하면 그만이다. 꼭 하타테가 취재할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나 사진을 찍고 기사를 작성하면 되는거다. 대인관계가 어려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니 대회에 출품할 기사 정도는 낼수 있을것이다.
문제는 그것 조차 어려워 하지 않을까지만.
"그럼 도와주신다는 거죠?"
"그래, 그리고 너도 말 편하게 해도 좋아. 나 그리 대단한 놈이 아니니까."
"네.. 아니, 응."
"좋았어. 그러면 신문대회는 언제까지 발행해서 내야 되는거야?"
"내일 까지는 완성해야 되니까. 취재는 오늘까지가 기한이야."
"거 참, 빡빡하네. 언론은 신속함이 생명이긴 하구나."
취재 기한은 오늘인가? 기왕 우승을 노리기로 했으니 특종을 찾는걸 우선으로 해야겠다. 아무리 좋은 정보로 작성한다해도 임펙트 강한 기사를 능가할수 없는 법이다. 그러니 하타테가 홍마관으로 온 것이라고 본다. 나름 홍마관은 환상향에서 강대한 세력 중 하나로 꼽히고 당주로 있는 레밀리아는 이전에 이변을 일으킨 적이 있을 정도로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별 사건도 없는데 무작정 홍마관에 가서 기사거리가 나오기는 할까? 여태 텐구들의 신문의 내용을 떠올려보면 시시한것 일색이라 유명인의 모습을 찍는것 만으로도 기사가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대회의 우승은 장담할수 없다.
그래도 홍마관은 외부인들이 모르는 레밀리아의 모습을 나는 알고있으니 그걸 노리도록 하자.
"오늘까지라면 스케줄이 빡빡하니까 레밀리아를 취재하려 들어가보자."
"아..응!"
나는 결국 하타테와 콤비를 이뤄 신문대회에 간섭하게 되었다. 대회의 룰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해야된다는 항목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나는 화과자염보의 기자가 되어 하타테를 지휘할 생각이다. 대인관계에 소극적인 하타테가 리더가 될수 없으니 내가 리더가 되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하타테를 이끌고 홍마관의 정문에서 부터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지키는 홍 메이링 씨는 이제 나와는 익숙한 손님으로 인식하고 있어 뒤에 있는 하타테를 보고도 쉽게 지나가게 하는 사이다.
홍 메이링 만으로도 작성된 기사를 본 적이 있지만 노리는것은 어디까지나 당주인 레밀리아 뿐이다. 조금이라도 그럴싸한 기사를 내려면 그곳의 최종보스격 정도는 되야하니까 말이다. 그것은 붕붕마루 신문을 보면 일목요연한 사실로 환상향 통틀어 영향력 있는 인사 톱으로 꼽히는 레이무가 자주 전면에 찍혀나오는 걸 많이 봤으니 최소한 레밀리아 정도가 아니면 안된다.
그러고보니 요즘 새전이 안들어와서 빈곤한 레이무는 엄청난 유명인사인데도 불구하고 살림살이가 어째 그모양인지 당최 알수가 없네.
나는 레밀리아의 시종이자 요정 메이드들의 대장격인 이자요이 사쿠야를 만나 레밀리아를 알현하기로 했다. 초딩흡혈귀를 도서관이 아닌 곳에서 만나는건 처음이구나. 인터뷰에 제대로 응해줄지 모르겠지만 레밀리아의 정신연령이나 성격상 살살 띄워주면 손쉽게 원하는 대답을 들려줄거라 기대된다.
사쿠야의 안내로 당주의 방에 들어선 나와 하타테는 우선 쓸데없이 넓은 방에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식품 이외의 가구는 일체 눈에 띄지 않았으며 커텐이 쳐져있는 커다란 창문을 등지고 있는 기품있는 왕좌와 같은 의자에 앉아서 턱을 괴고 이쪽을 바라보고있는 레밀리아가 잔득 분위기있게 폼을 잡고 있는게 보였다.
마치 자신이 최종 보스로 용자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양 사악한 미소를 짓고있는 레밀리아를 보고있자니 사쿠야의 스타킹이나 밝히던 그 초딩흡혈귀와의 갭이 떠올라서 웃음이 새어나올것만 같았다.
저녀석 폼은 있는대로 잡고있는데 카리스마가 그렇게나 중요한건지 모르겠네. 솔직히 말해서 안 어울린다고 쨔샤~
"도둑마녀의 사역마구나. 뒤에 있는 여자는 처음보는데?"
레밀리아가 차가운 눈길로 나에게 물었다. 하타테 때문인지 완전히 카리스마 모드다.
"내 뒤에 떨고있는 여자는 히메카이도 하타테라는 텐구 기자야."
"─호오, 그런가? 후후후.. 텐구 기자가 나를 무슨 용무로 찾아온거지? 인터뷰 정도라면 응해줄수있는데."
레밀리아가 기자가 찾아온 것에 바로 인터뷰를 허락했지만 하타테는 여전히 내 뒤에서 떨고있었다. 나에게는 익숙한 상대지만 초면인 하타테는 그야말로 공포의 군주가 따로 없을거다. 나도 처음 레밀리아를 봤을때 어찌나 무섭던지 등줄기가 오싹했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인터뷰를 하는건 내 몫이고 하타테는 옆에서 인터뷰 내용이나 적으면서 사진 한방 찍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너무 무서워 할 필요가 없을텐데 평소의 대인관계가 협소하다는 점 때문에 하타테는 좀 처럼 내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하타테에게 조금이라도 안심이되는 말을 해줘야겠다.
"레밀리아가 무서운건 사실이지만 화나게만 안하면 아무나 해치는 녀석이 아니야. 어차피 내가 인터뷰하니까 넌 옆에서 사진이나 찍고 수첩에 내용이나 적어."
그러게 귀에다 작게 말하자 하타테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신히 나에게서 떨어졌다.
나는 하타테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거만하게 폼을 잡고 앉아있는 레밀리아에게 다가가서 대화를 시도했다.
"보다시피 인터뷰 때문에 왔으니까 몇가지 질문에 응해줬으면해. 음.. 왜 내가 저 텐구 기자를 돕고있는가 묻는다면 심심풀이라고 생각해줘."
"흥, 네가 심심풀이로 기자 노릇하고 다닌다니. 별꼴이네. 그렇게 심심하면 홍마관에서 메이드일이나 해볼것이지."
"어이쿠, 루쨩은 안돼!"
"크크크. 왜 안되는데? 루쨩은 정말 재밌을텐데. 너도 본심은 루쨩이 되고싶은거 아냐?"
"그게 어딜봐서 본심이냐! 쓸데없는 말 꺼내지 말고 인터뷰에 응해줘."
"알았어. 루쨩~☆, 어서 질문이나 해줘."
내가 레밀리아와 허물없이 대화하는 모습에 하타테는 눈이 동전처럼 땡그렇게 뜬채 놀라하고 있었다. 하타테가 저렇게 놀라하고 있는걸 보니 어쩐지 내가 좀 대단한 인물이 된것 같아서 절로 가슴이 펴진다.
하타테는 눈을 크게 뜬채 미동도 않고 있다가 불현듯 중요한 사실을 떠올린듯 허둥대면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음.. 뭐 부터 질문할까? 하다가 사쿠야를 시켜 홍마관에 초대시킨다고 하던 것이 떠올랐다.
"본 질문에 앞서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데."
"뭐가?"
"네 시종인 사쿠야 씨를 왜 나한테 안 보내는거야? 스타킹 가지고 싶어했잖아."
"으.. 그게.."
곤란한 표정을 지은 레밀리아. 깜빡 잊고 있었다라는 이유가 아닌것 같다.
"요즘들어 사쿠야가 스타킹을 안 신어서 말야."
"........."
그게 무슨소리야? 스타킹을 안 신는다니! 방금전 나와 하타테를 안내했던 때의 사쿠야도 스타킹을 안 신고 있었단 말인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여름에 접어든 날씨에 통풍이 나쁜 스타킹 보다는 양말쪽이 편한게 당연하지만 스타킹은 메이드의 로망이란 말이야~ 컴백 스타킹~
그러면 팬티를 노려야 겠군.
레밀리아는 스타킹이 없는 사쿠야를 보냈다가 내가 팬티를 요구할까봐 차마 보내지 못했나 보다. 그럴것이다. 팬티를 들고 킁카킁카 거리는 나를 상상해 보면 나지만 참 기분나쁘기 그지없네.
"역시 팬티는 좀 심한걸까?"
"네가 사쿠야의 팬티로 뭔 짓거리를 할지 불안하단 말야. 그것 만큼은 나한테만 허용되는 거야!"
"역시, 네가 변태라는건 부정안하는군."
"변태인 네가 그런말 할 자격은 없어."
"푸훕-!"
나와 레밀리아의 대화를 듣던 하타테가 갑자기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나와 레밀리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것을 인식한 하타테는 금새 입을 막고 정색한 표정으로 웃음을 억지로 밀어넣었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하타테를 쳐다보는 레밀리아에겐 이미 처음 연기하던 카리스마는 흔적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이렇게 금새 바닥을 드려낼거 뭐하려 카리스마 당주인 척 구는거냐?
나는 다시 겁먹은 하타테에게 다가가서 귓속말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적어."라고 속삭였지만 하타테는 놀란 얼굴로 머리를 가로 젖고는 "그랬다간 죽을거라고."라는 작은 소리로 거부를 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거짓이 없어야하는법.
나는 하타테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고 살짝 흔들면서 그녀를 응시했다.
"날 믿고 그렇게 해."
그리고는 레밀리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하는 얘기 솔직하게 기사로 내도 되는거지?"
그러자 레밀리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인터뷰를 허락한거 잊었어? 맘대로 해. 어차피 텐구들 신문은 날조 투성이니까."
레밀리아의 허락이 떨어졌다. 나는 하타테에게 "들었지?"라고 말한뒤 다시 레밀리아의 앞으로 걸어갔다.
본인이 사실 그대로 적으라고 말했으니 후회 안하겠지?
어디보자. 취미가 맞는 이야기 부터 나눠야겠다.
"레밀리아는 죠죠를 몇 부 까지 봤어?"
"으음.. 4부까지. 그 이상은 구하기가 힘들어서 포기했는데. 몇 부까지 나온거야?"
"죠죠리온이라고 8부까지 나왔어. 주인공이 무려 쿼드코어야."
"쿼드코어? 그게 뭐야?"
"붕알이 4개란 소리지."
"그 붕알 말하는거야? 캬햐햐햐햣 ─ ! 그거 진짜 보고싶어!!"
죠죠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느새 만화에 대한 얘기를 꽃피운 나와 레밀리아는 서로의 만화 취향에 대해서도 열띈 토론을 했다. 흡혈귀이면서도 흡혈귀를 잡는 죠죠 시리즈를 좋아하는건 또 뭐람?
헬싱을 이야기 할때는 레밀리아가 격양된 모습으로 아카드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느니 역시 뱀파이어는 카리스마와 강대함의 상징이라느니 예찬론을 펼치는 통에 시간이 너무 걸릴것 같아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하던 얘기와 인터뷰는 뭔 상관이야?"
미리 물어봤어야할 것을 지금에서야 물어온다.
"너는 환상향에서 나름 유명인이니 일반적인 인터뷰는 많이 해봤을꺼 아냐? 당연히 정형화된 질문만 받아봤을테고 그 중에 진짜 너의 모습을 기록해간 기자는 없을테지."
"그렇지. 나는 환상향에서 큰 세력 중 하나니까."
"그래서 어차피 날조를 밥먹듯이 내는 텐구들 기사에 쓰일거니까 진솔한 모습으로 대화나 해보자는 거야."
"음.. 따문한것 보다 낫지. 거기 텐구."
"..네..넷?!"
레밀리아가 하타테를 보며 말을걸자 화들짝 놀라서 눈동자를 떠는 하타테. 갑자기 자기를 지목한 레밀리아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떨리는 입술로 대답했다.
그모습이 뭐가 재밌는지 '킥킥'거리는 레밀리아. 예의 그 짖굿은 성격이 튀어나온 모양이다.
"흡혈귀는 최강이라고 적어라. 아니, 헬싱에 나오는 아카드가 나의 선조라고 적어."
과연, 블러드 체페슈의 후예라고 칭하던 레밀리아 답다. 아카드도 따지고 보면 드라큘라의 영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알루카드. 즉, 아카드니 자신의 선조라고 우겨대는 블러디 체페슈를 모티브로 한 아카드에 흥분할수 밖에 없는 꼬맹이가 레밀리아인 것이다.
하타테는 그런 레밀리아가 뭐가 그리 무서운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그런데 요즘 플랑은 잘 지내는거야?"
"당연하지, 내가 매일같이 놀아주니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플랑도 있었지. 레밀리아 보다는 플랑쪽을 인터뷰하는게 가장 좋을것 같다. 나를 오빠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던 애니까 쉬울거고 붕붕마루를 비롯한 텐구들 신문에 레밀리아 기사는 많아도 유독 플랑에 대한 기사는 일체 없었으니 좋은 기사거리가 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그럼 여기까지 온 김에 플랑이랑 놀아줘야겠네."
"내 인터뷰는 더 안하고?"
"이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하타테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 눈짓의 의미를 알아들은 하타테가 폴더형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한방 찍었다.
카메라가 아니라 폰으로 사진을 찍는게 특이했지만 별 상관은 없다. 흑백으로 인쇄되어 나오는 텐구 신문의 사진으로는 아무리 좋은 카메라여도 제 화질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말이다.
근데 휴대폰이라니? 캇파들을 끼고있는 텐구 사회는 내가 상상하는것 보다 훨씬 앞서나가는 모양이다.
사진을 몇 번 찍고난 뒤에 나는 하타테와 함께 플랑이 있는 지하로 향했다.
그런데 플랑의 방에 가까워 질수로 하타테의 안색이 나빠져갔다. 여전히 크고 튼실해 보이는 플랑의 방 문앞에 이르자 하타테는 나의 옷깃을 잡고는 우는듯한 눈으로 나를 보는것이다.
"루키드. 여긴 절대 못들어가."
"왜?"
"악마의 여동생은 위험하기로 소문이 났으니까. 안된다구!"
"괜찮아! 오빠만 믿어."
나는 하타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걸 보고있던 하타테는 두리번 거리며 망설이다 겨우 몇 발작 움직여 문지방을 경계로 서있었다.
방 한가운데 있는 침대에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던 플랑이 내가 온걸 눈치채고는 기쁜 얼굴로 다다다 달려와 내 품에 안겨들었다.
"오빠─, 아하하핫!"
머리를 내 배에다가 고개를 움직여서 문대는 플랑은 나를 올려다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플랑이 너무나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플랑, 오늘은 이 오빠랑 사진찍기 놀이하자!"
"사진? 그게 뭐야?"
"종이에다 그대로 모습이 그려지는 도구인데. 저 언니가 가지고 있어."
내가 문지방에 서서 이쪽을 멍하니 보고 있는 하타테를 손으로 가리키자 플랑이 호기심이 넘치는 얼굴로 하타테를 쳐다봤다.
"언니, 사진 보여줘~ 사진!"
플랑이 하타테에게 달려들자 깜짝 놀란 하타테가 뒷걸음질을 치다 그대로 넘어져 엉덩이를 바닥에 찍었다. '아야..'하고 부딛힌 엉덩이를 손으로 쓰다듬다가 플랑의 몸을 날린 허그에 그대로 바닥에 완전히 누워버린 하타테.
"아하하핫-, 언니 이름이 뭐야?"
"히메카이도 하타테.."
플랑이 하타테 위에 타고있어 마치 여자가 남자에게 덥쳐진 모습이었다.
"플랑, 갑자기 달려들면 언니가 놀라잖아."
나는 하타테 위에 타고있던 플랑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플랑에게서 해방된 하타테는 몸을 일으키고 폴더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이 보고 싶댔지?"
"응."
플랑의 허그가 하타테 안의 플랑의 이미지에 영향을 준 것인지 긴장을 지워낸 모습으로 플랑에게 폰의 렌즈를 겨누는 하타테다.
플랑은 소문으로는 무섭운 여동생이지만 본성은 이처럼 천진난만하다. 비록 나의 거시기를 잡아 뜯어 고자로 만들었던 결정적 역활을 했던 플랑이지만 상식의 부재가 낳은 비극일 뿐이다. 자신의 힘을 제어하고 그 위험성을 자각하게 된다면 더이상 홍마관에서만 지내는 일은 없을것이다.
플랑에게 겨누어진 폰의 렌즈에서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빛이났다.
"자, 여기 플랑이 예쁘게 찍혀있는게 바로 사진이야."
플랑에게 방금 찍은 사진을 폴더폰의 화면으로 보여주는 하타테는 플랑이 신기해 하면서 좋아하자 자신도 덩달아 웃으면서 좋아하고 있다.
텐구 이외의 인요에겐 어려워 하면서 플랑은 금방 친하게 대하는 구나. 어린애라서 그런걸까?
그 이후, 하타테가 플랑에게 포즈를 요구하면서 사진을 여러번 찍어댔고 나와 플랑 그리고 플랑과 하타테의 사진도 찍은 다음에 다같이 스케치북의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았다.
"다음 스케쥴이 있으니까 이만 가봐야겠어."
"좀 더 놀고싶지만 다음에 놀려올때 잔득 놀아줘야해~!"
"알았어."
나는 아직 취재를 할 대상이 남아있기 때문에 플랑과 작별을 나누고는 하타테와 함께 홍마관을 나왔다.
참, 홍마관을 나오기 전에 도서관에 들려서 파츄리님을 훔쳐보던 소악마의 모습을 몰래 찍고나왔다. 그 사진을 토대로 소악마가 파츄리님을 연모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작성하라고 하타테에게 일러둔건 나의 사소한 복수심 중 하나다.
홍마관 다음엔 모리야 신사를 가는게 좋겠지만 그전에 명련사다. 이유는 나의 최종병기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지. 흐흐흐흐..
명련사로 향하는 나에게 하타테가 물어왔다.
"루키드는 정체가 뭐길래 홍마관의 당주나 그 여동생과 그렇게 친한거야?"
처음부터 친했겠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악연이나 다름이없고 죽을뻔도 했으며 고자도 되게했던 악마보다도 지독한 자매지만 지금은 하타테가 의문을 가질 정도로 친하게 대하는 관계가 되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수가 없지.
나는 나처럼 악마 자매와 친해지고 싶다면 반죽음이나 성불구자도 한번 격어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디 처음부터 친했겠어? 나름 고생끝에 친해진거지."
라는 정도로 말해줬다.
◆
명련사도 나름 유명한 곳이다. 특종을 노리는 기자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라는데 나는 그 이유로 이곳에 온게 아니다. 물론, 하타테에게 아직 진정한 목적을 말해주지 않았으니 당연히 주지승을 인터뷰하려 온 것인가 싶겠지만 나의 귀여운 쿄코쨩이 목적이다.
그러니 당연히 나의 발은 법당이 아니라 쿄코쨩이 있을 법한 마당이 되겠다.
"어디가는 거야? 히지리 뱌쿠렌이란 주지를 만나러 온거 아니야?"
"그런 유치한 발상이나 하는 땡중에겐 볼일없어."
만약 하타테가 나와 땡중의 논쟁을 봤었다면 히지리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가진 땡중 오브 땡중임을 알겠지만 그런걸 모르는 인요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히지리는 분명 성녀이고 요괴나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위인으로만 보일뿐이다.
그나저나 쿄코쨩은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나는 마당을 둘려보면서 불제자가 머무는 가옥을 둘려보았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마루에서 쿄코쨩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배게해서 머리를 쓰다듬고있는 무라사였다.
나 때문에 쿄코쨩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거야?
"무라사, 쿄코쨩을 쓰다듬는걸 좋아하게 되었구나."
"아..아니야!"
나를 발견하고는 허둥되는 무라사는 그만 쿄코쨩을 밀쳐내고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기분좋게 눈을 감고있던 쿄코쨩도 그 충격으로 눈을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어.. 안녕하세요 ─ !"
그래 나도 안녕하다.
나는 쿄코쨩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저는 카소다니 쿄코예요. 안녕하세요 ─ !"
쿄코쨩은 내 옆에 있는 하타테를 보고 자기를 소개하며 인사를 했다.
"아..안녕."
플랑과는 달리 쿄코쨩에게는 소극적인 하타테다. 쿄코도 로리의 영역일텐데 어려워 하네?
무라사는 갑자기 찾아온 나와 처음보는 하타테를 번갈아 보면서 찾아온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텐구는 왜 또 끌고온거야?"
"끌고온게 아니라 오늘은 같은 동료 기자로써 온거다."
"동료 기자? 히지리를 기사로 써먹을려고 온거야?"
"아니, 쿄코쨩 때문에 왔어."
무라사는 쿄코쨩을 슬쩍 보고는 날 매섭게 노려봤다.
"너, 또 쿄코를 이용해서 나쁜짓을 하려는거지!"
나의 그 배려를 나쁜짓이라고 단정지어버린 무라사. 쿄코쨩의 행복감을 느끼고는 좋아 죽으려했던 주제에 참 차가운 소리를 한다.
그렇게 매도해 버리면 한번 더 맛보게 해주고 싶어지잖아~
"그말은 즉, 너한테 그 나쁜짓을 해달라고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윽, 그만둬. 나한테 또 그짓을 하면 죽을줄 알아!"
그런 협박질 하나도 안 무섭다.
나는 능력으로 쿄코쨩과 무라사의 감정을 연결해서 쿄코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두라는 말 못들었어?"
"네가 행복해질때 까지 그만두지 않겠다."
사실은 좋으면서 튕기지 좀 마라. 내가 머리 몇 번 쓰다듬었다고 벌써 헤실거리는 표정이 나오기 시작했으면서 말이야.
자, 턱 밑도 이렇게 간지럽이면 어때?
무라사는 입으로는 '그만두라고~'하면서도 얼굴은 기분좋아서 어쩌지못하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하타테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타테도 한번 느껴보지 않을래?"
"뭘 느껴보라는 거야?"
"쿄코쨩이 느끼는 행복한 감정."
그러고는 하타테도 연결시켜 세 명이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쿄코짱을 마루에 눕혀놓고 본격적으로 쓰다듬기 시작하니 하타테와 무라사 둘이서 '하아아' 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서로가 같은 기분이라는걸 안건지 서로의 손을 맞잡고는 심지어 볼까지 맞대는걸 보니 아주 둘이서 백합을 찍고 앉았다.
나는 이정도면 알아줬겠지 하고 능력을 해제하니 서로 애달픈듯 볼을 맞대고 있던 하타테와 무라사가 정색을 하고는 떨어져서 서로 힐끔 쳐다보며 미묘한 공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나에게 물어오는 하타테.
"어째서 내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거야? 무슨짓을 한거냐고!"
간단하게 설명해 줘야지.
"내 능력으로 쿄코쨩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해줬을 뿐이야."
"능력이라고? 무슨 능력이길래 그런게 가능해?"
"연결하는 정도의 능력이라고 알아둬."
하타테는 나의 설명을 듣고도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쿄코쨩에게 시선을 옮긴 나는 쿄코쨩에게 산책을 권유해본다.
"절에만 있으면 지겹지 않아? 모처럼 나와같이 요괴의 산에 산책이나 하려가자."
"산에 간다는 거야?"
"그래, 너 메아리 요괴지? 그러니까 당연히 산을 좋아할거라 생각했거든."
"당연히 좋아해. 산에 올라가서 메아리 잔뜩 지를거야."
"그럼 지금 당장 나와 같이 가보자."
쿄코쨩이 야마비코라는 이름의 메아리 요괴라고 한다지? 그런 요괴의 습성은 당연히 메아리의 근간이 되는 산 봉우리를 좋아하는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내가 무슨 속셈인지 의심의 눈으로 나를 보는 무라사가 쿄코쨩의 팔을 잡았다.
"누구 맘대로 쿄코를 데리고 가겠다는거야?"
"데리고 가는게 아니라 산책을 가는것 뿐이다. 오래 안걸릴테니까 걱정하지마."
"보나마나 쿄코를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능력을 쓸 생각인거지?"
"그래, 알았으면 그 팔을 놔줘."
나는 무라사와 신경전을 벌이며 쿄코쨩의 팔을 잡고있는 무라사의 손을 노려봤다.
"또 무슨 이유로 그러는 거야?"
하타테도 쿄코쨩을 데리고 가는게 궁금한 모양이다.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좋은 기사거리를 위해서야."
"설마 아까처럼 그 능력으로 누굴 기분좋게 만들려는거야?"
"잘 알고있네. 그러니까 쿄코쨩이 필요한거라구."
"... 알았어."
내 의도를 이해한 하타테는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무라사에게 다가갔다.
"미안하지만 쿄코쨩을 잠시 빌리도록 할께요."
"너도 같은 편이구나."
"그래요, 오늘만이지만 같이 행동하게 되었어요."
"그럼 저녀석을 말려봐."
"죄송해요. 지금은 저 분을 따를수 밖에 없어서."
"칫, 너나 이녀석이나."
무라사는 기가막히는듯 혀를 차고는 쿄코쨩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무라사와 헤어진 나와 하타테는 쿄코쨩을 데리고 명련사를 떠났다.
지금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요괴의 산으로 향하고 있다. 하타테의 취재를 도와주는 입장이지만 생각보다 즐기게 될것 같아서 말이다.
기다려라 모미지. 너의 꼬리를 기필코 만져주고 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