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구야아아아아아아아!!!"
죽림은 오늘도 요란하다. 대나무가 땅 하며 청아한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부러진 대나무를 먹어치우며 맹렬한 화염이 돌진했다.
검은 머리의 소녀는 여유롭게 불꽃을 흘려보내며 말했다.
"어머. 모코우...화내면 더 재미있는데. 넌 내가 재미없어 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하는거 아니었어?"
"시끄러워...! 그 잘난 얼굴에 화상을 심어드리지!!"
모코우는 수많은 화염구를 만들어 카구야에게 날렸다.
"어라...이건 피하기가 힘들것 같은데...!"
콰광.
엄청난 소리와 함께 죽림에 있는 대나무가 흔들거렸다. 잎파리가 후두둑 떨어지면서 앞을 바라볼수 없을정도로 자욱한 연기가 가득찼다.
대나무가 타는 냄새와 약간의 텁텁한 흙향기. 모코우는 쓰러져 있는 카구야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네녀석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모습...! 매번 봐도 보기 좋단 말이지!"
모코우는 천천히 불길을 일렁였다. 눈에서 붉은 안광이 살짝 타오르더니 이내 카구야를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래! 그래!! 좀더 울부짖어봐!! 좀더 짖어보라고!!!"
모코우가 웃으며 말했다. 잠깐의 잔혹한 시간이 지나고 새까맣게 타들어가버린 시체를 바라보며 모코우가 말했다.
"하...고작 이정도 상대한테 쩔쩔매다니...너도 나도 참 많이 물러졌구만"
고작 이정도 상대라는건 카구야를 가리키는 말일까 모코우를 가리키는 말일까? 어쩌면 둘 다 가리키는 말일지도 모르지.
모코우는 새까맣게 숯덩이가 되버린 시체를 강물에 던져버리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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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대충 지은 집을 보자니 예전에 비해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처량해졌는지 알법하다.
"그래...그땐 나도 큰 집에서 남 부럽지 않게 생활하던 아가씨였지...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화려했던 복식. 고풍스러운 몸가짐. 우아한 말투. 남 부럽지 않은 생활. 모든것을 가지고 있던 모코우는 어느날 나타난 그녀에게 모든것을 빼앗기고 말았다.
자신이 누렸던 모든 영광과 권리를 단번에 뺏기고 말았다.
조용히 이를 갈았다. 수천년이 지나도 마음속에 응어리진 원한은 이미 몸 속을 진하게 물들여놓아서 어떻게 닦아내려 해도 닦아낼수 없게 되었다.
'...죽일수 없다면...좀 더 카구야에게 고통을 안겨주겠어...'
모코우는 말없이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어머? 왜이리 늦었어. 설마 내 시체를 보면서 옛 생각을 한건 아니지?"
카구야가 내 집에 있었다.
"...뭐야."
"뭐긴...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카구야 히메야"
퍼억.
대나무 조각이 카구야의 가슴팍에 박혔다.
"꺼져."
"어머 너무 거친걸 모코우. 싸울때만 서로에게 원한을 가지기로 한것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둘이 시도때도 없이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마구잡이로 싸워대서 죽림의 유지가 힘들어지자 에이린과 무녀일행이 합의하에 본 해결책이다.
그래서 서로는 서로를 마주치더라도 정해진 때가 아니면 싸울수 없게 되었다.
만약 그 룰을 어기게 된다면 죽음보다 더 험한꼴을 보여주겠다며 무녀가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에 함부러 규칙을 깰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니 말이 맞다..."
모코우가 마룻바닥에 풀썩 앉으며 말했다.
"벌써 네가 산지 수천년이 되었어. 그 미모는 여전하네"
카구야가 능글스럽게 말했다.
대나무 한조각이 머리에 박혔다.
"대나무 낭비하게 하지 말고 이유나 말해. 왜 여기에 온거야?"
"심심해서."
카구야가 머리에 박힌 대나무 조각을 뽑아냈다. 상당히 깊게 박힌 모양이였는지 뽑아내자 뇌조각과 피가 뿜어져나왔다.
쿠당탕!!
"앗. 이런...죽었네..."
대나무를 너무 세게 던졌나보다.
5분이 지나고 카구야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정말...대나무는 아픈걸..."
"시끄러워"
"왜 모코우는 내가 싫어?"
"..."
"나는 모코우와 친해지고 싶은것 뿐인데..."
"...'
"설마 예전에 후히토에게 했던 일 때문이야?"
"...!"
모코우가 카구야의 멱살을 쥐어잡았다.
"한번만 더 입을 놀리면 쳐죽여 버리겠어! 천천히! 고통스럽게!! 그런걸 원하지 않는다면...그냥 얌전히 닥치고 있어!"
"후후...재미있네. 너는 우리가 죽지 않는다는걸 잘 알고있잖아? 네게 내려진 이 저주받은 운명은 다 누구에게서 비롯된걸까? 알고 있잖아?"
모코우의 목에 핏대가 울거졌다.
"다...닥쳐어엇!!!"
모코우가 불을 쏘아올리며 말했다.
"네가...네가 뭘 안다고...!"
"잘 알지...네가 나를 증오하는 이유. 너는 지금 나를 질투하고 있는거야. 그치?"
"무슨 소리를...!"
"생각해봐. 너는 세상 남 부러울것없는 명문 귀족의 딸내미였어. 모든 권리와 이득을 한번에 차지할수 있는 좋은 상황이었다고. 그런데. 그 모든걸 누리기도 전에 내가 찾아온거야. 그리고 네게 있는 모든걸 앗아가버렸지"
"시...시끄러워..."
"호화스러운 생활, 고풍스러운 말투, 우아한 몸동작, 남 부럽지 않던 생활"
카구야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말할때마다 모코우는 더욱더 크게 아니라고 외쳤다.
"그리고...네 아버지의 사랑까지"
"시끄러워!!!!"
모코우가 불로 된 날개를 펼치고 카구야의 멱살을 잡은채 자신의 집 지붕을 둟고 하늘 위로 날아올라갔다.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진 시체를 바라보며 외쳤다.
"네가 뭘안다고! 그따위로...!"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쳐죽여버리겠어...! 쳐죽여버리겠어!!!"
모코우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카구야의 시체를 땅바닥으로 내리 꽃았다.
자욱한 흙먼지를 헤지며 모코우는 산산히 부숴진 카구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아...하아...아직이야...다신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목구멍을 갈기갈기...찢어발겨버리겠어...!"
모코우가 손에서 맹렬한 화염을 뿜어냈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리고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공격할 곳도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체를 향해 불길을 내던졌다.
이내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와함께 카구야의 시체는 까맣게 타들어갔다.
"하아...하아...흐...흐윽...으윽...흐으..."
거친 숨을 몰아쉬던 모코우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흐윽...어째서...네가...너만 없었어도..."
자신에게 내려진 모든 권리와 특권. 그 모든것을 빼앗은 카구야를 증오한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반드시 죽여서 손을 피로 물들여서 사과를 받아내고 모든 것을 되찾을것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운명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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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모든것을 불태우고"
불길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안에서 남은건 후회와 슬픔뿐이지"
카구야가 불길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난 네 감정을 이해할수 있어"
"시끄러워...! 네가 뭘 안다고...!"
카구야는 조용히 모코우에게 입을 맞췄다.
"응...읏..후앗..."
"...'
"..."
모코우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카구야는 천천히 입을 맞추며 모코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마나 나에대한 증오가 컸을까. 너는 오직 그것말을 위해 네 몸을 불태우며 살아왔잖아."
"...네가 어떤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나는 너를 용서할수 없어. 절대로..."
"알고 있어.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줘...네가 나에대한 증오를 잊어버린다면...그 안에 남는건 슬픔과 후회뿐일테니까"
카구야는 다시 조용히 입을 맞추고는 모코우를 넘어뜨렸다.
달이 천천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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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다시 멀어진다면. 그땐 나도 너도 이렇게 힘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
모코우가 카구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그럴수는 없어."
카구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말이 있어.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때까지...' 그래서 우리는 멀어질 수 없는거야 모코우"
"내일 아침이 밝는다면 나는 모든걸 잊고 너에대한 분노를 태우겠지. 언제부터였을까...그게 내 모든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어...끝내고 싶어도 끝낼수 없는..."
"그게 너야 모코우. 분노와 증오로 네가 갈 길을 밝이는 등불. 이제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영원히"
카구야가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얄궂은 운명이구나! 내가 여기로 내려와서 너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이런 운명은 아니었을텐데!"
"놀리는거야...?"
"아니. 후회하는거야...나는 이제 태울것도 버릴것도 남아있지 않거든..."
카구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참으로 운명이라는건 재미있어...이제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겠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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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구야는 정말 싫어해요. 디자인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탄막도 그렇고 쩡도 그렇고 맘에드는 구석이 없음.
그래서 원래는 끔살 루트처럼 가보려고 했는데.
아니면 케이네가 등장해서 역사를 바꿔버리는 내용(카구야가 사라지는것이 아닌 모코우의 존재가 사라지는 내용입니다)도 생각했는데 어두운 소설이 되면 또다시 동게이들 멘붕하는 소리가 들리겠지! 해서 이번에는 생각보다 밝은 내용으로 가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카구야가 너무 멋있게 되버렸네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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