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횡포다!"
"맞아, 우리들이 대체 뭔 죄라고. 마구잡이로 퇴치하고 다니는 거야!!"
"듣자하니 하쿠레이 무녀가 미치광이 신들의 앞잡이가 되었다 들었어. 그 신들이 하쿠레이 신사 본전에 거처를 둔 모양이야."
"그렇다면 선수 필승이라는 거군."
"하지만, 우리들 힘으로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며칠 채 계속되는 무녀의 폭력에 요괴들이 저마다 모여 그에 저항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무리들 중에 무녀와 신을 상대로 제대로 된 대항을 한 자들은 없었으니. 지금 여기에 모여든 요괴들도 그럴 것이다.
신이 빙의한 무녀의 힘은 너무나 강대했다. 상대가 요괴라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절대적 강함. 그로 인해 각인되는 공포는 환상향 전역에 살고있는 요괴들에게 전해졌고, 개인 행동을 기본으로 하는 요괴들 사이에 무녀의 공습에 대비한 네트워크 정보망 까지 생기게 되었다.
땅땅땅땅! 둔기로 쇠붙이를 때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보초를 서던 요괴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무녀를 발견하고는 경보로 울린 것이다.
"제길, 무녀가 이곳도 눈치 챘어!"
무녀가 오고 있다는 사실에 그 장소에 모여 있던 요괴들이 서로 공황에 빠진 모습으로 아비규환을 이루었고, 저 마다 먼저 도망치려 하는 통에 제대로 된 대피가 이루어 질 리 없었다.
결국, 반절도 도주 못한 요괴들 앞에 나타난 무녀가 그들을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
"크아아앙~, 크르르... 월월월~ 아우우우우!"
이번에도 참 골때리는 신이 빙의한 모양이다. 머리에 돋아 난 축쳐진 개 귀에 검게 그슬려 있는 코. 지금 레이무의 몸을 빌리고 있는 신은 개의 신이었다.
"하핫, 개판이네."
개의 신이 빙의한 레이무가 그렇게 말하면서 검지로 코밑을 쓸었다. 어째서인지 한 쪽 눈에 검은 안대까지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으니 넘어가자.
무녀에게 발각당한 요괴들은 이젠 다 틀렸다는 절망감에 휩싸여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고, 그 중에서 아직 포기 하지 않은 몇몇의 요괴들이 무녀에게 달려 들며 저항했으나.
─ 와장창!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강냉이를 전부 상납하고서는 땅바닥에 머리가 쳐박혀 버렸다.
상대가 안 된다. 저 압도적인 강함에 전의를 상실한 요괴들은 땅에 무릎을 박고 머리를 조아렸다.
"제..제발.. 목숨만은!"
"저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여편네와 자식이 있소이다!"
"엉엉엉... 아직 동정인데.. 세쿠스 하고 싶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요괴들은 무녀에게 자비를 바라며 빌었다.
그러나... 무녀를 조종하는 신은 미쳐있었다.
"우후훗~ ♡, 거기 너. 아직 엉덩이 쪽도 동정이지? 그 쪽이라면 내가 대신 떼 줄 수도 있는데."
언제 또 빙의한 신이 바뀌었는지. 이번에는 고추 사냥꾼이 된 무녀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가랑이 사이에 돋아난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네오 암스트롱 캐논을 과시한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 치울 거야~♡"
요괴들은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저 흉악한 거근의 무녀를 보며 생애 처음, 거대한 공포에 직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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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모리야 신사 뒤편에 위치한 호수의 온바시라 기둥 위.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는 신들의 행각에 카나코는 히나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곳 환상향으로부터 수백광년 떨어져 진 m-47 성운에 있는 사나에에게 교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그 시도는 쉽사리 성공하지 못했으나, 사나에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인연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오랜 시간 끝에 교신에 성공하게 되었다.
‘사나에, 들리니?’
‘이 목소리는.. 카나코님? 카나코님이세요!?’
‘그래, 나다.’
‘카나코님이..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머나 먼, m-47 성운의 사나에는 갑자기 들려온 카나코의 목소리에 놀라면서도 기뻐했지만, 밝지 않고 어두운 카나코의 목소리에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다.
‘혹시, 그 쪽에 안 좋은 일이 생기기라도 했나요?’
‘저 번처럼 또 다시 신들이 폭주하고 있다.’
‘그럴수가... 그럼 제 힘이 필요하겠군요.’
‘그래. 하지만, 네가 지금 이쪽으로 올 수 있는 형편인지 궁금하구나.’
‘문제없어요. 카나코님이 위기이신데. 당연히 올 수 있어요. 좀 복잡한 절차가 있지만... 무조건 올거에요!’
‘고맙구나. 그럼... 가능한 빨리 오도록 하 거라.’
그 말을 끝으로 사나에와의 교신이 끊어지고 말았다. 교신 자체에 성공했더라도 거리상 장시간 연결 한다는 것은 위대한 천진신이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전해야 할 말은 전했으니, 카나코는 만족을 하고 사나에를 기다리기로 했다. 설마, 친부모를 따라 우주멀리 떠나버렸던 사나에를 이런 식으로 도움을 요청하게 될 줄이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건만, 그 날이 일찍 찾아 온 듯 했다.
그건 그렇고, 히나의 속셈이 궁금했다. 원래의 그녀라면 신들이 폭주를 하건 말건 간에 신경 쓸 위인이 아니다. 오히려 거기에 편승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쪽일 텐데, 어째서 자신에게 이변 해결의 실마리를 알려 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기다 사랑을 외치는 머릿속이 꽃밭인 모습이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카나코였다.
그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는 히나는 지금, 빙의 무녀로부터 살아남은 요괴들에게 사랑을 전도하는 미친 짓에 여념이 없었다. 입으로는 사랑을 외치면서도 막상 무녀의 습격에 도와달라는 요괴들을 수수방관하는 이해하지 못할 모습을 보였고, 도대체 무슨 행동원리인지 폭주 중인 신들에게까지 사랑을 전파하면서도 그들의 미친 행각을 말리지 않는다는 거다.
히나는 이전과 달라졌다곤 하나 여전히 싸이코인 점은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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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의 산 근처의 어느 숲속.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은 아직 어린 요괴가 귀가 중이었다. 오늘 낮 동안 근처의 요정들을 피츙 시키며 놀았던 이 요괴는 등에 란도셀을 매고 있었고, 머리엔 노란색 모자를 썼다.
히데오라는 이름의 그에게 최고의 불행이 찾아왔다. 무려 며칠 사이 공포의 대명사로 떠오른 무녀가 히데오의 귀갓길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자마자 도망쳐도 시원찮을 상황이지만, 정신연령도 낮고 소문에 어두운 히데오는 경계심 없이 무녀에게 다가갔고, 가차 없이 머리에 내리쳐진 불제봉에 의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 안이었다.
판자로 창문조차 막아버린 어두컴컴한 폐가에 갇힌 히데오는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며 겁에 질린 채 외쳤다.
“열어줘~ 열어줘어어어!”
폐가 밖에 있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외친 소리였지만, 도리어 같은 공간에 숨어 있던 무녀를 자극하는 꼴이 되어버리는데...
“무녀는 말이야, 너 같은 요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단 말이야!”
히데오 등 뒤로 다가온 무녀가 자신의 스카프로 그의 목을 조르며 중얼거린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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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히나가 간다입니다.
이 편을 어떻게든 끝내려고 연재를 재개했음.
그 동안 수습이 안 되서 방치했는데.. 지금도 계획없이 쓰는 중이라
결말은 나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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