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들인 명련사
난데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저 여인은 뭐길래 이러는거지? 혹시 보호비를 명목으로 자리세를 요구하는 조폭이라도 되나?
힘을 보건데 보통의 인간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요괴처럼 요기가 흘려나오는게 아닌 인간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어질거리는 머리로 생각해 봤자 알수없는 노릇이다.
나는 뒤쪽의 노점상 마차를 손으로 짚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대로 얻어 맞은게 억울해서 뭐라고 항변이라도 해야할텐데 제대로 알아들을지 모르겠다.
"혹시 이 구역을 관리하는 주인이라도 됩니까?"
"아니요."
여인은 내가 그렇게 물어오자 머리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다면 무슨이유로 이러는 거야? 짜증이 확 올라온 나는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그러면 대체 무슨 이유로 나에게 폭력을 행사합니까?"
"그것은 당신의 행동은 인요간의 공존을 깨트릴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 행동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있다고 판단하신겁니까?"
"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간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지속적으로 퍼트렸다간 언젠가 그것이 불화의 씨앗이 되겠지요."
"참내.. 저는 거짓을 한것도 아니고 정당한 거래로 계약을 한 것 뿐인데 그게 어째서 잘못된 믿음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인간들에게 연애를 미끼로 현혹하는거 자체가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는 행위입니다."
"현혹이 아니라 장사일 뿐입니다. 속이지 않았다는 제 말을 전혀 못 믿고있네요."
나는 말이 안통하는 상대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저 여인의 머리속에서는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거짓일거라는 전제가 깔려있는것 같았다. 혼력을 이용하여 이루어주는 소망은 절대 거짓이 아니며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것이 제 아무리 사소한 작은것이라도 이루어진다는 것에는 틀림이없다.
나를 의심하는 저 여인을 대체 어디서 부터 설득시켜야 할지 막막했다.
여인은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인간의 혼을 이용한다는거 자체가 불순한 것입니다. 제아무리 상대가 그걸 원한다고 해도 함부러 해서는 안되는 소중한 것이지요."
"소원을 이루어 주는데도?"
"네. 그런식으로 이루어진 소원으로 행복해질리 없죠."
"멋대로 단정짓는구만."
자기 멋대로 단정지으며 억지 논리를 펴고있는 여인은 나의 바로 코앞 까지 오더니 멈춰섰다.
대체 타인의 행복에대해 자신이 뭘 알고있다고 단정을 짓는것이고 나의 행동 자체를 그저 안좋은 식으로 밖에 보지못하는 걸까? 마치 신의 사자인양 행동하는 꼬락서니가 맘에 안들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얻어맞은것도 이런식으로 설교를 당하는것도 정말 싫다.
"지금도 당신을 좋지않게 보는 인간들이 많습니다. 당신에게 점을 보고난 사람들이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소문이 난데다 그럼에도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을거라 생각하는 자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세요?"
여인이 하는 소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나에대해 수상하게 여기는 것도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들 때문에 문제 삼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감당해야할 문제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연애를 이루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책임이 있는것이다.
굳이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자라고 판단된다면 자경단이나 레이무를 불려오면 될텐데 저 여자는 무슨 자격으로 나를 때리거나 설교하는지에 대해 이해할수 없었다.
그래도 저 여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있지 의미나 알아봐야겠다.
"뭘 의미하는지나 대해 한번 알고싶네요."
"당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요괴들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과 요괴의 공존의 길은 더욱 더 험난해 질테니.."
"잠깐만, 왜 내 문제를 요괴 전체의 문제로 확대합니까?"
아니.. 내가 요괴가 아닌건 둘 째치고 나 하나가 잘못 행동했다고 그게 전체의 이미지로 확대될수있는거냐? 내가 알고있는 환상향은 요괴 한 두명의 잘못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하물며 히에다노 아큐가 편찬한 환상향연기가 폼으로 있는것도 아닌데 저 여자는 대체 왜 그런 극단적인 논리를 펴는지 당최 알수가없다.
그러나 여인의 생각은 나와는 달랐다.
"옛날 부터 요괴들은 나쁜 짓을 일삼는 몇몇의 요괴들 때문에 수많은 착한 요괴들 까지 인간들에게 퇴치당해왔습니다. 그 잘못을 또다시 반복하면 절대 안되기에 이 자리에서 당신을 갱생시키겠다고 한 겁니다."
나는 여인에 말에 따지고 싶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나 입을 다물기로 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봐야 알아 듣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 뒤에 이어진 여인의 말은 더 가관이었다.
"요괴들은 인간들의 친구가 될수있습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요괴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수 있는 행동은 삼가해주세요. 마을 안에서 어떠한 소동도 일으키지 않는것은 이곳의 법도이니 거기에 따라주셔야합니다."
나는 더이상 말을 들어줄수없었다. 이젠 소동이라는 말까지 하다니. 대체 얼마나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버럭 화를 내고 싶지만 그래도 최대한 화를 누그러뜨리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요괴들이 인간의 친구가 되든 말든 관심도 없고 소동을 일으킨 적도 없습니다. 마을에 있는 이상 얌전히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 쪽에서 멋대로 판단하고 나를 몰아세워놓고 억측을 늘여놓는군요. 더이상 상대하기 싫으니 오늘 장사는 접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여인을 지나쳐 내가 앉아서 장사하던 돗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손목을 붙잡아왔다. 순간 뿌리치려고 했으나 무슨놈의 아귀힘이 어찌나 쎄던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봐 나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는 여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인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을 절로 끌고가서 부처의 가르침을 받게 하겠습니다."
부처라니 뭔소리야.. 근데 왜 절로 끌고가려는데!
나는 붙잡힌 손목을 풀기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좀 채 풀어지지 않은채 여인의 발길이 닿는 곳으로 끌려가고있었다.
나를 끌고가면서 여인은 다시 나에게 말해왔다.
"앞으로 저에게 가르침을 받을 입장이니 성명 부터 밝히겠습니다. 저는 명련사의 주지승, 히지리 뱌쿠렌이라고 합니다. 당신은요?"
"...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근데 왜 나를 가르치려 하는겁니까?"
"당신.. 아니, 루키드님은 생각이 짧기에 부처의 가르침으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도록 만들기 위해서죠."
나는 속이 답답하다 못해 열불이 났다. 도대체 생각이 짧은 쪽이 어딘데 그런 소릴하면서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건지.. 그건 그렇고 주지승이라는데 비구니구나.
비구니는 인권을 침해하고 맘대로 끌고가도 되는거야? (인간은 아니지만) 백번 양보해서 자경단 내지 케이네 선생이라면 군말없이 끌려가겠지만 이건 아니다.
능력이라도 써서 벗어나볼까 했지만 비구니가 말한 명련사라는 단어를 떠올리고는 케이네와 함께 구조해낸 그 모자가 떠올라서 어떤곳인지 궁금증이 생겨 일단 잠자코 끌려가기로 했다.
아.. 오늘 장사로 벌어놓은 돈이 아직 내 돗자리에 놓여진 통안에 있는데.. 안돼!
◆
비구니에게 끌려서 도착한 곳은 상당한 규모의 사찰이었다. 사찰의 정문을 지나 돌층계를 올라갈때 그 앞에서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계단을 쓸고있는 소녀가 비구니와 눈을 마주치고는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 !"
이야~ 참 우렁차다.
사자후를 방불케하는 쩌렁쩌렁한 인사소리가 경내에 울려퍼졌다. 귀가 멍해질 만큼의 고음에 심장이 떨어질뻔 했으나 비구니는 익숙한듯 사자후를 내뱉은 소녀에게 미소로 응답했다.
소녀의 모습을 보니 녹발에 축 늘어진 짐승귀를 달고있었다. 얼굴도 귀염돋는 강아지상이니 여러모로 귀엽다라는 인상이다.
"저는 카소다니 쿄코예요 ── !"
소녀가 나를 보더니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나는 쿄코라는 저 아이가 시끄러운건 제외하고 귀여운건 사실이니 머리나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쿄코는 내 앞으로 오더니 강아지같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있었다.
턱 밑을 간지럽히면 어떨까 했지만 그건 아직 허들이 높은지라 우선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랬더니 '에헤헤-'웃으면서 귀를 움직이고 있다.
"저희 식구를 귀여워해주는건 고맙지만 저에게 가르침 받는게 우선입니다."
좀 더 쿄코쨩을 쓰다듬으며 놀고싶은데 비구니의 제지로 쿄코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작별을 나누고 비구니에게 이끌려 사찰의 중간에 위치한 법당으로 끌려들어왔다.
법당 안에는 신도로 보이는 마을 사람들 외에도 요괴들도 많이 보였다. 비구니가 법당안에 들어서자 신도들의 시선을 전부 나와 비구니에게 쏠렸고 허리에 호피를 두르고 보탑을 들고있는 금발에 검은색이 섞여있는 숏헤어의 여성에게 다가간 비구니는 그녀에게 나의 감시를 명하고서는 불상의 앞에 목탁이 놓여져있는 자리에 앉았다.
나는 보탑을 든 여성의 감시속에 신도들 사이에 섞여 얌전히 비구니의 법문과 설교를 들을 처지에 놓인것이다.
이런식으로 본격적인 절간 체험은 처음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설파하는 천주교도 아니니 참을만 하겠지. 여기엔 음의 속성인 요괴들도 많이 있는걸 보니 마물에게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듯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법문을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서 온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정신 데미지를 입은것은 아니다. 단지 음율을 타고 흘려나오는 독경 자체에 거부감이 든거 뿐이다. 마치 인간의 욕구를 자재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독경은 비구니의 입에서 음율을 타고 들려왔으며 이런 노래 자체는 미칠듯이 거부감이 든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은 대중가요는 그속에 수많은 감정이나 욕망이 포함되어있어 달콤함 그자체지만 독경의 경우엔 그 반대라서 악마인 내가 싫어할수 밖에 없다.
기어이 참지못한 나는 양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러자 그 행동에 불만을 가졌는지 나를 감시하며 지켜보던 보탑을 든 여성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렇게 째려보면 어쩔건데?
나는 보탑을 든 여성의 위협적인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손으로 귀를 막는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비구니의 독경이 끝나고 신도들에게 깨닳음을 주는 비구니의 말씀이 시작되었다. 여러가지 덕담이나 교훈적인 이야기가 지나가고 난 다음 나를 겨냥한 듯한 이야기가 흘려나왔다.
"육신은 썩고 문들어져도 혼은 불변이며 영원합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육신이 아닌 혼에 새겨서 내세를 윤회하여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극락왕생의 길이 열리겠죠. 하지만 그 혼 자체가 더럽혀진다면 극락왕생의 길은 멀어질것입니다."
저 비구니의 말의 요점은 내가 연애 성사를 이유로 혼을 더럽혔다는 얘기다. 이런것도 설교라고 하고 앉았으니 더이상 들어주기도 싫지만 나를 감시하고 있는 보탑든 여성이 가만 놔둘리가 없다. 비록 비구니의 설교가 나 뿐만이 아닌 다른 신도들을 겨냥한 것이라 하더라도 저 노골적으로 나에게 향해있는 시선을 보자니 있기가 갈수록 불편해져 갔다.
공감이라곤 하나도 되지않는 지겨운 설교가 끝나고 나자 나는 이제 해방인가 하는 안도감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대로 아무 감흥없이 돌아가려고 한다면 갱생이 안되었다며 다시 붙잡을 우려가 있으니 적당히 맞장구 쳐서 빠져나와야 겠다.
"말씀 감명깊게 들었습니다. 저도 부처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깨닳음을 얻은것 같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비구니에게 그렇게 말한 다음 법당을 나서 돌아가려는 찰나. 보탑을 든 여성이 나의 앞을 막아섰다.
"히지리님이 너를 한동안 이곳에서 지내게 하라고 했습니다. 돌아가려거든 명련사의 일원이 되어서 정직한 요괴가 되어 나가길 바랍니다."
이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강제로 끌려와서는 이제 나가는 것도 맘대로 못하는 거야?
이럴땐 이곳에 머물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는편이 낫겠다.
"주지승이 잘못 본거 같은데 저는 요괴도 아니고 따로 주인을 섬기는 사역마입니다. 가르침을 주려거든 딴 요괴를 찾아보세요."
어딜 주인이 따로 존재하는 이 몸을 구속하려 드는거야? 나는 나를 막아서고 있는 여성을 지나쳐서 법당 아래로 내려갈려는데 그러지 못했다.
"히지리님의 명은 절대적입니다. 주인이 있는 몸이라고 해도 멋대로 행동한 죄는 없어지지 않으니 순순히 따르도록 하세요."
뒤에서 내 어깨를 붙잡은 여성의 손에 힘이 들어가있었다. 이미 요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안되는데 주지승이 명했다고 나를 붙잡아 둘려는게 맘에 안든다.
어깨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달아나려했지만 이곳의 요괴들에게 포위된걸 확인하고는 포기하기로 했다.
명련사란 곳이 이정도로 요괴들이 따르는 곳일 줄이야 생각치도 못했어. 이렇게 된거 틈을 봐서 달아날수 밖에 없겠어. 감시가 허술해져 있을때를 노려야 할텐데 쉽지 않을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감대로 보탑을 든 여성 뿐만 아니라 귓바퀴가 큰 쥐요괴도 나를 감시하는 통에 달아날 틈을 찾지 못했다. 나즈린이라 칭한 그 쥐요괴는 회색 치마를 입고 손에 다우징 로드를 들고있는 작은 소녀였지만 상당히 신출귀몰했다.
당장 나즈린의 시야에서 벗어나서 절을 달아나려고 하면 어디선가 나의 위치를 알아내 동료 요괴들을 모아 찾아내는 것이다.
그 탓에 나는 명련사에 끌려온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도망치지 못했다.
이곳의 밥은 절간 답게 채식위주지만 마리사의 집에서 먹는 버섯들 보다 훨씬 나았으며 강제적으로 히지리의 법문을 듣는것을 제외하면 불편함 없는 생활이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기서 갇혀 지낸다는것 하나만으로도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저 나즈린이라는 쥐요괴만 없다면 쉽사리 도주했을텐데...
분명 도망가려는 나를 찾아내는것은 손에든 다우징 로드의 힘인게 틀림없어. 저것만 빼앗으면 어떻게 될것 같은데 무슨 수로 빼앗는담?
나는 나즈린의 모습을 찾아내서 손을 흔들어 이곳으로 불렸다. 저 다우징 로드를 빼앗을 묘안이 떠오른게 아니지만 한번 떠보는것도 손해볼게 아니니 말이다.
"나즈린, 그 다우징 로드 말이야. 나도 한번 들어보면 안될까?"
"왜?"
"나도 그걸로 물건 같은거 찾아볼수 있나 싶어서."
"내 다우징 봉은 아무나 쓴다고 효력을 발휘하지 않아."
"그래도 기분이나 내보고 싶으니까 잠깐만 빌려줘~ 응?"
"싫다. 네녀석은 얌전히 지내기나해라."
역시 쉽사리 빌려주지 않는건가? 그렇다면 힘을 써서라도 빼앗아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성급히 행동에 옮기기엔 불확정 요소가 너무나 많다.
우선 나를 찾아내는 힘이 정말 저 다우징의 힘인가? 그리고 저 다우징을 뺏았는다고 해도 그걸 대체할 만한 것이 있지 않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즈린의 말대로 도주할 맘을 접고 얌전히 지낸다면 이곳에서 이른 시일내로 보내줄지도 모른다.
납득하지 않은 일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것은 성미에 안 맞지만 나 혼자 힘으로는 명련사라는 집단에 대항해 저항한다는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니 다른 대안이 없어 한동안 얌전히 지내기로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런 결정을 하고나서 겉모습에 비해 귀염성 없는 나즈린을 제쳐둔채 강아지 같은 쿄코쨩에게 갔다. 오늘은 머리를 쓰다듬는것 뿐만 아니라 턱도 간지럽혀 줘야겠다.
내가 명련사에 지낸지도 삼 일이 지났다.
도주할 생각은 잊고 얌전히 지낸 덕분에 이곳의 요괴들에게 눈총 받는 일도 없어졌으며 비구니의 태도도 많이 느슨해져 있었다. 하지만 정말 이곳이 절간이 맞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요소가 많았으니 우선 비구니를 제외하고는 구성원들이 죄다 요괴인것과 그 요괴들이 이곳에서 고기만 안 먹는다 뿐이지 술을 마시는 꼴을 종종 목격했었기에 불가의 가르침을 받는 자들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항상 보탑을 들고있는 토라마루 쇼우의 경우는 상당한 애주가였다. 일단 입에 술이 한 모금이라도 들어가기만 하면 평소의 얌전하고 차분한 태도가 돌변해서 굉장히 거칠어졌다. 흔히 말하는 술먹고 개가 되었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언변이나 행동이 정말 같은 요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며 그런 주제에 낮엔 신도들 앞에서 비사문천의 역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심스러운건 쇼우 뿐만 아니라 다른 요괴들도 마찬가지다. 무라사 미나미츠라는 물귀신은 선원옷을 입고 있었는데 복장처럼 입이 거칠었다. 분명 f■ck이라 던가 suck같은 단어가 들리는데 이곳의 대다수는 영어를 잘 모르니 그것이 욕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뉴도라 불리는 구름같은 형상의 아저씨 요괴를 대동하고 다니는 쿠모이 이치린이라는 요괴 여승도 겉으로 보기엔 천상 순결을 지키는 수녀같이 보이지만 내면은 달랐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면 주지승의 법문을 들으면서 곁에 있던 그녀의 얼굴을 봤더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뜨거운 숨결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어떤 망상을 했기에 주지승의 법문을 들으며 헐떡였는지에 대해 더 깊이 파고 들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이간다.
구성원이라고 하기 애매해보이지만 숏헤어에 검은색 짧은 원피스 입고있는 호쥬 누에라는 요괴도 있었다. 일단 복장부터 몸매가 드려나는 폭이 좁은 치마에 오버니삭스라니. 이런 괘씸한 처자를 봤나? 절은 고사하고 환상향에서도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 유혹하는듯 해서 볼때마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곤란하다.
그 괘씸한 차림새가 맘에들어 친해지고 싶어 말을 걸고 싶었지만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모습을 감추는 통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명련사의 구성원 조차 이런데 나 더러 갱생을 주장하는 주지승은 나보다 가족들 부터 신경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나를 요괴라고 하는데 내가 몇 번이나 악마라고 해도 들어먹질 않는다. 그저 겉모습이 인간과 다르니 요괴인것에는 변함없다는 궤변으로 나를 이곳에 붙잡아 두고 있다.
참, 카소다니 쿄코란 애도 있었네. 그애는 다른 명련사 맴버 중에서 가장 참한 애다. 볼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줬더니 이제 나를 반기며 잘 따른다.
지금은 턱을 간지럽히는것도 클리어 했고 이젠 배까지 쓰다듬을 정도다. 툇마루에 배를 드려낸체 누운 쿄코쨩의 뱃살을 쓰다듬는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범죄자로 볼수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친밀하게 대하는 순수한 행위이다.
그런데 쿄코쨩의 배를 쓰다듬는 모습을 무라사 미나미츠가 봐버렸다.
"이 변태새캬! 쿄코에게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야!!"
그녀의 입에서 호통이 나왔다. 나의 순수한 친교를 불순한 의도로 착각하고 있는 무라사가 눈에 불을 키며 나에게 달려오더니 주먹을 날렸고 그전에 몸을 피한 나는 무라사와 대치한채 앞으로 날아올 공격에 대비해 자세를 잡았다.
"무슨짓이긴, 쿄코쨩이 원해서 배를 쓰다듬어준거 뿐인데?"
"너같은 짐승이 순진한 쿄코쨩을 속여서 맨살을 더듬은거잖아!"
신사더러 짐승이라니 못할 말을 내뱉는 무라사. 쿄코쨩도 저렇게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있는데 왜 나를 음흉하게만 바라보는거냐?
내가 쿄코쨩을 속여먹은건지 아닌지에 대해 몸으로 알게 해줘야겠다.
"쿄코쨩은 머리를 쓰다듬거나 턱 밑을 간지럽혀주는걸 좋아해. 배를 쓰다듬는것도 마찬가지고."
"그런 헛소리 짓껄이지마, 어차피 네가 그러고 싶으니까 순진한 쿄코를 이용해 먹은거 잖아!"
"정말이래도. 정 못 믿겠으면 쿄코쨩의 감정을 한번 느껴보라지."
나는 능력을 이용해 툇마루 위에 배를 드려내고 누워있는 쿄코쨩의 감정을 무라사의 감정에 연결시켰다.
감정의 끈이 연결되자마자 적개심으로 물든 무라사의 두 눈이 어느새 행복에 젖은 헤실한 눈매가 되어버렸다.
무라사는 갑자기 급변한 자신의 감정에 놀란듯 고개를 휘휘 내저었고 다시 눈을 치켜뜨며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손을 들어서 쿄코쨩의 배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무라사의 눈이 다시 행복에 젖어들어간다.
"이게 뭐야... 대체 왜 이런 기분에 드는거지?"
나는 쿄코쨩이 느끼는 행복감에 저항하기 힘들어 보이는 무라사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기로 했다.
"지금 너는 나의 능력에 의해 쿄코쨩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거다."
"그..그게 뭐가 어쨌다는거야?"
"몰라서 묻나? 쿄코쨩의 감정과 공유한 네가 행복한 기분이 드는것은 쿄코쨩이 그만큼 배를 쓰다듬어주는 나의 손에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그런거 모른다구!"
"솔직하지 못한 아이네."
나의 말에 부정을 하며 끝까지 저항하고 있는 무라사를 보며 한 쪽 입꼬리만 올려 살짝 비웃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쿄코쨩의 배를 쓰다듬고는 턱 밑도 간지럽혀 주었다.
"아하하하-, 그만해~ 그만하라구~~"
직접 간지러움을 느끼는것도 아닐텐데 지금의 코쿄쨩의 감정을 공유한 무라사는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꼬았다.
내가 쿄코쨩의 머리를 쓰다듬었을땐 무라사는 양손을 얼굴을 감싼채 녹아내리는 얼굴로 멍하니 먼산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무라사를 말 한마디를 날렸다.
"알았냐?"
이걸로 무라사를 충분히 납득시켰다고 판단한 나는 그만 능력을 해제하고 기분좋게 누워있는 쿄코쨩과 살살 녹아내리는 듯한 무라사를 남겨둔채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돌연 무라사가 나의 옷깃을 붙잡았다.
"아.. 앞으로도 쿄코쨩을 쓰다듬어주길 바래."
"응? 뭐라고..?"
"f■ck! mother f■cka!!"
이성 친구가 많은 애니속 주인공의 난청 시늉 대사를 해주자 영어로 욕설을 하고서 달려가버린 무라사. 쿄코쨩의 감정을 맛보는것이 맘에 든 모양이다. 원한다면 능력이 아닌 직접 쓰다듬어줄수도 있는데 저렇게 솔직하지 못하니 스스로 원래서 졸라댈때 까지 가만히 놔둬야 겠다.
저런걸 보면 흡사 츤데레 같긴 한데. 무라사 말고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통하는지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히지리 뱌쿠렌이라는 주지승보다 나를 더 따르려할지도 모르지.
그런 계획을 세운 나는 무라사 다음으로 나즈린을 타겟으로 삼았다. 과연 그 무뚝뚝한 쥐요괴한테도 쿄코쨩의 행복감이 먹혀들까?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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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4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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