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의 빵.
한적한 날. 뭐 나는 항상 한적하지만 마리사가 얌전히 집에 눌러앉아 있는데다 집안이나 마당에 치울것도 없으니 특히나 더 한적했으니 아무데나 놀러나 가기로 했다.
붕붕마루 신문에 [무녀에게 손을 댄다면 재앙신의 저주를 각오해야]라는 제목으로 전면에 기사가 실리는 바람에 지금 쯤 모리야 신사는 신앙에 비상이 걸렸을 거다. 요괴의 산이나 인간 마을에서 많은 남성 신도들은 사나에의 인기로 인해 신앙을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사나에한테 흑심을 품는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인기란 것도 식어버리는건 한 순간일 테지.
남자란 그런 존재인데 그 로리 개구리 신은 그걸 영 모른단 말이야.
그동안 사나에를 반찬 삼아 밤마다 자위질을 해대던 인요들이 얼마나 실망을 했겠는가? 경거망동한 행동이지만 그것 조차 용납해주지 않는다면 요즘 시대에 신앙이나 인기 같은건 얻을 생각은 하질 말아야지.
지금쯤 그 개구리 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러나?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관계없는 카나코님까지도 피해를 입은거라 당장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기도 그렇다.
홍마관에 갈려니 초딩 흡혈귀의 만화책이나 플랑이랑 놀아주기 정도지만 레밀리아가 전에 오려거든 자신이 사쿠야를 보낼테니 전에 처럼 스타킹이라도 한 짝 얻어오랬지? 빈손으로 오면 귀찮게 징징댈게 뻔했다.
그런 주제에 여태까지 사쿠야를 보내오지 않는다. 설마 잊은거냐?
그렇다면 오랜만에 유카 씨를 만나려 가볼까? 환상향에서 가장 호의적으로 나를 대해준 요괴인 유카씨는 어째서인지 인망이 최저였다. 마리사 조차도 안색이 파래질 정도로 유카에 대해 좋지않은 인상을 가지고있었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선입견일 뿐, 사실 유카는 신성합니다. 그렇고 말고요!
그러니까 어서 그 신성한 유카님을 만나려 가보겠습니다.
◆
유카 씨가 살고있는 집으로 온 나는 문을 두드렸다.
"유카 씨, 있나요?"
잠잠한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니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걸 보아 유카 씨가 집에 계셨나 보다. 문이 열리고 유카 씨가 붉은 눈으로 나의 모습을 쳐다보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집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오랜만이야. 그간 별 탈 없었어?"
"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올라잇입니다."
테이블의 의자에 기댄 나는 주방 쪽에서 향긋하고 맛있는 냄새가 흘려나와 내 코를 자극시키는걸 느끼고는 어느새 입안에 침이 고였다. 어떻게 하면 빵 냄새가 저렇게도 달콤하고 향긋할까? 마치 유카를 닮은 꽃과 같은 빵 내음이었다.
"유카 씨, 빵 냄새가 정말로 좋네요."
"후훗, 칭찬 고마워."
"유카 씨의 빵은 바깥세상에 어딜 내놔도 절대 꿀리지 않을 겁니다."
"과찬이야. 내 솜씨는 그정도로 좋진 않아."
"안그래요. 제가 보증합니다! 유카 씨의 빵은 절대로 어디서든 먹힌다니까요!"
그것만큼은 확신한다. 유카 씨는 자신의 제빵 실력에 대해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저 정도의 빵을 만들어 낼려면 빵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제빵기술을 오랫동안 배워야 할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마을에 빵집을 연다면 입소문을 타고 가게에 손님들로 북적일거야.
유카는 빵이 다 구워졌는지 주방으로 가더니 오븐에서 빵을 꺼냈다. 빵이 오븐 밖으로 나오는것과 동시에 군침이 도는 냄새가 집 안을 잠식했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밖에서 먹을까?"
"그러도록 하죠."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는 날이라 화단의 꽃을 보며 빵을 먹는건 상당이 좋겠는데?
나는 기쁘게 수긍하고는 쟁반에 빵을 든 유카와 함께 예쁘게 꾸며진 화단으로 둘려쌓인 마당으로 나왔다. 파라솔이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향긋한 빵을 바라보니 입 밖으로 침이 새어나올것 같았다.
"한 입 먹어보는게 어때?"
"그럼 먼저 먹겠습니다."
나는 유카의 갓 구운 빵 하나를 덥썩 집어들고는 한 입 베어먹었다. 안의 팥앙금과 함께 크림의 부드러움이 입안에 감돌았고 효모로 숙성된 밀가루 반죽은 노릇하게 잘 구워져 아주 부드러운 식감으로 혀 위에 녹아 내렸다.
밀가루, 팥, 크림 이 세가지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져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각의 맛을 내는것이 삼위일체의 경지였고 몇 번 씹지않아 녹아내리는 빵의 식감과 끝까지 빵의 향긋함이 남는 향은 후각과 미각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것이다.
"맛있어..."
나는 신음을 흘리듯 감탄을 했다. 단순히 맛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예술로 승화시킨 빵이다. 텁텁함도 없어 물 없이도 목 넘김 마저 좋다. 정말이지 혼자 먹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빵 아니겠는가?
자신이 만든 빵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유카는 흐믓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유카 씨는 한 입도 안 먹었네.
"빵 안 먹어요?"
"먹어. 난 또 다시 빵을 구으면 되니까."
유카 씨는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 만으로도 배가 부르나보다. 그럼 사양 말고 먹겠습니다.
이번엔 초코 코로네같이 생긴 빵을 하나 집어들어 베어 먹는다. 안에는 초코가 아닌 벌꿀이 들었지만 입안에서 터져나오는 달콤하고 향긋한 꿀의 풍미와 그 꿀의 파도를 서핑하듯 타고다니는 밀가루가 나를 너무나도 즐겁게 한다.
그 다음엔 소보로 빵으로 보이는 걸 먹어보았다. 아... 빵을 덥고있는 소보로가 나의 입 천장에 들려붙어 침과 함께 담백함을 느끼게 하고있다. 거기에 딱딱한듯 야들야들한 빵의 밀가루는 입 안에 퍼져있는 소보루와의 상봉으로 달달함의 완전체가 되어간다. 좀 더 즐기고 싶은 달달함은 이내 녹아 없어져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네모 반듯한 카스테라를 먹었다. 기존의 카스테라 빵은 우유나 물 없이는 텁텁함으로 인해 목이 막히는게 보통이지만 이건 계란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살아나 있어 입 안에 침에 녹아내린 카스테라가 혀 위에서 넘실 넘실 춤을 춘다. 그러나 그것은 향긋한 향과 달콤함을 남겨놓은채 나의 목구멍 넘어로 사라져 버린다. 우유가 없어도 나의 침 만으로도 빠르게 녹아내린것이다.
정말이지 하나 같이 너무 맛있다. 처음 유카와 만났을때도 그녀의 빵은 너무나도 맛있었지만 지금은 그때 보다 여유가 생겨서인지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위험해.. 벌써 다섯개 째를 집고있잖아! 아아.. 쟁반위의 빵들이 죄다 사라져있어. 유카님 죄송합니다.
"부족했어?"
"아뇨~ 충분해요. 그것 보다 유카 씨의 몫까지 먹어버려서..."
"어차피 지금 바로 또 만들거야. 이번엔 얼마나 만들까?"
"으음.. 정말 혼자 먹기 아까운 빵이라 제가 아는 사람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을 정도인데.."
"알았어, 많이 만들면 되는거지?"
"정말입니까?"
유카 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빈 쟁판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유카 씨의 빵을 먹어본 감상으로 현재의 인망이 낮은 유카 씨가 만든 빵을 다른 인요들이 맛을 본다면 그들에게 비춰지는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질텐데.
하지만 유카 씨는 그런것 따위는 전혀 신경도 안쓰겠지. 그런 요괴이니까.
나는 유카 씨가 빵을 구워 올때까지 화단의 꽃을 구경하며 기다렸다.
"여기가 카자미 유카의 집이냐?"
어디선가 인상이 험악한 요괴가 두 명 내앞에서 묻고있었다. 한 녀석은 주걱턱에 뿔이 나 있었고 또 한 녀석은 과도하게 널찍한 어깨에 송곳니가 두드려졌다.
모습만 보면 쫄아버릴 정도로 난폭해 보이는 요괴지만 냉정하게 판단했을때 전혀 겁낼 상대는 아니었다. 특히나 이곳은 겉모습 만으로는 강함을 판단하기 어려운 곳이니 저녀석들은 그저 요란한 빈 깡통일 뿐이다.
나에게 카자미 유카의 집이냐고 물어오는 녀석을 쳐다보면서 사실대로 말한다.
"맞아요, 뭐하려 온거죠?"
"최강이라도 떠 벌이고 다니는 요괴라 한 판 붙어볼려고 왔지."
주걱턱 녀석이 호승심을 드려내며 한 쪽 입술을 위로 올렸다. 유카가 자신을 최강의 요괴라 칭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강함을 너무 과신하는듯 보였다.
떡대 송곳니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네가 카자미 유카냐?'라고 말하길래 '풉'하고 실소가 나왔다. 내가 어딜봐서? 카자미 유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전혀 모르는구만.
"유카 씨는 빵을 굽고 있으니까 방해하지 말고 그냥 가시죠."
나는 저들이 내말대로 순순히 돌아가 줬으면 했지만 들을리가 없지. 여기선 빵을 얻어먹은 빛도 있고하니 내 선에서 정리해야겠다.
"당장 카자미 유카를 불려내지 않고 뭐하는거야?"
"진정 좀 하시죠. 안그래도 튀어나온 턱이 더 튀어나오겠다."
"뭐야!"
아~ 귀찮아라. 이러다가 화단이 난장판이 될지도 모르겠네. 지금의 나의 힘으로는 저 둘을 손쉽게 제압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 이대로 맞붙는 다면 필시 이곳이 난장판이 되어버릴 확률이 너무나도 높다.
주걱턱 녀석이 유카를 불려내라고 성화를 내고있지만 기분좋게 빵을 굽는 유카 씨의 기분을 잡치게 만들수 없는 노릇 이니. 자신 없음에도 상대할수 밖에 없는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될수있으면 원만하게 넘어가고 싶다. 저런 놈들과 싸우는건 질색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열내지만 말고 같이 유카 씨가 만든 빵을 먹는게 어떨까요?"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요력을 방출하고있는 성난 주걱턱에게 말했다. 주걱턱은 나의 말을 조롱으로 들었는지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하고 내려쳤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태도를 유지하면서 권유를 해본다.
"유카 씨의 빵은 일류라고요. 그걸 놓친다면 일생의 후회일겁니다."
"그딴건 너나 많이먹어. 난 유카와 싸우려 왔을 뿐이니까!"
아무래도 글른것 같다. 지금 저 녀석들은 유카와 싸운다는 생각 외에는 가지고 있지 않을것이다. 정녕 원만한 해결은 없단 말인가? 애초에 저런 무뇌스런 요괴를 상대로대화를 시도하는것 자체가 바보같은 짓이지만 유카 씨에게 폐가 되게 할수는 없으니
"그럼 저와 탄막전을 해보겠습니까? 유카 씨가 나올때 까지 시간 때우기도 되고 이기시면 맘대로 하시죠. 대신 제가 이기면 얌전히 있는겁니다?"
"그런 애들 장난같은거 할 것 같냐? 어서 유카를 불려내지 않으면 이쪽에서 쳐들어 갈테다!"
이런, 저들은 스펠카드 룰 조차도 무시하는 부류였나보다. 실제로 저런 놈들은 꽤 될테지 그리고 레이무는 저런 녀석들을 단속하는게 일이 아니었나? 환상향을 관리한다는 위치에 있기엔 너무나 게으른 무녀임이 틀림없구나.
에라..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힘들겠지만 직접 싸울수 밖에 없나하고 생각하는 찰나 집 안으로부터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모두의 시선이 집의 문 앞에 고정이 되자 문이 열리면서 웃는 얼굴의 유카씨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평소처럼 인자한 얼굴이지만 그녀에게 뿜어져나오는 날카로운 요력과 살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자신의 평온을 깨트리려온 떨거지 같은 두 마리의 요괴에게 시선을 옮긴 유카 씨는 살벌한 눈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네. 나와 싸우고 싶다는 벌레들이 아직도 있을 줄이야."
유카 씨가 내뿜는 엄청난 중압감에 등 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렇게 무서운 유카 씨 처음이야. 역시나 자신의 평온을 깨트리는 녀석들에겐 용서가 없구나.
저 단순한 떨거지 요괴들에게 미리 명복을 빌어줘야겠다. 이건 의심할 여지없는 강한 살기라 살아서 돌아가기 글렀어.
"카자미 유카! 그런걸로 우리들이 쫄것 같으냐!!"
아직도 자신들의 처지가 어떤지를 모르는 떡대 송곳니가 불쑥 말을 꺼내며 앞으로 나섰다. 아마도 자신이 먼저 상대해주겠다는 눈치였는데 그런 떡대를 유카 씨는 실눈을 뜨며 섬뜩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후후후... 그럼, 화단의 비료로 만들어 줄께."
그것은 저 둘의 죽음의 선고였다. 나는 심장이 쫄깃해 지는것을 느끼면서 침을 꿀꺽 삼킨다. 유카를 중심으로 회오리치는 강대한 요력의 폭풍에 나까지 삼켜질것만 같았다.
유카와 싸우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주걱턱은 두 다리를 떨고있는게 너무나 확연히 보였고 그것은 떡대 송곳니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후퇴하기로 했는지 그 둘은 뒤로 몸을 빼서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것을 놓치지 않는 유카.
"공중으로 도망쳐도 소용없어."
유카 씨가 공중으로 후퇴한 둘을 향해 손을 내 뻗었다. 펼쳐진 손을 요력을 담아 그대로 주먹을 쥐자
「우두둑」
뼈채로 온 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공중의 두 요괴는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고깃덩이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유카 씨의 가늠할수없는 요력에 의해 온 몸이 찌그려져 버린 요괴는 뼈와 살과 내장들이 한데 뭉쳐져있어서 구역질을 유발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나의 예상대로 유카 씨는 용서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쳐도.. 좀 지독하긴 하다. 나는 유카 씨의 악명이 왜 높은지에 대해 어렴풋이 알것만 같다. 아무리 자신을 노리고 온 자라도 이정도로 용서없이 군다면 누구라도 무서워 할게 뻔한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생을 했음에도 변함없이 미소를 띄는 유카 씨의 표정. 저건 사이코패스가 다름없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유카 씨의 일면을 봐서인지 이제 앞으로 유카 씨를 이전처럼 볼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안, 좋지 못한 꼴을 보여줘 버렸네."
유카 씨는 나를 보면서 눈웃음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분명 상냥한 표정이지만 방금전의 살생 후에 짓기엔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돼, 나의 신성한 유카님이.. 없어져버려!!
빵을 구워주던 상냥한 유카 씨와의 이미지가 저 살벌하고 사이코패스적인 유카 씨로 덧칠되지 않도록 안감힘을 썼다. 그런 나의 고뇌에도 불구하고 유카 씨가 살벌해 보이기만 한다.
"보기 안 좋으니 저 시체들을 치워야겠어."
나는 유카 씨가 무슨 행동을 하던지 간에 관심없이 여전히 고뇌를 하며 머리를 싸맸다. 그래, 잔인한 유카지만 나에겐 상냥한 유카 씨인것 만은 변함이없어.
이런 일로 내가 머리를 싸매고 고뇌할건 없는거다. 유카 씨는 유카 씨니까.
유카 씨가 치웠는지 어느새 고깃덩이가 된 요괴의 시신은 없어져있었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쟁반에 잔뜩 담겨진 빵들을 들고오는 유카.
방금전에 그런일을 저질렸으면서도 일상적인 일인 마냥 변함없이 행동하는 유카 씨를 보노라면 저런식으로 시비를 걸어오는 요괴들과 그 요괴들을 아까처럼 끔살 시키는 일을 무수히 반복해 왔음을 짐작케했다.
참혹한 시체가 있었다고는 믿겨지지않을 정도로 마당에는 유카 씨가 갓 구운 빵에서 흘려나오는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감돌았다.
나는 유카 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만족할 만큼 빵을 먹고는 그녀의 허락을 받아 남은 빵들을 보자기에 쌌다.
"그나저나 유카 씨는 그 요괴들에겐 용서없으시네요."
"적당히 봐주면 나중에 떼거지로 오는 녀석들이라 귀찮거든."
"그래도 너무 태연하게 죽이니 모두가 무서워 할 만 하더라구요.."
"그러니? 난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만."
그동안 유카 씨에게 죽은 요괴들은 최소한의 존중을 해 줄 필요도 없는 녀석들이었겠지만 너무나도 간단하게 죽여버리는 모습이 노출되어 버린다면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을거다. 그런식으로 지금껏 혼자가 되어버린 유카 씨는 정말 이대로 만족하는건지 모르겠다.
나 말고도 다른 인요들과 관계를 가지는것도 좋아보이지만 혼자서 평온을 찾는 유카 씨도 나쁘지않았다. 유카 씨의 이런 모습은 나만이 알고있는걸까? 아니면 나 말고도 다른 인요들도 알고있지는 않을까?
아무튼 유카 씨의 인망이나 무서운 일면을 제외하고도 그녀가 만드는 빵은 초일류임에는 틀림없다. 이 빵을 마리사나 레이무들에게 먹게하고 나서 유카가 만든 빵이라고 하면 어떤 얼굴을 할지 기대된다.
나는 유카 씨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는 마리사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보자기에 싸들고 온 유카 씨의 빵을 맛 본 마리사의 반응은.
"우오오─! 이거 정말 빵이 맞는거냐?"
"그래, 엄청 맛있지?"
"끝내준다구! 대체 어디서 산거야? 어디서 파는건지만 알면 잔뜩 훔치..아니 사고싶어."
마리사야.. 방금 훔친다는 소리를 하지않았어? 얘는 아주 도둑놈 본성이 깊게 새겨져있구만. 네가 파츄리님의 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훔치는것은 그런 글러먹은 본성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약속대로 파츄리님의 마도서를 다시 돌려줘야하는데 잊고있었다. 죄송해요 파츄리님. 지금이라도 들고 오겠습니다.
"마을에서 파는게 아니야."
"그럼 어디서 얻은거야?"
후후.. 그렇게 궁금하면 가르쳐 주지. 놀라지나 말아라.
"카자미 유카 씨가 만든 빵이야."
"뭐어어 ─ ! 그 잔악무도한 요괴가..."
아주 놀랐다는게 눈에 다 드려날 정도로 눈을 크게 치켜뜨며 상체를 뒤로 재끼는 마리사. 어찌 안 놀라겠는가? 그 보다 믿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말야.
"모..못 믿겠어. 그 녀석에게 이런 맛있는 빵을 굽는다는게.."
"유카 씨의 화단이나 꽃을 좋아하는 심성을 보면 이런 맛있는 빵을 굽는것도 이상할게 없다고 보는데?"
"그런 소릴 들으니.. 그런것 같기도."
나의 말에 복잡한 얼굴을 하며 납득하는 마리사. 이걸로 마리사 안의 유카 씨는 또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마리사가 훔쳤을 마도서 몇개를 몰래 보자기 안에 넣어서 홍마관으로 향했다.
나는 홍마관의 문지기인 홍 메이링을 깨워서 빵 한개를 나눠주고는 그녀로 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의 도서관에 들어선 나는 소악마를 본채도 하지않고 파츄리님이 독서하고 있는 장소로 가서 그녀 앞에서 보따리를 풀어 빵과 함께 마도서를 꺼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마도서를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파츄리님은 그 옆에 놓여있는 빵에 시선을 옮겼다.
"이건, 나 먹으라고 가져온거야?"
"네. 하나 드셔보시죠."
마리사에게 훔쳐진건 많다지만 그나마 몇 개 정도를 되찾은 기쁨인지 파츄리님의 표정은 눈에 띄게 싱글벙글했다. 평소에 보던 그 무뚝뚝한 표정과의 갭 때문인지 지금의 파츄리님은 무척이나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파츄리님도 충분히 미인이였지? 창백하리 만큼 새하얀 피부에 보랏빛의 찰랑거리는 머리 수정을 보는것과 같은 눈동자에 오똑한 코.
어째 이곳에서 알게된 여성들은 하나같이 미인이다. 그리고 다들 평범치가 않아.
덕분에 눈이 높아져서인지 쉽게 먹을수 있는 범인 여성의 경우 눈에 차지 않게 되었으니 거시기를 안 쓴지 오래된것 같다. 한 때 일본에서 코스프레하는 처자나 같이 알바하던 계집애들 ㅁㅁ 다녔지만 지금 생각하니 다들 호박들이었다.
파츄리님은 내가 가져온 빵을 하나 집어들더니 작은 입으로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그 먹는 모습이 마치 햄스터가 해바라기씨를 먹는것 같아 귀여웠다.
도중에 말 한마디 없이 빵하나를 다 먹어치운 파츄리님은 손에 묻은 빵 진액까지 '쪽쪽' 소리를 내며 남김없이 먹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풍미가 깊은 빵은 처음 먹어봐. 대체 누가 만든거지?"
"카자미 유카라고 하는 꽃의 요괴입니다."
"......."
역시나 파츄리님도 그 유카 씨의 악명을 알고있는 눈치다.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마자 입을 다물고는 표정이 굳어지는게 아니겠는가?
침묵이 이어지길래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아서 있기 불편해진다. 나는 이 어색한 공기를 없애기 위해 유카 씨에 대한 나의 감상을 말해주기로 했다.
"유카 씨는 악명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특히 저에게 만큼은 그렇게 친절히 대해주던 상대도 없었죠. 제가 고자가 된 슬픔에서 딛고 일어서게 해준것도 다름 아닌 유카 씨거든요."
"그렇구나. 이 정도로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낼 정도면 단순히 흉폭하기만 한 요괴는 아니겠지."
이로써 파츄리님이 가진 유카 씨의 이미지도 개선되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유카 씨? 자신이 만든 빵 만으로도 이정도의 긍정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하다고요.
입을 쩝쩝하며 뗐다 붙였다 반복하면서 빵의 여운을 느끼는 파츄리님은 손으로 입가를 닦고는 어느새 내 뒤쪽에 서있는 레밀리아를 보며 말을 건넨다.
"레미도 그렇게 보고있지만 말고 한 개 먹어보는게 어때?"
"흥, 그 잘난 꽃요괴가 만든 빵은 아무리 맛있어도 먹고싶지가 않아!"
레밀리아는 자존심을 세우며 고집하고 있었고 관심도 없다는 척을 하면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지만 어느새 향긋한 빵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는지 '킁킁'거리며 코를 벌름거렸다.
"자자, 레미도 하나 맛을 보라니까. 정말 끝내주는 빵이야."
"그렇게 유혹해도 절대 안 먹을거야."
파츄리가 빵을 먹어보라고 계속 권유를 해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않고 요지부동인 레밀리아. 하지만 코는 정직한지 아까부터 계속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코평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고있는데 정말 관심없긴 한거냐?
내 예감엔 저 고집은 오래가지 못할듯 하다. 안그러고서야 왜 이자리에 서있으면서 빵 냄새를 맡고있느냐 말이다.
그리고 나의 예감대로 얼마가지 못한채 무너져버린 레밀리아. 새침스럽게 '흥~'하며 빵하나를 재빨리 낚아채고는 '그렇게 까지 권해주니 한 개 정도는 먹어주지'라는 말과 함께 빵을 덥썩 물었다. 그리고는
"우효오오오 ~~~"
눈을 반짝이면서 날개짓을 파닥이며 연신 감탄중인 레밀리아.
한 손으로 자기 빰을 감싼채 고개를 흔들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것을 보니 아까전의 태도는 대체 뭐였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돌변한 모습이었다.
"맛있지? 그치??"
나는 옆에서 황홀감에 빠져있는 레밀리아를 보며 그렇게 감상을 유도하듯 물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레밀리아는 나머지 부분을 전부 먹어치우고는 손을 쪽쪽 빨고 있다. 그러고 나선 눈을 번뜩이며
"그 꽃요괴는 분명, 최강의 메이드임이 틀림없어!"
라는 뜻모를 소리를 하는것이다.
도대체 저 초딩 흡혈귀는 메이드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지? 나는 레밀리아가 생각하는 메이드의 기준을 알수가 없었다. 사쿠야 씨만 해도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진 터무니 없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는 은근슬쩍 이쪽으로 날아오는 소악마.
저 ㅁㅁ도 유카 씨의 빵을 노리는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나는 저 소악마에게 만큼은 유카 씨의 빵을 양보할 생각은 절대 없다. 니 년 입에 들어가기엔 이 빵의 가치는 아주 높은거라서 말이야.
파츄리님을 보며 싱긋 웃으며 빵에다 손을 갖다대는 소악마를 보고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어딜 만져! 어딜 만지는거야!!
저 헤실거리는 면상에 정권을 먹여주고 싶지만 대신 죽여버리겠다는 살기를 담은 눈빛을 소악마에게 쏘아댔다.
나의 시선을 의식한 소악마는 빵을 집으려다 흠칫 했지만 금방 그런것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듯이 빵을 집어 들어버렸다.
"버릇없이 멋대로 빵을 집어먹으려 하지마."
나는 소악마의 입에 빵이 들어가기 전에 제지하듯 말했다. 그런 나를 불쾌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소악마.
"파츄리님 저 악마놈이 나한테 못되게 굴어요~"
소악마가 파츄리님의 귓가에 대고 꼰지르듯이 말을하는걸 보니 저 년은 천성 ㅁㅁ이구만. 나는 저 싸가지 밥말아먹은 소악마를 보며 한쪽 입꼬리만 올린 비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레밀리아와 눈을 마주쳤다.
레밀리아는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악마를 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 소악마. 너 말도 없이 빵을 먹는게 아니지."
"네에??"
레밀리아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란 소악마는 집었던 빵을 제자리에 갖다놓았다. 그리고 그런 소악마를 무섭운 눈으로 쳐다 보던 레밀리아는 빵 하나를 집어 들더니 반으로 갈라서 한 쪽을 나에게 주고는 다른 한쪽은 파츄리님에게 줬다.
"네 몪은 없으니까 얼른 자기 자리로 가지못해?"
"그럴수가... 파츄리님도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레밀리아의 호통에 소악마가 파츄리님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파츄리는 침묵을 지키면서 소악마를 변호해 주지않는다.
풀이 죽은 소악마는 고개를 푹 떨구고는 자신이 있던 자리에 돌아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레밀리아가 나에게 돌아보면서 히죽거리며 말해왔다.
"나도 저 소악마년이 맘에 안들었거든."
"내가 저 소악마를 싫어하고 있다는걸 용케도 알았네."
"그야 내가 너한테 장난쳤었던 원인을 생각해 보면 소악마에게 들었던 얘기 때문이었고 소악마를 보던 네 눈초리가 살벌했으니까."
"그 말대로 난 저 ㅁㅁ이 존나게 싫어. 너도 그때 생각하면 어휴~"
"이미 지난 일인데 뭘 그래?"
이미 지난 일이라지만 당사자는 죽을때 까지 잊을수 없다고 이 초딩 흡협귀야! 그래도 지금의 레밀리아는 나의 의도도 알아차려주고 저 소악마년에게 호통도 쳐줬으니 존나게 고마운 바다. 그런데 파츄리님은 왜 가만히 계셨지?
혹시 파츄리님도 소악마를 싫어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저 아이는 조금만 풀어줘도 금새 기어오르는 습성이 있어서 가끔씩 저렇게 혼을 내주는것도 필요한 법이야."
파츄리님은 저 소악마의 성격을 잘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그건 당연한 얘기겠지. 자신의 사역마인데다 부려왔던 세월이 있었을테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테이블을 중심으로 앉아있는 파츄리님과 레밀리아와 셋이서 대화를 나누며 빵을 다 먹어치웠다. 하나라도 남았으면 레이무에게도 들고갈 요량이었는데 이미 다 먹어버렸으니 어쩔수 없지.
아, 플랑이랑 사쿠야 씨도 맛 보게 나중에 다시 유카 씨의 빵을 얻어와야겠다.
플랑은 아마 엄청 좋아하며 유카 씨를 직접 만나고 싶어할지 모를 노릇이다. 플랑과 유카 씨는 순수한 면이 같기 때문에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다음에 올때는 사쿠야씨의 스타킹을 얻어올테니까 적당할때 보내라는 눈치를 레밀리아에게 주고난 다음 보자기를 말아 쥐고 홍마관을 떠났다.
본문
[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43- [2]
추천 0 조회 263 댓글수 2
ID | 구분 | 제목 | 글쓴이 | 추천 | 조회 | 날짜 |
---|---|---|---|---|---|---|
118 | 전체공지 | 업데이트 내역 / 버튜버 방송 일정 | 8[RULIWEB] | 2023.08.08 | ||
1517359 | 공지 | 동방 프로젝트 게시판 공지사항 (62) | 법관。 | 52 | 80333 | 2014.04.29 |
2554276 | 영상 | 이로유 | 1 | 82 | 2024.05.18 | |
2554275 | 스샷 | 이로유 | 3 | 104 | 2024.05.16 | |
2554274 | 음악 | 루리웹-2121185533 | 4 | 244 | 2024.05.07 | |
2554273 | 잡담 | 잔돈 | 4 | 226 | 2024.05.05 | |
2554272 | 잡담 | 비봉구락부 | 5 | 390 | 2024.05.04 | |
2554271 | 잡담 | 양파 파쇄기 | 4 | 350 | 2024.04.18 | |
2554270 | 정보 | 하늬도지 | 4 | 499 | 2024.04.09 | |
2554269 | 정보 | 하늬도지 | 6 | 1139 | 2024.04.08 | |
2554268 | 잡담 | seawi9966 | 4 | 441 | 2024.03.31 | |
2554267 | 잡담 | seawi9966 | 6 | 1487 | 2024.03.19 | |
2554266 | 잡담 | 이로유 | 3 | 488 | 2024.02.28 | |
2554265 | 잡담 | 이로유 | 3 | 522 | 2024.02.28 | |
2554264 | 잡담 | DisParaMaru | 2 | 511 | 2024.02.23 | |
2554263 | 잡담 | 이로유 | 2 | 508 | 2024.02.22 | |
2554262 | 잡담 | 이로유 | 4 | 705 | 2024.02.18 | |
2554261 | 잡담 | 이로유 | 5 | 852 | 2024.02.17 | |
2554260 | 동인지 | 수생 | 6 | 1529 | 2024.02.13 | |
2554259 | 웹코믹 | 八云紫 | 8 | 1757 | 2024.02.08 | |
2554258 | 잡담 | 156 | 7 | 735 | 2024.02.06 | |
2554257 | 동인지 | 수생 | 8 | 1025 | 2024.02.02 | |
2554256 | 잡담 | 군필레이무 | 3 | 392 | 2024.02.01 | |
2554255 | 정보 | 맥그리버 | 3 | 509 | 2024.01.31 | |
2554254 | 잡담 | 맥그리버 | 7 | 1026 | 2024.01.26 | |
2554253 | 잡담 | 빠 킹 | 6 | 1109 | 2024.01.26 | |
2554252 | 잡담 | DisParaMaru | 3 | 398 | 2024.01.21 | |
2554251 | 동인지 | 수생 | 3 | 483 | 2024.01.18 | |
2554250 | 잡담 | 요우무볼짤 | 5 | 794 | 2024.01.12 | |
2554249 | 동인지 | 수생 | 4 | 470 | 2024.01.12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