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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영혼들을 나르는 일을 합니다.
참으로 지루합니다. 멍하니 영혼이 적정량까지 탑승하는걸 보고 조용히 노를 저어 가면 되니까요.
예전에 어떤 일로 삼도천의 온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던 일이 있습니다.
삼도천은 영혼이 사라질 정도로 엄청나게 위험한 물입니다만...최근들어 뜨끈뜨끈해진 삼도천의 김이 삼도천에 입수하지 않은 다른 영혼들에게도 약간씩 데미지를 주는 터라 곤란해 하던 참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할 이야기는 삼도천의 온도가 올라갔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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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라도 한거야?"
"...네. 제가 죽으면 그녀를 만날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옛 여인은 먼저 세상을 등진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그의 말에는 뭔가 미심쩍은 느낌이 듭니다.
"옛 애인은 어떻게 생겼었지?"
"검은 단발머리에...유카타가 잘 어울리는 아이였지요. 밝고 순수하고...항상 그랬던 아이인데..."
남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검은 단발머리...흠...
그러고보니 며칠전에 이곳에 넘어온 한 여자아이가 있었지. 그 아이려나?
'하지만 그 아이는...'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어째서 그 아이가 죽은거야? ■■? 병사?"
"사고였어요. 꽃을 따려고 하다가 근처에 숨어있던 요괴한테..."
"그랬구나."
천천히 노를 저으며 이야기 했다.
삼도천의 중간쯤 다다르자(솔직히 나도 삼도천의 거리는 가늠할수 없다. 이건 사신이라고 다 아는게 아니거든) 영혼이 말했다.
"역시...아무래도 저는 환생한다 하더라도 그녀를 영원히 잊을수 없을거같아요."
검은 단발머리...그녀가 여기에 왔을때도 퍽 예쁜 옷을 입었었지. 옆구리에 난 기다란 칼 자국과 피 묻은 옷. 그리고...절망적인 눈동자.
그녀의 눈은 배신감과 절망감에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도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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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환생하면 모든 기억을 잊을텐데 어째서?"
"그 사람은 다시는 태어나서는 안되요. 반드시...그게 제가 바라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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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여자아이가 이 남자한테 죽은거라면 그렇게 말하는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한낱 사신. 염마님의 재판이 있기전까진 절대로 우를 범해서는 안돼.
하지만.
그녀 혼자 라면 해줄수 있지.
"우앗?!"
삼도천에서 수많은 손이 뻗어나온다.
"기다렸지...복수의 시간이야"
"뭐야...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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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나는 너의 복수를 도울수 없어. 하지만...네가 하게는 만들어 줄수 있지"
나는 삼도천을 가리켰다.
"빠져. 너의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삼도천이 너의 영혼을 태워버리지 못할정도로 불태워."
"하지만...저는"
"말했잖아. 복수를 원한다고. 그러니 빠져. 그리고 올때까지 기다려."
여자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삼도천 안으로 들어갔다.
영혼이 없어질듯 뿌옇게 흐려지다가 이내 강렬한 빛이 되어 삼도천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삼도천의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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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뭐야...시팔...! 너...맙소사...네가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시간을 이 안에서 외롭게 보내왔어. 이젠 하나가 될 시간이야"
남자는 뜨거운 물의 온도에 의해 몸에 수많은 물집과 화상이 일었다.
'역시 영혼에게도 상해를 입히는건가?'
그렇다면 삼도천 안에 빠진 영혼이 사라질 만도 하지.
"으아아악!!! 안돼! 안돼!! 살려줘!! 이봐! 넌 여기에서 영혼을 제대로 나르는게 임무잖아!! 그러니까 어서 날 구하란 말이야!!!"
"말했잖아? 너는 환생을 해도 영원히 그녀를 못잊을거같다고?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시작하는게 어때?"
나는 남자의 머리를 노로 찌르며 말했다.
남자는 삼도천 너머로 떠밀려가며 외쳤다.
"아악...! 이거 놔...! 안돼!! 제발..! 안돼에에!!! 아아아아아악!!!!!"
남자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한 줄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여자도 연기가 되어 멀리 날아가는 영혼을 바라보다 사라졌다.
그동안 삼도천을 뜨겁게 달굴 복수심과 증오심이 한꺼번에 사라진 이유에서였을까?
천천히 노를 저으며 영혼을 나르러 간다.
삼도천을 가득 메운 김이 점점 사라져간다.
천천히 노를 젓는 동안 삼도천의 온도는 천천히 내려가 이내 본래의 온도를 되찾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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