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적인 일본식 건물의 지붕에 달린 풍령 소리가 「딸랑-」거리며 들려온다. 나는 유유코와 같이 툇마루에 앉아 차가운 냉수와 함께 접시에 놓인 화과자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마당에는 콘파쿠 요우무라는 이름의 은색머리의 소녀가 검을 휘두르며 수련에 열중이었다. 다만 가끔 이쪽을 쳐다보는 눈길이 무섭다는 것 정도.
유유코의 환대를 받은 나는 비록 죽은걸지도 모르는 몸에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일 투성이지만 마음만은 평온하게 느껴졌다. 이곳이 명계라서 그런지 몰라도 환상향 보다는 덥지는 않았다. 풍령 소리도 들려와서 그런지 시원하다는 기분까지 든다.
"그래서 여기에 온 기억이 없다는 거군요."
유유코가 웃음을 흘리며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일전에 있었던 연회에서도 그랬지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지 그저 호의적으로 일관적이게 대해주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아마도 편견이란게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혀요. 오히려 이쪽에서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어째서 내몸이 영체인건지 또 명계로 와버린건지."
"내 오래된 친구가 장난이라도 친것 같군요."
"오래된 친구라니요?"
"후훗, 아무것도 아니예요."
사심없이 웃음을 흘리고 있는 유유코는 속을 알수없는 인물이었다. 무언가 비밀이 많아보이지만 그뿐이다. 흑막과도 같은 꺼리침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나는 시선을 검술을 수련중인 요우무에게 돌렸다. 마리사 또래의 소녀인 그녀는 진지한 모습만 보였기에 쉬이 친해지기 어려울것 같지만 모습만 보면 상당히 귀여웠다. 나에 대해 적개감을 드려내며 검을 휘두르지만 않는다면 더 귀여울 텐데.
"요우무가 좋은 모양이네요."
갑작스런 유유코의 물음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까부터 나의 시선이 요우무에게 향해있다는것을 눈치챈건지 유유코는 나에게 놀리는듯한 말을 해온것이다.
"저는 요우무에게 단단히 미움을 받아버렸는걸요."
그말대로다 나는 앞으로 요우무와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진전될수 있는지 조차 불확실한 상황인것이다. 나를 변질자 취급하고있는데 어떻게 가까워 진단 말인가?
불가능하지. 하고는 그녀와의 관계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나는 불현듯 그녀 몸 주위에 떠다니는 반투명의 혼령을 보며 호기심이 일었다.
"유유코님. 요우무 곁에 있는 저 혼령은 대체 뭡니까?"
"그건 요우무의 반쪽이랍니다."
"반쪽요?"
"네, 요우무는 반인반령으로 반은 인간이지만 반은 유령이랍니다."
"그래서 저 반쪽인 유령이 바로 저 혼령이라는 거군요."
유유코의 설명을 들은 나는 요우무가 참으로 별난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인간도 신도 요괴도 만났었고 반은 인간에 반은 요괴인 반요도 있지만 저 반쪽만 유령인 경우도 있을 줄이야. 환상향에는 저런 존재까지 있구나.
가만, 그러고 보니 저번 연회때 처럼 명계라 하더라도 지상에 맘대로 드나들수 있는걸까? 유유코는 명계의 관리자 답게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즉, 망령으로 이곳 백옥루라는 넓은 가옥에 거주하는 주인이라고 한다. 그녀가 특별하다고 해도 연회에 초대되어 지상에 올정도로 환상향의 명계는 지상과의 경계가 형편좋게 허술하다는 얘기도 된다.
그럼 이상태의 나도 지상으로 가서 평범하게 생활할수있는 걸까?
이래서야 생과 죽음이 의미가 없어지는게 아니겠나 몰라. 그전에 나는 피안을 거치지 않고 이곳에 왔다는것 또한 신경쓰이는 점이다.
"혹시.. 저번 연회때 처럼 저도 지상으로 아무렇게나 오갈수 있을까요?"
"지금의 명계라면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제가 피안이 아닌 이곳으로 오게된것과 혼령상태가 아닌 영체인것에 대해서 말인데."
나는 유유코에게 머리속으로 떠올라서 정리한 사실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다. 어쩌면 그녀는 내가 이곳으로 오게된 이유에 대해 힌트라도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홍마관에서 파츄리님의 마법으로 치료를 받은 직후 이곳에서 깨어났다는게 전부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안되는게 너무나 많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과정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죠. 제 예상이지만 어떠한 트러블로 인해 제 육체에서 혼이 빠져나가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 누군가가 개입을 하지 않았나 하는게 제 추측입니다. 유유코님은 여기데 대해 짚이시는 데가 있으신가요?"
나는 그나마 없는 단서를 짜내서 나름의 추론을 내린것에 대해 유유코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면서 듣기만 했다. 나의 얘기에 짐작이 갈만한 데가 없는것인지 그저 미소만 짓고있는 유유코의 모습에 괜히 기대했나하는 실망감이 들었다. 대답이 없는 유유코에게 기대하는걸 그만둔 나는 「딸랑-」하는 풍령소리를 들으며 요우무의 수련을 구경하기로 했다.
"갈곳이 없으시다면 언제까지라도 이곳에서 지내도록 하세요."
한참이나 뜸을 들이던 유유코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의 추측에 대한 해답이 아닌 손님으로 언제까지나 환대해 주겠다는 얘기였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원하는 대답이 아니기에 지금 처해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해소해주지 않는다.
수련을 마쳤는지 휘두르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요우무가 이쪽을 향해왔다. 이마에 땀이 송글하게 맺혀있는 요우무는 앳된 얼굴과 합쳐져 참으로 사춘기 소녀다운 귀여움이 물씬 풍겨나오고있었다. 수건을 들어서 자신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내는 모습도 부활동에 열심히인 여학생을 보는것 같아 뿌듯함이 느껴진다.
"뭐가 그리도 싱글거립니까? 음흉해 보여서 소름끼칩니다."
나의 감상이 얼굴에 그대로 드려났는지 요우무가 인상을 쓰며 거부감을 내비쳤다. 이어 나의 시선이 겨드랑이나 가랑이쪽으로 향한것을 알아챘는지 빨갛게 익은 얼굴로 검을 뽑아서 당장이라도 내려칠것 같은 자세를 잡았다.
"이익.. 어딜 쳐다보는겁니까! 이 변질자가.."
그렇게 나에게 위협을 해오는 요우무에게 나는 담담한 어조로 내가 생각했던 것을 말하기로 했다.
"역시 사춘기의 여자애는 겨드랑이쪽이 젖어오는가 싶어서."
그말을 끝으로 은색의 섬광이 덥쳐왔다. 두번 세번까지 이어지는 참격에 나는 자세를 무너뜨린채 툇마루에서 마당쪽으로 몸을 굴렸다. 정말로 위협했지만 아슬하게 잘 피한것 같다. 내가 왜 이런 매를 버는 소리를 한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스이카와 유카를 만나고 난 이후 나는 대범해 보일정도로 솔직해져 버린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눈치를 보며 빌빌대기만 하던 나는 어떤 의미로 교활해져 버린건지도 모른다.
마당을 구르며 십년감수한 나를 보는 유유코의 얼굴엔 변함없이 웃음기가 감돌았다.
"루키님은 여자애에 대해 섬세함을 갖춰야 할것 같네요."
유유코의 말대로 나는 요우무에게 너무 델리커시 없이 굴었는지 모른다. 여자애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나는 말그대로 성희롱을 하는 나쁜 아저씨이지만 그게 뭐 어떻단 건가? 변태도 신사가 될수있는게 21세기의 남자인것이다. 그렇다. 남자가 변태인것이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늘어나는 초식남과 동정들의 증가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바람직한것이다.
나는 마당을 굴려서 옷에 묻은 흙은 털어내며 툇마루로 걸어가 걸터 않았다. 요우무는 여전히 칼을 빼든채 노리고 있었지만 아까와 같이 휘둘려오진 않을것이다. 이미 충동적인 살의를 방출해버렸으니 유유코의 앞에서 예의를 벗어난 행동을 해오지 않겠지.
"요-무도 그만 화를 풀고 먹을것 좀 더 가져오지 않을래?"
유유코는 능청스러운 말투로 요우무에게 간식을 내오라고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요우무는 화를 식히지않은 상태로 툇마루를 돌아서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 루키님은 해답을 찾을때 까지 여기서 지내보는게 어떨까요?"
요우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유유코는 나에게 백옥루에 생활할것을 권해왔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않았다.
"오늘은 신세를 지겠습니다. 하지만 지상으로 왕래할수 있다는것을 안 이상 오래머물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정하신거군요. 그럼 오늘이라도 편하게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유유코는 눈웃음 지으면서 옆에 있는 찻잔을 들고 후루룩- 마셨다. 바람이 불어와 「딸랑-」하는 풍령의 소리가 운치를 더했지만 이자리에 내가 없다면 한 폭의 그림같은 모습일 것이다. 역시 나같은 악마는 운치있는 풍경에 이물질과도 같은 존재니까 말이다. 굳이 내가 어울릴 만한 풍경이라고 한다면 파렴치한 광경이겠지.
머리속으로 유유코와 어울릴 만한 풍경과 내가 어울릴 만한 풍경을 비교해 가면서 그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우스운것이다. 역시 나는 이곳과 전혀 안어울리는군. 요우무가 좀 만 더 나에게 살갑게 대해준다면 나도 요우무에게 성희롱을 할 마음까지 들진 않을텐데 말이다. 호감도가 이이상 떨어지지 않는 상대에게 뭐하려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한단 말이냐? 오늘은 여기서 지내기로 했으니 내일까지 요우무에게 성적인 장난을 치기위한 궁리나 하면서 지내야 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중에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떡을 잔뜩 쌓아올린 쟁반을 들고 오는 요우무가 보였다. 셋이서 먹을 간식이라기엔 좀 많은 감이 있어보인다.
"유유코님, 간식을 들고왔습니다."
"수고했어, 요-무."
쟁반에 담긴 떡을 가까이서 보니 정말 많다. 나는 유유코가 떡을 집어먹기를 기다렸다가 유유코의 손이 떡을 집는것을 확인하고 나도 떡 하나를 집어서 맛을 보았다. 안에 팥 앙금이 들어가 있는 쫄깃한 찹쌀떡이었다. 다이후쿠모찌라는 떡으로 그 쫄깃함이 입천장에 달라붙을 정도인데다 안에 든 팥소는 정말로 달았다. 하지만 그것들을 종합하자면 '맛있다'라는 결론을 내릴수가있다. 나는 만족하고는 다시 또하나를 집어 먹으려고 떡을 향해 손을 뻗었는데 방금전 까지 쌓여있는 떡의 양이 상당히 줄어있는것을 확인했다.
나는 아직 하나 밖에 안 먹었는데?
요우무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아직 한개도 먹지 않은 상태였고 고개를 돌려 유유코를 바라보자 양손에 떡을 잡고 입에다가 쑤셔넣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감탄을 했다. 입을 벌리자마자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정확히 입안으로 던져넣는 정확도에 떡을 입에 물자마자 순식간에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저 놀라운 푸드파이터 기술을 보라. 전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푸드파이터들도 명함을 못 내미는 수준이다. 그런 나의 감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순식간에 쟁반의 떡의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하나 더 먹지 못할것 같다. 나는 재빨리 다이후쿠모찌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하나 더 집으려는데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헉'하는 심정으로 유유코의 모습을 보았는데 벌써 다 먹어버리고 차를 마시며 입가심을 하고있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유령인데 평범하게 음식을 먹을수 있구나. 바깥세계의 상식은 환상향에서는 어디하나 쓸떼가 없네. 그런데 저렇게 먹고나면 유령이지만.. 당연히 배출도 하는거겠지? 저정도로 먹었으면... 우와.. 화장실이 수세식이었다면 이용할때 마다 뚫어야 하겠군.
그런 감상을 하던중에 요우무의 칼날이 내 목에 걸쳐지고있었다.
"방금 유유코님에게 무례한 것을 떠올린거지?"
요우무 역시 레이무에 못지않게 감이 좋은것 같다. 아니면 내 얼굴에 생각이 다 들어나는 것인지 알수는 없었지만 후자의 경우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해야할 내가 생각한게 얼굴에 다 드려난다면 포커는 커녕 앞으로도 망상을 떠올리는것도 자제해야 할 판국이다.
유유코님이 괜찮다고 하자 내 목에 들이댄 칼을 치우는 요우무. 이제 그녀 앞에서 좋지못한 생각을 하는것은 관두는 편이 좋겠다.
◆
백옥루에는 요우무 말고도 기모노를 차려입은 시종들이 몇이나 더 있었다. 시종들도 유령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요우무와 달리 주인인 유유코에게 일절 다가가지 않는 모습이었고 무기질 적으로 집안의 일을 하고있을 뿐이었다. 본디 시종이라면 저런게 정상이고 요우무쪽은 시종이라기 보다는 가족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날이 저물어가고 저녁을 대접받게 되었는데 간식으로 확인한 유유코의 대식에 어울리는 밥상이었다. 처음본 감상은 '많다'이 한단어로 표현이 가능했고 상다리가 부려지는게 아닐까 하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들이 올라와 있었다. 식사때 마다 이정도를 차려야 하는 시종들은 참 큰일이겠다는 동정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상다리가 부러질듯 올라가 있는 음식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유유코.
도대체 저 입안은 4차원의 공간으로 연결되어있는지 아니면 유령의 신체는 무엇이든 먹어치워서 소화할수있는 것이지는 알수가 없었지만 나로써는 내 앞에 있는 음식을 먹어치우는것 만으로도 포만감이 들기에 저 유유코가 특별한것이다. 아무리 일 잘하는 일꾼이라도 소 한마리를 먹어치우는 식욕을 가지면 집안을 거덜낸다는 말이있다. 그런 비유가 떠오르는것은 유유코가 아무리 재력가에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녔다고 하지만 저렇게 먹어대는데 어떻게 이 백옥루가 유지되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단 말야. 역시 유령이라서? 유령들은 음식 조달이 쉬운 모양이지.
모처럼의 포만감을 느끼면서 손님을 위한 접대용 방에 머물렸다. 자기 전 까지 아짓 시간이 남았으니 이대로 가만히 있는게 심심해서 요우무에게 장난칠 요량으로 그녀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집이 워낙 크고 복도가 길었지만 구조 자체는 매우 단순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방도 많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은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그 많던 시종들이 지금에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유령인가? 그렇게 따지면 지금의 나도 유령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내 몸이 완전히 죽었다고 단정 지을수 없으니 생령일수도 있지. 그런 생각을 하고나니 내일 당장 지상으로 내려가 홍마관 부터 들려야겠다. 혼이 빠져나간 내 육체와 합체할수 있다면 다시 살아날수있지 않을까?
복도를 나와 건물의 중앙에 연못이 있는 안 마당이 보였다. 이 백옥루 가옥은 가운데 연못이 있는 마당을 둘려싸고 있는 모양새이고 마당은 네모로 둘려쌓여진 모양새다. 낮에 정원 앞에서 검술을 수련하던 요우무가 밤에는 안쪽 정원에서 수련을 하고있었다.
나는 저렇게 열심히 수련중인 애를 보고 있자니 더더욱 장난이 치고싶어졌다. 열심히인것도 좋지만 조금은 풀어지는 편이 인간적이고 좋지않겠어? 요우무는 반만 인간이라지만 그 반쪽도 소중하다고. 내가 그 인간인 부분을 일깨워 줘야 겠구만.
그런 나만이 이해할수있는 이유를 들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요우무에게 다가갔다.
"변질자, 나에게 무슨 용무냐?"
다가오던 나에게 무섭게 노려보며 검을 겨누는 요우무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사심없다는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밤에도 자기 수련에 게을리 하지않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라서."
"나에겐 일상이다. 신경끄고 방으로 돌아가라."
여자애가 참으로 귀엽지 않은 말투다. 그런 요우무에게 여자다운 반응을 기대하던 나는 그녀의 곁에 떠있는 몽실한 반령에게 관심을 가졌다.
"요우무는 반쪽이 유령이라던데 저기 떠있는게 반신인거지?"
"그렇다. 그게 뭐 어쨌다는거냐?"
요우무의 긍정에 나는 어느새 저 반쪽인 반령을 만져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정확히는 주물주물 하고 혀로도 한번 핥아보면 어떨까? 어쩌면 감각이 이어져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까지 든것이다.
"딱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까 반령을 만지게 해줘."
"이.. 변질자가!"
나의 간절한 부탁을 단칼에 거절한 요우무가 검을 고쳐들고 나를 향해 공격해 오려고 한다. 저 반령은 확실히 요우무의 반쪽이긴 하구나. 저 반령을 만지는 것은 곧 자기자신의 몸을 만지는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다 오히려 더 만지고 싶어지잖아! 그런데 저렇게 거무하는 요우무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만질수있지?
요우무에게 반령을 만지는것을 허락 받을수 있게끔 설득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지금도 이렇게 나를 베어버리기 위해 검을 어깨 높이로 들어올린 모습에는 강한 적개감과 살기가 느껴졌고 그녀의 반령은 어느새 몸 뒤로 숨어버렸으니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치사한 방법으로 간다.
"어..어엇! 저기, 무언가가!?"
나는 요우무의 뒷편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응?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렇게 놀라는 거냐!"
하고 요우무가 몸을 돌려 내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신경을 돌렸을때가 찬스다. 몸을 날려서 요우무의 엉덩이 부근에서 떠있는 반령을 양손으로 낚아챘다.
요우무의 반령을 만졌을때의 감촉은 '뭉클'하면서도 서늘한게 실체가 있는 드라이 아이스의 연기를 만진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으읏!"
하며 깜짝놀라는 요우무. 그녀의 모습을 보건데 이건 확실히 반령과 그녀의 몸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것이다. 내가 한번 반령의 쓰다듬자 '히익!'하며 몸을 감싸며 몸을 떠는 요우무의 반응이 보였다.
"너.. 이 비겁한!"
"이거 참 재밌네. 핥으면 무슨 맛이 날까?"
"그만둬!!"
요우무의 거부반응을 보며 나는 그 모습이 참을수 없이 재밌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만두라고 외쳤지만 나는 마음먹은 이상 그만둘수 없기에. 「할짝.」하고 혀를 내뺀체 반령을 핥아버렸다. 서늘한 기운이 혀를 마비시키는 듯 했지만 뭉클한 촉감 때문인지 차갑게 얼려진 마시멜로우가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있는것 같았다. 반령을 핥고 난뒤에 요우무의 반응을 살펴보았는데
"흐으으윽..."
신음을 흘리는 요우무가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채 분함이 가득한 얼굴에 눈물이 맺힌 눈망울을 하고있었던 것이다. 수치심과 분개감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던 요우무는 이를 갈면서 나에게 저주를 내 뱉는다.
"너.. 죽여버릴테다. 유유코님이 허락하시지 않는다고 해도 널 반드시.."
유령도 죽일수있나? 하는 태클이 머리속에 떠올랐지만 요우무의 눈은 정말로 나를 죽일수 있다는 눈초리였다. 이미 지금 친 장난으로 나는 요우무에게 죽는게 확정이지만 (이미 유령이라도) 결과가 달라지지않는 다면 더 망설일것도 없다.
나는 핥았던 반령을 문지르면서 입김을 불어넣었다.
"하으으.. 그만해! 히요오오옷..!!"
반인반령이란 전부 이런 것일까? 이건 참으로 엄청난 약점이잖아? 그런 걸 알면서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는 나는 참으로 악마다운거지. 나는 성감대를 자극 당한듯이 몸을 비틀며 신음하고 있는 요우무가 딱하면서도 너무나 재밌어서 멈출수가 없었다.
"나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겠다고 약조하면 그만두지."
나는 약점이 잡혀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는 요우무에게 나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정말 비겁함의 극치이지만 이게 바로 나인거다. 남자가 변태인것이 나쁘지 않은것 처럼 악마가 비겁한 것도 당연한 거다.
"이.. 비겁한녀석.. 악마냐?"
"악마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요우무의 분개에 정체로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반령을 이용한 감촉 공격을 개시한다. 요우무의 반응을 살펴가며 반령을 간지럽히거나 꼬집거나 혀로 「레로레로레로레로」거리며 핥아댔다.
"끼햐하핳하핫.. 아얏! .. 흐아아아앗──!"
반령에게 하던 행동에 걸 맞은 반응을 보이는 요우무는 더 이상 일어설 기력도 없어 보였다. 자신의 감각을 공유하는 반령이 내 손에 있는 한 그녀는 나에게 대항 할수 없을것이다.
"이제 알았겠지? 너에겐 선택권이 없어."
"빌어먹을..."
"자, 어떡할거야? 나와 약조를 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날거야?"
"........."
요우무는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듯 눈을 찡그리면서 이를 갈고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마음속으로 나와 약조를 지킬것을 정한듯 싶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요우무에게 반령을 돌려지기 전에 확실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대답이 없다는것은 나의 조건에 긍정하는걸로 받아들이겠어. 만약, 이를 어기고 나를 베려고 들었다간 너는 그 순간부터 거짓말쟁이가 되는거야."
나는 협박을 하여 상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약조를 체결해 놓고 그걸 지키지 않으면 거짓말쟁이라는 궤변을 말하고 있는것이다. 말도 안되는 논리이지만 요우무로 부터 우위를 점거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이런 엉터리 같은 소리 조차 설득력을 갖출수있는 것이다. 막다른 길에 놓인 인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념을 포기한채 적당한 이유를 들어 자신을 합리화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저 콘파쿠 요우무는 판단력이 흐려진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게 되겠지.
요우무는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나는 그모습을 보며 내 의도대로 패배를 인정하여 나의 조약을 받아들였다 판단을 하고는 손에 들린 반령을 놓아주었다.
내 손에서 벗어난 반령은 요우무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품에 안겨들었다.
"어머.. 요-무와.. 루키님?"
가옥의 안쪽 툇마루에 서서 나와 요우무를 바라보고 있던 유유코가 멍한 얼굴로 서있었다.
"둘이서 밀회라도 하고 있니?"
"유유코님... 그런것이 아니라."
"후후훗.. 알고 있어 요-무. 욕실의 물이 다 데워졌으니 어서 몸을 씻도록 하렴."
그런 유유코의 모습은 마치 다 알고있으면서 모르는척 능청을 떨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웃음을 흘리며 요우무에게 몸을 씻으라는 말을 남기고 가옥의 복도 안으로 걸어 들어간 유유코.
요우무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나를 쳐다도 보지않고 건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런 요우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있던 나는 또다시 얄궂은 생각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듯 나는 호감을 보이는것을 포기한 상대에 한해서는 이토록 얄미워지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누를만큼 강하다면 모를까 그런 상대라도 한번 승기를 잡아버리면 내 뜻대로 행동하는것이 바로 나.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가 아니겠는가?
그래, 이번에는 욕탕을 훔쳐보는거다.
이이상 요우무에게 짖굳은 짓을 하는것은 위험하지만 이미 유령이 된 상태라 그런지 근거를 알수없는 용기가 셈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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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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