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는 인물은 누구이길래 서당의 선생을 하면서도 요괴를 상대로 혼낼수있는 것일까? 시간을 멈추는 메이드가 있으니 요괴를 때려잡는 선생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겠지.
나는 사쿠야씨의 안내에 따라 마을의 외각 지역에 있는 카미시라사와 선생의 서당으로 향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서당이라 그런지 마을의 중심이 아닌 상당히 낙후된 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 가난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배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설립된 서당인것 같았다. 아마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는 상당한 인격자임이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사쿠야씨의 뒤에서 따라 날면서 슬쩍 고도를 낮춰 사쿠야씨의 치마 밑을 훔쳐보려고 했다. 아직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사쿠야씨는 뒤쪽의 나의 행동에 신경쓰지 않는 눈치이다.
조금 만 더... 고도를 낮추는 것 만으로 부족한지 나는 점점 사쿠야의 엉덩이 쪽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기울여 치마안에 숨겨진 순결의 상징을 발견해냈다.
"흰색이구나. 이것은 좋은 것이다!"
사쿠야씨의 팬티는 너무나 고결해 보였다. 누구에게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백의 정원은 때묻지 않은 순진한 아이의 순수함과 이성을 유혹하는 처녀의 매혹이 공존하고 있어 남자가 아닌 여자애의 몸을 한 나 조차도 '꿀꺽'하고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그것을 눈치챈 사쿠야는 급하게 치마를 내려 엉덩이를 가리면서 부끄러운듯 보이는 시선을 마주하였다.
"작은 아가씨의 모습으로 음흉한 행동은 삼가해주세요."
어차피 속 알맹이는 나라는 남자인데 그걸 알고있는 입장이라도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성희롱을 하면 상당히 깨는 모양이다. 나는 그걸 의도하고 한 행동이지만 말야. 플랑도 내 모습으로 깨는 행동을 했을텐데 뭐 어때서? 속 알맹이가 남자라서 그저 부끄러운것 뿐인 주제에.
나의 시선을 무시한채 안내를 하는 사쿠야를 보는 나는 저 완벽하지만 천상 여자인 메이드를 성적으로 골려주는건 참 재밌는 일인것 같다는 아저씨 같은 감상을 해본다. 특히 나는 악마니까 음란한 쾌락을 안겨주면 어떨까 싶지만 지금의 나로썬 사쿠야의 능력에 의해 이세상에서 말소되고 말겠지.
"여기가 카미시라사와 선생의 서당이예요."
사쿠야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나는 서당이라는 건물을 보면서 입구쪽으로 내려왔다. 개인이 운영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큰 건물이지만 혼자서 관리를 하는지 상당히 낡아있었다. 비유를 하자면 분교인 시골 학교가 전체 학생이 한 반을 채우지 못한 수준이라 창고로 쓰던 낡은 교사를 개조해 운영하는 듯한 인상이다. 지금 내 앞의 저 건물이 바로 낡은 교사와 매우 흡사해 보인다.
문은 미닫이 형식이었다. 「드르륵」거리며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로 된 복도가 이어져있었다. 그 옆에는 신발장이 있었고 갈아신을수 있도록 슬리퍼가 배치되어 있다.
외관 뿐만 아니라 안까지도 교사와 같다니. 이 일대의 집을 보면 시대극에서 볼직한 촌락인데 비해 여기 만큼은 그래도 근대에 닿아있는것에 언벨런스함을 느낀다.
"마치, 초등생이 된것만 같아."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나는 기쁜듯이 말했지만 여기에 놀러온것이 아닌것 만은 알고있다. 감상은 이제 그만두고 나의 모습으로 선생에게 혼나고 있을 플랑을 찾아야한다.
나는 총총거리는 발거음으로 복도를 다니며 맨 먼저 보이는 문을 열어재꼈다. 그 안에는 크고 작은 마을의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있었으며 그들의 시선을 단숨에 차지하게 되었다. 찾고있던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로 보이는 선생의 모습은 없었고 아이들은 교실의 문을 열고 서있는 나를 멍하니 보고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카미시라사와 선생 어딛는지 몰라?"
나는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이게 선생의 행방을 물었다. 나의 물음에 아이들은 서로 번갈아 보면서 머뭇대다가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개인실로 가셨어!"
나는 그 아이가 알려준 대로 몸을 돌려 옆에 있다는 개인실로 향하려고 할때 교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예쁘다."
"이름이 뭐야?"
"귀..귀여워!"
"등에 달리거 날개야? 수정이 달려있어."
"요괴인거야? 그치만 귀엽다!"
플랑의 몸이긴 하지만 나의 귀여움에 취한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정체가 속이 시커먼 남정네라는게 뭐가 중요한가? 지금의 나는 초절정 귀여움을 자랑하는 플랑드르 스칼렛이 아니겠는가? 자, 좀 더 나의 귀여움을 찬양하라구!
나는 다시 몸을 돌려서 교실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는 날개를 자랑스럽게 파닥이며 양손을 허리춤에 붙이고 선언을 한다.
"나는 플랑드르 스칼렛, 미소녀 로리 흡혈귀야. 모두들 나의 귀여움에 노예로 써주겠어!"
웅성대던 아이들이 나의 선언을 듣고 조용해졌다. 나는 그 모습에 어쩐지 쾌락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유열'이라는 것인가? 페이트 제로의 코토미네 키레와 방향성은 다르지만 이것도 유열이라면 유열인거다.
"거기, 너. 내가 귀엽냐 안 귀엽냐?"
나를 조용히 보던 아이들 중에 몇몇이 서로 속닥이는것이 보여서 손가락으로 그들을 지목하며 말했다.
자신을 보고 한 물음이라는것을 뒤늦게 눈치챈 아이가 어물거리며 입을 떼고 말한다.
"귀..귀여워. 솔직하게 말하자면 코토미쨩 보다도 훨씬 더 귀여워!"
"그럼 됐어."
아이의 고백에 나는 만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창가쪽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몸을 일으켜 솔직한 고백을 한 아이에게 다가가더니 분해하며 외친다.
"나한테 제일 귀엽다면서 사귀자고 한 주제에!"
나로인해 치정극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완전히 악역이나 다를바가 없었지만 그 상황이 너무나도 재밌어서 거만하게 눈동자를 위로 향한채 웃고있었는데 어느새 내 뒤에 온 사쿠야씨가 나의 허리를 감싸 들더니 그대로 교실밖으로 빠져나와버렸다.
"뭐하는 짓이야?"
"루키드님, 목적을 잃으신 겁니까?
불만스럽게 투정부리는 나에게 사쿠야씨가 목적의식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잠깐이었지만 나는 그 유열이라는것을 느끼면서 원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만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나를 향한 귀엽다는 반응이 너무 기분이 좋았던 거라 이대로 플랑의 모습으로 살아가는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가져버렸었다. 그야 원래의 나는 귀여움이나 멋짐과는 거리가 먼 오타쿠 악마였으니 나른 이의 모습을 빌리더라도 자신과 인연이 없는 평가를 받게된다면 얼마나 기쁠수가 있는지 체험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플랑을 찾아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목적을 버린것이 아니기에 나는 군말없이 사쿠야와 함께 교실 옆에 있는 개인실의 미닫이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탑모양의 특이한 모자를 쓴 여성과 입을 삐죽이며 불만스런 얼굴을 한 노란머리의 여자애 그리고 나의 모습인 플랑이 손에 사쿠야씨의 스타킹을 내민채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로 용서해줘."
"그런 불순한 것은 어디서 얻은겁니까? 설마 훔친거 아니예요?"
"아냐─, 이건 사쿠야씨의 스타킹이라서 대단한 거라구! 오빠도 언니도 이걸 엄청 가지고 싶어한단 말이야."
"어째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있는겁니까?"
내모습으로 사쿠야씨의 스타킹으로 탑모양 모자를 쓴 여성과 거래를 청하고있는 플랑의 모습에 나는 머리가 지끈해 오기시작했다. 내 옆의 사쿠야씨는 당연히 자신의 스타킹이 협상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몸을 부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플랑에게 다가가서 손에든 스타킹을 낚아채려고 했지만 어느새 플랑의 손에 스타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서 부들거리던 사쿠야를 봤더니 사라진 스타킹은 사쿠야씨의 손에 들려있었다.
"아! 오빠와 사쿠야다."
이쪽을 눈치챈 플랑이 반갑게 인사해왔다. 나는 그런 플랑에게 손을 흔들어서 반겨주었고 사쿠야씨는 자신의 스타킹을 챙겨넣고는 수줍게 웃었다.
"그쪽 분들은?"
특이한 탑 모양의 모자를 쓴 여성이 우리를 향해서 물어왔다. 그녀는 푸른색의 머리결이 좋아보이는 장발머리에 파란 계통의 단정한 옷을 입고있었으며 풍겨오는 분위기 상 이 서당을 운영하는 선생인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는 것을 알수가있었다.
"저희는 저 남성분의 보호자입니다."
사쿠야씨는 스타킹을 회수한 덕분인지 여성의 물음에 평정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저는 이곳을 운영하는 서당 선생인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한 케이네라는 여성은 선생다운 교양이 흘려나왔다. 미인이라 그런지 그 교양과 품위가 더욱 빛을 발하는것 같았다.
"저희 가족이 무슨 폐라도 끼쳤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기 남성분과 여자애가 마을의 사람들을 습격하고 다닌다는 신고를 받아서 이곳으로 데려온겁니다."
"그렇습니까? 저희 가족이 본의아니게 마을의 분들에게 폐를 끼쳐드렸군요. 가족을 대신해 사과해 드리죠."
"아뇨, 이제 알아들을 만큼 일러주었으니 앞으로 그쪽에서 가족분에게 조심시켜 주십시요."
케이네와 사쿠야씨의 품위있는 대화를 보며 나는 일반적인 학부모들과 선생들을 떠올려보았다. 보통 자기의 아이가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 소환된 부모들은 열이면 아홉은 자신의 자식을 감싸기 마련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를 야단치는 선생에게 따질것이고 교양없이 억지부리는 학부모의 태도에 선생도 열받아 언성을 높일것이다. 급기야 모든 책임을 피해자 학생에게 돌려서 자식의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 시키는 부모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선생도 그런 학부모를 상대하는데 지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포기한체 문제 학생을 별 다른 처벌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경우는 흔했다. 그에 비해 케이네와 사쿠야씨의 반응은 근대의 학부모와 선생들의 좋은 교본이라 할수 있겠다.
그런 케이네와 사쿠야씨와는 달리 플랑의 모습은 반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나와 사쿠야씨를 보며 베시시 웃는 얼굴엔 천연스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작은 아가씨,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시죠."
케이네에게 인사를 하고 난 사쿠야씨는 플랑의 팔목을 잡은채 저택으로 돌아가자고 청했다. 하지만 플랑은 그것이 내키지 않은지 몸을 움지이려 하지 않았다.
"싫어, 나 좀 더 밖에서 놀고싶어!"
다큰 남자의 몸으로 떼를 쓰는 플랑은 꼴사나운 모양새이지만 어떻게든 그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고집으로 사쿠야씨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는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플랑을 설득시킬 말을 머리속에서 생각하고 있을때 케이네가 플랑에게 다가와 양손으로 플랑의 어깨를 붙잡았다.
"사쿠야씨, 가족분에게 조금 거칠게 다루겠습니다."
케이네는 그렇게 말하고서 플랑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더니 고개를 뒤로 젖혀서 그대로 플랑의 이마에다가 큰 충격을 주는 강력한 박치기를 시전한 것이다.
박치기와 동시에 케이네가 쓰고 있던 탑 모양의 관모가 바닥에 떨어졌고 박치기를 당한 플랑은 동공이 풀린채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야 말로 일격 필살... 과연, 요괴를 상대로 당당할수 있는 비장의 수라는 건가?
옆에서 그모습을 지켜보던 루미아라는 애는 이를 딱딱 거리며 공포에 떨었다. 나는 그모습을 보고 케이네는 요괴도 떨게 할 만큼의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케이네의 박치기에 축 쳐진채 기절한 플랑은 사쿠야씨가 등에 걸쳐 엎었고 나는 케이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뒤에 사쿠야씨를 따라 개인실 밖으로 따라 나갔다.
개인실안에 케이네와 남은 루미아가 '나도 데려가줘~'하는 울부짖음이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기절한 플랑을 엎고 홍마관으로 돌아온 사쿠야씨와 나. 이걸로 한 숨을 놓을수 있을것 같다.
도서관에 나와 홀에서 만난 파츄리님은 나의 바램을 알고있기에 기절해서 얌전해진 플랑을 객실에 눕힌채 몸을 원래대로 돌아오게 하는 마법을 시전해 주었다.
파츄리님의 마법에 의해 다시 나의 몸으로 돌아온 나는 객식의 침대에서 눈을 떴고 방금전까지 몸이었던 플랑은 바닥에 쓰러진채 누워있었다.
얼핏보면 참 간단해 보이는 마법이지만 파츄리님의 설명으론 영혼을 다루는 마법과 육체를 변화시키는 마법에 정통해야만 부릴수있는 수준의 마법으로 자신은 육체 변화 마법에는 그다지 정통한게 아니라서 성공확률이 높지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플랑이 쉽게 성공한 것을 보면 엄청난 재능이라고 한다.
"만약, 이대로 플랑이 마법에 대해 계속 배워가면 머지않아 날 능가할지도 모르지."
칠요의 마법사이자 현자로도 불리우는 파츄리를 능가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굉장한 일이다. 재능과는 한 참이나 거리가 먼 나에게 있어선 정말 꿈같은 일이고 그것이 가능한 재능 떵어리가 지금 내 눈앞에 사쿠야씨에게 안겨있었다.
타고난 재능은 참 불평등하다니까.
제아무리 평등을 위해 사회의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공정하게 이루어진 세상이라 할지라도 재능에 의한 불평등은 존재할수밖에 없다. 재력에 의한 불합리한 시작선을 배제하더라도 재능이라는 불평등에 의해 모든 존재가 똑같은 조건으로 살아갈수 없는법이다. 그 중에 천재라고 불리우는 범인의 이해를 넘어선 재능이라고 한다면 범인들의 노력으로는 쫒아갈수 없으니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지.
나는 지금 열등감을 느끼고 있나? 그건 아니다. 애당초 열등감을 느낄만한 최소한의 재능이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오빠라고 불려주는 귀여운 소녀가 불평등의 권화라 할수있는 천재라 불리는 재능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원래대로 돌아온 몸에 완전히 적응한 나는 다시 한번 파츄리님에게 예의 것에 대해 부탁을 하기로 했다.
"가능하시다면 지금이라도 저의 성기를 되돌려주실수 있습니까?"
"네가 정 원한다면."
파츄리님은 약속대로 나의 부탁을 당장 들어 줄 모양이다. 사쿠야씨를 부른 파츄리님은 나를 다시 침대에 눕히게 하고는 바지를 벗으라고 명했다.
"엄청 창피합니다!"
나의 부끄러움 외침에도 불구하고 파츄리님의 눈빛을 교환한 사쿠야씨가 양손으로 나의 허리춤을 잡더니 단박에 무릎까지 바지를 벗겨버렸다. 혹시 자신의 스타킹을 요구한 것에 대해 앙심이라도 품고있는 건가요?
그리고 마지막 방어선이라 할수있는 팬티를 잡고 거부하는 나의 손을 떼어낸 사쿠야씨는 역시나 팬티를 잡고 '확'내려버렸다.
"어차피 없는 주제에 뭘 그리도 감추러는거야?"
파츄리님의 잔인한 일침이 들려왔다. 절단면만 보이는 나의 사타구니를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보고있는 파츄리님과 사쿠야씨를 보니 남자로써 자존심이 짓밟히는거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이것만 참으면 나는 다시 예전의 휼륭했던 물건을 지닐수 있으니 자존심이 조금 상한거 가지고 마음 아파하지 말자!
파츄리님과 몇 마디 나누던 사쿠야씨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것인지 내 아랫도리의 감각이 없어진다. 그리고 파츄리님이 마법으로 나의 몸에 주문을 걸고있는듯 한데 그 영향인지 나는 점차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두 눈을 감아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뜬 나는 그곳이 홍마관의 객실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차렸다.
홍마관의 어디도 아닌 처음보는 낮선 풍경. 공기중에 하얀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으며 그 앞에 규수가 생활하고있을 법한 일본식 저택이 보였다.
나는 어째서 홍마관이 아닌 낮선곳에 있는 것인지 이해할수 없었다. 파츄리님의 마법으로 성기를 복구하기 위해 장소가 옮겨졌다고 해도 너무나 극단적이고 그걸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않는다. 그리고 공중에 떠다니는 저 하얗고 몽실한 것들은 뭐란 말이냐? 내가 알고있는 지식으로는 저것은 혼이라는 정신체이다. 그것이 현실에서 저렇게 많이 떠다니는 것은 비상식적인 이야기고 매우 부자연 스럽다고 할수있다.
게다가 아까부터 느껴지는 몸의 위화감. 분명 나는 실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육체라는 실감이 없었다. 즉, 나는 지금 몸을 가지지않은 영체라는 것이다. 이것 말그대로 유령이 아닌가? 혼도 아니고 강한 념에 의해 실체화된 혼의 그릇. 혼을 생전의 육체와 같은 모습으로 바꿔버린 사념체가 되어버린것이다.
이해가 되지않는 상황들이 한꺼번에 겹치니 머리속은 그야말로 혼돈이 일었다. 이래서는 사고가 정리되지 않으니 이해할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것이 좋다고 결정짓고는 냉정을 유지해서 복잡한 머리속을 차차 정리해 나갔다.
우선, 이곳이 어딘지를 알아야한다. 그럴러면 이곳의 거주자를 만나야 할터.
나는 눈앞에 보이는 저택에 사는 인물을 만나기로 정하고 대문을 열어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저택안으로 들어온 내 눈에 가장 먼저 띄인것은 잘 다듬어진 정원과 그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하얀머리의 여자애였다. 나는 그 여자애의 모습을 어딘가 본적이 있다고 느끼면서 머리속의 여자애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기억속의 여자애는 분명 일전의 연회에서 만난적이있는 분홍머리에 기모노를 입은 여성을 시종들며 나에게 칼을 들이대던 그 여자애였다.
이름은 분명.. 콘파.. 뭐였지?
나는 비록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지만 만난적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검을 휘두르며 검술 수행에 열중하던 그녀에게 다가가서 인사하려는데 나의 기척을 알아챈 여자애가 갑자기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렸다.
은색의 섬광이 무섭게 내 앞을 가로질렸고 나는 몸을 뒤로 접힌채 굳어졌다.
"수상한 녀석, 이곳에 뭐하려 온것이냐?"
나에게 강한 적개감을 드려낸체 검을 겨누고있는 여자애는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저항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양손을 들어올려보였다.
"저기.. 저번 하쿠레이 신사에서 가졌던 연회에서 만난적 있지?"
"그러고 보니 너는..."
여자애는 여전히 나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지만 나의 얼굴을 떠올린듯 약간이나마 경계를 거두는듯 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좀 더 자신을 가져 양손을 내리려는데
「휘익-」하고 검격이 나를 향해 날카롭게 올려져왔다.
"네녀석, 유유코님에게 추파를 던지던 그 변질자구나!"
나의 정체에 오히려 더 강한 적개감으로 살기를 보내오는 것이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나는 여기서 일단 물러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를 해치워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대에게 이이상 대적해봐야 신상에 좋지 못하기에 뒷걸음질을 치며 저택 밖으로 내달리기 위한 준비를 했다.
"어머, 요우무. 그분은 누구니?"
그때 연회때 만났던 저 여자애가 모시던 분홍머리의 여성이 이쪽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그리고는 웃음을 흘리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유유코님. 이 자는 쫒아내야할 변질자입니다."
여자애는 나에게 겨누었던 검을 거두어 검집에 집어넣었지만 적개감은 거두지 않은채 적의를 담은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고있었다.
"나빠보이지 않는 분인데.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렴."
나와 여자애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여성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를 흘리며 나의 얼굴을 바라보고있었다. 프릴 장식이 많은 기모노는 여전히 그녀와 너무나 잘 어울려져 아름다워 보였고 머리에 쓴 천 모자엔 죽은자를 상징하는 삼각장식이 있었으며 흡사 드림캐스트 로고와 비슷한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여성은 나를 환영한다는 듯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시뵈어서 반갑네요. 이곳은 명계의 백옥루이고 저는 이곳의 주인인 사이교우지 유유코입니다."
"아.. 저도 반갑습니다.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애칭은 루키입니다."
연회때 통성명을 하긴 했지만 그때와 달리 이쪽이 정석적이었다. 유유코라는 여성은 이곳이 명계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수있었고 한편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내가 죽었다는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아직 내가 죽었다고 확신할수없으나 이곳에 있는 나는 육체가 없다. 그러면 나의 육체는 여전히 홍마관에 있을 가능성이 높을것이고 영혼뿐인 나는 망령과도 같은 존재가 된것이다. 플랑이랑 몸이 뒤바뀐 체험 이후엔 사후 체험이라니.
내인생 너무 스펙터클하지 않아?
유유코의 친절을 받고있는 내가 마음에 안든다는듯 나를 보는 여자애의 시선이 무척이나 따가웠다. 만약 유유코가 이자리에서 없어진다면 저 여자애는 나를 당장이라도 베려고 들었을거다.
이미 죽은것과 같은 상태이지만 저 여자애의 검에 또 죽는것은 절대 사양이야.
나는 여자애의 살벌한 시선을 느끼면서 유유코의 안내를 받아 정원 안쪽의 건물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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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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