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 번 와본적 있는 지하의 문 앞에 당도한 나는 문을 열기 전에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플랑을 대하는건 어느정도 익숙하다고 자신하지만 역시나 거시기를 뜯겨버린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너무나 끔찍했으니 말이다.
으... 이상하게도 나의 사타구니쪽의 절단면이 벌써부터 아려오기 시작했어.
이대로 다시 되돌아 나갈까 했지만. 그랬다간 나에게 보물 1호를 준 사쿠야씨에게 미안하다. 아.. 어서 빨리 플랑이랑 놀아주고 거시기를 치료해서 부활하고 싶다. 그러고 나선... 후후후후후.. 보물 1호로 반찬 삼아야지~ ♥
나 완전 변태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복돋으며 문을 활짝 열어재꼈다.
「끼이이이─」
"내가 왔노라!"
그렇게 외치면서 당당히 방안으로 입장을 하자 눈 앞에 플랑과.. 레밀리아도 같이 있었다.
"응?"
플랑이랑 놀아주고 있는듯한 모습의 레밀리아가 갑작스런 나의 방문에 놀란듯 내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레밀리아의 시선을 따라 나를 발견한 플랑이 활짝 웃으면서 이쪽으로 뛰어온다.
"언니─, 어서와!"
하고 소리지르며 나의 품에 '와락'안기는 플랑. 나는 그런 플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언니'라는 호칭을 정정해 주기로 했다.
"플랑. 이젠 나는 언니가 아니야."
"응? 그럼 뭐야?"
"다시 오빠라고 불려줘."
내가 플랑에게 호칭을 다시 오빠라고 되돌리라고 말하자 의아하다는듯 '어째서?'하고 되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이유를 덧 붙이기로 했다.
"오빠는 전에 언니였다가 다시 오빠로 돌아온거야."
"와─, 오빠 대단해.. 언니도 됬다가 오빠도되는거네?"
"그런거야."
플랑은 나를 동경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웃었다. 이걸로 나는 플랑으로 부터 더이상 '언니'소리를 안듣게 되었으니 만족하며 미소를 짓는데 레밀리아 쪽에서 '칫'하는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쨩☆은 이제 관둔거야?"
레밀리아의 불만은 그것이었다. 내가 고자가 되었던 첫 날에 보여준 정신줄 놓고 연기했던 그 맛이 가버린 캐릭. 그러고 보니 레밀리아는 유독 그때의 나를 재밌어 하며 엄청 좋아하던 기억이난다. 중2병 때도 그렇고 저 로리 흡혈귀는 그런 류의 네타에 환장하는 부류임이 틀림없구만. 딱 2ch에서 중2병 네타나 기모오타쿠 네타를 욕하고 비웃으며 즐기는 그런 잉여들과 같은 수준의 초딩인거다.
"왜 그만둔거야?"
레밀리아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짜증이 섞인 투로 나에게 따졌다. 나에게 최고의 흑역사라고 해도 좋을 그 루쨩☆을 바라는 초딩 흡혈귀 억지성 짙은 물음에 주먹에 힘을 실어 머리에다 꿀밤을 놓고 싶어진다. 그래도 여기선 좋게 말하는게 최선이겠지.
"루쨩☆의 인격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 !"
나름 그럴싸하게 대답했는데 레밀리아가 내 대답을 듣자마자 입을 잔뜩 부풀렸다. 그리고는
"푸케켘키키킼키키키킥 ─ !"
내가 한 말을 무슨 의미로 알아들었는지 난데없이 쳐웃기 시작했다. 이 초딩 흡혈귀.. 설마...
"중2병 아니야!"
나의 불만이 담긴 고함에 너무 웃어서 배를 움켜잡은 레밀리아가 혀를 내빼며 인상을 찌푸렸고 나는 짜증이 올라와서 씩씩대고 있는 중이다. 간신히 허리를 펴서 나와 시선을 맞춘 레밀리아가 찌푸렸던 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입을 열었다.
"아.. 역시 중2병도 재밌지만 역시 루쨩☆이 보고싶어!"
어휴.. 저 초딩을 그냥... 무서운 홍마관의 당주만 아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속으로 삼키며 레밀리아를 무시하기로 하고 플랑을 상대하기로 했다.
"플랑, 사쿠야가 나한테 찾아와서 네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했어. 내가 많이 보고싶었어?"
그렇게 자상한 투로 묻자 플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오늘은 오빠가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서 놀거야!"
"플랑 착하구나. 내가 다치지 않게 신경써주다니."
나는 플랑의 볼을 살짝 집어서 흔들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좋다는듯이 플랑은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봐, 왜 이쪽은 무시하는거야?"
신경쓰고싶지 않은 초딩 흡혈귀로 부터 불만이 튀어나왔다. 나는 달갑지 않은 얼굴로 레밀리아 쪽을 슬쩍 보고는 다시 플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얌마-!"
나의 무시에 짜증을 참지 못한 레밀리아가 고함을 질렸다. 그리고 잔뜩 인상을 쓴채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너 오늘 건방지지않아?"
레밀리아가 나를 무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눈에는 어느새 살기가 일어 섬뜩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과 같은 소름 돋는 공포가 일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지금 나에겐 플랑이라는 든든한 아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살기를 보내오는 레밀리아에게 시선을 돌려 입을 뗐다.
"오늘 홍마관에 온 이유는 플랑과 놀아주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지금 나는 너에게 볼 일은 없어."
내가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자 레밀리아는 어느새 냉정한 표정으로 살기를 보내는걸 그만 둔 건지 인상을 찌푸린체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리고 겉 보기와 같은 나이대의 소녀가 불만을 성토하듯이 내려뻗은 손에 주먹을 불끈 쥐고서 부르르 떨었다.
"우으─, 아까부터 계속 반말만 하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레밀리아는 분함을 참지 못하는지 찡그린 얼굴에 그것이 여실히 드려났다.
"홍마관의 어리광쟁이 꼬마 당주."
나의 입에서 나의 자신의 평가에 레밀리아는 입을 쩍 벌리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젠 등에 달린 날개까지 부르르 떨린다. 나에게서 자신이 어리광쟁이에 꼬마라는 단어가 나온게 너무나도 억울한 모양이다. 레밀리아는 이를 악 물고 빠득 빠득 갈고있었다. 처음 만났을때 나는 레밀리아에게 꼬맹이라고 했다가 죽을 뻔 한 경험이 있지만 오늘 만큼은 속에 있는 솔직한 감상이 아무런 필터도 없이 나오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겁이 없는거지만 근거 없이 내 지르는 무대뽀는 절대 아니다. 내가 약하고 힘이 없는게 뭐 어떻단 말이냐? 지금 나에겐 그것을 보안하고도 남을 기지와 조력자가 있는데.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플랑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것 만으로 너무 기어오르지 말라구!"
"629..."
"뭐야?"
"내 나이."
내가 자신에게 기어오른다고 생각하는 레밀리아가 씩씩거렸지만 나는 그런 초딩 흡혈귀에게 내 나이를 거론했다. 그러자 레밀리아는 내가 무슨 의도로 나이를 거론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이는 왜 들먹거리는거야?"
"나 보다 나이가 많다면 앞으로 존대 해줄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레밀리아의 나이에 대해 미리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일부러 나의 나이를 들먹이며 레밀리아로 부터 나이차로 인한 우위를 선점하고자 한것이다. 좀 치사하지만 뭐 어때? 저 초딩 흡혈귀는 이정도가 적당한 취급이다.
"우그그그그..."
레밀리아는 알고있는것이다. 절대 나 보다 나이로 앞서지 못하는것과 그 이외에 내세울수있는 자신의 강대함이나 홍마관의 당주라는 지위도 지금의 나의 태도를 바꾸게 하기 어렵다는것을.
짜증과 분함이 머리 끝까지 치솟았는지 레밀리아가 나를 향해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그 주먹이 나에게 닿기 직전에 내 곁에 있던 플랑이 언니인 레밀리아가 날린 주먹의 팔목을 잡아챘고 나는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찍었다.
"언니, 오빠를 아프게 하지마!"
그렇게 외친 플랑에게 공격을 제지 당한 레밀리아는 내질렸던 주먹을 걷어들이고 팔짱을 꼈다. '킁!'하고 코에서 바람을 빼내고는 고개를 훽하고 돌리고는 삐친듯 보이는 레밀리아.
"루쨩☆이 아닌 너 따윈 정말 싫어!"
참 꼬맹이다운 삐침이 아닐수가 없다. 나는 그런 생각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으려 했는데 나의 허리춤에서 무언가 흘려내린것을 느꼈다. 그리고 재빨리 흘려내린것의 정체를 확인했는데..
아차! 사쿠야씨에게 받은 귀중한 보물 1호가.
나는 그것을 레밀리아나 플랑에게 보여주기 싫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들켰을땐 나의 입장이 매우 위태로워 지기에 얼른 서둘려서 다시 집어서 호주머니 속에다 밀어 넣으려고 했는데 플랑이 그모습을 보고 나보다 빠르게 보물 1호를 주워버렸다.
"오빠, 이거 떨어뜨린거."
하고 나에게 기특하게 건네주는 플랑. 그런데 그 나일론 재질의 하얀 뭉치를 한쪽 면만 집어들었는지 '스르륵'하고 나머지 부분이 흘려내려서 그것의 정체가 지켜보고 있던 레밀리아에게 탄로나 버렸다.
".. 너... 그거 스타킹 아냐?"
레밀리아는 그것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한듯 말했다. 나는 그런 레밀리아의 모습을 보며 상당히 난처해 졌음을 깨닳았다. 레밀리아는 둘 째 치고 플랑에게 까지 위험한 아저씨로 낙인 찍힐 위기라서 말이다.
좀 더 깊숙히 집어 넣어여야 했는데...
이제와서 후회하면 뭐하는가? 어서 이 위기를 빠져나올 변명거리를 떠올려야하는데.
"너... 그런거 였어? 이젠 루쨩☆을 그만둬서 아쉬웠었는데... 변태로 컨셉을 바꾼거야?"
아니거든요~ 뭐.. 내가 좀 변태스러운건 인정하지만.. 컨셉이 아니란 말야! 차라리 어쩔 도리가 없는 천하의 개변태라고 말해주지 않겠어 레밀리아!
나는 참으로 레밀리아 다운 반응이라고 납득하면서도 상황이 아직 좋은 방향이 아니라 적당히 둘려댈 말을 떠올리려 애썼다.
"오빠.. 변태야?"
그때 엄청난 정신적 데미지를 주는 플랑의 돌직구가 비수가 되어 심장을 꿰뚫었다. 아.. 변명하고 싶지만 왜 하필 이럴때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느냐 말이다! 플랑쨩, 제발 그런 눈으로 이 오빠를 보지말아 다오. 이왕 이렇게 된거 솔직하게 말하는게 나을것 같다.
"이것은 말야.. 너의 그 충실한 메이드가 나에게 벗어준 스타킹이다."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여기서 이이상 더 나빠질게 있겠나 하는 심정이다. 적어도 저 스타킹은 훔친게 아니라 얻었다는 편이 그나마 낫지 않은가?
"거짓말, 사쿠야가 왜 너한테 스타킹을 벗어준건데?"
레밀리아는 믿을수 없다는듯 그렇게 의문을 제기했다.
"실은 내가 플랑과 놀아주는 대신에 댓가로 얻은거라구."
"그럴수가... 사쿠야의 스타킹을 그런식으로 간단하게 얻다니..."
나의 설명에 의문이 풀린 레밀리아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반응을 보아하니 실은 저 초딩 흡혈귀도 사쿠야씨의 스타킹이 가지는 가치를 아는 모양이다. 그리고 혼자 입을 중얼거리듯 실룩이던 레밀리아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너 사실은 대단한 녀석이구나. 내가 차마 하지못했던 부탁을 태연스럽게 해버리다니."
"음.. 그걸 죠죠 1부의 네타로 말한다면?"
"역시 루쨩☆이야! 내가 하지못했던 명령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
나에 대한 평가가 급격하게 뒤바꿔버린 레밀리아가 감탄을 하듯 말했고 거기에 내가 죠죠 1부에 대한 네타를 언급하자 장단을 맞추듯 디오가 즈─큥! 하고 키스한 뒤에 나오는 떨거지들의 대사를 읇었다. 그리고 나와 레밀리아가 동시에─
""그 점에 전율해, 동경하게 돼!""
그렇게 외친 것이다.
나와 레밀리아가 서로 합심해서 외친 대사에 그것을 멀뚱히 보고있던 플랑은 무슨얘기인지 전혀 알수가 없었는지 의미를 모르겠다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저기~ 사쿠야의 스타킹이 그렇게 대단한거야?"
그런 플랑의 물음에 나는 순식간에 민망해졌다. 그것은 나와 합심했던 레밀리아도 마찬가지인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하긴, 순진한 플랑이 사쿠야가 신었던 스타킹의 가치를 알 도리가 없으며 또 한 알아서도 안되겠지.
"윽.. 플랑, 너는 거기에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말아주렴."
민망함에 얼굴을 들기어려워 보이는 레밀리아가 플랑의 어깨를 잡고 그렇게 일렀다. 그리고는
"그.. 손에 들고있는 사쿠야의 스타킹을 나한테 주지 않겠니?"
하고 실로 욕망에 충실한 듯한 부탁을 플랑에게 해오는 레밀리아였다.
"응, 원한다면.. 근데 이거 오빠가 사쿠야한테 받은거잖아?"
"설사 그렇더라도 사쿠야는 내꺼니까 그것도 내꺼라구!"
플랑이 정론을 얘기하자 레밀리아는 억지를 부리며 그것을 가지려하는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있을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이제 내꺼니까 말이다!
"이 밝힘 꼬마 흡혈귀야, 아무리 사쿠야의 주인이라도 그 스타킹의 소유권은 나라구!"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플랑의 손에 들려진 사쿠야씨의 소중한 스타킹을 잡아채서 재빨리 호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것을 본 레밀리아가 불만이 담긴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아~ 치사해! 그게 그렇게나 가지고 싶었던거야? 역시 변태는 어쩔수가 없네."
"누가 변태라는거야? 너도 방금전 까지 스타킹을 가지고 싶어서 플랑에게 억지를 부린 주제에!"
나와 레밀리아는 실로 유치하기 짝이없는 말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서로 변태라고 손가락질 하면서 누가 더 변태인지 가리고 있는 행태라니. 나는 그렇다 쳐도 저 레밀리아는 그래도 홍마관의 당주라는 입장이 있을텐데 저래도 되나?
결국 사쿠야씨의 스타킹에 대한 소유권 공방은 소모적이었지만 내가 가지는걸로 결론지어졌다.
"다.. 다음엔 내가 가질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다음에 여기 올때도 사쿠야에게 같은 조건을 걸고 오라는거야!"
레밀리아의 부탁은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종인 메이드의 스타킹을 노리는 10세 정도의 어린 소녀 당주라니. 겉모습만 그렇지 속 알맹이는 완전 아키바 거리에서 '모에~'를 외치는 땀내나는 기모오타쿠 그 자체가 아닌가? 나는 그런 레밀리아의 모습에 '쯔쯔'하고 혀가 끌린다.
"그렇게도 가지고 싶다면 사쿠야씨에게 직접 부탁하거나 명령해도 되지않아?"
"그러고 싶지만.. 주인으로써의 체면이 있단 말이야!"
나는 그렇게 나의 물음을 설득력이 조금도 느껴지지않는 대답을 해오는 레밀리아가 한심스럽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 중요한 체면이 지금 나와 플랑 앞에서는 완전히 박살나 있는데 정작 자신의 시종 앞에서 만은 소중한 모양이다.
"그런것 치고는 내 앞에선 스타킹이나 밝히는 아저씨같은 여자애인데?"
"네 앞에서만 그런거야. 난 어디까지나 홍마관의 당주로 카리스마를 갖추지 않으면 안되."
나의 지적에 레밀리아는 자신의 입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도대체 네 어디가 카리스마가 있다는 거냐? 그렇게 따지고 싶지만 지금은 밝힘증 여자애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충분한 카리스마 브레이크가 아니겠는가?
"난 이만, 당주의 방으로 돌아갈테니 플랑이랑 잘 놀아주라구."
어울리지도 않는 카리스마를 운운하던 레밀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 문을 열고 복도 밖으로 사라졌다.
레밀리아가 나가고 나자 방에는 나와 플랑 둘 만 남게 되었고 방금전 까지 레밀리아와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에 플랑 사이에서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나만 느끼는것이고 플랑은 개의치 않다는 듯 나의 손을 잡아왔다.
"오빠! 오늘은 플랑이 익힌 마법을 보여줄거야~"
하고는 순진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플랑. 나는 플랑이 보여주겠다는 마법이 어떤것인지는 몰라도 나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조심하는 플랑이 위험한 종류의 마법을 부리지 않을거라 확신한다.
"파츄리의 도서관에서 찾은 책으로 배운건데~ 내가 한층 더 멋지게 고안했어!"
플랑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고 나의 양손을 잡았다. 나는 플랑이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려는 것인지 아무런 예측도 하지 못한체 플랑의 감긴 눈을 바라보고있었다.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법이라니. 궁금하지만 위험한건 아니겠지?"
"아냐, 위험하지 않고 절대로 성공할거야."
플랑은 자신의 마법이 성공할거라 확신에 차있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마계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던 룬 언어로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플랑의 발 밑에 빛에 반사된 바다와 같은 청록의 빛이 원을 그리며 확산되더니 마법진의 형태가 나타났다. 나는 그것을 보고는 플랑같은 어린 흡혈귀가 부리기엔 너무나 어려운 고위 마법이라는 사실을 깨닳고 놀라기는 잠시.
눈 앞이 새하얗게 물드는가 싶더니 신체가 알수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왜인지 몰라도 시선이 엄청 낮아졌으며 몸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명백히 작아진것이다. 플랑이 부렸던 마법이 신체를 작게 만드는 것이었나? 하고 몸을 훑어보고 손을 봤는데 그때 들려오는 익숙하지만 어색한 목소리와 함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알게 되었다.
"아하하~, 성공했어! 내가 오빠가 되었어."
나의 시선 위에 내 모습을 하고있는 플랑이 웃고있었다. 그렇다 나는 플랑이랑 몸이 뒤바뀌것이다.
그런데 신체를 뒤바꾸는 마법이라니. 도대체 플랑은 뭐길래 이정도의 마법을 부릴수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당장 위화감이 도는 신체 때문에 안정이 되지 않는다.
그런 나와 달리 내가 된 플랑은 몸의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건지 침대 쪽으로 걸어가더니 몸을 날려 매트위에 누웠다. 두 다리로 번갈아가며 침대를 차면서 '아하하하' 하고 웃고있는 내 모습을 보니 뭐라 형용할수 없는 감상이 든다.
"플랑, 너 이런 마법 어떻게 해서 익힌거야?"
플랑의 된 나자신을 다시끔 인식하기 전에 묻고싶은 것이었다. 내 입 밖으로 나온 소리는 플랑의 목소리이며 나의 의지로 그런 목소리를 낸다는게 신기하다. 역시 나는 플랑의 몸안에 있는거구나. 이제 완전히 파악됬어.
"오래전 부터 이 방에 갇혀지냈을때 너무 심심해서 책만 읽었었어. 그런데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서 소악마한테 부탁해서 어려운 책 많이 많이 읽었어!"
침대에 엎드린채 고개를 돌려 그렇게 말하는 플랑은 내 얼굴로 그리고 내 목소리로 말하니까 진짜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소름이 끼칠 지경이지만 플랑의 말을 자세히 곱씹어 생각해 봤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지낸건지 몰라도 육체를 서로 뒤바꾸는 마법을 쓸 만큼의 수준이 되려면 어느정도의 재능과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마법학에 투자를 해야하는지 마법에 대해 초짜인 나도 플랑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도출해낼수 있다.
"아, 맞다. 오빠 몸이라면 밖에 마음대로 다닐수도 있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플랑은 '아하하─'거리며 방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버렸다.
플랑.. 제발 부탁인데 내 모습으로 '아하하'거리며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지 말아줘. 내 자신의 모습이라도 정말 안 어울리고 기분나쁘거든. 나의 모습을 한 플랑이 방을 나가고 나니 플랑의 모습을 한 내가 홀로 방에 남아버렸다.
이거 분명 TS의 한 장르라고 할수있겠지? 여장 혹은 남장을 하거나 성별이 바뀌는 것이 가장 흔하지만 서로 다른 성별의 몸이 뒤바뀌는 것도 만화를 통해서 자주 접했는데 직접 당해보니 참 묘한 기분이 아닐수가 없다. 그래.. 보통 남자가 여자애로 변했을때는 가장 위화감을 느끼고 쇼크를 받는게 있었지!
"으악 ─ !, 거시기가 없어졌어!!"
하고 경악하는척 외치며 사타구니 쪽에 손으로 더듬거려봤다. 그리고 이내 아주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닳았다.
"맞다.. 나 원래 거시기가 없었지."
참 씁쓸한 사실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저 우습기만 했다. 한번 쯤 꿈꿔봤던 귀여운 여자애가 되었지만 왜 이렇게 실감이 안드는거지? 마치 처음부터 내가 플랑이었다는 느낌이 드는건 단순한 우연인 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이대로 오랫동안 플랑이랑 몸이 뒤바뀐채 지내게 된다면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으휴.. 모처럼 카와이한 플랑쨩이 되었는데 도무지 이 상황을 즐길수가 없다니.
만약, 플랑이 아니라 사쿠야씨와 같은 요염한 여자와 몸이 뒤바뀌었다면 좋다구나! 하면서 혼자 있을수 있는 방에 들어가 이런짓이나 저런짓이나 해버릴텐데... 이거 참 개변태구나 싶을 정도의 망상이 내 머리속에 떠올리고 말았다.
"모처럼 야한 망상을 했는데 여자애라 그런지 감흥이 없구나."
당연한 결과다. 정신이 음흉한 남자라고 하더라도 육체는 어린 소녀라 성인 남자의 망상에 어린 육체가 따라줄리가 없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이제 그만두기로 하고 나와 몸이 뒤바뀐 풀랑의 행방을 찾기로 정하고 방을 나가서 복도를 지났다.
본문
[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27-
추천 0 조회 87 댓글수 0
ID | 구분 | 제목 | 글쓴이 | 추천 | 조회 | 날짜 |
---|---|---|---|---|---|---|
118 | 전체공지 | 업데이트 내역 / 버튜버 방송 일정 | 8[RULIWEB] | 2023.08.08 | ||
1517359 | 공지 | 동방 프로젝트 게시판 공지사항 (62) | 법관。 | 52 | 80333 | 2014.04.29 |
2554276 | 영상 | 이로유 | 1 | 82 | 2024.05.18 | |
2554275 | 스샷 | 이로유 | 3 | 104 | 2024.05.16 | |
2554274 | 음악 | 루리웹-2121185533 | 4 | 244 | 2024.05.07 | |
2554273 | 잡담 | 잔돈 | 4 | 228 | 2024.05.05 | |
2554272 | 잡담 | 비봉구락부 | 5 | 399 | 2024.05.04 | |
2554271 | 잡담 | 양파 파쇄기 | 4 | 350 | 2024.04.18 | |
2554270 | 정보 | 하늬도지 | 4 | 499 | 2024.04.09 | |
2554269 | 정보 | 하늬도지 | 6 | 1139 | 2024.04.08 | |
2554268 | 잡담 | seawi9966 | 4 | 441 | 2024.03.31 | |
2554267 | 잡담 | seawi9966 | 6 | 1487 | 2024.03.19 | |
2554266 | 잡담 | 이로유 | 3 | 488 | 2024.02.28 | |
2554265 | 잡담 | 이로유 | 3 | 522 | 2024.02.28 | |
2554264 | 잡담 | DisParaMaru | 2 | 511 | 2024.02.23 | |
2554263 | 잡담 | 이로유 | 2 | 508 | 2024.02.22 | |
2554262 | 잡담 | 이로유 | 4 | 705 | 2024.02.18 | |
2554261 | 잡담 | 이로유 | 5 | 852 | 2024.02.17 | |
2554260 | 동인지 | 수생 | 6 | 1529 | 2024.02.13 | |
2554259 | 웹코믹 | 八云紫 | 8 | 1757 | 2024.02.08 | |
2554258 | 잡담 | 156 | 7 | 735 | 2024.02.06 | |
2554257 | 동인지 | 수생 | 8 | 1025 | 2024.02.02 | |
2554256 | 잡담 | 군필레이무 | 3 | 392 | 2024.02.01 | |
2554255 | 정보 | 맥그리버 | 3 | 509 | 2024.01.31 | |
2554254 | 잡담 | 맥그리버 | 7 | 1026 | 2024.01.26 | |
2554253 | 잡담 | 빠 킹 | 6 | 1109 | 2024.01.26 | |
2554252 | 잡담 | DisParaMaru | 3 | 398 | 2024.01.21 | |
2554251 | 동인지 | 수생 | 3 | 483 | 2024.01.18 | |
2554250 | 잡담 | 요우무볼짤 | 5 | 794 | 2024.01.12 | |
2554249 | 동인지 | 수생 | 4 | 470 | 2024.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