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2-
환상향의 소녀(누님)요괴들에게 고백을 해봅시다.
실험자 : ○○○
협조 : 건장한 청년 스무명
실험대상 : 환상향의 (소녀, 누님)요괴들
실험기간 : - 년 9월 17일 ~ -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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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기저기에 '나는 소녀(혹은 누님)에게 고백할수 있다면 지금당장 죽어도 좋다! 하는 분들! 지금당장 이 실험에 자원해주십시오! 선착순 스무명!' 이라는 말도안되는 공고문을 붙여보았다.
내가 만들고 써붙이면서도 '뭐 저런걸 보고 진짜로 오는 정신나간 놈들이 있을라고 하는 거대한 의구심이 들었었다…만, 이 세상은 넓고 변태들은 차고 넘친다는걸 잠깐 망각했던 내가 바보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지원자가 찾아왔다.
어림잡아 한 서른 네댓명은 되어보였지만, '여러분은 진짜 죽을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라고 진지하게 말하자 딱 스무명만 남기고 다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남은놈들은 정말로 훌륭한 변… 아니 실험을위해 자신의 몸을 다 바칠수있는 신사분들이셨다.
나는 이런저런 말은 다 집어치우고 바로 본론부터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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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조건 2인 1조로 활동할것.
대상이 대상인만큼 한명으 죽거나 재기불능 상태에 처했을때 남은 한명이 신속하게 보고 혹은 구조를 요청하러 와야하기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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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드시 3일뒤엔 복귀할것.
요괴들은 생각보다 인내심이 좋은분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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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백을 받아들였다고 경계를 풀지말것.
경계를 풀었다가 자칫하면 죽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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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약 파트너가 죽게되면 다 내다버리고 죽어라 도망쳐라
적어도 살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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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다못해 어딘가 비인간적인 사항들이었지만, 모두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들인지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의 각오를 다시한번 확인한 나는 용감한 변태… 아니 신사분들을 곧바로 실험에 투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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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시작하고 딱 3일이 지나자 하나, 둘씩 복귀하는것이 보였다만…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거기다 스무명 열개의 조중 무사복귀한 조는 두조, 한명만 복귀한 조는 다섯조, 그리고 복귀하지 못한조는 세조정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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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지원자의 말을 토대로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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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복귀 1조 - 서당을 하고있다는 요괴한테 고백하러 갔었다고 한다. 뭐 고백하자마자 시원스럽게 차이고 그 이후로 할게 없어서 마을에서 놀고먹다 왔다고.
무사복귀 2조 - 기자를 하고있다는 까마귀 요괴에게 갔다고 한다. 바쁘다면서 바람보다 빠르게 거절했지만, 끈질기게 고백을 시도했고, 그렇게 끈질기게 1일간 고백하자 '당장 사라지지 않으면 폭포에 쳐박아버리겠다' 고 말하며 엄청난 살기를 뿜어 죽자사자 도망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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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귀 1조 - 어떤 꽃밭을 관리하는 요괴에게 갔었다고 한다. 이쪽은 한명이 고백하고 한명은 멀리서 지켜보는 방식으로 실험을 시작했는데, 고백을 하러간 지원자가 고백을 하자마자 땅에 목만 내민채로 파뭍혀 험한꼴을 당하고 있다고한다. 근데 왜 진행형이지?
반복귀 2조 - 어둠으로 자기 눈앞을 가리는 어려보이는 요괴한테 갔었다고 한다. 고백하러 가자마자 한명이 잡아먹혀 그대로 도망쳤다고.
반복귀 3조 - 술을 잘마시는 작은 도깨비한테 갔다고 함. 같이 술을 마셔주면 생각해보겠다며 술을 따라줬는데 한명이 자신만만하게 같이 마셔주다 세상을 떴다고한다. 무사복귀한 한명에게 어떻게 도망쳤냐고 하니까 소리를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 대체 뭘 당한걸까?
반복귀 4조 - 이 조는 뭔가 대단했다. 얼음요정에게 갔다고 하는데, 한명이 조우하자마자 "사랑합니다!"하고 껴안았다가 그자리에서 동사했다고. 복귀자는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다고 한다.
반복귀 5조 - 기계를 잘 다루는 캇파를 찾아갔다고 한다. 마주치자마자 '마침 실험대상이 필요했는데 잘 와줬어.' 라고 말하며 어딘가 엄청 늘어나는 기계팔로 한명을 그대로 채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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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험은 정말 희생이 많은 실험이었다.
돌아오지 못한 변태… 아니, 영웅들에게 묵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