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를 두고 나와 앨리스가 다퉜다는 사실이 붕붕마루 신분을 통해 환상향 전역으로 퍼졌을걸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해왔다. 말도안되는 날조였지만 초록머리를 한 조증 무녀가 찾아온걸 보라구.. 분명 이제부터 마리사의 지인들이 하나씩 찾아와서 확인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사나에 이후로 스캔들 기사로 찾아오는 이는 없었으며 마리사 역시 그런 기사로 인해 밖에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지 않을까 했지만 평소와 같이 너무나 당당하게 돌아다니길래 연유를 물어봤더니
'붕붕마루의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건 사나에 정도라구~'
하고 시원스럽게 말하더라. 아무래도 사실의 날조를 밥먹듯이 하는 바람에 언론으로서의 신뢰도가 더이상 내려갈수없을 정도로 바닥을 친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그런 이유로 나도 가끔은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다녀볼까 하는 중이다.
갈만한 장소라면 우선 홍마관이 있지만 그 재수없는 소악마와 무서운 레밀리아가 떠올라서 절대 가고싶지않아. 그 근처에 있는 안개의 호수? 요정이랑 놀아서 뭐하게? 인간 마을은 수중에 땡전 한푼도 없어서 가봐야 별 소득이 없다. 하쿠레이 신사는 어떨까... 마리사 없이 혼자오기엔 무녀가 무서워. 사토리 요괴도 아니고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것 같단말야. 이렇게 나열해보니 정말로 나의 활동 범위의 좁음을 처절할게 깨닳게된다니까. 그러고 보니 조증이 있어보이는 녹색 무녀가 자기네 신사에 찾아와 달라고 했지? 요괴의 산에는 텐구의 영역이라는데 통행증 없이 갈수있으러나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있어봤자 나의 활동 범위는 죽을때까지 안 넓혀질것 같아 기왕에 외출하기로 정했으니 마리사에게 저녁때 까지 나갔다오겠다고 말한뒤 집을 나서 날아올랐다.
"그러니까.. 여기서 안개의 호수를 지나 나아가다보면 나오는 산이지."
마땅히 갈만한 장소가 미묘했기에 요괴의 산에 있다는 모리야 신사로 가보기로 했다. 그쪽의 신님이 악마를 달가워 할지는 불명이지만 마리사에게서 사나에가 바깥세계에서 왔다는 얘기를 들은게 있어 의외로 통하는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텐구에게 위협 받을것을 감안하고 찾아가는것이다.
마법의 숲을 빠져나와 안개의 숲에 다다르자 호숫가에서 놀고있는 요정들이 보인다. 나와 탄막대결을 벌였던 그 치르노라는 요정도 있는지 둘려봤는데 보이지 않는다. 그점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괜히 그 요정이 날 발견하고 '호적수'라며 앵겨붙는게 귀찮으니까.
좀 더 날아가보니 빨간색 커다란 저택이 보이는구나. 언젠가 파츄리님한테 찾아뵙고 싶은데 두 명의 끔찍한 존재 때문에 도저히 발길이 안간단 말이야.. 언제까지 이럴수는 없으니까 어서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서 찾아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지나쳐 갔다.
홍마관을 지나 북쪽으로 계속 나아가자 한눈에 봐도 '여기가 요괴의 산이구나'하고 느껴지는 장관을 지닌 계곡이 나타났다. 아마도 요괴의 산 입구 부분이겠지. 행여나 산을 지키는 텐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면서 저공 비행을 하니 저 멀리서 하얀 인영이 다가온다.
"멈춰라, 여기서 부터는 우리 텐구들의 영역이다."
반가워요~ 텐구짜응! 하고 마음속에서 외치며 그 하얀색의 여성 텐구?의 모습을 훑어보니 수도승이 입는 옷을 개량한것 같은 차림새에 머리에는 텐구임을 알리는 작은 관모에 게다를 신고있고 백발에 짐승의 귀가 보인다. 손에는 언월도와 단풍 문양을 새겨놓은 방패도 들고있는 모습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 보자면─
"이누야사 TS..?"
너무 솔직한 감상에 나를 가로막는 저 이누미미 텐구가 '무슨 소릴 하는거냐?'하고 반문해왔다. 이를 드려내며 으르릉 거리고 있지만 당장 나에게 위해를 가할것 같진 않아보인다. 그보다 우선 통성명 부터 해야겠지?
"보초서느랴 수고많으십니다. 저는 마법의 숲에 사는 마리사의 사역마인데 이름은 루키드 디브 레이시스. 악마입니다. 루키라고 불려주세요."
"이곳을 지나게 하지않겠다."
신분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더 으르릉~ 거리는 저 이누미미.. 통성명 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저 보초병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들어보는게 정답일것 같네.
"여기에 있다는 신사에 볼일이 있습니다만."
사나에가 신사에 볼일이 있다고 하면 안내해 준다고 했으니 틀림 없겠지? 신사라는 소리를 듣자 이누미미를 한 텐구가 의심의 눈으로 '사실이냐?" 하고 물어왔다. 그 물음에 증명할 방법이 없는나는 사나에의 이름을 대기로 한다.
"믿건 안믿건 간에 신사의 무녀가 초대를 했으니 안내안해주려거든 자리나 비켜주세요."
이누미미 텐구가 한참을 '으음~'하며 고민하더니 칼을 거두더니 입을 열었다.
"요즘 무녀가 포교할동을 열심히 하고있으니 무턱대고 쫒아내기도 뭐하군."
경계를 풀은 이누미미 텐구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소개해온다.
"나는 이 산의 보초를 서고있는 이누바시리 모미지라고 한다. 아직 네 말이 사실인지 판단이 안서기에 신사까지 안내해주마. 만약 거짓이거든 각오해라."
이누바시리 모미지.. 저 이누미미의 이름이구나. 이름 처럼 참 개?같다는게 나의 감상이다. 다소 억세 보이는 머리털을 하고있지만 자세히 보니 귀여운거 같아. 성격은 거칠고 드센거 같지만 손으로 턱 밑을 긁어주면 어느새 꼬리를 흔들면서 배를 보일것 같은데 어쩌지? 나 저 애한테 손이 가려고하는거 같아.
나를 안내해 주겠다며 산 속으로 향하는 모미지에게 살며시 다가와 흔들거리는 꼬리에 손을 닿을듯 말듯 접근시켜봤다. 어느새 낌새를 눈치챘는지 모미지가 훽 고개를 돌려서 나에게 인상을 쓰며 적개감을 드려낸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송곳니를 드려내며 '으르르릉~'거리는게 진짜.. 개 같다.. 아니 욕 말고! 어쨌거나 그 살랑거리는 꼬리를 만지고 싶은 욕망에 나는 모미지에게 제안을 해보기로 했다.
"으흠, 모미지씨는 꼬리가 참 예쁘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소녀와 같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할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이 적개감을 분출하고 있는 모미지. 아무래도 칭찬으로 기분을 풀게해서 나와의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간다는 작전은 통하지 않는것 같다. 그렇다면 직설적으로 가자!
"모미지씨에 비하면 하잘것 없지만 저도 꼬리가 악마답게 근사합니다. 만져보실래요?"
나는 모미지 앞으로 꼬리를 내밀어 보였다. 끝 부분을 살랑 살랑 흔들어서 모미지의 관심을 끌어보려는데... 순간 은빛의 섬광이 공기를 가르며 꼬리채 짤라버리려 했다. 깜짝 놀라서 굳은 얼굴로 모미지를 바라보자─
"계속 장난을 치겠다면 당장 이자리에서 베어버리겠다."
라고 말하고는 나에게 칼을 겨누는 모미지. 겁나서 이제 꼬리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다 달아나버린다. 그 뒤로는 얌전히 그녀의 안내를 받아 무사히 산 중턱에 위치한 모리야 신사에 도착을 했다. 모처럼의 이누미미인데 벌써 도착했구나.. 근데 벌써는 아니지. 얌전히 뒤를 따랐지만 오는 도중 내내 모미지를 이용한 온갖 망상을 했는데. 저 귀여운 두 귀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깨물어 보는 짓거리를 머리속으로 실컷 해댔으니 나름대로 만족했다고.
"자, 그럼 어서 네가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라."
모미지는 신사 입구에 세워져있는 토리이에 선 채 나의 증명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다지 재촉하는 눈치가 아니어서 서둘려 사나에를 찾을 필요는 없지만 내가 심적으로 불편하기에 신사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사나에를 찾기위해 둘려보며 외쳤다.
"코치야 사나에 있어?"
무녀를 찾는 외침에 내 앞에 나타난것은
"흐음? 처음보는 녀석이로군. 우리 사나에한테 무슨 볼일인가?"
붉은 옷차림을 한 근엄함이 풍겨나오는 여성이었다. 풍성해 보이는 보라색 머리의 일부를 짚으로 묶어 덩어리처럼 올렸고 등 뒤에는 커다란 금줄을 붙이고 있어 마치 스타게이저를 연상시킨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여성이 신사의 신이라는걸 알아차릴수 있었다.
"이 신사의 무녀에게 초대를 받아서 왔습니다."
내가 초대받아서 왔다고 밝히자 근엄해 보이는 여성이 나의 모습을 유심히 보며 손으로 턱을 받쳤다.
"요괴인줄 알았는데 다른 존재인거 같구나. 그래, 나는 이 신사의 신. 야사카 카나코라고 한다."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하는 근엄한 여성. 이 분이 바로 사나에가 말했던 풍신이구나. 확실히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지는것 같다. 여튼 나는 토리이에 대기하고 있는 모미지 때문에 사나에를 찾아야한다.
"야사카님. 무녀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사나에는 지금 포교를 위해 마을에 갔다만."
아무래도 타이밍이 안좋게 온것같다. 저 신의 말에 따르면 사나에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모미지에게 사나에를 통한 증명은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하나지.
"신님에게 실례를 범하겠지만 한가지 부탁을 들어주셔도 되겠습니까?"
"사나에를 만나려 온거같지만 허탕친듯하니 네 부탁을 들어주마."
저 신님은 나의 부탁에 흔쾌히 들어주시는 구나.. 보는것 처럼 그릇이 넓다고 해야하나 자비로운 신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럼 사양않고 말해야겠다.
"저기 신사 입구 토리이쪽에 저를 여기로 안내해온 텐구가 있는데 무녀의 초대를 증명하지 못해 증명될때까지 저를 기다리고있습니다."
"간단한 부탁이군, 텐구들은 나를 섬기고 있으니 금방 해결될것이다."
신님이 그렇게 말하고는 토리이에 부동자세로 서있는 모미지에게 가서 몇마디를 나누었다. 모미지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산 아래로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다가온 신님. 살며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자,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무녀가 올때까지 신사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도록 하거라."
나는 신님의 말대로 신사의 안쪽에 위치한 거주공간으로 향했다. 짚신을 벗고 마루에 발을 딛은 신님이 장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그리운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바로 텔레비전이라고 하는 바깥세상에 가정 필수품으로 취급되는 가전기구였다. 나는 왜 그게 이곳에 있는지 의아했다. 어차피 나오지도 않을건데.
"뭐하느냐? 어서 들어오거라."
신님이 신기한 눈으로 텔레비전을 쳐다보는 나에게 방에 들어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이랑 한방에 있다니..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다. 어디가서 '나는 신님이랑 한방에 같이있었다.'라고 말한다면 누가 믿어줄까? 여튼 근엄해 보이는 풍채와는 달리 의외로 소탈하신 분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권유에 따라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있을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팟'하는 전자기기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에서 사람의 모습이 비쳐지는것이 아닌가?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하하하.. 처음보는 신기한 물건에 정신을 팔린모양이구나."
신님이 멀뚱히 서서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나를 보고서 껄껄 웃었다. 내가 바깥세계의 경험이 없는 환상향 토박이인줄 아나보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지않으면 안되겠지.
"그게 아니라.. 어떻게 티비가 나오는거에요?"
나의 말에 신님은 눈이 크게 떠졌다. 알리 없을거라 생각했던 내가 저 가전기구의 명칭을 말했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 너, 바깥세계 출신인거냐?"
그말대로다. 그리고 신님도 바깥에서 왔고 같은 바깥세계 출신끼리 서로 통할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 속으로 엄청 즐거워하고 있어요. 이런 단절된 세계에 티비가 나온다니! 하지만 대체 무슨 원리인거야??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나는 이제서야 아직 자신을 소개하지 않은것을 깨닳고 기겁했다. 하필이면 신님 앞에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괜찮다. 텐구에게 증명하기 위해 경향이 없었을 뿐이겠지."
나의 결례에 인심좋게 넘어가주시는 신님. 정말로 대인배이신거 같다. 보통 신이라면 좀 더 거만한 이미지였는데. 알면 알수록 의외다. 이런 신님이라면 악마지만 신앙을 해도 좋지않을까? 나는 머리속으로 우호도 높음 카테고리에 야사카 카나코라는 신을 집어넣었다. 아차차.. 소개가 아직이지.
"저는 마법의 숲에사는 키리사메 마리사의 사역마.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라고 합니다. 악마입니다.."
"─호오, 네가 바로 화제의 인물이로구나. 사나에한테 들었다."
신님의 나를 보는 눈이 호감으로 바뀌었다. 김칫국 부터 마시던 조증 무녀가 이 신님에게 나를 어떻게 설명해줬는지는 알수없으나 나쁘게 말하지 않은것 같다.
"우리 무녀가 붕붕마루 신문을 자주읽는데 너를 만나고 와서는 자기 멋대로 단정짓고있었다며 반성을 하더구나."
음.. 사나에는 자신의 폭주를 제대로 자각하고 있나보네. 역시 두얼굴을 가진 무녀답다. 눈에 별광선을 쏴대면서 공포스런 미소만 안 짓는다면 참할텐데..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텔레비전쪽에서는 일본의 맛집 프로그램이 방영중이고 나는 그걸 보며 신님에게 궁금한 것을 묻기로했다.
"그런데 신님. 저 티비는 어떻게 해서 나오게 한 거죠? 여긴 분명 전파도 안통할 단절된 세계일 텐데.."
"그게 궁금한가? 그렇다면 알려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오른손을 들어보이는 신님. 그러자 갑자기 텔레비전이 '지지직'소리를 내며 화면을 비추지 않게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손을 올려보이자 원래대로 화면이 나오는 텔레비전.
"즉, 이런거지."
"그러니까.. 신의 힘으로 나오게 한다는..."
"맞아, 나의 권능으로 텔레비전의 전파를 강제적으로 바깥세계와 연결시켰지. 그 요괴 현자도 이정도는 용납하고있어."
역시나 신이구나.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이니 이정도 권능은 당연한건가? 저 앞으로 카나코님 신앙할게요~ 알러뷰! 만약 향림당에서 텔레비전을 발견하게 된다면 신님의 권능으로 바깥세계와 전파 연결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너는 악마이면서 바깥세계를 잘 아는듯 하구나?"
텔레비전의 존재를 알고있다는것 만으로 내가 바깥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은 쉽게 유추 할수있지만 마계에 서식하는 악마라는 점에서 신님 입장에서는 궁금할것이다.
"환상향에 소환되기 전에는 오랫동안 도쿄에 머물렸었죠."
"그랬군, 그런데 오랫동안 머물렸던 연유가 무엇이더냐?"
"에..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화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나는 한동안 야사카 카나코님과 대화를 하면서 오랜만에 보는 텔레비전을 시청하였다. 그러기를 한참이 지나자 '카나코님~'하면서 마을에 포교하려 갔다던 사나에가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마음의 벗이된 신님.. 야사카 카나코는 밖에서 들려오는 사나에의 목소리에 짚신을 신고 맞이하려 나갔다. 그러고보니 저 신님은 방에 있을때도 금줄을 달고있었네? 몸과 완전히 일체라도 되어있는걸까?
나도 따라서 밖으로 나서자 해맑은 얼굴의 사나에와 눈을 맞주쳤다.
"악마씨, 와주셨군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나에를 향해 나는 손을 흔들어보였다.
"사나에씨 말대로 와버렸지. 악마라도 신앙해볼까?"
"정말이세요?"
신앙을 하겠다는 말에 사나에는 기쁘다는듯이 가슴팍에 두손을 모아 깎지를 꼈다. 역시 눈에서 별광선만 안 뿜으면 참하다니까.
"사나에를 봐서라도 자주 찾아오겠어."
솔직히 말해 같은 하쿠레이 신사에 비하면 이곳은 엄청 제대로된 신사라고 생각한다. 깨끗하게 관리되어있고 무녀도 참해. 카나코님도 좋은 신님이지 텔레비전까지 나온다구!
기쁨을 주체못하는 사나에가 '점심 드시고 가세요.'라구 권해서 사양않고 점심을 같이 하기로했다. 이곳의 주방도 사나에 담당인듯하다. 또래로 보이는 마리사나 레이무도 저런 점은 배웠으면.
나는 사나에가 대접해주는 일본식 식사를 먹으면서 감격에 눈물을 흘릴것만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된 음식을 먹는게 아니겠어? 식사중에 못보던 어린애가 있었지만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사나에의 동생이겠거니 하고 넘겼으니 말이다.
식후에 소화도 시킬겸 신사를 둘려보던 나에게 식사때 보였던 눈이 달린 특이한 모자를 쓴 여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우..."
나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아기같은 소리를 하는 저 여자아이는 나한테 뭘 바라는 거지? 나는 그 아이를 내려보다가 쭈그려앉아 시선을 맞췄다.
"?"
"아-우─!"
"...."
"아-우──!"
아직 말을 못배운거야? 요즘시대에 저정도 크기의 아이는 조기영어다 뭐다 하면서 한창 선행학습을 하며 말을 아주 똘똘하게 할텐데. 나는 저 꼬마애한테 맞춰주기로 했다.
"아-우─"
"아-우..."
"아──우-!"
"아-우- 아우우-"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람... 저 애한테 맞춰주려다 덩달아 나까지 정신퇴행을 격을것만 같아. 이이상 계속해봤자 너무 바보같아서 그만두기로 하자.
무릅을 세우며 본당 쪽으로 걸어가던 나의 뒤에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녀에게 손을 댄다면 천벌을 내리노라."
방금전 까지 '아-우-'만 하던 아이가 했다고는 믿어지지않는 말에 뒤돌아서 그 여자아이를 쳐다보려했지만 그 장소에는 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체 뭐야... 신사에 귀신이라도 살고있나?"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본당에 있는 사나에와 카나코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마법의 숲으로 돌아갔다.
본문
[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1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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