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의 협박이 있고나서 이틀이 지났다. 마리사는 책상에 앉아서 마법 연구에 몰두하는 중이고 나는 한가하게 책장을 매우고있는 마도서 중 하나를 집어들고 읽고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마도서들은 대체 어디서 자꾸 가지고 오는거지? 마법사니까 당연히 마도서들이 잔득 가지고 있다지만 내가 알지못하던 사이에 자꾸 늘어나는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책장에 다 꼿지못하고 바닥에서 부터 천장 가까이 쌓아 올려져있는 책의 탑이 책장 주변을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있다. 그런데도 그 수를 늘려가니 이걸 단순히 마리사가 마법에 대한 학구열이 높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마도서를 모으는 컬렉션적인 취미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쪽이 더 그럴싸해보인다.
아무튼, 그나마 책장에 있는 쪽이 중요해 보이길래 그 중에 하나를 읽고있는 중인데 마법의 원천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악마가 봐도 상당히 난해한 책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하나도 모르겠어요.. 흐흐흑. 제가 괜히 약한게 아니지 말입니다.
어차피 읽지도 못하는거 책을 덥어두고 읽을만 한게 있는지 책의 무더기에서 고르고 있을때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키리사메씨, 기사 읽었어요!"
녹색의 칼라풀한 머리가 상당히 눈에 띄이는 청색 무녀복의 소녀가 유난히 반짝반짝 거리는 눈동자로 여기를 처다보며 외쳤다.
내가 알고있는 무녀는 하쿠레이 신사의 레이무라는 소녀지만 저 무녀는 뭐랄까? 레이무와는 다른 성격의 무녀인것 같다. 첫인상은 그래.. 지나치게 텐션이 높다구. 그리고 환상향의 무녀들의 특징인가? 시원하게 겨드랑이를 노출하고있잖아. 저런걸 볼때마다 핥으면 무슨맛이 날까 하는 망상에 사로잡히는데 일전에 레이무 앞에서 그런 망상을 했다가 머리를 불제봉으로 얻어맞았다. 내가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있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상식을 초월한 직감으로 알아차리는것 같았다.
"... 앗! 저분이 그 소문의 남성분이 시군요~!"
초록머리의 무녀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으로 가리키며 기뻐하고있다. 도대체 무슨 소문을 들었길래 내가 연관되어있는지는 몰라도 틀림없이 내가 기뻐할만한 소식을 안고 온게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책상에 앉아서 무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마리사를 쳐다봤다.
"오.. 코치야 사나에. 무슨 일이길래 그래?"
마리사는 코치야 사나에라고 무녀의 이름을 말했다. 하이텐션의 무녀는 팔을 닭날개 모양으로 만들어 치야가 보일 정도로 입꼬리를 올리며 나와 마리사를 번갈아 가며 보고있다.
"끼야─, 키리사메씨도 여자에요! 나..남성분이랑..."
"─하아? 저기.. 사나에, 대체 무슨 소리를.."
사나에의 설레발에 마리사는 알수없다는 얼굴로 사나에의 행동을 물었다.
"같은 마법사이신 앨리스와 저기 저 남성분이 마리사씨와 삼각관계라고 신문으로 봤다구요~!"
라고 말하면서 발을 동동굴리는 사나에... 나는 신문에서 봤다는 소리에 이틀전에 찾아왔던 텐구 기자를 떠올려본다... 분명 나는 그 기자한테 과장되거나 왜곡된 기사를 쓰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결국 스포츠 신문을 내는 기레기 수준이였단 말인가! 이를 으득하고 깨물면서 그 기자를 향해 분노를 느끼고있을때 마리사의 표정이 아연질색해 지는것을 보았다.
"너.. 그게 무슨소리야? 나와 이녀석은 평범한 주종관계라구!"
빨간 얼굴로 당황해 하며 강력 부정을 하는 마리사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앨리스는 같은 마법사 동지야!"
"부인하셔도 어쩔수없어요~ 전 예전부터 마리사씨와 앨리스씨가 수상한 관계라는걸 알고있으니까요!"
마리사의 부정에도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사나에. 저런 애는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운 타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리사와 앨리스가 예전부터 수상한 관계였다니.. 이거 그냥 흘려들을만한 얘기가 아닌것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여 들어보기로 하자.
"저기.. 코치야 사나에?씨.. 마리사와 앨리스가 수상한 관계라니. 무슨 소리죠?"
"우후훗, 앨리스씨가 집에서 마리사씨를 똑 빼닮은 인형을 앞에두고 혼자말 하는걸 봤거든요!"
별이 쏟아질까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앨리스의 이상한 행각을 말하는 사나에. 나의 예상대로 앨리스라는 ㅁㅁ은 역시나 마리사를 이성적인 의미로 좋아하는게 분명하다. 그래서 남자인 내가 마리사와 같이 지낸다는 사실에 증오심에 불탔던 거로군.
"어이, 그런건 상관없잖아!"
앨리스의 기행을 들어도 마리사는 크게 놀라지는 않았는지 망설임 없이 부정했다.
"아니요-, 상관있어요. 마리사씨도 연회때 앨리스씨와 둘이서 사라졌었잖아요."
사나에가 말하는 또 한가지 근거에 나는 속으로 '너도냐?'를 외쳤다. 설마 마리사도 앨리스에 대해 그런 감정을 품고있었다니.. 이거야 내가 낄 자리도 없는 진성 레즈커풀이로세. 어쩐지 입안이 마르고 목이 타는듯한 기분이다. 말로만 듣던 레즈비언이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니. 어쩐지 납득이 된다. 나같은 남자와 한 집에서 지내는데 전혀 의식을 하지 않고있길래 아직 남자에 의식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런거였나?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침을 묻히는데 마리사가 버럭 소리를 질렸다.
"그때는 앨리스가 속이 안좋아서 도와준거 뿐이라구!"
마리사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말이아니다. 눈동자가 떨리고 입술이 부들거리며 팔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나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에이-, 그런걸로 납득되지 않는다구요. 아참, 그건 그렇고 사역마가 악마 남성분이라는게 의외에요."
사나에는 대상을 나에게 돌리는듯 보였다. 한치의 악의도 없는 순수한 미소로 나를 보며 말했다.
"기사에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마리사를 두고 저분이랑 앨리스씨가 싸웠다고."
앨리스와 싸웠다는 말에 마리사의 시선이 나에게 꼿혔다. '사실이야?'하고 묻는 마리사에게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 만으로는 오해가 있을게 분명해서 보충 설명을 위해 입을 다시면서 설명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틀려, 싸운게 아니라 앨리스가 일방적으로 먼저 나한테 시비를 걸어왔고 나는 참을수 없는 폭언을 들었어. 심지어 한 대 맞았다구."
전부 사실대로 이실직고를 하자 마리사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믿을수 없다는 눈으로 나에게 '정말 앨리스가 그랬다고?' 물었지만 나는 한치의 거짓말도 없으니 '그래.'하고 앨리스의 악행에 대해 긍정했다.
"너도 전에 봤잖아. 앨리스가 나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나는 항변하듯 마리사에게 그날 있었던 앨리스의 태도를 말했다. 그말을 들은 마리사는 복잡한 심경인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사나에는 고개를 가웃 거리더니 눈치없이 말을 해온다.
"그치만 앨리스씨가 악마씨에게 한 행동은 키리사메씨를 놓고한 삼각관계 때문이죠?"
""아니야!""
나와 마리사가 동시에 외쳤다. 정말이지 저 녹색머리 무녀는 뭘 먹었길래 저런 정신머리를 가진거지? 아무리봐도 무녀가 아니라 사람의 기분을 뒤집어놓는데 익숙한 어그로의 좋은 표본같아. 자각없이 돌직구를 날려서 상대방을 상처입히는걸 잘해 보이는데 저렇게 천연스러우면 면전에서 화내기도 뭐하겠다.
"사나에는 도대체 어떤 기사를 읽었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마리사가 참다못해 추궁하자 사나에는 '데헷★'하는 표정으로 그 출처를 밝혔는데
"붕붕마루 신문이요."
하는 소리와 동시에 현관문이 '벌컥-'열리더니 그곳엔 스캔들 기사의 마지막 인물이 이렇게 외쳤다.
"마리사, 사실이 아니야─!"
순식간에 나를 포함한 마리사와 사나에의 시선이 현관문을 열고 서있는 앨리스에게로 향해졌다.
"내 당장 그 까마귀년을 잡아서 정정기사를 내게 해주겠어!"
앨리스는 괴로운듯 울부짓는 소리로 말하고는 순식간에 그곳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대체 뭐인거야? 이 촌극은... 도대체 저 ㅁㅁ은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하..하하...."
허탈하게 웃고있는 마리사. 그리고 사나에는 자신이 조금 지나쳤다고 느꼈는지 눈썹을 八자로 만들어서 어색한 미소를 띄고있었다. 나도 지금 상황이 이해불능이라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가만히 멍때리고 있다.
언제한번 그 기자를 만난다면 따끔하게 일러줘야겠다. 이건 왜곡 수준이 아니라 그냥 소설이야 소설!
한바탕 웃지 못할 콩트를 끝내고 뒤늦게 사나에는 나에게 자기 소개를 해왔다.
"저는 풍신 야사카 카나코님을 모시는 카제하후리, 코치야 사나에라고 합니다."
"난 마리사의 사역마,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다."
사나에는 기본적으로 예의가 바른듯하지만 전에 처럼 폭주하는 일면이 있는듯하다. 특히 눈에서 쏘아대는 별광선은 감당이 안된다. 무엇이 저 소녀를 저리도 변하게 만드는것일까? 생각해봐야 알수없기에 지금은 폭주중인 사나에와 예의바른 사나에로 카테고리를 따로 분류해놓기만 해야겠다.
"소악마 이외의 악마는 처음보네요~"
나는 나 이외에 보는 동지가 그 ㅁㅁ이라는 사실에 그다지 좋지않단다. 그런데 사나에의 눈이 다시 별이 뿜어져 나오는건 기분탓일까? 사나에는 어느새 가면을 쓴것같은 인상의 웃음을 짓고는 달갑지 않는걸 물어왔다.
"요정에게 일부러 비겨주신다면서요? 정말로 상냥한 악마씨네요!"
어째 웃는얼굴이 어쩐지 상당히 무서워 보이는데 사나에는 정말로 내가 상냥하다고 생각하고있는건지 의심이 드는건 둘째치고 마리사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보고있잖아!
"아아~ 루키, 너 그런걸 말하고 다닌거야?"
마리사가 한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사실은 내가 떠벌이고 다닌게 아니라 그 기자가 멋대로 써갈긴 기사지만 출처가 요놈의 주둥이인건 어쩔수없지. 근데 중요한건 그게아니야. 방금의 마리사가 한 말 때문에 사나에가 좋지않은 호기심을 가지게될지도 모른다구!
"키리사메씨는 알고계신거에요?"
아차, 결국 사나에게 두려운 사실을 마리사에게 물어보고야 말았다. 제지할까 싶었는데 소용이 없을거라 자세히 파고들지 않기만을 바라고있다.
"이녀석을 탄막놀이에 익숙해지게 하기위해 치르노와 대결시킨게 나거든."
"그렇다는건... 저 악마씨가 치르노라는 요정을 상냥하게 달래는것도 보셨겠군요!"
눈에서 별광선을 뿜어내며 콧김을 내쉬는 사나에. 그러한 사나에를 보며 마리사는 '─하아?'하고는 관자놀이에 손을 옮겼다.
"저 녀석... 치르노랑 비겼다는 이유로 울면서 달아났다구!"
마리사의 입에서 청천벽력같은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심각한 투로 말을 하고 난 마리사가 그 때의 상황이 떠오른듯 어느새 짖굿은 얼굴로 '킬킬'대고 있었고 사나에는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해할수없다는 다시 마리사를 바라보았다.
"사나에. 그것도 붕붕마루로 안거지?"
"아..네!"
"루키, 그 까마귀 기자 너한테 언제 찾아왔었어?"
마리사가 나를 보며 기자와의 접촉을 물어왔다. 나는 이틀전에 마당의 풀을 뜯던 중에 만나서 몇가지 질문에 응답했다고 사실을 말했다.
"그 까마귀 기자는 날조를 밥먹듯이 하니까 조심해."
뒤늦은 충고를 해주는 마리사. 안그래도 그 텐구 기자는 어쩔도리가 없는 기레기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닳았으니 그런말 안해줘도 조심할겁니다.. 그나저나 내가 마리사와 앨리스간의 삼각관계라는건 도대체 뭐 보고 작성한 거지? 한가지 가능성 있는건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갔다고 여겼던 기자가 사실은 몰래 숨어서 지켜봤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말로... 기레기의 끝판왕이구만 바깥세계에서 활약했더라면 분명 기자계에 이름을 날릴수있는 휼륭한 파파라치가 될 뻔했네.
"아... 일부러 비겨줬으면서 울며 달아나다니.. 악마씨는 감수성이 예민하시구나."
나는 자기 맘대로 해석하고는 멋대로 판단하는 사나에를 보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속이 쓰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울며 달아난걸 감수성이 예민한걸로 연관 짓는거지? 사나에의 감성은 특수한 경우에 들지도 모르겠는걸.
"악마씨라면 신을 믿을 자격이 충분한거 같아요."
혼자 멋대로 납득하고 판단한 사나에가 뜬금없는 소리를 해왔다.
"혹시 시간이 있으시다면 요괴의 산에 있는 모리야 신사에 찾아와주세요!"
나에게 자신의 종교를 권유하는 사나에. 악마가 신을 믿는다니 물론, 마계에는 마신이 존재하지만 그런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구. 하지만 사나에의 포교는 그치지 않는다.
"요괴의 산은 텐구들의 영역이지만 위대한 풍신인 야사카 카나코님의 이름을 대신다면 안내해 드릴거에요. 카나코님의 신덕을 얻고 행복해지세요!"
이게 말로만 듣던 예수믿고 천국가라는 소리인건가? 대상이 전혀 다르지만 근본은 같은거잖아? 신을 믿는 악마라는건 있을수 없지만 시간이 남아도는 형편이니 한 번쯤 찾아가보는것도 나쁘지는 않는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자. 사나에는 마리사와 나에게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갔다.
다시 조용해진 집안. 한숨을 내쉬고 서적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나를 향해 마리사가 말을 걸어왔다.
"앨리스 건은 할말이없어. 내가 그녀석에게 잘 말해 둘거니까. 걱정하지마."
앨리스가 나한테 저지른 패악스런 짓은 마리사의 탓이 아니지만 크건 작던간에 그녀와 연관되어 있는게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마리사는 책임을 느끼고 있을것이다. 그런데 불헌듯 내 머리속을 스치는 한가지 궁금증 때문에 나는 마리사에게 고개를 돌려서 입을 열어 묻는다.
"마리사는 노말이 아닌거야?"
내 물음의 의미를 깨닳지 못한채 머리를 기울이는 마리사지만 이내 그 뜻을 알고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익'거렸다. 그리고 그녀 입에서 빽─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난 평범하다구 ──!"
마리사의 부끄러운 노성에 나는 즐겁다는듯 '킥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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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1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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