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내가 가야할 길을 보았어.
이제 내가 할일은 그 길로 나아가는것 뿐이야.
레이무와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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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막이 멎었다. 아무 탄막도 날아오지 않았다. 긴 침묵이 이어졌고 레이무외 일행들은 성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탄막이 멈췄다...스펠을 깬건가?"
"하지만 성아는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지 않아요.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요우무가 불안하게 말했다.
"괜찮은거같아. 저거봐"
사쿠야가 성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아의 몸에서 감도는 보라빛 기운이 점점 사그라 들다가 한번 번쩍하고 밝은 빛을 뿜더니 그대로 힘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성아는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세...세이코!"
레이무가 달려가서 성아를 안아 올렸다.
"정신차려! 세이코!"
레이무는 성아의 몸을 마구 흔들었다. 사쿠야와 요우무가 그런 레이무를 제지했다.
"그만둬. 더 상태가 안좋아질뿐이야."
"그래요. 그만 두세요 레이무. 아무리 걱정이 된다하더라도 니자친 걱정은 오히려 해가 되는 법입니다."
그래. 잠시 레이무 답지 않았다. 레이무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자신의 양 뺨을 두들겼다.
"하아...그래. 미안...잠시동안 나답지 못했어. 미안..."
레이무가 진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유카리."
"날 왜 부르는거지? 레이무 너도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고 있을텐데?"
유카리가 레이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찢어진 옷틈 사이로 피가 베어나왔다.
"아니. 그걸 말하려는게 아니야."
레이무는 무명천을 주며 말했다.
"...가슴 커지고 있으니까 아껴서 써..."
"하...지혈하라는건가...고마워"
유카리는 무명천을 풀어 피가 흐르는 환부를 지혈했다. 약간 고통에 찬 신음 소리. 그리고 거친 숨소리.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성아의 탄막은 육신에 영향을 끼치는 탄막이 아니다. 영혼. 영체에 손상을 가하는 탄막.
"하...다른 애들은 다치지 않았어?"
"그닥. 약간 긁힌것만 빼면 다들 괜찮은거같은데"
"...역시...레이무랑 같이 탄막 놀이를 하던 애들이라서 그런가...실력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어..."
유카리가 힘겹게 말했다.
"이봐...상태가 안좋은거같은데...괜찮아?"
"괜찮아...이정도는...크윽..."
유카리가 힘겹게 일어섰다.
"요괴의 대현자가 이런데서 쓰러질수는 없지."
"그러면 이제 세이코는 어떻게 되는거지?"
"...너희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 아이는 곧 환상의 일부가 되어 이곳을 지키게 될거야. 그것이 이 아이의 역할이자 숙명이야. 오랫동안 그 직장에서 휴가를 냈으면 그만큼 일을 열심히 해줘야지"
사쿠야와 요우무가 움찔했다. 둘은 처음 듣는 소리다. 환상의 일부? 그렇다는건 성아가 만든 탄막도 이해가 된다.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거였나..."
"..."
요우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자신이 모시던 주인 외에 간신히 만난 다른 사람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괴로웠다.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요우무는 자신의 속마음을 감췄다. 할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듯이 감정을 절제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베어 넘길수 없다...
'할아버지...저는 아직도 멀었나봅니다...'
요우무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였다. 주체할수 없는 슬픔을 막으려고 자신의 검집을 있는 힘껏 쥐었다. 누관검의 검집에서 빠작하는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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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빛을 통해 나온 나는 간신히 눈을 떴다. 역시나 란의 집 안이었다. 그런데...어둡다. 어두워 진건가? 한없이 밝던 방 안이 밤이라도 된것처럼 어두칙칙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인요들...
"레..레이무...어째서.."
사쿠야도 있었고 요우무도 있었다. 나를 구하러 와준건가...
"다행이야...무사해서..."
사쿠야가 조용히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행이고가 아니잖아!"
레이무가 말했다.
"그렇게 낮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했는데...어째서 걱정을 시키는거야 너는!"
"레이무...난..."
나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어느 면으로 따지나 이번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미안...미안 레이무..."
"세이코..."
레이무가 다가왔다. 눈물이 한가득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떨리는 걸음걸이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를 껴안았다.
"으윽...미안 세이코...미안...미안..."
"레...이무..."
"나...있지..세이코에게 거짓말을 했어...돌아갈 수 있다고...돌아갈수 있는 방법을 찾을수 있다고...너를 처음 봤을때부터 나는 알고있었어...유카리가 그토록 찾아다니던게 너였다는걸...그래서 어쩔수 없이 너를 속였어...어쩔수 없이..."
레이무가 어깨에 기대어 흐느꼈다. 나는 그런 레이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알고 있어. 유카리가 말해줬는걸...내가 무엇인지...그리고 내가 여기서 어떤 존재인지...설령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나는 돌아갈 수 없어...가족들이 많이 걱정해주고 슬프겠지만 어쩔수 없는거겠지...그래서..."
나는 애써 레이무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나의 길을 가려고 해..."
"...세이...코...!"
레이무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내 이름을 불렀다. 세이코...내가 이곳 환상에 들어서고 나서 처음 지어준 이름.
"레이무. 한번만 내 이름을 불러줄래?"
"세이코..."
"아니...내 진짜 이름. 네가 부르기 힘들다고 했던 그 이름..."
"서...성아...야..."
레이무가 말했다. 내 이름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불렸던 이름.
"뭐야...잘하잖아..."
나는 레이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입을 살짝 맞춰주었다.
"백옥루에서 알려줬었어. 작별의 선물이야..."
레이무가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다시 만날수 있겠지...?"
"모르겠어. 나는..."
나는 유카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웃고만 있었을뿐...그녀의 미소는 긍정의 미소일까 부정의 비웃음일까? 여전히 속을 알수가 없었다.
"성아...진짜로 이렇게 되는건가요..."
요우무가 다가와서 말했다. 울음을 꾹 참고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당분간은 이별이라고 나는 생각해."
나는 요우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있지. 요우무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만 더 보였으면 좋겠어. 가끔씩은 숙녀같은 모습도 보이는게 좋을거같아..."
요우무가 놀랐다. 반령이 덩달아 움찔했다.
"저는...저는..."
요우무는 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쿠야..."
"...네 할일을 하는것 뿐이야 세이코. 두려워 하지말고. 다시 만날때까지 열심히 두 아가씨들을 모실테니까. 언제라도 홍마관에 들려줘"
사쿠야가 웃으며 말했다.
"응...이제 작별이네"
나는 유카리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돌아가자. 내가 있어야할 장소로"
"정말 괜찮아? 뭐하면 좀더 탄막을 만들어서 날려도 괜찮은데?"
"이게 나의 길이라는걸 알았어. 이젠 부정하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아. 난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갈래."
"후후...정말로 알 수 없어...마음이라는 것은..."
유카리가 말했다.
"자. 그러면 주문을 영창할거야. 잠깐동안 잠든다고 생각하면 되"
유카리는 나에게 주문을 외웠다. 주변이 보라빛으로 밝아지더니 부서진 결계의 틈이 나타났다.
점점 나는 의식이 흐려지는걸 느꼈다.
요우무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왔다.
"성아씨!!"
울면서 달려왔다.
"제발 가지마세요!! 간신히 얻은 친구를...이대로 잃긴 싫어요...그러니 제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모두에게 웃어 보이는것 외에는...
그리고 나의 의식은 완전히 닫혔다.
기나긴...잠에 빠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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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거야?"
"응...결계가 다시 고쳐지면...돌아오겠지만 얼마나 걸릴지..."
유카리가 말했다.
"돌아가자. 우리들은 우리들의 일을 해야해. 성아에게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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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에필로그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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