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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가 레밀리아의 뒤를 쫒아 도서관을 나가자 파츄리는 불길한 예감에 휩쌓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을 모욕한 저 악마를 정말로 죽일 심산일지 모른다는게 그녀의 감이다.
"소악마, 내가 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파츄리님."
파츄리는 기운차게 대답하는 소악마를 보면서 한가지 충고를 해두는 편이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을 건낸다.
"네 입은 좀 방정맞은것 같아, 앞으로 주의하도록해."
자신의 사역마지만 저 소악마는 지나치게 가벼운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파츄리는 레밀리아와 루키가 향한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저택의 뒷마당에서 부터 새어나오는 살기. 그것을 감지한 파츄리는 아무래도 자신의 예감이 적중한것 같아 불안해졌다. 아마 두 명은 그곳에 있을것이고 레밀리아의 화는 누그려지지 않을것이라는 판단에 걸음의 속도를 올리는 그녀.
'레미 녀석, 저렇게 화난건 정말 오랜만이야.'
자신의 친우인 레밀리아가 저정도로 화를 낸게 언제였더라? 파츄리는 방대한 양의 지식 넘어로 희미하게 남아있는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것은 아마 이곳, 환상향에 이주를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않은 날의 밤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환상향의 인요들을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이려던 레밀리아 앞에 나타난 야쿠모 유카리라는 관리자에 의해 홍마관의 시종들과 당주는 무참히 패배를 하였다. 자신과 함께 날뛰었던 시종들은 모두 죽어버렸고 당주인 레밀리아만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날에 대한 굴욕으로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였으니 아마 그 정도는 아니라도 지금의 레밀리아는 당장 저 루키라는 악마를 죽여버린다 해도 이상할게 없었다.
요괴라 함은 호승심을 앞 세워 투쟁을 하여 서로를 죽이는것은 당연한 일상이다. 그것도 레밀리아 스칼렛이라는 강대한 힘을 지닌 대요(大妖)는 수백의 인간이나 요괴를 학살하는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한다.
─ 하지만, 이곳은 그 야쿠모 유카리라는 현자가 관리하는 환상향.
환상향을 관리하는 두 명의 관리자인 야쿠모 유카리와 하쿠레이의 무녀라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인요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 누구의 허락도 없이 자행할수있다. 그러나 나머지인 대다수의 인요들은 마을의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걸 금지당하고 있으며 특히나 강대한 힘의 대요괴가 누군가를 쉽게 죽이는 행동을 보인다면 당연히 환상향의 두 관리자의 관심을 받게된다.
'더군다나 상대는 마리사의 사역마라고. 죽이면 나중에 어떻게 해명할거야?'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는 하쿠레이의 무녀인 레이무가 마리사 만큼은 친밀한 관계인 것은 그녀들과 이변으로 관계가 가지게된 인요들에겐 유명한 이야기다. 저대로 사역마를 죽게 내버려둔다면 마리사에게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것이고 레이무에게 미움을 받는것은 당연한 일인것이었다.
'레이무와는 그렇게도 친해지고 싶어하던 주제에.'
역시. 레밀리아를 말려야 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저택의 뒷마당에 다다랐을때 은발의 시종이 파츄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넌.. 이런 상황에도 충실한 시종이네."
"과찬이십니다. 파츄리님."
"너의 주인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저는 어디까지나 시종으로써 아가씨께서 방해받지 않도록 할 뿐입니다."
무기질 적인 얼굴로 자신을 막아서고 있는 레밀리아의 충실한 시종. 이자요이 사쿠야를 냉정하게 마주한 파츄리는 긴장을 하고있었다. 만약, 저 시종이 자신을 전력으로 막으려 한다면 자신은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서다. 왜냐하면 ─
'나와의 상성.. 아니, 마법사와의 상성이 최악이야. 저 아인.'
저 아이. 이자요이 사쿠야가 쓰는 '시간을 다루는 정도'의 능력은 불사에 가까운 육체를 지닌 요괴라면 몰라도 육체적으로 일반인에 가까운 마법사들에겐 천적이나 다름이 없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진심으로 상대하게 된다면 주문을 영창하기 전에 사쿠야가 투척하는 나이프에 자신의 심장을 뺏길것이기에 어떻게 보면 그녀가 적이 아닌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던 파츄리였다. 하지만 오늘은 적으로서 대치하고 있다.
이렇게 대치하고 있는 중에도 마당쪽에선 레밀리아가 날리는 탄환의 파열음이 들리고 있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루키의 생존률은 낮아지기에 파츄리는 초초해져만 갔다.
"탄막으로 한판 승부 하시겠습니까?"
긴장이 감도는 정적속에서 먼저 말을 걸어온것은 이자요이 사쿠야였다. 그녀는 무언가 메세지가 담긴 눈빛을 파츄리에게 보냈다.
"그래, 시간이 없으니 한판 승부로 하지."
사쿠야의 눈빛에 담긴 메세지를 이해한 파츄리는 그녀와 같이 마당 위로 날아올랐다.
"토&금부 ─ 에메랄드 메걸리스"
"비기 ─ 살인돌"
공중에서 두 명의 목소리가 비슷하게 울려퍼졌고 승부는 간단하게 나버렸다.
"역시, 파츄리님이군요. 저의 패배입니다."
"일부러 져준 주제에 치켜세우지 말아줘."
탄만 승부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자신의 탄막에 피탄 당했던 사쿠야를 보며 파츄리는 그녀가 스스로의 판단도 배제한 고지식한 시종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의 그릇된 행동에도 받쳐주는것이 그녀의 역활이었지만 친우로써 주인의 그릇된 행동을 막으려는 파츄리의 역활도 존중해주는것이 사쿠야라는 그릇이다.
이제 사쿠야의 방해도 없으니 레밀리아를 말리는것을 서둘려야 한다고 판단한 파츄리는 루키에서 쏘아낸 레밀리아의 탄환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방대한 요력을 밀집시킨 저 빛의 덩어리는 확실하게 루키란 이름의 사역마의 목숨을 앗아갈것이다. 본능적으로 파츄리는 가능한 빠르게 그리고 강력한 마력의 탄환을 생성시켜서 뽑아냈다.
─ 늦지않았으면.
이미 쏘아진 레밀리아의 탄환에 늦지않도록 전력으로 뽑아낸 마력의 탄환.
그것은 레밀리아의 탄환이 사역마의 몸에 닿기 직전에 상쇄를 시키며 주변에 방대한 에너지를 발생시켰다. 강렬한 빛과 함께 생성된 에너지가 전부 흩어지고 그 중심에 있었던 사역마가 형체를 유지한체 쓰려져있었다.
'늦지 않았어.'
하지만 안심하긴 일렸다. 파츄리는 쓰려려있는 사역마에게 다가가서 맥을 짚어보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걸 확인하고는 불만스런 표정의 레밀리아에게 다가갔다.
"뭐야 파체, 왜 방해같은걸 하는거야?"
레밀리아는 자신의 행동에 방해받은 사실에 불쾌하며 파츄리를 노려봤다.
"내 친우가 잘못을 저지르는걸 방관할수 없었으니까."
파츄리는 진심으로 화가났다. 비록 사역마의 목숨은 부지하였다지만 저렇게까지 상처 입힌 레밀리아가 미워보였던것이다.
"만약, 죽게 내버려뒀었다면 넌 그 두사람에게 미움받았을 테니까."
평소와 다름없는 어투였지만 파츄리의 목소리에 노기가 담겨있었다. 그것을 알았는지 아까전의 불만이 잔뜩있던 레밀리아는 위축되는듯 고개를 훡-하고 돌렸다.
"그..그래? 레이무한테 미움받는다면 상처받을지도."
"그걸 알면서도 죽이려했던거야?"
파츄리의 지적에 레밀리아는 자신이 너무 막나갔었다는걸 깨닳고는 할말이 없었다.
"어쨌든 사쿠야에게 저 녀석을 옮기도록 하자구, 그걸로 끝이야."
"레미, 반성 좀 하도록 해."
파츄리가 화를 누그러뜨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쿠야가 나타나더니 너덜해진 루키를 등에 업고 저택 뒷문으로 걸어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밀리아와 파츄리는 동시에 한숨을 쉬고는 따라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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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온 몸이 너무나도 아파서 울것만 같아..... 그렇다는건 나는 아무래도 살아남았나 보다.
의식을 차렸으니 눈을 떠봐야하는데 뭔 놈의 눈꺼풀이 이리도 무거운지 아무리 용을 써봐도 당최 떠지지가 않는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곳을 확인하고 싶지만 움직일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없다.
내 등에 느껴지는 푹신한 감촉은 침대인게 확실하고 그렇다면 방인것이다. 레밀리아에게 쓰려진 나는 이곳으로 옮겨져 간호라도 받고있는건가? 만약 그렇다면 미소녀가 간병해줬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알아? 흔하디 흔한 모험물의 정석 처럼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닌 소녀와 의식을 잃은채 간병받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 처럼 될지? 반대로 엉덩이를 위협하는 아저씨라던가 못생긴 추녀라면 기운차리자 마자 달아나야지!
근데 여기가 아직 홍마관이고 그 무시무시한 레밀리아가 간병하고 있었다는 가능성도 있는 법이다. 나의 목숨을 뺏으려던 상대와의 연애 플래그... 는 말이 안된다. 무엇보다 레밀리아는 겉모습은 어린애잖아? 자칫 잘못하면 소아성애자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너무나도 크다고.
머리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사이 눈꺼풀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맨처음 본 광경은....
"파체, 이녀석 눈을 떴어."
날 이모양 이꼴로 만든 작은 마왕님이었다.
"몸 상태로 봐서는 아직 정신이 드는건 한참일텐데?"
보라색 마법사가 누워있던 나에게 다가와서 상태를 보기위해 내 몸에 손을 올려놓고 마법진을 생성했다. 묘한 감각이 전신에 전해졌지만 파츄리가 작고 예쁜 손으로 내 몸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지는것 같다.
"의외로 정신력이 강한걸지도 몰라."
나의 몸상태를 확인했다는듯 내 몸위에서 마법진을 그리던 손을 땐 파츄리는 내 얼굴을 보면서 말을 했다.
"아직 나을려면 한 참 있어야 하니까. 좀 더 자도록해."
파츄가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자 나는 간신히 열은 눈커풀을 다시 닫고 깊숙한 수면에 빠져들었다. 왠지 달콤한 잠이 될것 같다.
◆
내가 다시 깨어났을때는 몇일이나 지났는지는 모른다. 방에는 나 혼자 뿐이었고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는지 간신히 상체를 일으킬수있었다. 몸에서 상당한 마력이 빠져나간걸 보면 파츄리가 나의 마력을 치유에 돌리도록 하는 주문을 건 모양이다.
"꼬맹이년이 파츄리님의 반 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성격적으로 차이가 많은 레밀리아와 파츄리가 어떻게 해서 친우가 되었는지는 알수없지만 내 기준으로 볼때엔 원수와 은인이 서로 절친한 친구라는 설정은 현실적으로 너무 잔혹하다는 느낌이다. 하다못해 내가 원수와 대등할 정도로 강하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나는 누가 들어오기를 기대하면서 문쪽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러길 몇분후 문을 열고 들어온 첫손님은 너무나 반갑게 느껴지는 마리사였다.
"파츄리에게 들었어. 너 레밀리아에게 대들었다면서?"
그녀의 물음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네가 겁쟁이로만 생각했었는데.. 다시봤어."
마리사는 경외감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저 눈은 나에게 너무나 부담스럽다구. 사실 난 겁쟁이 맞고 용감했던게 아니라 그저 억울함 감정때문에 겁을 상실했던거 뿐이니까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말아줘 ─ !
"저 천하의 레밀리아에게 대들수 있는 인요는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구! 하마터면 죽을뻔 했지만 그 용기는 칭찬받아 마땅해. 주인으로써 자랑스럽게 느껴지는데?"
졸지에 나는 마왕에게 덤벼든 마을청년 A가 되어있었다. 그럼 뭐해? 죽을뻔 했는데. 그런걸로 칭찬해봤자 하나도 안 기쁘다고!
그보다 병문안 왔는데 위문품 같은건 안들고온건가? 바깥세계의 상식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죽다 살아난 사역마에게 위로의 한마디라도 건네주세요.
나의 염원 때문일까? 마리사는 히죽 웃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내가 위로해주기 위해 극상의 술을 가져왔다구!"
아무래도 나의 염원이 잘못되었나 보다. 품속에서 술 병을 꺼내든 마리사를 보니 그녀의 별남을 새삼스레 깨닳았다. 도대체 환자한테 술로 위로하겠다는건 무슨 발상인가요 이여자야!
뭐, 마리사한테 껴안겨서 위로받는것 따위 절대 바랄수없겠지만 어느정도 선이라는게 있는거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소녀가 할만한 발상이 아니라고...
한 잔 따라주겠다면서 권해오는 술을 거부한 나는 불편한 심기로 노려보자 그제야 자기가 잘못했다는걸 안 마리사는 또 오겠다면서 방 문을 나갔다.
그다음에 찾아온것은 파츄리였다. 그녀는 내몸의 상태를 체크한뒤에 간단히 몇마디를 나눈뒤에 방을 나갔고 그 뒤에 사쿠야가 찾아와서 빵과 우유를 들고왔다.
간혹, 나를 죽이려고 했던 공포의 로리마왕이 찾아와서 심장에 상당히 안 좋았지만 자비를 배풀어 살려줬으니 평생 감사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나 지껄이고 가는걸 보니 저렇게 까지 생색을 내는 타입은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을것 같다.
그렇게 닷새 정도가 흐른뒤 내 몸은 기적처럼 나았다. 죽었어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의 중상이 그렇게 빨리 나을수 있냐고 한다면 이게다 파츄리의 무안단물같은 치유마법과 내몸의 마력을 전부 내몸을 치유하는데 돌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악마의 몸은 마력과의 상성이 그 어떤 종족보다 좋기때문에 마력에 의한 치유도 그만큼 빠른것이다.
정신을 잃고있던 기간과 간병으로 보낸 기간을 합치면 일주일 정도 흐른것 같다.
전에 입던 옷은 쓸수가 없게되어서 홍마관의 옛 시종들이 쓰던 방치된 남성복을 얻어입고있다. 심하게 촌스러운 옷 대신 그나마 신사의 품격이 물씬 풍기는 양복을 입으니 나라는 존재의 격이 업그레이드 된것같아서 매우 만족중이다.
아직 몸이 완전히 쾌유된게 아니라 여전히 온 몸이 쑤시고 움직이는데 하자가 많지만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성심껏 나를 치유해준 파츄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뒤 마리사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걸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은혜를 갚도록 하지요."
"예의바르구나, 이젠 레미에게 대드는 무모한 짓은 삼가해줘."
나는 홍마간을 떠나기전에 도서관에서 파츄리에게 감사를 전하고 그녀는 자신의 친우의 위험성을 몸소 알게된 나에게 노파심같은 충고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시선을 돌려서 날 곤경에 빠트린 장본인을 찾았다. 여전히 싸가지 없어 보이는 얼굴로 도서를 정리하는 소악마를 보니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것 같다.
그래도 같은 악마라서 친해져보고 싶기도 했었던 소악마지만 이번일로 인해 절대로 친해질수 없다는게 나의 결론이다.
아니, 마지막까지 나에게 ㅁㅁ의 이미지로 남아서 떠올릴때 마다 울화가 치밀겠지.
─ 나는 빌어먹을 소악마를 향해 중지를 세운 '퍽휴'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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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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