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허공에서 공간을 열고 나타난 여인.
그녀와 인사를 주고 받았는데 이게 시방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는것과 굉장히 무서운 존재일거라는것 밖에는 말이야.
"유카리, 뭐하려 왔어?"
그녀의 등장에 레이무가 귀찮다는 투로 반응했다. 아무래도 저 검은 미스터리한 공간에서 튀어나온 여자는 레이무와 면식이 있는 모양인갑다.
"저 악마씨에게 볼일이 있어서지."
여인의 상체가 나온 공간이 서서히 밑으로 이동하자 공간에 있던 그녀의 하체가 모습을 나타냈다. 전신이 모두 나오자 어느새 그녀가 나왔던 공간은 하나의 선이 되어 사라진다. 거참 신기한 일이로다. 저런 조화는 듣도 보도 못한거라 굉장해 보인단 말야.
"저는 환상향의 관리자인 야쿠모 유카리라고 합니다."
요염하게 웃으면서 부채로 입을 가리는 금발의 미녀. 야쿠모 유카리. 그녀가 바로 이곳을 창조했다고 전해지는 대요괴이자 현자란 말이야? 이거 정말 놀랐어. 그런 대단한 분이 일부러 날 찾아온 연고는 뭐란 말이지? 나 그리 대단한 악마도 아닌데.
그녀가 보여준 등장쑈와 환상향의 관리자라는 위치 때문인지 더더욱 굉장해 보인다. 뭐랄까? 대통령이 일개 소시민을 직접 찾아왔을때 감상이 이거랑 비슷할까?
아무튼 시시한 이유일지라도 나를 직접찾아온 상황 자체에 나 지금 흥-분 중☆
"아예.. 저는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려요."
"마리사의 사역마로 소환되었다는데 환상향은 처음이시죠?"
"네.. 그러네요."
그렇게 통성명을 하자 고귀하신 야쿠모 유카리님은 손바닥 위에 부채를 '탁'치면서 두팔을 크게 벌렸다.
"환상향은 누구나 받아들입니다."
그리고는 벌렸던 팔로 자신의 몸을 한껏 움켜앉으면서 고개를 대각선으로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잔혹한 이야기입니다."
저게 뭐하는 거람? 저 환상향의 현자님께서 의미있는 대사를 친것같은데 과도한 제스쳐의 삼류연극같은 행동에 촌극처럼 비춰지는데 내가 잘못 아는건가?
"어휴.. 지랄 좀 떨지마 요괴."
옆에서 보던 레이무가 내가 하고싶었던 말을 대신 해준거 같다. 저게 바로 흔한 일본 개그물에 나오는 보케와 츳코미란 건가? 어쩌면 저 유카리님과 레이무는 좋은 만담 콤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뭐하려 온거야 대체?"
유카리님에게 딴죽을 걸었던 레이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대체 레이무의 정체는 뭐길래 저 대단하신 현자님에게 딴죽을 걸거나 막말을 하는거지? 비록 그녀의 말대로 웃기지도 않는 생쑈를 하긴 했지만 현자님이라구. 환상향의 관리자님이라구!
"그냥 그말이 하고싶어서 온거뿐이야."
"뭐?"
"하고싶은 말 다 했으니까 이만 가볼께, 잘있어."
뭐야.. 저 요괴는 하고 짜증내는 레이무를 뒤로한체 유카리님은 등장할때 나왔던 공간을 열어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정말 그 이상한 개그만 하고 사라질 줄이야.. 환상향을 관리하는 현자께서는 저런 성격이구나. 진짜 예상외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게 그게 다야? 허허허..
뭐 기대를 한건 아니지만 일개 하급 악마가 저분의 관심을 끌리가 없지..
정말 기대같은거 안했다고! 예를 들면 사실 내가 환상향의 존립을 위협하는 존재로 지목 당했다던가 아니면 나도 모르는 굉장한 힘이 있다던지.. 나의 핸섬한 외모에 미모의 현자님이 반했다던지 같은거 절~~대로 기대 안했다구!
왠지 자꾸 구차한 생각만 머리속에 맴도는거 같아.
아무튼 유카리님이 돌아간뒤 두 소녀의 대화는 이어졌다.
"정말, 유카리 답네."
"그러네."
레이무가 평소의 유카리님이라고 말하자 맞장구 치는 마리사.
응? 저 현자님이 평소에도 저런다는 겁니까? 현자님은 진짜 푼수였구만 ㅉㅉ
"근데 마리사, 사역마는 왜 소환한거야?"
"응... 왜일까? 소악마를 보니까 나도 저런거 가져보고싶어서 말야."
레이무의 물음에 마리사는 참으로 시시한 이유를 들었다.
이거 내 존재가 완전히 부정되는 이유가 아닌가 몰라.. 그렇잖아! 소악마가 탐나서라니 그 홍마관의 싸가지없는 계집애가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거냐? 어휴.. 안됬네요 나온게 나라서. 그 계집년 보다 약하고 남자이니까. 그래.. 마리사가 날 마계로 되돌려 보내려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네요.
마리사의 시시한 이유를 들은 레이무는 나를 힐끗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전혀 소악마가 아니네."
"헤헤.. 남자라서 곤란하다구."
그래, 소악마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남자라서 진짜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면전에서 실망했다는 식의 얘기는 하지말아주세요. 저 상처받습니다.
전병을 다 먹고나자 마리사와 나는 자리에서 털고 일었났다. 마리사는 아직 들려야 할 장소가 있다며 그곳으로 향했고. 나는 향하는 도중에 묻고싶은게 여러가지 지만 그냥 입 꾹 다물고 참기로 했다. 왜냐하면 기분이 좋지않아서 불만 소리만 잔득 나올것 같아서니까.
그렇게 입을 다문채 마리사를 따라 도착한 곳은 그녀의 거처가 있는 마법의 숲이었다. 숲이 포자가루에 워낙 울창해서 어지간해서는 거주하기 좋아보이지 않지만 일단, 나의 주인인 마리사가 거주하고 있고 그런 마리사 만큼이나 특이한 인물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리고 어느 집 앞에 도착했다.
덤블이 몇가닥 뒤덥고 있는 중세식 저택이었다. 마리사는 문 앞에 서서 '똑똑' 두들겨 그 집의 주인을 불렸다.
"엘리스 있어? 마리사 왔다구."
한참 기다리니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집 주인이 모습을 드려냈다.
단정한 금발머리에 프릴이 달린 머리띠를 쓰고있고 푸른눈을 한 전형적인 백인의 외모를 한 참한 아가씨였다. 옷도 흰색 짧은 망토를 두르고 중세의 유럽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 참한 아가씨는 마리사의 얼굴을 보더니 달갑지 않은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홍마관에서 파츄리나 신사의 레이무도 마리사를 봤을때 달가워 하지 않았지? 혹시 마리사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거 아냐?
"돌아가."
차갑게 말을 뱉는 참한 아가씨... 이건 파츄리나 레이무 정도가 아니쟎아!
마리사, 너 왜이렇게 미움받고 다니는거니? 이 시종은 주인님의 인품이 의심스럽습니다.
"자..잠깐, 기다려줘."
"흥~"
문을 닫으려는 집 주인을 제지하는 마리사. 고개를 돌려서 콧방귀를 뀌는 집 주인은 어째 그리 싫은 기색은 아닌거 같다?
"가.. 간단한 용건만 말해!"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살짝 붉히는 참한 아가씨.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아니죠? 그 뭐냐.. 일본의 만화나 애니에서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절대적인 속성! 이름하야
츤 데 레 !
고개를 돌린채 마리사를 힐끔 처다보는 아가씨를 보니 맞는것 같은데?
"후후.. 내 사역마를 소개하려고 왔지."
"사역마? 어디에??"
마리사가 나를 소개하려왔다고 하자 사역마가 어딛냐며 둘려보는 아가씨. 근데 어째서 마리사 바로 옆에있는 나를 보지않고 엉뚱한 곳만 둘려보시나요?
"아무데도 없잖아?"
이보세요. 눈이 리신입니까? 여기에 있는 나는 투명인간이란 말인가요? 일부려 안보인다고 하는 저 심보는 뮙니까 대체..
"엘리스. 내 옆에 있는 악마가 사역마라구."
보다 못한 마리사가 아가씨의 기행을 지적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 엘리스라는 아가씨의 두눈에 증오에 찬 불길이 이글거리는게 아닌가?
"저.. 더러운 남자가 너의 사역마라고?"
더럽다고 말했다. 나를 보고 더러운 남자라고 말했다고!
이년이.. 남성 혐오증이라도 있는거 아냐? 도대체 나를 저렇게도 증오의 눈길로 보는건 뭐야?
엘리스의 혐오가 담겨진 말에 마리사도 놀란듯 했다.
"어이.. 엘리스, 말이 지나친거 같은데?"
"난 저 더러운 남자를 네 사역마로 인정하지 않아."
마리사는 엘리스가 예상외의 반응을 보이자 당황했는지 눈이 크게 떠졌다.
어째서 엘리스는 자신의 사역마에 대해 저토록 거부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얼굴이다.
나도 아까전 까지 참해 보이던 아가씨가 이젠 ㅁㅁ으로 보이려고한다. 니년이 뭔데 사역마로 인정했니 마니야... 우씨..
"촌스러운 옷을 입고있는 더러운 악마.. "
"어..어이."
"비실해 보이는 몸에 초췌한 얼굴이라니, 남자로써 완전 꽝이야."
"왜 그래 정말?"
"그 눈매는 또 뭐야? 다크서클까지 있어서 인상도 더러워 보여. 한쌍으로 솟아난 뿔도 노란게 오줌에 물든것 같고 머리카락도 검은색에 흰색이 섞여서 새치많은 노인같아 보여."
엘리스의 독설 퍼레이드에 마리사와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전혀 그럴거 같지 않게 생겨놓고는 나를 향해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아주 못되고 독한 시어머니같이 쏘아붙이고 있으니 도대체 어쩌라는건지 당최 알수가있어야지.
솔직히 그녀는 마리사를 딸로 둔 장모님 같아보인다.
이제 장인어른만 오면 되나?
나의 이러한 감상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독설은 끝나지 않았다.
"마리사의 사역마라고 했지? 마리사랑 한 집에 지내겠네? 너 같이 음흉한 남자가 언제 마리사를 덥칠지 불안해. 지금도 머리속에서 음란한 생각을 하면서 마리사를 범할 궁리나 하는 널 보니 역겹고 혐오스러워!"
제멋대로 나를 단정짓고 있는 엘리스를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입 밖으로 쌍욕이 튀어나올뻔했다. 저년이 마리사를 너무도 사랑하는 진성 레즈라 하더라도 정도라는게 있지. 이렇게 매도당하면 누구라도 저년의 인중에 정권을 날리지 않을까 싶지만 만약 내가 화를 참지못해 그녀에게 달려든다면 이후에 엄청 곤란해 질것 같기에 참는다.. 그래 참을 인이 세번이라면 못 이룰게 없다잖은가?
근데 그 참을 인이 이미 예전에 세번을 넘긴게 문제라고!
차마 욕은 못하겠고 나를 증오의 눈빛으로 꼬라보는 엘리스에게 똑같이 '나 화났다. 프리저!!'를 외치는 듯한 눈으로 응수하고있었다.
"정말 꼴불견이야.. 니 주제에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봐?"
"그만해, 이제!"
마리사도 참다 못했는지 엘리스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엘리스, 오늘 많이 이상해."
마리사는 엘리스를 향해 조용한 말에 불만을 담아보냈다.
그런 마리사를 엘리스는 실망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쾅'하고 쎄게 문을 닫았다.
"엘리스 대신 사과할께. 원래 저런애가 아니니까 용서해줘."
마리사가 대신 사과했다지만 중요한 본인은 여전히 나를 혐오스럽게 생각한다는게 문제다. 원래 저렇지 않다는데 나 한정으로 저런 태도를 보이는걸까?
어찌됬건간에 저런 미치광이 진성 레즈년이랑은 두번 다시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리사를 따라 날아 올랐다.
◆
마리사의 집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날이 저물고 있었다. 나는 마리사를 따라 집안에 들어가면서 한가지 제의를 했다.
"이제부터 둘이 지내게 될텐데. 공간 좀 확충해야겠어."
"충분하지 않아?"
"잡동사니가 너무많다고. 어떻게 된게 집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냐?"
나는 집안 한쪽을 가득 메우고있는 잡동사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리 말하는데 저것들 중 하나라도 버릴 생각은 없어."
버릴생각이 없다니? 그럴줄 알았어.
나는 마리사가 그런말을 할거라 예상을 했기에 단지, 버려서 공간을 확충한다는 생각은 하지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확충해야 할까?
답은 효율적으로 적재하여 잉여공간을 없애는 쪽으로 확충할 생각이었다.
"테트리스 안해봤지?"
"테트리스? 그게 뭐야?"
"빈 공간이 없이 물건을 쌓아올리는 놀이의 일종인데. 여기의 잡동사니들을 그런식으로 쌓아서 공간을 만들 생각이거든."
테트리스. 그것은 러시아에서 최초로 개발된 게임의 양식으로 퍼즐 게임계의 제왕이라고 해도 좋을 역사적인 게임이다. 내가 인간계에서 처음 접했을때 그 신박함에 얼마나 쇼크를 먹었는지 촌년은 알리가 없지. 내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서브컬쳐에 빠지게 된 원인 중 하나올씨다. 단순히 게임이 아닌 실생활에서 공간을 활용적으로 적재하는 훈련을 쌓게 만드는 교육적이고 건전한 휼륭한 게임이지.
음.. 생각이 딴대로 샜지만 암튼, 그 테트리스로 쌓은 적재스킬은 오덕생활을 하는데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지. 한정된 평수안에 잔뜩 사들이 굿즈 등을 꼼꼼히 정리했으니까.
"단언하건데, 내가 손 좀 보면 이집은 3분의 1은 더 넓어진다."
그리고 말야. 일단 남녀잖아.. 공간이 좁으면 좁을수록 지내기 불편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엉망으로 쌓여있는 잡동사니의 산에 시선을 돌렸다.
"좋아. 대신 난 하나도 안 도와준다. 괜찮지? 사역마잖아."
"저렇게 엉망으로 쌓여있는걸 보면 넌 분명 쌓는 스킬이 전혀 없을거라고 판단되니까 절대로 도와주러 하지마. 내가 다한다."
"잘났네 정말, 알았어! 정리는 지금 부터 할꺼야?"
"아니,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부터."
나는 그렇게 내일 부터 저 엉망으로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을 어떻게 쌓는게 효율적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테트리스로 단련되고 오덕 상품을 정리하던 솜씨로 멋지게 집안을 차지하던 잡동사니들을 응접실 쪽으로 몰아넣었다. 그랬더니 숨겨진 방이 나타났다. 도대체 얼마나 정리를 안했으면 이 방의 존재조차 찾을수가 없었을까? 마리사의 대충 대충에 나는 혀를 빼둘렸다. 그리고 모든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반나절 정도. 쌓여있는 잡동사니들 수에 비하면 엄청 빠른 속도로 치운것이다.
나 자신이 한 일이지만 정말 대단해!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 작업.
오덕 굿즈를 정리하면서 익히게 된 나의 특기 스킬. 양손에 마력을 해방하여 응접실에 빼곡히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을 향해 집중시켰다. 그러자 마력으로 이루어진 그물이 잡동사니들을 애워싸서 서서히 좁혀가기 시작한다.
─ 압축 압축 압축 압축
나는 가능한 최대한의 압축으로 저 엄청난 부피의 잡동사니들을 절반 이하의 크기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물건의 손실은 제로. 이것이 이른바 '루키집'이다. 네이밍 센스가 안좋은건 그냥 넘어가 주길 바란다.
"우와.. 그거 굉장한데?"
그모습을 지켜보던 마리사가 감탄을 했다.
어때, 다시봤지?
나는 한 껏 우쭐해져서 턱을 매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쓸모가 있었어. 루키의 용도를 이제 알게된거 같아."
감상이 겨우 그거야?
뭐, 마리사 답다면 마리사 다운거지만.
삼일 정도 밖에 같이 안 지낸 사이지만 난 벌써 마리사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된것 같다.
『그러니까 ─ 그녀는 뻔뻔하고 당돌하지만 의외로 순진한데다 귀엽다 이말이야.』
본문
[웹코믹] [처녀작] 마리사의 사역마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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