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는 지금 보다 글을 쉽게 썼었는데 그 이유는 맞춤법을 그다지 신경 안 썼기 때문이죠.
지금 보니 손봐야 할 부분이 엄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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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가 집을 나선지 얼마쯤 지났을까? 혼자 집에 남은 나는 지루해지려고 한다.
우선 내 시선에 들어오는 집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주방과 거실 그리고 침실의 경계가 모호한 일체형 주택에 넓은 평수가 대부분의 잡동사니들로 꽉 들어서있다. 본디 응접실로 쓰여야 할 공간은 이미 창고처럼 변해있고 침대가 하나인것을 보아하니 마리사 혼자 생활하는 듯하다. 그 옆에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져있고 책상위에는 책과 실험 도구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여자애가 지내는 공간이 맞긴 한거야?"
응접실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은 어디에 쓰는것들인지 용도를 도저히 알수없는 물건들 뿐이고 한 동안 손을 안대서인지 뿌옇게 먼지가 쌓여있다. 청소 좀 하지...
이곳이 일본의 어디쯤인지 마리사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외출중이라 집 주변을 한번 둘려보기로 했다. 이런 고전양식의 집을 보아서 아무래도 시골인듯 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맑으면서도 숲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왔다. 눈 앞에는 울창한 숲이 펄쳐져있었고 녹색의 수풀림 사이로 작은 오솔길 하나 있을 뿐이다.
어딘가의 시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완전 두메산골이 아닌가? 어쩐지 집안에 전기를 사용한 흔적이 없다 싶었어. 한마디로 곤란하다... 전기도 안들어오는 곳에 머물려봤자 심야애니는 커녕 만족스런 오타쿠 라이프 자체가 위협받게 생겼다. 요즘 시대에 안 어울리는 마녀복장을 하고 악마를 사역마로 소환하는것을 보고는 별나다고 느꼈지만 문명과 완전 단절된 생활을 하고있을 줄이야.. 정통파 마법사라도 대중문화에 민감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불만이 가득한체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니 초초함이 일었다. 좀 더 주변을 둘려보고 싶지만 자칫 길을 잃을수도 있기에 얌전히 집에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덜 - 컹'
'끼이이익'
"다녀왔어."
마리사에게 물어볼것을 머리속으로 정리하고 있던차에 그녀가 돌아왔다.
헌데..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격전이라도 치룬듯이 옷 구석구석 찢어져있거나 그을림이 묻어있었다. 파츄리에게 물어보려 간다면서 나가더니 그 인물이랑 싸우기라도 한건가? 그런거 치고는 여전히 표정이 밝아보인다.
"뭔 일이라도 있었냐?"
나의 물음에 마리사는 '헤헤'웃기만 한다. 그리고는 챙모자를 벗어서 적당한 곳에 올려놓고 나에게 무언가 들어있는 보따리를 건네었다.
"오는길에 향림당에 들려서 남성복을 얻어왔어. 일단 이거라도 입으라구."
나는 보따리를 풀어서 그 안에 있는 옷을 집어 들어보았다.
이건...!
아씨바.. 할말을 잃었다. 남성복이라기에 유니클로나 평범한 준메이커 기성복을 기대했는데 내 상상을 한 참 벗어난 옷이었다. 그야 내손에 들려진게 지나치게 촌스러운 줄무늬 긴팔 티셔츠이기 때문이다. 그 배색부터가 노란색과 검정색이라 마치 벌꿀같아 보인다. 그리고 하의를 봤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복고풍의 흰색 나팔 바지다. 도대체 얼마나 촌구석이길래 이딴 옷을 팔고있는거지?
"여기 신발도 신어."
무척이나 맘에 들지않는 옷이라 오만상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나에게 신발이라면서 검정색 구두를 내민다. 그나마 나아보인다.
"저기... 옷을 구해다 준건 고마운데. 맘에 안들어서 어떻하냐?"
나는 찌푸렸던 인상을 간신히 피면서 거부의사를 밝혔다.
"세련된 옷이라길래 얻어왔는데 맘에 안들 이유가 없잖아?"
"아니, 내 눈에는 세련된게 아니라 지나치게 촌스럽다고 이거!"
어차피 팬티차림이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솔직히 너무 촌스러워 거부감이 강했다. 마리사는 나의 거부반응에 짜증이 난듯 인상을 쓰기시작했고 불만 가득한 눈으로 계속 응시하길래 항복선언을 해야할것 같다.
"그래. 알았어! 입으면 될거아냐."
입고있던 티셔츠를 벗어 재끼는데 얼굴을 붉히던 마리사가 다급히 나를 집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입을 옷을 나에게 집어 던지고는 문을 '쾅'하고 닫는다.
"에이구~ 여자라고 부끄러워 하긴.."
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가 건네줬던 옷을 재빨리 갈아입었다. 앞에 거울이 없어서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봐도 시대에 동떨어진 촌스러운 모습일게 뻔하지. 옷을 다 갈아입었으니 이제 궁금했던것을 물어볼 차례다. 바지 뒤에 구멍이 없어서 꼬리가 불편하지만 인간모습으로 변하면 상관없을테니까 일단 집안으로 들어가자.
"꺄아아!"
문을 열자마자 비명이 울려펴진다. 바로 앞에 옷을 벗어서 속옷 차림의 마리사가 자신의 몸을 감싼채 날 죽일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고귀한 주인님의 속살. 잘 보았습니다~"
"주..죽어!"
나의 솔직한 감상평에 살의를 담은 단어로 응수해오는 주인님. 만화나 애니로만 보아왔던 하렘물의 정석적인 시츄에이션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다니.. 이 얼마나 기쁘기 그지없는가? 저 귀여운 반응의 주인님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좋은 추억임에는 틀림없다. 이럴땐 '잘 먹었습니다'라고 하는거겠지?
"연부 - 마스터 스파크!"
─ 쿠아아아앙 !
엄청난 밀도의 빛의 줄기에 의해 나의 전신이 삼켜졌다.
뭐야.. 보통 하렘물에서는 이런 장면에서 주먹을 날린다던지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한다지만 마력을 응집시킨 엄청난 출력의 마포라니. 상식에 너무 어긋나지 않아? 이거 분명 죽을뻔 했다고! 우연히 속옷 차림을 본것치고는 너무나 무거운 댓가야.
마리사 이 무서운 년...
나는 정신을 겨우 차리고 입고있는 옷을 훑어봤다. 다행이 그 마포에 삼켜진거 치고는 별 이상이 없었다.
'똑똑~'
문앞에 서서 마리사가 옷을 갈아입었는지 확인을 해본다. 또 무턱대고 열어봤자 좋은 광경을 볼수있을지 모르지만 그 무지막지한 마포를 한번 더 맞는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이제 들어와도 되."
마리사의 허락이 떨어졌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얼굴에 수치심이 남아있는 마리사는 침대에 앉아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사고니까 화 좀 풀지?"
일단 그렇게 말했지만 마리사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있다. 분명 아직 숫처녀라서 그런거겠지 하면서 스스로 납득하고 그녀의 기분과 상관없이 묻고싶었던 몇가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묻고 싶은게 몇가지 있는데 대답해 줄수있겠어?"
"...물어봐, 대답해줄거니까."
퉁명스러운 말투지만 그래도 거부의사가 없기에 안심하고 물어볼수있겠다. 어차피 그녀의 성격을 보건데 그런 사고 정도야 금방 잊겠지.
"이곳은 일본의 어디에 해당하는 지역이지?"
"마법의 숲."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묻는건 어디 현(県)이고 어디 시(市)인지 그걸 말하는거야."
"응? 무슨말인지 내가 묻고싶어."
난감했다. 마리사는 일본의 지방 명칭에 대해서 모르는듯 하다. 어릴때 부터 이런 숲속에서 마법만 익혔는지 내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고있으니 이곳이 정확히 어떤 지역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될것같다.
"일본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것 같은데. 네가 알고있는 이곳에 대해 알려주지 않겠어?"
"음... 여긴 환상향이란 단절된 세계인데, 인간 마을과 가까운 곳에 있는 가장 큰 숲이야."
나는 마리사의 말에 심각해지려는 얼굴을 하고있었고 그런 내얼굴을 힐끔쳐다보던 그녀는 화가 풀린듯 살며시 웃는 인상을 지어보였다.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있어?"
마리사의 말대로 난 필시 심각한 얼굴일거다. 그야 그런게 그녀가 말했던 '환상향'이라는 지명은 아주 오래전 마계에서 들려오던 소문으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인간계에 존재하면서도 인간세계와 단절된 독자적인 세계이며 요괴의 대현자가 인간계에 남아있는 환상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세계라는것 정도는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현대에 날 사역마로 소환할 정도의 마법사가 젊다거나 전기가 사용된 흔적이 없는것 정도는 이해가 되는것 같다. 그와 동시에 절망감도 엄습해왔다.
"안돼..안돼...안돼...."
"뭐가 안된다는거야?"
나는 지금 혼란스럽다. 이번 분기에 방영되는 신의 애니를 감상하기 위해 일본에 소환된게 아니었던가? 그동안 모아왔던 나의 콜렉션들이 아직 이번달 월세도 내지못한 거처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뿐인가? 되돌려지기 싫어서 보였던 추태와 쪽팔림, 다시 소환자를 찾기위해 로또를 뽑는 심경으로 기다려야만 한다. 나는 깊은 절망감에 휩싸인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나 꽝이니까 다시 돌려보내줘!"
어차피 여기에 남아있어봤자 덕질은 커녕 문화생활 따위 꿈도 못꾼다고! 이럴바에 얼른 나를 되돌려주시지. 다음 일본에 소환될때가 언제가 될지 몰라도 이제 그런건 사소한 문제일 뿐이야. 그렇게 나의 주인이기도 한 저 소녀에게 애원하듯 빌었다.
"미안하지만 나, 너를 돌려보내는 방법은 전혀모르겠는데?"
"너.. 나를 되돌려보내기 위해 파츄리란 사람을 만나려갔던거 아니었어?"
"그럴려고 했지만 파츄리가 협조를 안해주기 때문에 어쩔수없다구."
결국 그녀는 나를 돌려보낼수 없다는거다. 그야말로 낭패다. 이런식으로 사역마로 소환된 경우엔 자력으로 마계로 돌아갈수는 없다. 내가 상급악마만 되었어도 이런 고민을 할필요는 없을텐데 하필 하급악마로 태어나서 이렇게 괴로워 해야하는거지?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나는 결국 울분을 이기지 못해 그자리에 드러누워서 몸을 비틀어댔다.
"끄아아아아아..."
"너 왜그러는거야?"
이미 마리사의 안중에는 상관없이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제 풀에 지쳐서 大로 누워버렸다.
"뭐가 그리도 괴로운건지 모르겠지만. 난 씻으려 욕실에 갈테니 훔쳐보면 죽을줄 알어."
"......."
그렇게 공허한 시선으로 천장을 보고있는 나를 남겨둔채 마리사는 몸을 씻기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평소의 나라면 몰래 훔쳐본다거나 아니면 그녀가 벗어둔 속옷의 존재를 절대로 지나칠수없겠지만 지금은 그럴기분이 아니었다.
"흐흐흐흐... 유루유리 다이스키..."
이제는 다시 못볼수있는 아카리쨩을 떠올리면서 두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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