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캇파의 이야기:
기계의 노래
현무의 폭포에 자리잡은 캇파 마을 구석 외진 곳에 한 캇파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캇파들은, 폭포수를 이용해 발전시킨 에너지를 바탕으로 과학 기술에 방대한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캇파는 다른 캇파들과 달리 기계를 무서워했고, 그 때문에 마을의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었습니다.
집밖에 나서는 것 또한 그녀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르릉거리는 울부짖는 기계소리를 그녀는 너무나도 두려워했습니다.
그녀는 매일매일 작은 창문 건너로 보이는 크고작은 기계와, 간간이 들려오는 중장비 소리에 벌벌 떨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습니다.
그녀가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집에, 어느 날 작고 예쁜 새 한 마리가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며 날아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새였지만, 두려움과 외로움에 지친 캇파는 귀여운 새를 보며 무척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캇파가 다가갔는데도 그 새는 도망가기는커녕, 날개를 파닥이며 계속 노래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반기지 않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찬 마을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는 친구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캇파는, 매일매일 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 년이나 지났을까요? 여느 때처럼 노래하던 새는 돌연히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깜짝 놀란 캇파는 새에게 다가가 몸을 슬쩍 건드려보았습니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캇파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용히 누운 새를 안아들었습니다. 눈을 감은 새의 작은 몸은, 벌써 차갑게 식어있었습니다.
모인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이윽고 그녀의 볼을 타고 흘렀습니다. 때마침 어디선가 큰 기계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녀는 너무도 무서웠지만, 친구를 잃은 슬픔이 더 컸던 것일까, 큰 소리로 펑펑 울었습니다.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갑자기 찾아온 이별에, 캇파는 몇 시간을 하염없이 울다가, 힘에 부쳐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문득 눈을 뜬 캇파는, 자신의 집 어디에서도 새가 보이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온 집안을 살펴보았으나, 어떠한 흔적도 없었습니다. 아직 묻어주지도 못했는데, 하는 생각에 울먹였습니다.
그 때 그녀의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그녀는 급히 소리가 들려오는 창문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창문에는, 반가운 새가 앉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어제 이별을 했을 그 새가, 다시 고개를 까닥이며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캇파는 깜짝 놀랐지만,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던 얼굴에는 금세 환한 미소가 꽃피었습니다.
새에게 다가가던 캇파는 근처에서 들려오는 중장비 소리에 잠시 멈칫했지만, 친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들려오는 기계소리에는 아랑곳않고, 다시 돌아온 친구를 그녀는 손을 내밀어 반겼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하던 새는 또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캇파는, 또다시 슬피 울며 죽은 친구의 차가운 몸을 안아올렸습니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허무하게 친구를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녀를 들고 집밖으로 나섰습니다.
여지없이 쿠르릉거리는, 천둥과도 같이 시끄러운 기계소리에, 캇파는 깜짝 놀라 주저앉아 귀를 감쌌습니다.
귀를 가리느라 놓쳐버린 새는, 바닥에 떨어져 흙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캇파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귀를 막은 손과 주저앉은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그녀의 집 근처에 무거운 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장이라도 새의 몸이 상처입을 것만 같다 생각한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새를 안아올리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끄러운 마을로부터, 무서운 기계들로부터, 편히 잠든 친구가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 그녀는 멈추지 않고 나아갔습니다.
수 년간 집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던 캇파는, 숨을 헐떡이며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조용한 곳에, 새를 위해 빌며 묻어주었습니다.
오랜만의 외출로 몰려오는 피곤함에, 집에 돌아온 캇파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집 밖을 줄러보던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노래하는 새, 근처에 놓인 파란 배낭과 쪽지 하나.
분명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믿었던 새가 다시 돌아온 것에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근처에서 잠시 노래를 듣던 캇파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쪽지를 집어들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친애하는 ....... 님.
우선, 당신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유망한 공학도를 꿈꾸던 당신의 미래를 짓밟아버렸습니다.
미숙한 제 실력에도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져주던 당신이 제 부주의로 일어난 기계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더라면,
유망주를 상처입힌 것에 겁을 먹어버린 제가 그 사실을 숨기고 당신을 버리고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지금같은 모습으로 계시지 않았겠지요.
죽기 전에 당신을 다시 만나 사죄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계를 두려워하는 당신을, 기계에 둘러싸인 제가 찾아가 용서를 구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신이 다시 기계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다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분이 되셨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 당신을 위한 기계를요.
제가 만든 보잘것없는 새를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안심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나버렸더군요. 제 부족한 기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겠죠.
얼른 새를 데려와 손보고, 더 멋진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 역시 실패했습니다.
새가 처음 멈추었을 때 들려온 당신의 울음소리가 떠올라, 저는 먼 곳이라도 찾아가 사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새가 다시 고장난 날, 당신이 집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 저는 얼른 타고 있던 비행 장비를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정지한 나머지, 기계 부품이 어긋나 저는 추락했습니다.
흐르는 피에 가려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달려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지금 읽고 계실 이 편지를 물고 날아간 이 새는, 제 마지막 사죄의 표시입니다.
친구에게 부탁해, 제가 가진 모든 도구 또한 당신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가 만든 보잘것없는 것에도 기뻐하던 당신이라면,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더 대단한 것들을 만들어내실 겁니다.
떨리는 팔로 온 힘을 다해 고쳤지만, 이번 새도 분명 금방 멈추겠죠.
그렇지만 ....... 님, 당신이라면, 누구보다 재능있고 영특한 기계공학도인 당신이라면,
반드시, 영원히 쓰러지지 않고 노래하는 새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당신께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버린 제가 만든 이 기계새가,
당신을 다시 꿈으로 이끌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고로 너무 피를 많이 흘렸는지, 제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죄송합니다, 저로 인해 오랫동안 멈춰서 계시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제가 만든 볼품없는 것들에도 기뻐해 주셔서.
그리고 꿈꾸겠습니다. 당신이 제작한 기계로 발전해나가는 세상을.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로부터."
편지를 다 읽은 캇파는 주위가 조용해진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노래하던 새는 조용히 누워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새가 기계라는 것을 깨닫고, 멀찍이 떨어져 앉은 채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기계 -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자신을 집 안에 가두게 된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외로울 때 찾아와 준, 또한 자신을 밖으로 이끌어준 동기.
캇파는 커다란 배낭에 손을 뻗었습니다. 무거웠는지, 들어올리지 못했습니다 - 안에는 각종 공구가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배낭에 달린 하얀 끈의 중앙에는 작은 금색 열쇠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사체의 차가움이 아닌 기계의 차가움을 느끼며, 새를 들어올렸습니다. 새의 가슴에는 그 동안 보이지 않던 작은 구멍이 있었습니다.
열쇠를 꽂아 돌리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새가 분해되었습니다. 톱니바퀴, 용수철, 각종 회로 등이 가득한 속이 보였습니다.
캇파는 조용히, 떨리는 손으로 배낭 속의 도구를 집어들었습니다.
그 날 마을은, 고장나버린 장치들이 멈춰 조용해졌습니다.
요괴의 산 곳곳에서 많은 이들을 모아 살펴보았지만, 장치를 만든 유능한 캇파가 사고사를 당했기에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기계가 멈춘 마을은, 활기를 잃고 정적에 잠겼습니다.
단 한 곳 - 한 캇파가 외로이 살고 있는 마을 구석 외진 집 하나 - 만을 제외하고.
그 집에서는 처음 듣는 새소리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 그르륵거리는 거친 기계소리가 섞인, 다소 이상한 소리였습니다.
잠시 끼리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그 캇파의 집에선 들을 수 없던, 다소 이질적인 소리였습니다.
탱그랑, 하고 떨어진 공구가 울리는 소리가 퍼졌습니다.
곧이어 파란 새가 날아올라, 기계소리가 멈춰 고요 속에 잠긴 마을을 자신의 맑은 노랫소리로 채우며 날아갔습니다.
새가 날아오른 자리에는 한 캇파가 서 있었습니다. 각종 도구로 가득 찬 거대한 배낭을 짊어진 채.
기름때로 지저분해진 얼굴에 아련한 미소를 띄운 그녀는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새소리가 향한, 조용해진 마을을 향해 -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기계의 노랫소리를, 마을에 되찾아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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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浅木原忍 님의 시간이 걸리는 사진 (http://www.sunmism.com/1998) 이라는 단편에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큰 플롯은 해당 작품에서 채용했습니다 -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죠.
""불행한 주인공 > 주인공의 삶의 즐거움 > 불의의 사고 > 편지 > 변화""
하지만 저 작품처럼 멋진 설정을 가지고 멋진 전개를 해 나가는 건 아직 백만년쯤 이른 일이네요.
원체 실력이 좋지 않은 데다가, 오랜만에 써 본 덕에 퀄리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조합니다.
그래도 즐겁게 읽어 주신 분들이 계시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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