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조금 변했었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무녀들을 만나고 난 후부터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었던것은 언제였을까?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오늘따라 복잡해진 마음을 끌어안고 죽림에 쭉 뻗고 누워보았다. 대나무는 밤하늘을 뚫을듯 높이 뻗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저것들도 언젠가는 시들고 부러지겠지….
부정적인 생각만 떠오르는 머릿속을 은은한 대나무의 향취가 조금이나마 쓸어내려주었다.
'내가 그대로 인간이었으면 평범하게 살다가 사라졌을까?'
갑자기 저런생각이 떠오르니 또다시 복잡한 기분이되었다.
사실 죽지않고 늙지않는 이 몸으로 누군가가 죽어간다는것을 수도없이 봐왔다. 힘들었던건 처음 몇번 뿐,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무뎌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또 그것은 아니었나보다. 아니, 오히려 만남이라는 접점으로 무뎌졌던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고 해야하는걸까?
서로 다른시간을 살아가는 입장으로써, 거기다 원래 인간이었던 입장으로 그것을 바라보면 상당히 괴롭기 그지없다. 무언가 보인다고 해야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외형상으로만 허리가 굽는다거나 피부에 탄력이 사라진다거나 그런게아니고 점점 그 사람의 기가 옅어지는것이…
…….
나는 죽지않는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기가 점점 죽어간다. 그 기가 보이지 않을정도로 옅어졌을땐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눈도 잘 보이지 않았는지 내가 가까이가서 기척을내며 옆에 앉으니 더듬더듬 내쪽으로 다가와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어딘가 바람이 새는듯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 미소를보니, 그 목소리를 들으니, 뜨거운 응어리가 터져나가는듯 하였다. 터저나간 파편들이 복잡하고 무거운 감정들이 내 마음속을 사정없이 파고들어 가슴이 아려올정도로 괴로웠다. 나는 두 눈에 넘쳐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어루만지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래, 나다. 나는 여기있다. 옛날처럼 같이 과격하게 한번 놀아보자. -하지만 나는 목이막혀 그 말을 끝까지 잇질 못하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알아들었다는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스르르 내 어깨에 기대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그땐 그저 잠이든것이라고 믿고싶었다. 하지만 내 두눈에 보인건 이미 사라지고 없는 그녀의 빈 껍데기 뿐이었다.
…….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세 신사의 앞까지 와있었다. 코가 좀 시큰거린다.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고여있었다. 칠칠치못하게….
이왕왔으니 근처에서 괜찮은 꽃을 꺾어다가 신사 옆 작은 무덤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짧은시간 묵념을 해주는것도 잊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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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써보는 수명물입니다.
생각난걸 바로 쓰다보니 뭔가 난잡하네요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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