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게, 그럼 부탁한 것들 좀 가져와 주렴."
"알겠습니다, 사부. 잠시만 기다리세으앗!? 으아아아!?"
"...후우. 테위, 우동게는 지금 바쁘니까 너무 짖궂은 장난은 나중에 해 두렴!"
에이린은 복도에서 들리는 비명에 반사적으로 소리친 뒤, 가운과 마스크를 두르고 안경을 착용했다.
또한 레이센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에이린은 평소와는 달리 매우 기대하며 들뜬 모습으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기며 레이센을 기다렸다.
잠시 후 플라스크과 실험용기 등이 부딛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렴, 우동게. 문은 열어 놓았단다."
테위의 함정에 빠져 먼지투성이가 된 레이센. 그녀는 들고온 것을 책상 위에 조심히 내려놓은 뒤, 플라스크 안의 고깃조각 같은 것을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사부. 근데 이거..."
"쉿, 우동게는 아직 몰라도 된단다.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다시 불러도 될까?"
"무, 물론이죠.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사뭇 아쉬운 기색을 보이며 레이센이 문을 닫고 나갔다. 에이린은 돌아앉아 플라스크 속의 조각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으음, 확실히 세포며 조직이 전부 괴사했는걸. 그런데도 활동하고 있다니, 흥미롭네."
각종 시험관과 약병을 꺼내든 에이린은, 이내 실험에 몰두하였다.
"으으응,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벌써 목이 뻐근하네.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
몇 시간을 움직이지도 않고 조각을 연구하던 에이린이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실험실의 문을 잠그고는 뒷뜰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에이린도, 토끼도 없는 텅 빈 복도 끝에서부터, 연보라색 머리와 붉은 눈의 토끼 - 레이센이 실험실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출입금지라는 문패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레이센은 실험실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구해줘야 돼, 꼭 내가 구해줘야 해.'
중얼거리며 레이센은 손가락으로 자물쇠를 겨누었다. '퉁!'하는 소리를 내며 부서진 자물쇠가 땅에 떨어졌다.
망설이지 않고 실험실로 들어간 레이센은 실험 중이던 뭔가를 찾는 듯 책상을 마구 헤집었다.
책상을 가득 채웠던 병과 실험용기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지만, 특별한 재질로 만들어졌기에 깨지지는 않았다.
이윽고, 에이린이 실험하던 조각이 든 샬레를 발견한 레이센은 있는 힘껏 샬레를 들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큰 소리가 났을 뿐 멀쩡했다.
레이센은 손을 떨며 샬레를 집어들어, 공중에 휙 던졌다. 잠시 후 붉은 파장이 방에 가득찬 용기와 공진을 일으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으으, 구해줘야 해! 구원받아야 해! 루나틱 블래스트!"
"레이센 님? 이게 무슨 소리..!? 꺄아아악!? 위험해요!"
큰 소리에 놀라 달려온 한 토끼는, 레이센이 던진 샬레가 레이센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 하는 것을 보고 레이센을 밀쳐냈다.
그 순간, 조각을 담은 샬레에 금이 가더니, 깨져버렸다. 위를 쳐다보던 토끼의 얼굴에 깨진 용기의 파편과 육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꺄아아아악!! 눈이이이!! 으아아아아아악!! 아파아아아!! 아파아아아!!"
토끼는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얼굴을 감싸고 뒹굴었다.
"끄으으윽!! 레이센 님!! 에이린 님!! 으아아아아!!"
레이센은 초점없는 눈으로 토끼를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토끼는 이내 잠잠해졌다.
"우동게? 이게 무슨 일이니!? 누가 함부로 들어오라고..."
에이린이 가쁜 숨을 쉬며 소리치다가, 바닥에 누워있는 토끼와 레이센을 보고 천천히 레이센에게 다가갔다.
"우동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짓을 한 거니?"
"우, 으아악! 괴물이다! 루.. 루나틱 레드 아이..."
자신을 보고 화들짝 놀라 스펠을 외치려는 레이센의 목덜미에 마취 주사를 꽃아 단박에 제압한 에이린은 그제서야 방을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죽은 토끼와 기절한 레이센 말고도, 유리파편과 병에서 쏟아진 약품 등이 사방에 떨어져있었다.
"후우... 어제 한 실험에 문제라도 생겼던 건가? 치우는 건 테위한테 부탁해야겠구나."
긴 한숨을 내쉰 에이린은 바닥에 쓰러진 토끼를 일으켜세우려 했다. 아직 체온이 남아 있었지만, 숨은 쉬고 있지 않았다 - 죽어 있었다.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 레이센을 방 밖에 뉘여 놓은 그녀가 복도로 나가려 할 때였다.
"그그그르으으... 크아아아앍!"
등뒤에서 가래끓는 것과도 같은 거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에이린이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어깨에 엄청난 고통이 전해져왔다.
"으윽!"
그녀의 어깨에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급히 방안을 둘러보던 에이린은 벽장에 이상한 것이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분명 아까 죽은 토끼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나, 등에 날카로운 촉수 세 개가 달려 있었고, 입에서도 촉수 다발 같은 걸 토해내고 있었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신체 부위 각곳이 이미 썩어있었다. 괴기한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악취가 그녀의 코를 찔러왔다.
"그르으으으... 크크..."
에이린은 망설이지 않고 활을 겨누어 일시에 머리를 명중시켰다. 하지만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촉수를 마구 휘둘러댈 뿐, 죽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활을 겨누어 위협이 되는 촉수를 모두 잘라내었다. 그제서야 괴물이 힘없이 추락해 유리조각 위에 떨어졌다.
직감적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에이린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투명한 액체를 괴물의 몸에 끼얹어, 그것을 그 모습 그대로 냉동시켰다.
복도에는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달려온 영원정의 토끼가 가득했다.
"에이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레이센은 왜 기절해 있는 거고?"
사뭇 놀란 표정으로 테위가 이것저것 물어왔다.
"테위, 이 안으로 누구도 들여선 안 돼. 난 잠깐 얘기할 사람이 있어서. 금방 돌아오도록 할게."
에이린은 어디론가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
요시카는 슬래셔, 몸집이 작은 토끼는 러커, 다음에는 누가 나오게 될까요?
그리고, 신사, 캇파마을, 야쿠모가, 백옥루, 홍마관, 영원정까지 나온 지금, 다음 장소는 어디가 될까요?
하나둘씩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마 주요 등장인물들을 희생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요.
이 장면의 설정에 대해서도 설명해볼까 하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드래그로.
여기서 레이센은, 그녀의 능력을 대강 눈치챈 만악의 근원이 파장을 조종해 그녀의 정신을 잠식한 것으로 설정됐습니다.
그걸 역이용할지, 그대로 스토리에서 빠지게 될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네요.
그리고 설정상 에이린은 어떠한 독에도 당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에이린은 네크로모프 DNA에 영향을 받지 않을 거에요.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