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야, 목이 마른걸. 뭐라도 내어 올 수 있겠니?"
"물론입니다, 아가씨."
'따악'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쿠야의 손에는 어느새 찻주전자, 찻잔, 그리고 약간의 비스킷이 올려진 쟁반이 들려 있었다.
사쿠야는 레밀리아의 앞에 찻잔을 조용히 놓고, 주전자를 기울여 차를 따르고 있었다. 진한 커피가 잔을 채워가고 있었다.
"흐음, 이상하네."
"뭐가 이상하신가요, 아가씨?"
"예전에는 사쿠야에게 뭘 가져오라 시키면 내가 바라던 걸 가져왔는데,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아. 실은 방금 난 홍차가 마시고 싶었거든."
"앗, 용서하세요 아가씨. 지금 당장 바꿔오겠습니다."
"아냐, 오늘 커피는 특별히 좋은 향이 나는걸."
다시 손가락을 튕기려는 사쿠야를 제지하고 레밀리아는 커피를 홀짝이다가, 비스킷을 들어 한 입 베어물었다.
"사쿠야, 우리 잠깐 파체나 보러 갈까?"
"그러시죠, 아가씨. 분명 반가워하실 거에요. 금방 정리하겠습니다."
금세 말끔히 정리된 테이블을 뒤로 하고, 둘은 긴 복도를 걸어 도서관으로 향했다.
"파츄리 님~ 레밀리아 당주님께서 오셨어요!"
"알았어. 소악마, 책상 정리를 좀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죠. 금방 정리할게요!"
잠시 책장 근처에서 책을 고르던 파츄리는 스르르 미끄러지듯 날아 책상으로 향했다.
조용히 손을 들어 인사하는 레밀리아와 다소곳하게 허리를 숙여 우아하게 인사하는 사쿠야가 있었다.
"간만이네, 도서관까지 찾아온 건. 무슨 일이야 레미?"
"안녕 파체. 실은 요즘 이상한 일이 좀 생겨서 말이지.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선 대답해줄게. 물어볼 게 뭐니?"
"음... 부탁해 사쿠야."
"그럼 제가 대신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파츄리 님. 요즘 아가씨께서 원하시는 일들이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최근 들어서, 예전이라면 이루어졌을 법한 작은 일들이 아가씨의 소망을 빗겨가는 것 같다고 종종 말씀하시고는 합니다."
"레미의 어린애같은 변덕이 심해진 게 아니라?"
"실례야, 파체."
실없는 농담을 하나 던진 파츄리는 이내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분명.. 아직 어려서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레미의 능력은 운명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
그렇다면 운명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생겼다는 건가? 좋지 않은걸...'
하고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실은 말이지 레미, 나도..."
투쾅! 카가가각, 쿠르르르릉!
대화 중이던 셋은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하였다. 연기가 나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연기 속에서는 먼지로 얼굴이 더러워진 플랑드르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헤헤, 언니 오랜만이야! 사쿠야도 파츄리도 오랜만이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플랑? 문지기는?"
레밀리아가 입을 가리며 플랑에게 물었다 - 분명 문지기를 붙여서 조용히 놀아주도록 했을 터인데...
"메이링은 피곤하다고 잠깐 혼자 놀고 있으라면서 어디 가던데?"
"아가씨, 잠깐 실례해도 괜찮을까요?"
"물론, 사쿠야."
"감사합니다."
'따악' 하는 소리와 동시에 사쿠야의 모습이 사라지고, 멀리서
"갸아아아아악! 사, 사쿠야 씨?" "메이링은 제가 몇 번이고 봐 왔지만 항상 변함없이!" "으갸아아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헤, 그것보다도 언니, 있지!"
"그래, 설명 좀 해 줄래, 플랑?"
"아까 신기한 게 보여서! 꽉 쥐어봐도 안 부서져서, 더 꽉 쥐어봤는데! 갑자기 벽이 부서져버렸어!"
"진정하렴, 플랑. 그 신기한 게 뭐니? 언니한테도 보여줄 수 있어?"
"으으응, 아까 놓쳤으니까... 앗! 저기저기!"
플랑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레밀리아와 파츄리는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 곳에는 천장과 거대한 책장들 외의 어떠한 이질적인 것도 볼 수 없었다.
"파체, 내 눈이 이상한거니, 아니면 너도 아무것도 안 보이니?"
"...아마 전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플랑, 언니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으아악!?"
플랑드르가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주먹을 꽉 쥐는 모습에, 레밀리아는 얼른 몸을 숙여 피했다. 책장 대부분이 부서졌다.
"플랑! 이게 무슨 지...?"
레밀리아는 화를 내다가, 돌연 가만히 있는 플랑드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이 붉게 타오르며 미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읏, 파체, 숙여! 미저러블 페이트!"
수십개의 마법 사슬이 플랑드르를 구속했다. "꺄아하하"하고 웃으며 저항했지만, 플랑드르는 이미 양손이 묶인 채였다.
"후우.. 젤리피시 프린세스!" 무수한 거품이 쉴새없이 움직이다가, 이내 흐르는 물이 되어 플랑드르를 뒤덮었다.
"에메랄드 메갈로폴리스!" 단단한 수정기둥들이 솟아올라 물기둥을 에워쌌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플랑이 이렇게 흥분할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요, 아가씨? 분명 이 주변에서 큰 소리가..." "파츄리 님! 괜찮으신가요!?"
"보다시피 플랑의 정신이 다시 불안정해진 것 같아. 최근 들어선 많이 안정됐다고 생각했는데..."
부랴부랴 달려온 사쿠야와 소악마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파츄리. 레밀리아는 수족관과도 같은 감옥 속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플랑드르는 미소지은 채 섬뜩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눈은 흐르는 물이라도 증발시킬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파체, 사쿠야. 분명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 일단 내 명령없이 위험한 짓은 하지 않도록 해. 나는 잠깐 혼자 있을게."
"응." "알겠습니다 아가씨."
조용히 도서관을 나와 복도를 천천히 걷던 레밀리아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중얼거렸다.
'플랑을 저렇게 만들어 놓다니... 용서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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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X 데드 스페이스 4번째.
내용에 관련된 얘기만 하면 심심할 것 같아, 메이사쿠, 저번 화 니토리 드립 같은 걸로 살을 붙여보고 있는데,
혹시 읽으시는 분들께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플랑드르의 정신이 불안정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 첫 네크로모프는 이미 시체인 요시카가, 첫 디멘시아 현상은 플랑이 겪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카리스마 레밀리아의 팬이라서, 어리지만 매사에 '우-☆'하지는 않는, 아가씨 캐릭터를 붙여주었어요ㅋㅋ
또, 대화/화법/호칭 같은 거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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