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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에서 뜨거운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신은 뚜렷하며 의지또한 굳건하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바위에 기대 죽음이 다가와서 나를 데려가기를 기다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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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늑대들과 조우했다.
수적으로도 불리했었다.
아버지 몰래 칼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녀석들에게 처참하게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만났다!
아버지 모르게 연습해온 솜씨를 발휘할 시간이 되었다!
"두렵지 않아...! 와라!!"
녀석들은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듯 대열을 갖추며 돌진해왔다.
그렇지만 녀석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나 하나 차례로 베어넘겼다.
어떤 녀석은 다리가 잘려나가 울부짖으며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어떤 녀석은 주둥이가 잘려나가 나를 물지 못했다.
또 어떤 녀석은 목이 잘려나가 그자리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묵직하지만 예리한 검날은 녀석들을 하나하나 거침없이, 막힘없이 베어나갔다.
손에 들린 방패는 녀석들의 발톱에 흠집 하나 나지 않으며 굳건히 나의 몸을 지켜주었다.
그렇게 녀석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나서야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아...하아...나도 할수 있다고...아버지..."
그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검을 잡지 못했던 나는 아버지가 들으라는듯이 중얼거렸다.
"...들릴리는 없겠지만..."
그때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이제껏 상대한 늑대들과는 다른 눈빛처럼 새하얀 털을 가진 녀석이었다.
그는 매우 아름다운 용모를 뽐내기라도 하듯 태양을 등지고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자신의 승리를 확정지은듯이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엄이 당당하게 서려있어 감히 검을 들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까 싸웠던 무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녀석은...우두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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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사뿐히 절벽에서 뛰어내려왔다.
나를 바라보면서 으르렁대지도, 짖지도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살기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칼을 들었다.
그제서야 녀석은 길게 울부짖고는 나에게 돌진했다.
'발톱인가...!'
방패로 재빨리 막고 빈틈을 향해 칼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나의 칼은 허공을 휘두를 뿐이었다.
"아니...?"
등쪽에 날카로운 고통이 나를 덮쳤다.
"윽...!"
등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더욱 칼을 단단히 쥐고 기합과 합께 녀석에게 다시 칼을 휘둘렀다.
역시나 녀석은 피했다.
또 다시 나의 등을 공격하겠지.
힘은 그다지 세지 않지만, 재빠르고 약삭바르다.
녀석의 주된 방식은 상대의 체력을 한계까지 몰아넣고 천천히 숨통을 죄어오는 방식일것이다.
녀석은 다시금 내 등을 공격해오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방패로 녀석의 얼굴을 후려쳤다!
"두번은 안당한다고!!"
왼팔에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
좋아...좋은 느낌이다! 녀석은 기절하거나 재기불능일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으리라.
녀석을 이기고 나면...녀석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인정받을것이다...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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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가슴께가 움직이는것으로 봐선 죽은건 아닌거같다.
기절했거나, 항복이거나.
나는 녀석의 숨통을 확실히 끊기 위해 두 손으로 칼을 단단히 쥐었다.
그리고 녀석을 향해 칼을 찔러넣었다!
"...!"
녀석이...
다시 움직였다.
쓰러져있던것은...미끼였나?
녀석은 재빨리 사각으로 돌아서서
이빨을 내 목에 찔러넣었다.
목에 이빨이 단단히 박히는 느낌이 생생히 느껴졌다.
고통도 공포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나의 패배라고...
놈은 물고 있던 내 목을 놓았다.
목에 뚫린 구멍에서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그순간 내 몸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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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위에 기대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뜨거운 피가 점점 내 몸을 적셔간다.
눈 앞은 점점 회색빛에서 어두컴컴하게...물들어간다...
녀석은 나의 패배를 직감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나에게 나가와 다시금 내 목을 물려고 했지만
나는 아까전에도 말했다.
"두번은...안당한다고..."
나는 재빨리 나뭇가지를 집어 녀석의 입에다 찔러넣었다.
고통에 찬 녀석의 울부짖음이 산 전체를 흔들었다.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나서 칼을 들었다.
아까전보다 배로 무거워진 칼을 들고 나는 말했다.
"여기서 죽는다면...아버지께 인정받은게 없어서...분해서...죽을거같다고...!"
땅바닥을 뒹굴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녀석의 심장에 칼을 깊숙히 찔러넣었다.
그제야 녀석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새하얀 눈같이 빛나는 털이 붉은 피로 꽃을 수놓고 있었다.
그는 죽음마저 아름다웠다.
아니...내가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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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에서 뜨거운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피는 점점 땅바닥을 적셔갔다.
나는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 생명은 여기서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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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판을 멍하니 바라보던 까마귀텐구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거 진짜 이야깁니까?"
"네. 물론이죠. 백랑텐구는 거짓말하는 법이 없답니다."
여전히 이쪽은 나를 못믿겠다는듯이 바라보고있었다.
"그래도...아무리 생각해도 늑대의 영혼과 인간의 영혼이 섞여서 만들어진게 백랑텐구라니...신빙성이 없습니다만..."
"믿건 안믿건 그쪽 자유예요. 자! 장입니다!"
"에엑?! 자...잠깐만요...?! 한수만 물러주세요!!"
"거절합니다..."
까마귀텐구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으으으.....그래...아무래도 미심쩍어요 당신...진짠지 아닌지 대텐구님께 물어봐야겠어요"
"무리예요. 저는 아야님께 텐구의 힘을 주신 산신님께서 힘을 주셨거든요"
"에엑?! 그럼 모미지랑 저랑은..."
"네~같은 직장이랍니다."
텐구가 엄청나게 곤란해하고 있다.
"아야야야야야야야...그러면 대텐구님도 모르실텐데...그래도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잠깐...이것만 끝내고..."
"시간 없습니다! 기사도 써야하고!!"
까마귀텐구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재빨리 날아가버렸다.
그 반동인지는 몰라도 장기판은 엎어져있었다.
"...정말이지...저렇게 요란한 텐구가 있다니..."
나는 주섬주섬 장기판을 정리하고 산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하쿠레이의 무녀가 날아가는것이 보였다.
아마도 또다른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는거겠지...
나는 목에 둘러진 목걸이에 걸린 늑대 이빨장식을 무의식적으로 만지작 거렸다.
그것은 언젠가 나의 목을 꿰뚫었던, 지금은 나와 하나인 그가 존재한다는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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