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레이 신사에 모셔진 신이라 하면 본디 환상향 창조와 연관이 깊은 용신이지만 대결계를 만들 때 이후로 한 번도 모습을 드려내지 않아 지금은 아무런 신도 모시지 않는 신사가 되어 요괴들이 들나드는 그런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대결계의 바깥과 이어져 있는 곳에 자리잡아 있어 가끔 환상향에 흘려들어온 인간들을 다시 바깥 세계로 인도해 주는 역활도 하지만 신이 없는 신사에 요괴가 출물한다는 짐승길을 지나야 올 수 있는 위치라 찾는 신도는 없고 밥이나 축내는 민폐만 오는 곳. 최근엔 재정 상태도 안 좋아 갈수록 밥상이 빈곤해 지고있는 신사에는 신경질 적인 무녀가 살고 있었다.
이름은 하쿠레이 레이무.
이제 십대 중반인 소녀인 레이무는 최근 자신의 신사에 들려 붙은 불청객 때문에 골치가 아팠으니 그 불청객을 내 쫒기 위해 본전을 노려보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이, 썩을 년아! 썩 나가지 않고 뭐하는 거야!!"
도대체, 저 본전 안에는 누가 있기에 저렇게 소리를 치고 있단 말인가? 신사에서 모시는 신들이 거주한다고 알려진 본전에는 모습을 감춘 용신 이후로는 아무도 없는 것이 당연한데. 레이무의 반응을 보면 저 본전을 차지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그 본전에 눌려앉은 것은 액신. 그 너무하기로 유명한 카기야마 히나였다.
어째서, 요괴의 산을 벗어나 하쿠레이 신사에 모셔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레이무가 저리도 화를 내며 소리치는 것을 보면 모셔진 게 아니라 멋대로 눌러 앉은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맘 같으면 저 본전 채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재정이 안 좋은 관계로 그저 나가라고 욕이나 하며 소리 치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레이무는 아무리 소리를 질려 본들 묵묵히 거기서 잠시도 움직일 생각도 않는 히나 때문에 홧병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 한 참 동안 욕이란 욕을 다 쏟아붓고 난 레이무는 제 풀에 지쳐서 관두기로 하고 맘에 안들긴 하지만 그 틈새의 요괴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유카리, 어딛는 거야? 보고 있는 거라면 내 앞에 나오라고!"
환상향의 요괴 대현자. 야쿠모 유카리는 언제나 신사를 엿보면서 자기가 내킬 때만 모습을 드려내는 요괴라 분명, 얼마 전 부터 액신이 신사에 드려붙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원래라면 자신이 불려내기 전에 나서서 해결 했어야 할 문제지만. 혹시나 이 상황을 방관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레이무 였다.
레이무의 호령에 허공으로 부터 검은 선을 열고 모습을 드려내는 야쿠모 유카리. 이미 다 알고 있는 주제에 "무슨 일이까나?"하며 능청을 부리는 모습에 레이무의 이마에 선명한 사차선이 새겨졌다.
"하쿠레이 신사는 네 한테 있어서도 중요한 곳 아니었어? 어째서 저 액신이 마음대로 점거하도록 내버려 둔 거야?"
"어머, 그래? 하지만 어때서?
"어때서라니..."
유카리의 예상외 반응에 말문이 막히는 레이무. 도대체 저 요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예전 부터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번 만큼은 더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용신이 없다고 해도 이 신사는 어디까지나 용신을 모시는 신사. 그리고 하쿠레이 무녀들이 대대로 지켜오며 터전으로 삼아온 곳인데 저 불길한 액신이 멋대로 들어앉아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은 무녀로서 아니, 레이무라는 개인으로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것은 유카리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녀 역시, 신사를 자기 것 처럼 아끼는 요괴일 텐데. 저런 반응이라니..
"제 정신인거야? 액신이 멋대로 신사에 눌러앉아 있는데 쫒아낼 생각은 안하고 오히려 내버려 두자는 반응인 거야?"
레이무는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기 이상으로 용신을 생각하는 유카리가 변심을 했다고 쳐도 너무 심한 변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레이무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능구렁이 같은 시선으로 웃음을 흘리는 유카리.
입가의 미소를 부채로 가리면서 말했다.
"이미 요괴 신사로 불리는 곳인데. 액신이 하나 쯤, 눌러앉았다고 한들 뭔 상관이야?"
"상관있다니까! 용신님을 위한 신사잖아?"
"그래, 하지만. 지금은 없어. 그러니까 이참에 액신을 모시는 신사로 바꾸면 어때?"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
도움을 청하기로 했던 유카리가 저런 반응만 보이고 있다니. 레이무는 실망한 나머지 더 이상 유카리의 얼굴이 보기 싫어져서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신사를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을 피해 날아가는 레이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유카리는 부채 넘어로 웃음을 띄며 검은 틈새의 공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유카리의 이해 못할 태도에 심란해진 레이무는 화풀이 겸 적당히 눈에 띄는 아무 요괴나 잡아서 퇴치를 해버리고 싶지만, 유독 이런 날만 골라서 요괴들이 눈에 안들어오는 것이었다.
'상대하기 귀찮은 날에는 싫어도 덤벼들던 요괴들이 꼭 이런 날만 골라서 안 보인다니까.'
손에 든 불제봉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자신의 몸 주변에 음양옥 까지 띄워놓아서 만전을 한 상태지만 상대가 없으니 무용지물에 불과했고 이대로 다시 신사로 돌아가자니 그 불길한 액신과 이상한 유카리의 얼굴을 떠올리자 차라리 오늘 밤은 노숙을 하거나 마리사에게 신세 지는 편이 낫다는 생각 든 레이무.
그러던 중, 검은 구체를 발견하고는 오늘의 희생양 삼아 퇴치하려 다가가는 찰나에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려들어왔다.
'하쿠레이 무녀여, 나를 받아 들여라.'
별안간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레이무는 그자리에 멈쳐서서 목소리의 출처를 추측했다. 이건 아마도 신사에 눌러앉은 그 액신의 목소리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한 레이무가 의식을 집중해 머릿속에 들려왔던 목소리 주인에게 대답을 돌려주기로 했다.
'받아들이긴 뭘 받아들어? 내 신사에서 썩 나가버려!'
그러자 잠시 후, 다시 들려온 목소리.
'싫어도 강제로 받아들이 게 만들것입니다!'
목소리의 주인의 힘으로 레이무의 머릿속은 깜깜한 암전 상태가 되더니 그대로 의식 자체가 집어삼켜져 버리고 말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 즉, 카기야마 히나는 무녀인 레이무에게 강제로 빙의를 시도하여 그 몸을 차지하려고 했고 그것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버렸던 것이다.
레이무 주위로 검은 폭풍이 일더니 그 폭풍의 중심에 있는 레이무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뒷머리를 묶고 있던 커다란 리본의 줄은 허리 밑 까지 내려 올 정도로 길어졌으며 머리색 또한 짙은 녹색이 되어버렸고 얼굴은 소녀 답지 앟은 사이함이 넘쳐 흘렸다.
무사히 빙의에 성공해 변화된 레이무의 몸을 살펴혼 히나는 입꼬리를 광대에 걸릴 정도로 올리면서 등장 대사를 외쳤다.
"이 몸 등장☆, 일까나요?"
신으로 살아온 이례로 이정도로 완벽히 빙의해 본 적이 처음인 히나는 즐거운 기분으로 들떴고 우선 무녀와 합체한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검은 구체를 퇴치해 보기로 정했다.
저 검은 구체는 루미아라는 요괴. 그리 강한 요괴가 아니라 적당히 괴롭혀 주기로 한 히나는 레이무의 기억을 엿보고는 새로운 하쿠레이 음양술을 써보기로 했다.
"그럼, 갑니다. 악(惡).몽상봉인!"
원래는 오색 찬란한 거대한 영력의 탄을 날리는 스펠인 몽상봉인이지만 히나가 빙의된 레이무가 쓰는 몽상봉인은 질척거리는 느낌이 드는 검은 액탄을 날리는 마개조된 버전이었다.
그 진흙같이 질척대는 거대한 액탄들이 검은 구체를 그대로 피탄시켰고 그와 동시에 어둠을 거두고 본 모습을 드려낸 루미아의 몸을 온 통 검은 액체에 뒤덥히게 만들었다.
"우에에... 이거 싫어! 온 몸이 질척거려..."
착탄된 액들이 본드 같이 달라붙어서 옴싹달싹 하지도 못하게 된 루미아는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한 뒤, 액탄과 함께 땅에 그대로 붙어버렸다.
"이거, 참으로 귀여운 소녀군요. 제 스펠로 인해 저항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마음 껏 즐겨 보도록 할 까요?"
"에? 무슨 소리야... 싫어.. 다가오지맛!!"
히나 버전의 레이무가 다가오자 울먹거리며 거부하는 루미아. 하지만, 이 끈적 거리는 액체 때문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액이 닿은 부분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옷 만.
액에 의해 녹아내린 부위엔 뽀얀 속살이 드려났고 그걸 보며 입맛을 다시는 히나 버전의 레이무.
"그럼, 잘 먹겠습니다!"
"꺄..꺄아아악 ─ !!"
그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서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모든 행위가 끝난 뒤, 히나의 빙의가 풀린 레이무는 눈앞에 범해져 있는 루미아를 보며 혼란에 빠져버렸다. 그도 그럴게 히나가 빙의되어 있는 동안에 의식이 잠들어 있었던 게 아니라 모든 상황을 제어가 안되는 몸 넘어로 지켜보고 있었고 방금전 자기 몸으로 루미아에게 했던 짓거리를 상세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레이무는 히나에게 조종 당해 루미아라는 요괴를 범해버린 것이었다.
그 사실로 인한 충격으로 레이무는 저 빌어먹을 액신을 신사에서 끌어내고 더 나아가 자신의 몸으로 요괴 소녀를 ㅁㅁ해 버린 짓에 대해 복수를 해주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요괴의 산에 있는 모리야 신사로 향했다.
저 액신을 쫒아내서 복수를 하려면 격이 높은 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레이무가 풍신인 야사카 카나코의 조력을 구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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