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신들이 요괴의 산으로 진격하기 몇 일 전]
"이것이 바로 그 현인신의 피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피를 해석하여 어떤 약물을 제조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요."
"맡겨 주십시요. 이전에 그 현인신을 마개조 했던 전적이 있으니 이 피의 대단함을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 결과가 있기를..."
"후후후후.."
"크크크크...."
어둠속에서 낮게 웃음을 흘리는 두 인영. 플라스크 속에 담겨진 피를 건네주는 쪽은 카기야마 히나고 그걸 받는 쪽은 야고코로 에이린이었다. 그 둘 사이에 이루어진 은밀한 거래의 결과는 바로 다음날 나오게 되었는데.
사나에의 피를 정제하여 만들어낸 약물은 인간과 요괴에는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진 않지만 신의 몸에 흐르는 신력에 반응하여 그 힘을 끌어내는 효력이 있었고 그 약의 임상 실험을 위해 우선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이용한 히나는 파워업한 자신의 힘에 놀라면서 이 약을 양산시킬 계획을 짜게되었다. 그러기 위해 사나에를 납치한 히나는 야고코로 연구실에 감금시킨다음 약물을 대량 생산해내기 위한 재료 추출물로 이용하였고 에이린의 손에 의해 대량 생산되어진 약물은 히나를 통해 여러 신들에게 유통되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처음, 사소한 호기심이 모든 신들을 사나에의 피를 이용한 약물로 파워업 시키는 것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는 새로운 신들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기 위한 히나의 독단이었다. 자신의 몸으로 실험해본 결과 알게 된 것은 이것은 단순한 파워업이 아닌 신을 한단계 더 높은 고차원의 존재로 만들어주는 위대한 희망의 산물이었으며 더 이상 인간들의 신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진정한 불멸자로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최종 목표는 사나에의 피로 만들어낸 이 약물로 강인한 신의 군대를 만들어 내어 바깥 세계를 정벌하고 달의 땅에 신들의 깃발을 꽂아 넣는 것.
야고코로 에이린은 이러한 히나의 목적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를 도와 약을 제조해주고 있었다. 자신 역시 달에서 대역 죄인인 몸. 더 이상 달에 대한 인연은 없는데다 자신의 약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간에 만족 할 만한 성과만 보이면 그만이 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달의 도시에서 추앙 받던 위대한 달의 두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싸이코가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게 히나가 환상향 전역을 돌며 여러 신들에게 약물을 전해주길 삼 일 가량. 드디어 일이 터진 것이었다.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수많은 거대한 신들이 요괴의 산을 오르고 있는 때로 돌아간다.
스이카와 함께 야고코로 연구실에 침입한 사메이마루 아야는 건물 내부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경보장치에 걸려 수많은 기괴한 크리처들에게 둘려쌓여 있었다. 하지만, 대텐구와 필적 할 힘을 지녔다는 아야의 상대가 되지않는 크리처. 아무리 수많은 크리처 무리가 떼지어 달려든다고 해도 아야의 몸에는 손 하나 닿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나 많았다. 아무리 해치워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크리처 무리를 보며 아야는 곤란하다는 듯 입술을 질끈 깨 물었다.
"이들은 전부 바깥 세계에서 납치되어진 인간들.. 아니, 마을의 인간도 섞여있어. 소문으로 들어왔었지만 설마, 이정도 수의 인간들을 흉칙한 괴물로 개조시키고 있었다니... 이대로 라면 점점 버티기 힘들어져... 스이카 씨, 빨리 사나에 씨를 구출해 오라구요!"
아야가 크리처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 이부키 스이카는 몸을 안개로 만들어서 사나에를 구출하고 있었다. 신들을 폭주시킨 약물의 핵심 재료로 연구실 깊숙히 엄중히 갇혀 있을 사나에를 찾기란 쉽지가 않지만, 한 시라도 빨리 찾아서 구조해 내지않으면 크리처들을 상대하고 있는 아야가 위험해 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안개가 된 자신의 몸을 연구실 구석 구석 뒤져봤지만 사나에의 흔적 조착 발격할 수가 없었다.
'젠장... 도대체 어디에 숨겨 둔 거야..!'
시간이 지날 수록 초초해 져만 가는 스이카. 자신의 성깔대로 했으면 거대화 해서 당장 연구실 전체를 부셔버리겠지만 그랬다간 사나에의 목숨마저 위험해 질판, 어쩔수 없이 성격에 안 맞는 짓을 참아가며 하는 스이카였지만 점점 인내의 한계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
안개로 만들었던 자신의 일부를 자그마한 콩스이카로 만들어 연구실 벽와 바닥을 사정없이 부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콩스이카의 수가 갈수록 늘어났고 연구실은 위험을 감지하고는 '위잉 위잉 위잉~'하는 경보음과 함께 온통 빨간 점등을 키고 각 구역마다 두꺼운 철문으로 봉쇄하는 등 스이카의 난동에 자기 방어적으로 기능했다.
이 때문에 자신의 몸이 완전히 나눠져 버린 상황이 된 스이카. 그제야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깨닿고는 난감해 했다.
"아차차... 사나에의 구출이 우선인데. 내가 무슨 짓을... 이러다 사나에가 있는 위치를 알기 힘들어 질텐데.."
스이카가 자신이 저지를 실수에 당황하고 있는 한편, 연구실 최하층에 은폐되어 거대한 플라스크 속에 용액과 함께 정신을 잃은 채 갖혀있는 사나에의 깊은 심층 의식 안으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나에, 들려?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대답해줘!'
그 목소리는 자신을 찾는 모리야 신사의 풍신, 야사카 카나코. 그 동안 자신으로 둔갑해 연기해온 가짜의 정체를 알아차린 지금. 진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반응하는 사나에의 의식.
'카..카나코님!?'
'오, 내 목소리가 잘 들리나 보구나. 그래,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냐?'
'저는 야고코로 연구실 최하층에 감금되어 있어요.'
'음.. 그런가... 혼자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거겠지?'
'네.. 아무래도 저는 의식을 차릴 수 없나 봅니다.'
'그 액신 녀석이랑 영원정 약사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절대 용서할 수 없겠군.'
'그 보다... 제 피로 정제된 약이 신들에게 유통되고 있을 텐데... 큰 일이 생긴 건 아니지요?'
'... 사실은 거대화 된 신들이 우리 모리야 신사로 쳐들어 오고 있는 중이란다...'
'네!? 그럼 큰일 아닌가요? 제가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만 있다면...'
'걱정 말거라, 나와 스와코가 해결 할 테니 말이다. 넌 나중에 반드시 구해 줄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하지만.... 그래서야 저는 카제하후리 실격입니다. 정작 중요한 일에 도움만 받다니...'
'괜찮다. 넌 그저 불행한 사고를 격은 것 뿐이야.. 이 내가... 어... 네놈들!.......'
'앗, 카나코님.. 카나코니이임!! 무슨 일이세요!!'
갑자기 끊겨진 카나코의 목소리 사나에는 자신의 신에게 위험이 닥쳤다는 것을 알고 깨어나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여 신력을 끌어올렸다. 그 초인적인 정신력과 염원에 의해 사나에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고 강력한 히나의 액에 의해 몸과 의식이 완전히 끊어져 절대 눈을 뜰리 없을 텐데 플라스크의 유리가 와장창 깨어짐과 동시에 안데 든 용액이 새어나오면서 그안에 있던 사나에의 두눈이 번뜩하고 떠 진 것이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사나에는 깨어진 플라스크 안에서 걸어나오며 한 손을 하늘 높이 쳐들고 외쳤다.
"미라클 울트라 ─ ☆"
몸이 빛나면서 거대화를 시작하는 사나에. 순식간에 50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됨과 동시에 연구소의 천장을 그대로 뚫고 나와버렸다. 그 모습은.. 이 무슨... 거대 에로인가!? 잊고 있었지만 지금 사나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그 자체였다. 그야 당연히 용액이 가득 찬 플라스크 안에 갖혀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뭔 대수란 말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님들이 위기에 쳐했다는 사실이고 이깟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따위 전혀 창피한 게 아니라고 여기는 사나에. 위기의 순간에 스이카가 구출에 성공한 건지 아니면 자력으로 탈출 한건지는 몰라도 거대화 되어 나타난 알몸의 사나에를 보며 놀람과 동시에 일단, 목표를 달성했다는 안도감이 든 아야는 멋진 로우앵글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꺼내들고 샷을 찍었다.
그리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요괴의 산을 향해 날아가는 거대한 알몸의 사나에. 10대 중 후반의 처녀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수치심 하나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자. 지금 그녀에게 더 없이 소중한 것은 자신의 처녀성이나 알몸 따위가 아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순식간에 모리야 신사를 둘려싼 거대 신들 앞에 모습을 나타낸 사나에.
이미 신사는 엉망진창이 었고, 자신 처럼 거대화 된 신들이 험악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 험악했던 얼굴은 점차 엉큼하게 변해갔는데 그 시선을 알아차린 사나에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창피스런 몰골을 하고 있는가를 깨닳고는 '꺄악!'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거대화가 풀려버렸다.
작아진 사나에를 보며 거대화 신 a가 입을 다시면서 말했다.
"흐흐.. 저 야한 현인신은 살려주기로 하고 나중에 다같이 즐깁시다."
그 말에 동조라도 했는지 다른 신들도 엉큼하게 웃으면서 입을 다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끼여 있던 아키 자매만은 달랐다. 비록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 못해 엉겹결에 참가했다지만 지금 와서야 뒤늦게 이들 무리가 참으로 저질이 아닐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대로 저들과 같이 행동했다간 자신도 저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 미노리코가 언니를 보면서 말했다.
"언니, 아무래도 우린 여기서 빠지는 편이 좋겠어."
"그래, 미노리코. 아무리 풍신이 미워도 그렇지. 저들과 동급이 되고 싶진 않은걸."
그리하여 그 두 자매가 뒷걸음질 치며 무리로 부터 벗어나려고 하는데 신들 중 하나가 자매를 가리키며 외쳤다.
"너희들 여기서 발을 빼겠다는 거냐? 배신자는 용서 못한다!"
"우린 배신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더 이상 이짓에 못 어울려 줄 뿐이라고!"
"허어... 그게 배신이란 거다!"
시즈하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신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진 아키 자매. 무리에서 두 명의 신들이 다가오더니 아키 자매를 공격을 가했다.
'까-'하는 비명과 함께 주저 앉는 시즈하와 미노리코는 잠시 웅크리고 있다가 반격을 했다. 미노리코의 포도가 클레이모어 처럼 산발해 나가더니 신들의 몸에 닿자마자 폭발을 일으켰고 시즈하의 단풍이 표창 처럼 예리해 지더니 앞의 두 신의 몸을 배어 나갔다.
신들은 자매 신의 반격에 당황했지만 신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그 반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강해진 것은 아키 자매만 아니다. 자신들도 히나에게 받은 약에 의해 파워업 했으니 그 힘을 마음 껏 보여줄 차례인 것이었다.
a가 입에서 브레스를 뿜으면 b가 눈에서 광선을 발사했다. 그리고 c와 d가 함체 공격으로 더블 바이셉스 자세로 가슴팍에서 불덩이를 발사했는데 모리야 신사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가 온 통 불로 휩싸이며 산불이 일었다.
신들의 무자비한 집중 공격에 의해 무너져가는 아키 자매. 상처 입은 몸으로 땅을 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어서 마무리를 지으려는 그때, 신들에게 외침이 들려왔다.
"멈춰라! 더 이상 너희들의 행패를 보고 있을 수가 없도다!"
자신들과 같이 거대화되어 나타난 풍신. 야사카 카나코와 그 옆에 모리야 스와코 였다. 그들도 자신들과 같은 힘을 얻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겉으로 뿜어져 나오는 신력은 자신들을 상회하는 어마한 힘이 었기에 긴장 하기 시작하는 신들.. 하지만 수를 보면 저쪽이 열세이다. 개개인의 힘은 저 풍신과 재앙신에게 못 미친다 하더라도 모두 힘을 합친다면 금방 저들을 무릎 굽히게 만들수 있을거라 판단한 신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 자신들의 필살 공격들을 쏟아 붓게 되는데 그 것에 맞서는 카나코와 스와코 역시 전력을 다한 바람과 철륜으로 응수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는 검은 구름들이 몰려와서 천둥이 쳤고 대지가 흔들렸으며 들짐승들이 울부지었다. 환상향의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거신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였다.
*
10명이 넘는 거대한 신들과 그들을 상대하는 두 명의 신.
이들의 격렬한 싸움으로 인하여 요괴의 산은 반파된 상태였다. 산에 서식하는 수많은 짐승들과 요괴들은 신들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두 산을 떠난지 오래이며 산을 소유자인 텐구들 역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남기고 피신한지 오래였다.
거대한 그들의 싸움은 너무나도 격렬했고 또한 엄청났다. 5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에서 발하고 있는 신력은 천지를 찢어 버리고도 남을 수준의 위력이었으니 그 주변 광경은 처참하기 이를때 없었다. 그러니 먼 치에서 이를 지켜보는 텐구들의 심정이야 어떻겠는가?
모든 텐구들의 피신을 끝낸 대텐구가 자신이 아끼던 산이 통채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며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고는 신음성을 흘렸다.
"우리들의 산이... 무너져가고 있어... 이를 어쩌면 좋으냐!"
"이건 우리들 텐구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요괴나 인간들.. 아니 더 나아가 환상향 전체의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저들의 싸움을 말릴자가 아무도 없지 않느냐? 그 하쿠레이 무녀나 경계의 요괴 조차도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있어."
"그럼 이대로 환상향이 멸망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대텐구와 직속 부하인 카라스 텐구. 그 둘의 대화를 보건데 이건 이미 환상향 전체에 해당하는 미증유의 위기였다. 흡혈귀 당주가 일으켰던 홍무이변이나 영원정이 관계된 영야이변 따위는 사실 저들 신들의 전쟁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장난질에 불과했다. 자칫 잘못하면 대결계에 까지 영향을 주는 저들의 힘은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싸움은 계속되어 3시간 째 격렬한 공방이 오고가는 중에 먼저 힘을 다하고 있는 쪽은 신들 연합이었다.
명불허전이라, 과거 수많은 야마토의 신들과 싸워 이긴 전적이 있는 스와코와 그런 스와코를 이겼던 카나코. 그 둘의 전투 경험과 강함은 십여 명에 달하는 신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인 것이었다. 단지, 바깥에서 신앙을 잃은 만큼 전성기 때의 힘을 낼 수 없어 고전을 했을 뿐이지. 애당초 떨거지 신들 따위 아무리 뭉쳐서 대항해 봐야 이길 만한 존재가 아니었단 거다.
먼저 b가 쓰러지고 그 다음, a가 쓰러졌고 곧이어 다른 신들도 죄다 나 자빠졌다. 카나코의 신풍과 합쳐진 스와코의 철륜은 신들 연합이 내뿜는 불꽃이나 광선을 모조리 상쇄시키며 그들의 급소를 노려서 치명타를 가했던 것이다. 자기 눈 앞에서 동료 신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겁을 집어먹은 다른 신들이 대열을 무너뜨리며 우왕좌왕하자 땅으로 부터 거대한 손이 치솟아 올라 그들을 모조리 잡아 버렸다.
"이.. 이럴수가... 신앙을 잃었다는 건 거짓이었나!"
거대한 암석의 손에 붙잡힌 떨거지 신 하나가 이를 갈면서 카나코와 스와코를 번갈아 노려봤다.
"너희들이 너무 약하니까, 신앙이 없어도 상대가 안된 거 뿐이야."
스와코가 눈을 반월로 만들어 한 쪽 입고리를 광대뼈 까지 올리자 암석의 손에 잡힌 신 하나가 '퍼펑!'거리는 굉음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마치, 헤이세이 이전에 방영되었던 특찰물의 괴수 폭발신과 같은 광경이었고 목이나 어깨, 가슴과 허리쪽에 폭죽을 달아 놓은 것 처럼 불꽃이 튀더니 파편과 함께 조각 조각 나 버린 것이었다.
그 끔찍한 폭발로 인해 나머지 신들은 전부 아연질색한 얼굴로 아우성 치며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 사..살려줘! 부탁이야!!"
"자..잘못 했다고!! 다신 안 덤비겠어!"
"나에겐 사랑하는 처와 자식이 있어!"
하지만, 스와코는 아니.. 카나코도 냉정했다. 신력과 함께 거대화 된 온바시라는 그 밑둥 쪽이 송곳처럼 날카로웠고 그것을 암석의 손에 잡혀있는 신의 가슴팍에다 그대로 날려서 관통 시켜버렸다.
온바시라로 인해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린 신은 이윽고 온 몸에 폭죽이 튀듯이 '파파파팟'하며 불꽃을 내뿜더니 고전 특촬물 괴인의 최후 처럼 '퍼펑'하고 온 몸이 조각 조각 나며 터져버렸다.
그 살벌함에 쓰러져 있던 아키 자매들은 공포에 질려서 옴싹달싹도 하지 못 할 채 저들 끼리 소근거리며 이를 딱딱 거렸다.
"어..언니, 모리야의 신들이 저렇게나 무서웠어?"
"전에 봤을 땐, 저렇지 않았는데... 화나면 잔혹해 지나봐."
"어떡해, 언니... 우리들도 저 신들 처럼 죽는거야?"
"괘..괜찮을 거야... 너무 무서워하지마 미노리코, 우린 최소한 저들에게 덤비지 않았잖니."
언니인 시즈하가 공포에 질린 동생, 미노리코를 안심시키며 어서 이 곳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모색하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대적했던 모든 신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잔혹한 두 신은 이 자매들을 못 본채 해주지 않았다.
어느새 아키 자매의 머리 맡에 다가온 스와코가 사나운 웃음을 지으면서 자매에게 말을 건냈다.
"케로케로케로케로... 그 떨거지랑 같은 편이 아니라고 무사할 줄 알았지?"
이전에 봤었던 천진난만한 모리야의 작은 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눈 앞의 상대를 가차없이 죽이는 것만 생각하는 잔혹한 개구리 괴인이 사악함이 가득한 얼굴로 공포에 떠는 자매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자매는 거대한 공포 앞에 저항이라도 해 볼 생각은 가져보지도 못한 채 곧 맞이할 죽음을 기다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 자매를 끝장낼 철륜이 스와코의 손에의해 머리 높이 들어 올려진 순간에.
"그만하세요!"
사나에의 외침과 함께 강력한 래리어트 킥이 스와코의 목에 정확히 꽂혀버렸다. '케로!'하는 특이한 비명과 함께 옆으로 날려져 버린 스와코는 몇 바퀴 구른 뒤 화난 얼굴로 사나에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짓이야! 아무리 너라지만 나를 방해하면 죽여버릴거다!"
"정신 차리세요! 지금 스와코님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제 피에 조종 당하고 있단 말이에요!"
사나에는 신들과의 격렬한 싸움 끝에 결국 자신을 잊고 피에 의해 폭주하게 된 카나코와 스와코가 싸움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신들을 완전히 끝장내 버린 모습에 갈등하다 아키 자매 마저 죽을 위기에 쳐하니 그제야 자신이 모시던 두 신을 말리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사나에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자신의 피에서 비롯된 일. 그러므로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었다는 것을. 이대로 폭주하게 된 두 신님을 내버려 뒀다가는 정말로 큰일이 생길 것이다. 거대화 된 두 신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하쿠레이 무녀도 그 틈새의 요괴도 할 수없는 오로지 자신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나에는 여기서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서라도 두 신님을 막기로 한 것이다.
"이 어리석은 자손이! 내가 아니었으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올챙이가!!"
스와코는 개구리 눈을 하고는 혀를 길쭉하게 자신의 가슴팍에 닿을 만큼 뺀 채 '케로케로케로'하는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손에 들린 철륜에 경문이 새겨지더니 사이한 신력이 담겨져 검게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그 요사스러운 철륜을 들고는 사나에의 머리를 향해 개구리 점프로 튀어나간 스와코.
정확히 머리를 노려 철륜을 휘둘렸는데 그 보다 사나에의 주먹이 더 빨랐다. 아주 정확하고 깨끗하게 명치에 꽂히는 주먹. 스와코는 입에서 위액을 쏟아내면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제가 알던 스와코님은 개구리 괴인이 아니에요!"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던 카나코가 차가운 눈으로 사나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를 거역할 생각이면 내 손으로 너를 죽이마."
"아뇨, 거역하는 게 아니라 제 정신으로 돌리려는 겁니다!"
그 말에 사나에의 반박이 이어졌고 그 반항적인 태도에 미간을 찌푸린 카나코가 거대 온바시라를 자기 앞에 X자로 교차시키며 외쳤다.
"온바시라 크로스 파이어!"
X자로 배치된 온바시라가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뜨거운 불길을 내뿜었다. 지나치는 길에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엄청난 고열의 불길. 그 X자로 된 불이 사나에를 향해 직격해 오고 있었다. 거기에 맞서 사나에는 자신의 팔을 ㄴ자로 세우고 전신의 기적을 끌어모아서 기술명을 고했다.
"코스모 미라클 광선!"
오색 빛깔의 빛 줄기가 사나에의 팔에서 부터 뿜어져 나가 카나코의 X자 불길과 서로 맞부딛혀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 불과 빛의 힘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며 미세한 우위를 변화를 제외 하고는 제자리에서 머물렸다.
하지만, 사나에의 얼굴에는 힘겨워 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그것은 곧 열세로 이어졌다. 빛의 광선이 밀리면서 점차 카나코의 X자 불길이 사나에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사나에는 저 불길에 의해 재가 될 운명. 그러나 사나에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 속에 흐르는 미지의 파워를 위기의 순간에 각성시킨 것이었다. 눈이 번쩍 거리며 동공에 별이 박히더니 허리와 양 팔을 옆으로 비틀고는 한 쪽 팔을 60도로 쭉 펼친 사나에.
펼쳐친 팔 전신과 겨드랑이에 걸쳐 보다 강력한 빛 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이것이 바로 완성판 코스모 미라클 광선인 것이었다.
그 완성된 광선의 빛줄기는 X자 불길을 완전히 밀어내고는 그대로 카나코의 몸을 직격했다.
"크아아아악!"
온 몸에 불꽃이 뿜어대며 '퍼펑'거리는 소리와 함께 쓰려져 버린 카나코. 그 뒤에 스와코가 이때다 싶어 사나에에게 달려 들었지만 겨드랑이 광선을 맞고 카나코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다.
사나에의 기적과도 같은 힘에 의해 쓰러진 두 신은 힘을 잃고 그대로 원래의 크기로 줄어 들었다. 그 코스모 미라클 광선으로 인해 몸 안의 사악한 기운과 함께 폭주를 하게 만들었던 사나에의 피 역시 완전히 지워진 것이다.
그것은 아키 자매 역시 마찬가지로 사나에의 더블 코스모 미라클 광선에 의해 정화 되었다.
정화로 인해 제 정신을 찾게된 카나코가 지금까지 저질렸던 자신의 잔혹한 일을 떠올리고는 괴로워 하고있을 때 마음속에서 사나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괴로워 하실 필요가 없어요. 모든 건 제 잘못인거에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사나에를 올려다 보는 카나코. 그 목소리는 스와코에게도 들렸는지 스와코 역시 사나에를 올려다 봤다.
'텐구 여러분, 죄송합니다. 다, 저의 피로 인해서 벌어진 참사고 사죄로 산을 원래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사나에의 목소리는 두 신 뿐만 아니라 멀리서 지켜보던 텐구들, 그리고 환상향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게 가능한 지는 그의 곧 드려날 그의 정체가 말해주는 것이다.
'저는 사실 현인신이 아닌, m-49 성운에서 온 미라클 성인이었어요. 제가 미라클 사인을 보냈으니 이제 곧, 저의 진짜 부모님이 찾아오신답니다.'
즉, 그는 외계인. 그것도 m-49 성운의 미라클 성인이었던 것이다. 머릿속에서 직접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따라 뇌운이 사라져 창창해진 하늘에는 하얀색의 문자가 적혀져 있었고 그것이 바로 미라클 사인이었다.
그 문자에 의해 몇 억년 이상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m-49 성운으로 부터 그녀의 진짜 부모라 할수 있는 자들이 거대한 빛의 구체를 한 모습으로 환상향에 찾아왔다. 그 거룩하고 신비스러운 구체는 신기한 힘으로 엉망이 된 산을 원래대로 되돌리고는 형체를 바꿔서 거대한 인간의 모습을 취했다.
그 모습은 그냥... 울트라맨... 뭐 더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단지 빨간색에 하얀 줄이 나있는 타이츠 대신 녹색에 하얀 줄이 나있는 타이츠 정도로 다를 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사나에의 친 부모인 것이었다.
사나에와 그 친부모인 울트라맨은 서로 말없이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 같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산에서 멀어져 가는 사나에를 보며 카나코가 큰소리로 외쳤다.
"사나에 ─ ! 어디로 가는 거니?"
그러자 또 다시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사나에의 목소리.
'저는 부모님과 함께 고향 별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그러니 그동안 절 키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안돼! 너... 넌 내 자손이라고!!"
멀어져가는 사나에를 보며 울부짖는 스와코. 사나에가 실은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었고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 거란 것을 알고있었지만 이런 식의 이별은 너무나도 쓸쓸한 것이었다. 자신은 신들 답지 않게 민폐를 끼쳐놓고 그 뒷처리를 한 사나에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다니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 스와코가 사나에를 잡기 위해 날아 올랐다.
그러나, 닿을 수는 없었다. 너무나 신비한 빛에 의해 사나에와 울트라맨 사이에 끼어들기는 커녕 접근 조차 못한 것이다.
그 신비한 빛을 씌고 추락해 가는 스와코의 머릿속에 사나에의 감사가 들려왔다.
'스와코님, 그동안 저를 친 자식처럼 길려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곧 이어, 환상향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환상향에 온 이후로 정말 즐거웠어요. 마지막으로 모두들 정말 좋아한답니다. 요괴라도요!'
마지막 인사를 마친 사나에는 부모인 울트라맨과 함께 빛의 구체에 둘려쌓이고는 그대로 환상향의 하늘로 부터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환상향의 수많은 인요들은 그 마지막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하나된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사나에, 그리고 안녕!』
<슈퍼거신대전 完>
========================================
코스모 미라클 광선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