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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사는 아침부터 아무말 없이 묵묵히 밥을 먹기만 할 뿐이다.
...
'어제 일로 아직도 화가 난건가...'
녀석은 내 얼굴을 흘끔흘끔 쳐다보더니 다시 쪼르르 밥상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직도 모르겠어...영문을 모르겠다고...왜? 어제는 왜 그런 반응을 보인거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어제의 낮익은 그 반응...그리고 내가 밤에 외로움을 달랠때 자주 보던 책...
설마...! 설마 그거였나?!
"어...어이...코가사양...?"
코가사는 흘끔 내 얼굴을 바라본다.
"저...그...어...어젠 미안했어..."
떠뜸떠뜸 사과를 한다.
"설마 네 우산이...그런쪽일...줄은..."
말을 꺼내다 차마 견딜수 없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미안하다...입이 천개 만개 천만백개라도 할말이 없다..."
코가사는 아무말 없이 밥을 먹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님. 나 화 안났어"
...?
뭐? 뭐시라?
"뭐라고?"
"나 화 안났어 주인님"
"그럼 왜 어제 밤부터 아무 말도 안하는건데?"
"그...그게..."
코가사는 머뭇거리다 말을 계속해서 이었다.
"이런 느낌...처음이었어..."
!!!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준건...주인님이 처음이었어..."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뭐지 이 반응은?
녀석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녀석...점점 얼굴이 빨개지고 있잖아...!
"주인님 너무 좋아...고마워...이런 느낌 알게 해줘서...나 있지. 그 느낌 다시 받고싶은데 한번만 더 해주면 안돼?"
"에? 뭬? 애? 뭐라고?"
코가사가 나에게 우당퉁탕 달려들더니 대뜸 날 밀어 넘어뜨린다
"뭐하는거야! 상이 엎어졌잖아!!"
"주인님 좋아 주인님 좋아 주인님좋아주인님좋아주인님좋아주인님좋아..."
이...이성을 잃어버렸다!!
"코...코가사양...? 지...진정해고 일단은..."
"주인님과 교미...교미..."
아...안돼!! 이 이상가다간 소설이 짤려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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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코가사에게 깔려 엎치락뒷치락 빠져나오려 온갖 난리를 치다가 난데없이 울린 벨소리에 코가사며 나며 정신이 들었다.
코가사는 내 위에 올라타고 있었고
나는 엎어진채 손을 어딘가로 뻗고있었다.
"누...누구세요??"
"나다! 야마아메!! 쿠츠키랑 같이 좋은거 들고 왔다!!"
아메바였다.
평상시엔 미친개 야마아메지만 오늘은 어째서 너가 이렇게 반갑니?
후다닥 일어나 현관을 열어주었다.
"여...무슨 일이야?"
"말했잖냐 좋은걸 들고 왔다고"
"여 오랫만...그래 귀신 아씨는 만났냐?"
쿠츠키는 방을 두런두런 둘러보며 말했다.
아마 바로 내 옆에 바짝 붙어있는 코가사를 못본거로 봐선 재빠르게 나에게만 인식되게 한 모양이다.
"그래서 좋은게 뭔데?"
"내가 좋은 술을 들고왔지! 참이슬이라고 들어나 보셨나?"
"그게 뭔데."
"이번에 삼촌이 한국에 사업차 가시면서 술을 구해오셨거든"
"검열에 걸리지 않냐 그거"
"그래서 그래서☆"
녀석은 가방에 담겨진 팩들을 우루루 바닥에 뿌려놓았다.
"마치 쥬스팩같구먼. 이런걸 마시는건가? 한국인들은?"
"원래는 유리병에 가득 담겨져 있다는데 그걸 들고가기엔 검열에 걸릴거같다고 팩으로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더라고"
"그런거냐..."
녀석들은 찬장에서 잔을 가져오더니 뚜껑을 따고 잔에다가 술을 들이부었다.
"야야! 넘치잖아! 적당히 해라 이놈들아!"
어지간히 많이 부었던 터라 술이 넘쳐 흘러 사방으로 흘러간다.
"크크 이런건 나중에 닦고 일단 마시자! 쿠츠키! 너도 한잔 받아라!"
"오야! 네 삼촌덕에 한번 처음 마셔보는 술좀 체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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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술판이라니 이것들 미친거 아닌가?
"야...아침부터 술판이냐...취하지 않게 마셔라"
"괜찮아! 계속 마셔마셔!!"
30분후 회사에 나가야 하는 나나 술을 잘 안마시는 쿠츠키를 제외하곤 야마아메뿐
야마아메는 저 혼자 신명나게 술을 퍼마시곤 내 다리를 베고 잠이 들었다.
"미안하다...이녀석은 자주 민폐란 말이지"
"괜찮아 서로 친군데 뭐"
"근데 예전에 너 나한테 귀신 얘기 물었잖아. 왜 물어본거냐?"
윽...이녀석은 생각보다 기억력이 매우 좋다.
최대한 적당히 얼버무리자.
"아...응! 그게 말이지 하하하하! 사실 귀신이 진짜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생각해봤거든!!"
"그런거냐...사실 너가 지난번에 물어본 이후 나도 살짝 관련된 정보를 찾아봤거든"
"너 할짓 더럽게 없구나 그딴거나 찾아다니고"
"시끄러워..."
취업준비생 쿠츠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지만 아쉽게도 그 후 일을 구하진 못했다.
"어쨋든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귀신이나 요괴는 오랫동안 존재하지 못하는거같아."
"...? 무슨 소리야?"
"요괴가 현세에 머물기 위해선 요력이 필요하다더라고. 그리고 그 요력을 보충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더라. 식인이라던가. 마음을 먹는다던가 이런저런..."
"만약 요력을 보충하지 못한다면?"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거지"
쿠츠키는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요괴나 귀신에게 맺힌 한의 정도에 따라 요력의 양이 결정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대부분 6개월을 못넘길걸? 그래서 귀신이 사람들에게 해코지 하는거라고...너 안색이 안좋은데?"
"어? 응?"
손발이 차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있었다, 심장박동소리가 쿠츠키에게 들리진 않을까 별 쓸데없는 걱정마저 들기 시작했다.
"너 술 많이 마신거같은데...좀 쉬어라 우린 이만 갈게"
야마아메를 들쳐엎고 쿠츠키가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라니...시간이 정해져 있었다니...
그저 녀석들이 멀리 가더라도 멍하니 볼수밖에 없었다.
지금은...그냥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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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사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님..."
"괜찮아...넌 사라지지 않아. 내가 그렇게 할거야"
"아니야 주인님...사람도 못죽이는 요괸데...나는..."
"그런 말 하지마"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올라 말을 끊어버렸다.
"너가 없어지지 않게. 나는 널 도와줄거야...네 주인은 찾아줘야지"
"주인님..."
"다시 말하지만 난 네 주인이 아니야. 너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거같아. 나는...그저 네가 빨리 주인을 찾았으면 하는것 뿐이야. 더이상 외롭지 않게...주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말이야."
"아니야"
코가사는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님은 주인님이야. 그것외엔 바뀌는게 없어. 주인님은...주인님이야!"
"바보...왜 말을 안들어! 너같은 녀석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니깐!"
서로 언성이 높아져만 간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저 언성만 높아져 갈뿐이다.
"있지 주인님...주인님이 기억 못해준다면 내가 기억나게 해줄수 있어."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줘...난 네 주인이 아닌데 왜 자꾸..."
코가사는 나에게 사뿐 다가오더니 내 이마에 자기의 이마를 맞대었다.
"주인님은 주인님이야...기억이 안난다면 내가 기억나게 해줄게"
서서히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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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공원인데?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메라가 회전하듯 매끄럽게 회전한다.
내가 존재한다는게 느껴지지 않는다.
뭐지? 어떻게 된거지?
나는 공원을 서서히 이동하면서-걷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주변을 둘러봤다.
두런두런 노랫소리가 들렸다.
투둑투둑 비가 오다가 그치더니 한 아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저건...
'나잖아...'
어떻게 된거지?
괴거에 온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아이는 보라색 가지 우산을 손에 꼭 잡은채 걸어가고 있었다.
'저 우산은...'
코가사의 우산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아니...코가사의 우산과 똑같아...근데 더 깨끗하다.
아이는 비가 그치더니 우산을 접고 공원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잠시후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든다.
"우산아 여기 기다리고 있어! 잠깐만 놀다가 데려가줄게!"
하고 옛날의 나는 아이들과 우루루 몰려갔다.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아니...시간이 빨리감기를 하듯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한밤이 되어도 어린 나는 오지않았다.
'주인님...'
어렴풋이 들리는 목소리
많이 낮익은 목소리...코가사의 목소리다.
'주인님...빨리 돌아와...계속 기다리고 있으니까...무서워...'
시간은 계속 빠르게 흘러 하루가 지났다.
아침 출근길 비는 잠시 그쳤다가 다시 내리고 있었다.
그 잠시동안을 믿고 나왔다가 큰 낭패를 본 회사원 하나
"아으씨! 갑자기 비가 오고...어! 우산이네! 주인은 없는거같고...그럼 잘 쓰겠습니다..."
남자는 우산을 집어들었다.
'싫어! 주인님! 이런 사람 싫어...제발...돌아와줘!!'
코가사의 외침이 무색하게 남자는 급히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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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앞이 밝아졌다가 돌아왔다.
방안에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누워있었다
"...어?"
급히 일어나 눈물을 닦고 코가사를 바라보았다.
"주인님...이제 기억나는거야?"
"응...이제 기억났어...진짜로...내가 네 주인이었구나...미안...미안해..."
코가사의 얼굴을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주인을 그리워하며 두려움에 떨었을까...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주인님...이젠 나 화 안나...이젠 괜찮아"
나는 고개를 들어 코가사를 바라보았다.
코가사 역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이렇게 주인님과 다시 만났는걸? 나는 그것만으로 기뻐..."
나는 감정을 못이겨 코가사를 와락 껴안았다.
"주인님..."
한동안 껴안고 있다가 잠시 코가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키스했다.
키스는 짧지만 길게 이어졌다.
서로 입술을 부딫히다가 한쪽이 무게를 못이기고 넘어가버렸다.
코가사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주인님. 더 할수 있지?"
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코가사를 끌어안고 바닥에 엎어졌다.
오늘은 알바를 쉬어야 할거같다.
이대로 아침이 안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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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ㅍㄹㅍㄹㅍㄹㅍㄹㅍㄹㅍㄹㅍㄹ
이제 슬슬 이야기를 후반부로 가야할때군요
한 10편정도로만 구상하고 있습니다. 분량이 늘어나면 회수도 늘려야죠.ㄲㄲㄲ
글 쓰는동안 가족 올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근데 동생이랑 엄마는 밥먹으러 갔네요. 젠장...나는 무엇때문에...마음을 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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