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석들은 환상향이 사라지는 순간 자취를 감췄다.
더이상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할 필요도, 누군가를 잃어 슬퍼할 필요도 없이 그저 나 혼자...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거야...'
기지개를 한껏 피고 창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개비 피웠다.
달이 아주 푸르게 빚났다.
'그녀석들...달로 잘 돌아갔으려나...'
하루가 무뎌지게 흘러간다.
담배불이 생명을 다해 잿더미가 된 순간 나도 바닥에 엎어져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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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시간이 흘러도 해는 나를 반겨준다.
반겨주는건지 나를 조롱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세수를 하고 평소와 다를게 없이 담배갑을 열었다
'...비었네'
할수 없지 사러 가야지 어쩌겠어...
가끔씩 케이네가 하던 말이 떠오른다
'비록 네가 불사라 할지라도 몸을 그렇게 막 굴려서애 어디 되겠어? 적당히, 적당히 굴리라고...주변에서 너가 다칠수록 마음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아줬으면 해...'
였나?
만약 케이네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왜 나에게 한마디도 안해줬을까?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서 그녀조차 눈치를 채지 못했던걸까?
무녀조차 이기지 못한 사상 최악의 이변을 불사는 이겨냈다.
아니 이변조차 어찌할수 없는 몸이었기에 지쳐돌아갔다고 하는게 옳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가게로 들어서던중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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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아이들이 놀고 있는 풍경이었다.
뭘 기대한걸까 아니 뭘 걱정한걸까...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텐데...
순간
"히로코!! 위험해!!!"
"얘들아 위험하다! 어서 도망쳐!!"
"꺄아아아!! 애들이 위험해요!!"
갑작스런 소란에 급히 돌아본 곳에는
아이들이 놀고있던 자리를 향해 돌진하는 트럭한대
'젠장...'
내가 불사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고역이다
하지만...
'케이네...내가 하는 선택이 옳은거겠지?'
더이상은 망설일 틈이 없다!
나는 전력으로 달려가 아이들을 밀쳐냈다.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속도와 힘이었다. 사람이 어던 특정한 계기가 생기면 잠재된 힘이 발동 된다는 이야기는 진짜였나보다.
하지만 내 잠재된 힘은 아이들을 구하고나서가 전부였다.
아이들을 무사히 구해주긴 했지만 나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트럭에 부딫혀 튕겨나가고 말았다.
'젠...'
이 트럭...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던거지? 내가 이렇게 강하게 튕겨나갈 정도면...
'퍽'하는 소리 그리고 허리에 끊어질듯한 통증
나는 허리를 전봇대에 그래도 부딫혀 문자 그대로 두동강이 나고 말았다.
'안돼...여기서 죽으면...'
사방으로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지마...난...너희들이 보면...'
눈은 점점 어두컴컴해지고 사람들의 소라가 점점 울려퍼진다...
나는...정말로 옳은 선택을 했던걸까 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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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때 나는 나체인 채로 어떤곳에 결박되어있었다.
'여긴 어디지?'
간신히 고개를 들어 몸을 살펴봤다.
역시 나체다. 상처는 깔끔히 치료된 상황
'어떤 변태같은 취향을 가진놈인지 얼굴한번 보고싶군...시체를 가져올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이런저런생각을 하던중 옆에 있던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정신을 차린거같습니다 박사님"
"역시...제 예상대로군요 불사라니..."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와 여자 여럿이 우루루 들어온다.
그들이 위에서 나를 주시하는 모습은 마치 모르모트를 보는듯한 눈빛
"뭐야...이 변태자식들...이제보니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었구나? 뭐냐 너희들은? 시체를 줏어와서 뭐하겠다는거냐?"
녀석들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나를 바라보다 다른 가운에게 이야기 하는것만이 어렴풋이 들릴뿐이었다.
"상당히 호전적입니다."
"어디서 온걸까요?"
"몇년전에 차원이 붕괴됬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허무맹랑한 유언비언줄 알았는데 이녀석을 보고있자니 믿어볼만 하군..."
"그럼 앞으로 수색을 하실 예정이십니까?"
"그래야할거같아...그리고 입막음 잘 시켜놔 이 일이 밖으로 새나가면 다른 녀석들도 눈에 불을 키고 찾을테지...이런 녀석들은 우리가 독점해야해"
"그럼 저 자에게 우리들의 목적을 이야기 하살겁니까?"
"저 자라니? 여기에 온이상 실험체야. 모르모트라고. 그걸 잊은건가? 나나시군?"
"죄...죄송합니다!"
두런두런 이야기가 끝나더니 밖으로 나가선 이런저런 날카로운 물건들을 가지고 온다.
"뭐...뭐야 그건...그런짓 해도 소용없어...어서 빨리 집으로 보내달라고!"
"이젠 여기가 네 집입니다 실험체 1호"
실험체라고?
녀석은 은색 쟁반위에 놓여있는 도구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하나를 꺼내들고
"그럼 일단 절개 먼저 할까요?"
"그래 일단 인간의 내부구조와 다른지 한번 보자고"
"잠깐...무슨짓을..."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녀석은 내 배 윗쪽에 금속을-칼로보이는 것-찔러넣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잘라내려갔다.
"크아..ㅅ 아파...무슨 짓이야...! 아파!! 아프다고!! 빨리 그만둬어어!!!"
"자자...발악하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아픕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빨리 그만 두라고!!! 아파...! 아파아아아아!!!"
있는 힘껏 내지르는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절개부위를 얼어제끼고 빛을 비추는 가운들은 마치 인간이 아닌것처럼 이야기 했다.
"흠...인간의 장기들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네요"
"그럼 실험체 1호는 인간이라는건데..."
"인간은 아닐겁니다. 허무맹랑한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그런것쪽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녀석들은 계속해서 내 여기저기를 찢어보고 벌려보았다.
"이...이자식들...죽여...버릴거야...어서 풀어...아니면...죽일..."
극심한 고통속에 흐려가는 의식을 잡아보려 애썼지만 헛된 짓이었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니 죽었다고 해야하는게 맞는걸까?
다시 정신이 들었을땐
"이것보세요! 심박수가 다시 원상복귀합니다!"
"맙소사...아까 절개했던 부위도 다시 재생되잖아!"
놀라움과 감탄에 찬 소리를 내지르는 가운들이 한가득이었다.
'꿈이...아니었나...'
그저 끔찍한 악몽이길 바랬다.
의식을 잃고 일어나면 방안에서 엎어져있다 잠에서 깨어날 내 자신을 상상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만약...이녀석이 정말로 불사라면...그리고 신체를 스스로 복구할수 있다면...우리는 좋은 실험체를 얻은겁니다..."
늙은 가운이 떠뜸떠뜸거리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계속해서 헛된 생명이 죽어나가지 않아도 된다는거군요!!"
"좋습니다! 실험체 1호는 우리 과학계에 엄청난 도움이 될겁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펼쳐질 지옥이 어떤건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앞으로 얼마나 이짓거리를 해야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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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이 흘렀다.
며칠이 지난거지? 몇개월? 몇년?
사방이 차가운 철로 둘러싸인 방에 나체로 결박되어 햇빛조차 못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동안 무의미하게 지내왔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녀석들은 나에게 이런 저런 약물을 투입하고 관찰을 하며 공책에 기록을 했다.
내가 그동안 맞은 약물의 양을 생각하자니 구역질이 치솟는다.
녀석들은 마치 인간의 감정이 결여된 놈들같아 보인다.
아니...인간이 아닌거같다...
오늘도 녀석들은 복도에서 이런저런 실험약들을 가지고와서 실험을 하겠지?
이젠...포기하는게 좋을까...
그때 덜컹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
하지만 오늘은 어떠한 약물도 안챙겨 왔다.
"하...왜? 이제와서 풀어주려고? 왜그러시나? 갑작스럽게 후회라도 되는건가??"
"착각하지마 실험체 너는 아주 중요한 녀석이라고. 오늘 너에게 친구를 하나 소개시켜주려고 한다."
그리고 자루 안에서 가져온 산산히 부서진 시체를 철로된 받침대에 뿌려놓았다.
"미야모토군 저게 재생되는대로 결박시켜놓게. 만약 일어나서 난동이라도 부린다면 곤란해지니"
"알겠습니다 박사님"
미야모토라고 하는 남자는 끝까지 방을 지키고 있었다.
널브러진 시체는 재생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피비린내를 풍기며 널브러져있는 시체를 뒤로하고 미야모토에게 말했다.
"어...이...미야모토...라고 했지? 제발...나좀 살려주면 안돼? 다른 녀석들보다 튼튼할분이지 나도 너희와 같은 인간이라고?"
비명을 지르는것 외엔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된 내 목에서 나온 목소리는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것 처럼 낮설었다.
미야모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꿋꿋이 시체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경 너머로 눈이 흔들리는걸 나는 볼수 있었다.
"제발...나는 이대로 고통받고 싶지 않아...너에겐 아직 양심이 있어...제발...제발...제발 살려줘..."
미야모토는 눈을 질끈 감고 나에게 말했다.
"넌...넌 인간이 아니야...인간이 아니라고...! 인간이 아니라 실험체...그래! 실험체다!! 너는 그저 한낱 실험체에 불과해! 모르모트라고! 저기 통속에 갇혀있는 흰 쥐새끼들과 다를게 없어! 근데 왜...어째서...모르모트 주제에...인간에게 말을 거는거지? 모르모트면...모르모트면 얌전히 실험이나 받으라고..."
...
그런건가...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거였나...나는 수천년이 지나도...수백년이 지나도...
인간이 아니였단 말인가?
늘 믿어왔다. 끝없이 부정하고 부정해왔다.
'더러운 요괴년!"
'인간인척 하지말고 산으로 돌아가라!'
'계속 살려두다간 우리 마을조차 어떻게 될지 몰라!'
그랬구나
결국 나는 요괴였구나.
모르모트였구나.
인간이 아니었구나.
끝까지 신념하고있던것을 부정당한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렸다.
가슴곡에 굳건한 벽이 무너져 한없이 깊은 심연속으로 떨어졌다.
다시는 되돌릴수 없을정도로 산산히 부서져서...
=====
"일어나"
"일어나라고"
누구지? 나를 부르는 소리...?
"모코우! 일어나!!"
낮익은 목소리...그리운 목소리...
눈을 떳을때 펼쳐진 낮익은 풍경...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는 한 사람
"케...이네?"
"아휴...참...! 얼마나 자는거야!! 또 카구야 공주랑 한판 했던거야? 정말이지...적당히 하라니깐..."
그런거였나? 다 하나의 꿈이었나?
이 모든게 악몽에 지나지 않았던거였나?
모든것이 반가웠다.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 모코우? 왜 웃어?"
"아...아니야...잠깐 엄청난 꿈을 꾸어서말이지...이 모든게 너무 반가워질 정도로 엄청난 꿈을 꿨지..."
"그래? 어떤 꿈인데?"
"음...잘 기억나지 않는걸?"
"쳇 그게 뭐야..."
"됐어...꿈따위 기억하기도 싫고...오늘은 내가 밥할게! 죽순덮밥어때?"
"좋지! 매일같이 밥해주다 얻어억자니 고맙네!!"
"그럼 맡겨주시라!"
그래...모든게 꿈이었다.
환상향의 붕괴도, 사고도, 납치되었던것도...모두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던거야...
===
"...박사님"
"왜그러지 사이카양?"
"실험체가 이상합니다"
"무슨소리지?"
"웃고있습니다"
"웃고있다고?"
"네...평소라면 비명을 지르며 발악할땐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저 웃고만 있네요..."
"흠...이상하군...하지만 나쁘진 않군...어차피 정신이 붕괴되어도 약효는 바뀌는게 없으니까...더이상 그 비명을 안들어도 된다니...약간의 위안거리로 삼아야지"
"이렇게 고통스러운 실험을 계속하는데 웃는걸 보고있자니 조금 슬퍼지네요...마치...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거같아요"
"쓸데없는 감정은 배제하게 사이카양. 저건 그저 모르모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내가 누누히 얘기하지 않았던가?"
"알겠습니다...죄송합니다 박사님..."
"이런...또 심장박동이 멎었군...실험체 1호는 점점 죽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단말이야...1호는 이쯤 해두지...그럼 실험체 2호를 데려오게. 최대한 1호와 접촉시키지 말고 말이야. 그쪽도 난리치면 곤란해...둘이 상당히 구면이었던 모양이야..."
"알겠습니다 박사님"
문이 열리고 결박된채로 끌려오는 한 여성
비단같은 검은 머릿결을 가진채 아무것도 모른 얼굴을 하고 걸어오는 실험체는 이제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 아무것도 모른체 순순히 지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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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모코우는 굴려야 제맛이다아아아!!
약간은 어둑어둑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소설을 서보고 싶었습니다.
무리해서 단편으로 해놓는 바람에 상당히 분량이 길어졌네요!
이거 누가 동인지로 제작되면 상당히 아사츠키 당만큼 꿈도 희망도 없는 내용이 나올듯...
누가 여기저기에 퍼트려 주세요 나중에 번역되서 사이트에 돌아다니는거 한번 보고싶음...대신 제작자 이름은 명확히 적어주시고...
하하 너무 멋대로인 희망인가? 하지만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다고 했습니다. 그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슴을 표합니다!
지금까지 고명지사토리였습니다! 나중에 더 좋은 꿈도 희망도 없는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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